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12월 25일. 오딘, 군무성, 군무상서실. 에렌베르크 원수.


  “예의 아돌프 에커트. 그리고 바움러 대령이라 자칭한 남자 말입니다만. 그 정체를 알았습니다.”

  “……어떤 자인가. 라프트 중령.”

  두 사람의 사관이 신묘한 표정으로 눈앞에 서 있다. 한 명은 헌병대의 라프트 중령. 또 하나는 정보부의 슈미들린 중령. 그리고 이아기를 듣는 건 나와 슈타인호프.


  “그의 이름은 칼 폰 플로토 대령입니다. 군무상서 각하.”

  “…….”

  칼 폰 플로토 대령. 스크린에 그의 얼굴이 표시된다. 날카로운 눈을 한 30대 후반의 남자. 슈타인호프는 엄한 눈으로 스크린을 보고 있다.


  발렌슈타인이 렌텐베르크 요새를 함락했다. 오프레서는 전사, 토벌군은 순조롭게 군대를 전진하고 있다. 이쪽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조급하는 건 금물이다…….


  “그래서?”

  질문을 하니 이번엔 슈미들린 중령이 답했다.

  “플로토 대령은 올해 7월부터 행방불명이었습니다. ……그때까진 어느 귀족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그 귀족이란, 혹시 란즈베르크 백작인가?”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플로토 대령이 섬기던 건 카스트로프 공작입니다.”

  “카스트로프? 오이겐 폰 카스트로프 공작인가! 저 남자가 섬기고 있었다는 건가?”


  무심코 슈타인호프와 서로 돌아봤다. 슈타인호프는 떫은 표정을 짓고 있다. 7월부터 행방불명? 7월이라고 하면……. 슈미들린 중령을 보자 중령은 어렴풋이 끄덕였다.


  “플로트 대령이 행방불명이 된 건, 카스트로프 공작이 사고사하고 나서 부터입니다. 막시밀리안의 반란 때엔 이미 카스트로프에는 없었습니다.”

  …….“


  플로토는 카스트로프 공작이 사고사하는 것과 동시에 행방을 숨겼다…….

  “저 남자, 카스트로프 공작을 오랫동안 섬겼는가?”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였으니, 18년 전이 됩니다.”

  “…….”


  이번엔 라프트 중령이 말하기 시작했다.

  “카스트로프 공작은 갖가지 의옥사건에 관여했었습니다. 사법성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증거를 지운 적도 적지 않습니다. 그 전용 팀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플로토 대령의 역할은 카스트로프 공작의 명령을 받아, 그 팀을 이끌어 증거를 말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군인이었다고 합니다.


  “바보 같은. 카스트로프 공작은 군인을 범죄의 뒤처리로 쓰고 있었다는 건가!”

  “진정하라. 군무상서.”

  “하지만…….”

  “일단 이야기를 듣는 게 먼저다. 라프트 중령. 계속하게.”


  라프트 중령이 우리들을 보면서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플로토 대령은 주변에 카스트로프 공작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 죽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무심코 슈타인호프의 얼굴을 봤다. 슈타인호프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린다.

  “……어리석은.”


  “알고 있습니다. 저건 페잔의 공작입니다만, 플로토 대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명의 군인과 함께 카스트로프를 떠났습니다. 아마도 증거 말소 팀의 멤버였겠죠.”


  라프트 중령은 한 순간 슈미들린 중령과 서로를 돌아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플로토 대령과 함께 카스트로프를 떠난 인간 중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그 자는 대령과 함께 헌병으로 위장하고 있던 것을 감시 카메라의 화상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팀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무성과의 연결점은 찾았나?”


  “그 자가 내무성으로 출입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들이 내무성과 연결점이 있는 건 틀림없습니다. 이제 곧 플로토 대령과 닿습니다. 닿는 대로, 그들을 일제히 체포할 생각입니다.”


  헌병대의 라프트 중령, 정보부의 슈미들린 중령이 돌아갔다.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슈타인호프 원수. 조금 의문이 있네.”

  “뭔가? 에렌베르크 원수.”


  “플로토 대령들은 어째서 군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확실히 그들은 증거 말소에 협력했다. 하지만 반란진압에 협력했다면 용서 받을 수도 있었겠지. 카스트로프 공작에게 강요 받았다고 해도 좋아. 어째서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슈타인호프가 떫은 표정을 띄웠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걸세. 에렌베르크 원수.”

  “무슨 말인가……. 경, 뭘 알고 있나?”


  슈타인호프의 표정은 더욱 떫어졌다. 그리고 플로토 대령을 비추고 있는 스크린을 봤다.

  “반란 진압 후, 정보부는 아르테미스의 목걸이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 조사원을 카스트로프로 파견했네…….”

  “…….”


  “유감이지만, 목걸이에 대해선 거의 정보를 얻을 수 없었네. 위성 그 자체는 박살났으니 말이야. 잔해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그렇게 많지 않았어. 솔직히 말해서, 헛수고라고 해도 좋겠지……. 원래라면 거기서 끝났을 거다. 헌데…….”

  “…….”


  슈타인호프의 뺨에 어두운 웃음이 떠있다. 그리고 날 봤다.

  “그들은 어느 물건을 발견하고 말았다네. 군무상서.”

  “어느 물건?”


  “그들은 우연히, 오이겐 폰 카스트로프 공작의 유품 속에서 퀸멜 남작가에 관한 문서가 있는 걸 발견한 걸세.”

  퀸멜 남작? 확실히 카스트로프 공작과 혈연관계가 있었을 테지만…….


  “그 안에는 발렌슈타인 변호사 부부의 이름과 플로토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네. 그리고 리메스 남작가의 일도…….”

  “무슨 의미인가. 그건…….”

  불길한 예감이 든다. 설마……. 슈타인호프의 웃음이 커졌다.


  “10년 전, 리메스 남작가의 상속 문제에 얽혀, 발렌슈타인 변호사 살해 사건을 지시한 건 카스트로프 공작, 실행자는 플로토 대령이라는 걸세.”

  “……바보 같은. 저건 리메스 남작가의 친족이 행한 것이 아니었는가?”


  내 말에 슈타인호프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카스트로프 공작가와 퀸멜 남작가는 혈연관계에 있었네. 퀸멜 남작가의 당주는 병약했기에, 거기에 파고들어 카스트로프 공작은 퀸멜 남작가의 횡령을 획책한 걸세. 그리고 발렌슈타인 변호사는 퀸멜 남작가의 고문 변호사였지.”


  “……횡령하기 위해선 발렌슈타인 변호사가 방해였다는 건가.”

  “그런 게 되겠지. 플로토 대령들이 카스트로프 공작이 발렌슈타인에게 죽었다고 생각한 건 복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카스트로프를 떠난 건 신변의 위험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다시 말해, 그들은 군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고, 어둠의 세계로 들어갔다고…….”

  자신의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마 그 사건이 이번 사건에도 얽혀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10년 전부터의 인연, 악연이라고 해도 좋겠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발렌슈타인이 살아있는 이상 군으로 돌아오지 못하네. 발렌슈타인을 깊게 원망하고 있는 남자. 내무성에게 있어서 플로토는 쓰기 좋은 도구겠지…….”


  슈타인호프의 목소리가 방을 무겁게 울렸다. 그것만으로도 침묵이 떨어진다. 아마 나도 슈타인호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설마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슈타인호프 원수. 발렌슈타인은 알고 있을까?”


  “……모르네. 양친의 죽음에 관해서 발렌슈타인은 거의 말하지 않으니까. 군의 실력자가 되고 나서도 그걸 조사한 흔적은 없었네. 그걸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


  발데크 남작가, 콜비츠 자작가, 하일만 자작가. 그 사건은 이 세 가문 중 누군가가 일으켰다고 되어 있다. 발렌슈타인은 굳이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가. 아니면 이미 진짜 범인을 알고 있었는가. 그렇다면 어디서 그 비밀을 알았는가…….


  “에렌베르크 원수. 발렌슈타인이 황제의 어둠의 왼손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아네만…….”

  “!”

  슈타인호프가 날 탐색하는 듯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만 슈타인호프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


제국력 487년 12월 25일. 슈무데 함대 기함 앙그르보더. 에그몬트 슈무데.


  함대는 아이젠헤르츠에서 보급을 하고 있다. 페잔까지 앞으로 열흘이면 도착하겠지.

  “일단은 순조롭군. 슈무데 제독.”

  “그렇군요.”


  스크린에 페잔 주재 고등변무관 렘샤이트 백작이 비추고 있다. 새하얀 두발과 투명한 눈을 가진 인물이다. 얼마 전에는 포로교환 공동선언으로 제국 전토에 그 얼굴이 흘렀었다.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이겠지.


  순조, 순조라고 하는 건 무슨 일에 대한 걸까. 여기까지 진군의 대한 거라면 그야말로 순조라고 해도 좋겠지. 아니면 내란 토벌에 관한 것일까? 확실히 이쪽도 순조롭다. 다만 조마조마 하긴 하지만.


  토벌군이 출격하자마자 사령장관이 습격을 당해, 겨우 목숨을 구했다고 생각하니 귀족연합군이 오딘으로 밀고 들어왔다. 사령장관 스스로 적을 각개격파. 그 후에 렌텐베르크 요새를 공략. 오프레서 상급대장은 전사…….


  엉망진창이다. 일이 일어날 때마다 일희일비했다. 사령장관이 무리를 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다. 열로 휘청휘청 거리면서 반란군과 교섭한다든가, 오딘을 사실상 계엄령 하에 둔다든가……. 하지만 지금은 사령장관인 것이다. 조금 더 침착할 순 없는 건가.


  나뿐만이 아니다. 페잔 방면군 사령관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정규함대 녀석들도 마찬가지일 게 틀림없다.


  “헌데 반란군. 아니, 동맹군이군. 그들에게 움직임이 있었다.”

  “…….”

  “자유행성동맹군 3개 함대가 페잔으로 향해서 오고 있네. 그들은 란테마리오 성계까지 왔다고 하는군. 페잔까지는 앞으로 20일 정도 걸리겠지.”


  3개 함대인가. 전력은 아마 이쪽과 비슷하겠지. 하지만 지금의 반란군에게 있어서 마지막 전력이다. 그걸 내놓았다. 어떻게 봐야하는가? 어떻게 해서든 페잔 회랑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인가. 그러기 위해선 전쟁도 감수한다?


  “동맹정부에선 언질이 있었습니까?”

  “아니. 아직이다. 이 정보는 긴밀하게 지내고 있는 페잔인이 알려준 것이다. 2, 3일 후엔 페잔에서도 꽤 화두가 되겠지.”


  “…….”

  “뭐, 그 시점에서 동맹에 대해 항의할 생각이다. 이대로 가면 전쟁이 벌어진다. 그래도 좋은 거냐고 말이지.”


  렘샤이트 백작은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다. 아무래도 이 분도 꽤나 만만찮은 남자인 것 같다. 하긴, 그런 만큼 반란군과의 교섭에서 믿음직하겠지.


  “이쪽의 일은 어떻습니까? 역시 소문이 돌고 있습니까?”

  “벌써 예전부터 소문이 돌고 있네. 통상로 호위를 위해서 함대를 움직이고 있다고 주변에 설득하고 있어.”


  “믿을까요?”

  “지금은 믿고 있겠지. 하지만 동맹군이 페잔으로 향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


  확실히 그렇다. 제국, 동맹 양국이 군사를 페잔으로 향한다고 하면 어떤 바보라도 페잔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 순간부터 페잔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동맹군이 페잔에 도착하기까지 앞으로 20일입니까. 이쪽은 여유를 가지고 먼저 페잔에 도착하겠습니다만.”

  내 말에 렘샤이트 백작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네. 슈무데 제독. 페잔을 뺏겨서 곤란한 건 우리들이 아니야. 오히려 동맹이 초조하겠지.”


  “그럼?”

  “일부러 동맹군을 페잔으로 침공하게 하는 것이 리히텐라데 후작의 생각이시다. 경도 의미는 알겠지?”


  모르는 일은 아니다. 사령장관과도 이야기한 일이다. 지금의 동맹에 페잔, 이제르론 두 회랑을 유지할 만한 전력은 없다. 언젠가 동맹으로 침공할 때엔 제국은 두 회랑을 쓰게 되겠지. 그 때, 동맹은 페잔을 점거한 일을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그럼 우리들은 여기서 한 숨 쉬는 편이 좋겠군요.”

  “그러는 게 좋겠네.”

  “뭐, 5일 정도 여기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좋겠지. 쫓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쫓을 수 없네. 이정도로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일은 없다. 동맹군은 꽤 대단한 기세로 페잔으로 향해 오겠지.”

  “…….”


  “그리고 쫓아서 도착해보면, 이번엔 그 노력을 쓸모없는 것으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겠지. 녀석들을 개미지옥에 빠뜨려보세.”

  그렇게 말하고 렘샤이트 백작은 낮은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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