제국력 487년 12월 28일. 오딘. 귄터 키슬링.


  시각은 오전 1시를 넘고 정적이 밤의 거리를 지배하고 있다. 자동차 안에서는 모르겠지만, 밖은 꽤나 추울 것이 틀림없다. 그 거리 안을 한 사람의 남자가 천천히 걷고 있다. 장신에 코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다.


  “준장. 타겟을 확인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플로토 대령입니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마이크를 입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자동차에 있는 건 신뢰할 수 있는 아군 뿐이지만,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작아졌다.

  “라져. 계획대로 확보하라. 방심하지 말라고.”


  부하들이 날 보고 있다. 가볍게 끄덕이고 말을 걸었다.

  “차를 출발해라. 천천히 말이야.”

  “예.”


  자동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방을 걷고 있는 플로토 대령의 모습이 보인다.

  그 플로토 대령이 멈춰 섰다. 앞에서 두 명, 뒤에서 두 명, 플로토 대령을 둘러싸는 듯이 사람들이 나타났다.


  “스피커를 보내라. 이제 사양할 필요 없어.”

  자동차가 급속히 플로토 대령에게 다가간다. 이걸로 녀석은 당황하겠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도망치려 할 것이다.


  예상대로다. 플로토 대령이 한 순간 뒤를 돌아보고, 앞을 강제로 돌파하려 했다. 하지만 잡혀서 오히려 오른팔을 꺾여 태세가 무너진다. 순식간에 잡혔다. 유감이군. 플로토 대령. 그 네 명은 헌병대에서도 고르고 고른 격투술의 달인들이다. 경이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야.


  플로토 대령이 잡힌 장소로 다가갔다. 자동차에 내려와 플로토 대령에게 다가간다. 대령이 이쪽을 노려보는 것이 보였다.


  “수고했군. 부상은 없나?”

  “없습니다. 의외일 정도로…….”

  “쉬웠나.”

  “예.”


  희미하게 쓴웃음을 띠며 플로토 대령을 잡고 있는 남자가 대답했다. 그 도중에 플로토 대령이 몸을 비틀며 반항했지만, 오히려 팔을 꺾여 신음소리를 냈다.


  “플로토 대령. 나는 헌병대의 키슬링 준장이다.”

  “…….”

  “경을 체포한다. 경의 친구들도 이제 곧 잡히겠지. 모두 불어줘야겠어. 내무성과의 연결, 유괴사건에 대해서 말이야.”

  “…….”

  플로토 대령의 눈에 절망의 색이 떠올랐다.


  “우주항에선 우리들로 변장하다니, 꽤나 시건방진 짓을 한 것 같지만, 헌병대를 얕보지 말라고. 확실하게 빚은 갚도록 하겠어.”

  “…….”


  “경에게 이름이 팔린 바움러 대령도 헌병대 본부에서 기다리고 있다. 각오해두게.”

  “…….”


...


우주력 796년 12월 28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무슨 속셈이신지?”

  “무슨, 이라고 하시면?”

  “딴청 부리지 마시오. 페잔 회랑 방면을 향해 동맹정부가 함대를 파견한 건 알고 있소이다. 무슨 속셈인지 묻고 있소.”


  트류니히트의 답에 스크린에 비춘 렘샤이트 백작은 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투명한 눈동자가 지금은 싸늘함을 보이고 있다. 꽤나 분노한 것 같다.


  “제국은 사전에 동맹정부에 대해 페잔에 군사를 파견한다는 걸 전했소. 그렇지요?”

  “…….”


  “그 때, 제국이 페잔의 중립을 범할 생각도 없다는 것도 전했을 것이오. 그런데도 동맹정부는 제국에 대해 어떤 양해도 없이 페잔으로 군사를 파견했소. 배신, 아니 적대행위라고 해도 좋지.”


  렘샤이트 백작의 어조가 점점 더 엄해졌다. 이쪽에게 배신당했다는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트류니히트가 날 보지만, 나도 어떻게 지원해줄 방법이 없다. 이 건에 관해선 렘샤이트 백작의 말이 일리 있고, 그건 트류니히트도 알고 있다.


  애초에 교섭상대를 말빨로 구슬리는 건 나보다도 트류니히트가 훨씬 능숙하다. 내 도움 따위 필요하지 않겠지. 어떻게 렘샤이트 백작을 구슬리는가. 어디 한 번 실력을 보자는 마음이다.


  “렘샤이트 백작. 확실히 군사 파견에 대해선 그쪽에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선 이쪽의 실수라고밖에 말할 도리가 없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마음 깊이 사죄합니다. 하지만 군의 파견에 대해선 이쪽도 사정이 있었기에 행한 일입니다. 그쪽에 대한 적대행위가 아니라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트류니히트는 성실한 표정으로 렘샤이트 백작에게 말을 걸었다.

  “적대행위가 아니라고 하는 겁니까?”

  “그 말대롭니다. 제국이 페잔의 루빈스키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는 마음은 알겠습니다. 동맹정부도 그에겐 꽤나 고배를 마셨으니까요.”


  “…….”

  “렘샤이트 백작. 제국은 루빈스키에게 반제국활동을 멈추게 한다고 했습니다만, 현실로는 루빈스키의 배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닙니까?”

  “……그렇다면 어떻다는 겁니까? 반대라도 하겠다는?”

  렘샤이트 백작의 눈이 한층 더 엄해졌다.


  “말도 안 됩니다. 루빈스키를 배제하는 것만이라면 거기에 대해서 동맹이 반대할 일은 없습니다.”

  “…….”

  트류니히트가 온화하게 말을 걸지만, 렘샤이트 백작의 표정은 엄한 그대로다.


  “단, 제국이 페잔을 점령한다는 건 곤란합니다. 우리들은 동맹시민에게 포로를 돌려받기 위해 페잔을 내버려뒀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엔 트류니히트의 표정이 엄해졌다.


  “……그래서?”

  “그렇게 되면 동맹시민은 포로교환보다도 페잔 회랑의 확보, 혹은 중립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하겠죠. 저번의 공동선언 따위 순식간에 날아갈 수밖에 없어집니다. 서로에게 있어서 그건 불행한 일이겠죠.”


  “관계 없소이다.”

  “관계 없다면?”

  “그렇소. 제국에는 관계없는 일이오. 지금 트류니히트 의장이 말씀하신 일은 동맹 내부의 문제지요? 동맹정부가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며, 제국에는 관계없는 일이오. 아닙니까?”


  스크린을 통해 트류니히트와 렘샤이트 백작은 서로 노려보고 있다. 확실히 동맹 내부의 문제다. 렘샤이트 백작은 동맹 내부의 문제를 제국으로 가져오지 말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내정 문제는 항상 외정에 밀접하게 관계된다. 백작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다시 말해, 원칙론을 내면서 페잔에 손을 대지 말라는 것일 뿐이다.


  “…….”

  “게다가 오해가 있는 것 같소만. 페잔은 제국의 일개 자치령이오. 독립국이 아니오. 그 성립의 특이성 때문에 제국은 페잔의 중립을 인정하고 있으나 독립은 인정하지 않았소.”


  “…….”

  “이건 어디까지나 제국 내부의 문제요. 동맹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이 이상 군사를 전진시킨다면, 제국령에 대한 침범이며, 적대행위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소. 바로 병사를 물리도록 하시오.”


  훌륭한 일이다. 내정문제는 자신의 손으로 정리해야 하는 일이며, 타인의 힘을 빌릴 생각이 없는가……. 수미일관하고 있다. 이래서야 헨슬로우 따위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겠지.


  “…….”

  “이 이상 동맹이 군사를 전진시킨다면 기뻐하는 건 루빈스키뿐이오. 결과로서 동맹은 루빈스키에게 도움을 줬다는 것이 되오.”


  “…….”

  “요즘 최근 루빈스키의 반제국활동도 실제론 동맹정부의 사주에 의한 것이 아니오? 우리들이 루빈스키를 잡으면 그게 알려지고 만다. 그러니 군사를 파견해서 우리를 통제하려 한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럼 그걸 증명해주시길 바라오. 입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말입니다. 기대하겠소. 트류니히트 평의회의장.”


  “만만찮군.”

  “아아. 정말이다. 역시 제국의 흰여우라고 해야하나.”

  “칭찬하는 건 좋지만 말이지.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냐? 트류니히트.”


  의장실에서 커피 향기가 풍긴다. 불모라고 해도 좋을 대화에 지친 신경이 조금씩 풀린다. 괜찮다면 강한 술을 원하던 참이다.


  렘샤이트 백작과의 대화는 전혀 실리가 없었다. 백작은 병사를 물리라고 하고, 트류니히트는 물릴 수 없다고 한다. 언제 결렬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렬하지 않고 끝난 게 이상할 정도다.


  “수확은 있었어. 전쟁은 피할 수 있겠지.”

  “정말인가?”

  저도 모르게 의심 깊은 목소리가 나왔다. 트류니히트가 쓴웃음을 짓고 날 보고 있다. 그리고 커피를 입으로 옮기면서 자신에게 확인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동맹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국도 전쟁은 바라지 않는다. 그만큼 충돌해도 결렬하지 않았던 것이 그걸 증명하고 있어. 서로 전쟁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교섭하고 있는 것이야. 합의점은 있으리라 생각해.”


  “그래서, 어떻게 결판 지을 생각인가?”

  “……페잔의 공동점령. 그런 거겠지.”

  “공동점령? 그런 걸 제국이 인정하리라 생각하나?”


  공동점령. 원칙을 말하자면 페잔은 제국의 자치령이다. 자국의 영토를 어째서 동맹과 공동점령해야만 하는 건가. 당연히 반발하겠지. 하지만 트류니히트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국의 소원은 루빈스키의 배제다. 페잔의 점령이 아니야. 페잔을 점령하기라도 하면 동맹이 반발하리란 건 제국도 알고 있어. 전선을 이 이상 넓히고 싶지 않은 제국에게 있어선 페잔 점령은 좋은 수라곤 할 수 없지.”


  “…….”

  “하지만 점령하지 않으면 루빈스키를 배제하는 건 힘들겠지. 그렇다면 동맹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루빈스키를 배제하기 위해선 페잔의 공동점령이라는 대답이 나온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조금 자신의 경우에 좋게 해석하고 있는 듯이 보이네만.”

  내 대답에 트류니히트는 어렴풋이 쓴웃음 지었다. 그리고 ‘뭐, 들어주게.’하고 말을 계속했다.


  “물론 공동점령이라고 해도 형식뿐이다. 점령 후의 페잔에 대해선 제국이 주도권을 쥐게 되겠지. 동맹정부는 동맹의 안전보장이 위협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거기에 반대할 필요가 없어.”


  “……다시 말해 동맹은 명목을 쥐고, 제국은 실리를 쥔다. 그런 건가.”

  “그런 거다.”

  “하지만 그걸로 납득할까? 제국과 동맹이.”


  입에 머금은 커피가 쓰게 느껴진 건, 트류니히트의 생각에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제국, 동맹보다도 자신이 가장 납득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피해야만 하는 일은 페잔을 제국 단독으로 점령하는 일이다. 그리고 페잔을 내버려뒀다고 비난받는 일이지. 아닌가? 레벨로.”


  “…….”

  확실히 트류니히트의 말대로다. 무엇보다도 피해야 할 일은 그거겠지.


  “페잔의 독립을 지키는 일 따위 지금의 동맹엔 무리다. 정의의 아군이 되는 것이 무리라면, 악당이 되어서라도 동맹의 이득을 확보할 수밖에.”

  트류니히트가 자조를 섞어 말했다. 그리고 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어떤 맛이 날지…….


  “확실히 그렇네만. 페잔에선 제국이 주도권을 쥐게 되겠지. 그걸 동맹시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겠지. 지금의 동맹에겐 제국의 단독점령을 막는 게 최대한이라고. 그렇기에 포로교환으로 병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지.”


  “다시 말해 제국과의 협력관계는 부술 수 없다. 그런 건가.”

  “그런 거다.”

  의장실에 침묵이 떨어졌다. 제국과의 협력관계. 그 뒤에 있는 건 화평일 테지만, 가능할까? 문제는 제국이다. 제국이 이번 내란에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 제국 말이네만. 공동점령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하나?”

  “제국은 전제군주국가다. 시민의 지지 따위 필요 없어. 그리고 제국의 지도자들은 바보가 아니야.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자네의 나쁜 점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거로군. 트류니히트. 어째서 렘샤이트 백작에게 공동점령을 말하지 않았나?”

  “지금은 아직 안 돼. 조금 더 서로의 군대가 가까워지고 나야 제국에게 있어서도 받아들이기 쉽겠지.”


  과연. 마지막까지 몰리고 나면 받아들이기도 쉬울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외줄타기인 점도 있다. 과연 그렇게 잘 될지……. 시트레에게 상담해야 하겠지. 제국에선 군인의 힘이 동맹보다도 강하다. 그 부분을 시트레는 어떻게 볼까…….


  “헌데 예의 건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트류니히트.”

  “루빈스키의 구원요청인가.”

  “그래.”


  어제, 루빈스키가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페잔의 독립을 침범하려는 제국군을 쫓아달라고. 보상은 당연하지만, 경제협력과 자금원조였다. 무슨 일이든 돈으로 해결하려는 페잔인 다운 보상이다. 하긴, 그들이 제시할 수 있는 건 그 이외엔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감이지만 페잔의 독립 따위를 위해서 동맹을 위기에 처하게 할 순 없어.”

  “동감이다.”


  많은 동맹시민이 그렇게 생각하겠지. 동맹과 제국이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을 때에 그 피를 마시며 몸집을 불린 것이 페잔인 것이다. 똑똑한 생존방식일지도 모르지만, 존경받을 생존방식은 아니다. 모두 어딘가에서 페잔의 모습을 기피하고 있다.


  “페잔의 독립 따위 이 나라에선 정치적 대의에 지나지 않아. 모쪼록 지금까지 본 재미만큼 갚을 준비를 해야겠지. 꽤나 엄한 징수가 될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트류니히트는 웃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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