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12월 17일. 오딘, 이자크 페르난트 폰 투르나이젠.
오딘에 도착한 건 17일 새벽이었다. 슈타덴 대장, 그리고 라트부르흐 남작, 세츨러 자작 이외의 포로는 우주항에 와 있던 헌병대에게 넘겼다. 포로는 100만 명을 넘겠지. 일단 교정시설로 보내게 되겠지만, 내란 종결과 동시에 군대로 복귀를 권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남은 세 명이다. 키슬링 준장에게 넘기게 되겠지만, 준장이 보이지 않는다. 난 포로 및 호위병 50명과 함께 준장을 기다리고 있다. 50명의 호위는 조금 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출발 전에 있었던 발트하임 참모장과의 대화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귄터 키슬링 준장. 사령장관의 친구로 신뢰 두터운 인물이다. 자주 우주함대사령부에 찾아오고 있다. 국내의 치안유지에는 사령장관이 누구보다도 신뢰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좋겠지.
10명 정도의 헌병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투르나이젠 소장이지요?”
“그렇네만. 경은?”
“헌병대의 바움러 대령입니다. 슈타덴 대장, 라트부르흐 남작, 세츨러 자작을 인수하러 왔습니다.”
바움러 대령은 장신에 날카로운 눈을 한 30대 후반의 사관이었다.
“포로는 키슬링 준장에게 넘기라는 말을 들었네만?”
“키슬링 준장은 급한 용무가 생겼습니다. 소관이 대신 포로를 받으라고 명받았습니다.”
묘한 이야기다. 이 포로를 받는 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그게 급한 용무? 이 건 이상으로 중요한, 급한 용건이 어디에 있을까? 바움러 대령을 다시 한 번 본다. 꽤나 단련되어 있다. 함께 있는 병사도 마찬가지다.
“대령. 준장의 급한 용건이란 무엇인가?”
“글쎄요. 소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군무성에 가야만 한다고 했습니다만…….”
군무성인가. 준장이 군무성에 불려갔다. 지금 이 시기라면 있을 수 없는 소리는 아니다…….
“경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만일을 위해서 헌병대에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네.”
“그 편이 좋겠죠. 모쪼록.”
“역시 기분 탓인가…….
헌병대 본부에 연락을 취했다. 휴대용 TV전화에 여성 부사관의 모습이 비춘다.
“바움러 대령을 부탁하네. 난 투르나이젠 소장이다.”
“투르나이젠 소장. 바움러 대령은 포로를 받기 위해 우주항으로 갔습니다만.”
“그런가. 감사하네.”
조금 신경질적이 되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키슬링 준장은 정예를 보내준 것 같다.
“대령. 불쾌하게 만든 것 같군. 미안하네. 포로를…….”
넘겨주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투르나이젠 소장.”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키슬링 준장이었다. 당황하며 눈앞의 바움러 대령을 봤다.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은…….”
바움러 대령은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갔다. 한 순간 쫓을까 생각했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녀석들은 만만찮은 녀석들인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사상자가 늘어날 뿐이겠지.
“투르나이젠 소장. 아까전의 남자는 누군가? 헌병대로 보였네만…….”
“키슬링 준장에게 급한 용무가 생겼기에 대신 포로를 받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키슬링 준장의 표정이 험해졌다. 황옥색의 눈이 바움러 대령이 떠나간 방향을 본다.
“난 그런 건 누구에게도 부탁하지 않았어.”
“헌병대의 바움러 대령이라고. 헌병대 본부에도 확인했습니다만, 바움러 대령은 우주항에 포로를 받으러 갔다고 했습니다.”
“바움러 대령이라면 알고 있어. 여기에 와 있지. 경이 말한 듯이 포로를 받으러 말이야. 하지만, 저 자가 아니야.”
키슬링 준장이 내뱉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과연. 좋은 때에 준장이 왔습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저 자에게 포로를 넘겨줄 뻔했습니다. 저 자, 대체 누구입니까?”
“…….”
준장은 엄한 표정으로 입을 닫고 있다.
“알려주실 수 없습니까?”
“……아마도 내무성 사람이겠지.”
“…….”
내무성? 의외의 말에 입을 다문 내게 준장은 희미하게 웃음을 보였다.
“놀란 것 같군. 소장. 10월 15일의 칙령으로 구석에 몰린 건 귀족만이 아니라는 거다. 모두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어. 지금까지 얻고 있던 걸 잃지 않기 위해. 혹은 새로운 무언가를 얻기 위해.”
“…….”
“여기에 오는 도중, 승용차가 고장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꾸미고 있었던 것 같군. 그렇다는 건…….”
“그렇다면?”
“라트부르흐 남작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거겠지. 이제부터 바빠질 것 같군.”
“…….”
키슬링 준장의 황옥색 눈동자가 잔혹한 색을 보이며 빛나고 있다. 준장은 사냥감을 발견한 것 같다. 그것도 굉장한 고급 사냥감을…….
...
제국력 487년 12월 17일. 로엔그람 함대 기함 브륀힐트.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기함 브륀힐트 함교에는 무거운 침묵이 싸여있다. 원인은 단 하나, 사령관 로엔그람 백작의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제독석에 앉아있는 백작은 명백히 불쾌한 감정을 주변에 보이고 있다. 외모가 수려하기 때문에 불쾌함을 겉으로 보이면 모두 경원시하고 마는 것이다.
일의 시작은 4일전이었다. 슈타덴 대장이 이끄는 3만 척의 귀족연합군이 프레이아 성계를 제압 중이던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이 이끌고 있던 본대를 빠져나가 오딘으로 침공중이라는 연락이 에렌베르크 군무상서에게서 들어왔다.
그리고 메르카츠 제독은 현재 슈타덴 제독을 추격 중.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요격으로 향하니 로엔그람 백작이 이끄는 별동대는 이대로 변경성역으로 향하도록.
그 때의 로엔그람 백작의 반응은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군무상서에 대해 이제부터 오딘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이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초보인 내가 봐도 로엔그람 백작이 오딘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메르카츠 제독들이 오딘으로 돌아가는 쪽이 빠르다.
일시적으로 귀족연합군이 오딘을 제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시적인 일이다. 바로 메르카츠 제독들에게 일소 당해 오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군사의 전문가일 터인 백작은 자신이 오딘으로 돌아갈 것을 고집했다.
결국 에렌베르크 군무상서에게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소리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에렌베르크 군무상서와의 통신이 끝나자 중상자인 사령장관에게 요격전이 가능하겠냐고 투덜거리며,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에게 쓸모없는 자라고 매도했다.
그리고 자신이라면 슈타덴 대장을 가볍게 쓰러뜨리고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몇 번이나 되새겼다. 별동대의 총지휘관이 전쟁 전체의 것보다도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고 있다. 그것도 그걸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탄식이 나올 것 같았다. 몇 번째일까. 백작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제, 함대를 세 개로 나눈 슈타덴 대장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 의해 각개격파 당하여 귀족연합군이 괴멸했다는 것을 알았다. 오딘을 지키고 위험은 사라졌다.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의 안전도 확보 됐다. 기뻐도 좋을 것이었다.
하지만 로엔그람 백작은 그 이후, 입을 닫은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니, 한 마디는 했다. 군을 셋으로 나눈 슈타덴 대장을 무능하다고 매도한 것.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브륀힐트 함교는 무거운 침묵에 싸여 있다.
조금씩 백작에 대해서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사람은 자신이 정점에, 중심에 있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그만한 재능과 자부를 가지고, 자신에게 자신을 가지고 있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슈타덴 대장을 물리친 걸 솔직히 기뻐할 수 없는 게 그렇다. 사실 군 전체에 대한 것,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의 안전을 확보한 것을 솔직하게 기뻐해도 좋다. 그런데도 그렇게 할 수 없다.
그에게 있어서 공적을 쌓는 건 자신이고, 자신이 이끄는 군대여야만 하는 거겠지. 하지만 현실에서 공적을 쌓고 있는 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며, 그가 이끄는 군대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적이라면 로엔그람 백작도 기뻐할 것이 틀림없다. “훌륭하다. 하지만 다음엔 반드시 쳐부숴주겠다.” 그렇게 말하며 사령장관을 칭찬하는 것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군이기 때문에 로엔그람 백작의 감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정하는 건 할 수 있어도, 솔직하게 감사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자기자신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 무슨 속좁은 남자인가 하고. 지금 로엔그람 백작이 불쾌한 것은 자신의 불우함에 대한 불만이며, 자기자신의 감정에 대한 불만이겠지.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부사령장관과 너무나도 냉정한 사령장관. 나이가 떨어져 있으면 몰라도 두 사람은 거의 연령에 차이가 없다. 이래서야 주변 사람에게 있어서 로엔그람 백작의 미숙함이 너무 눈에 띤다. 모두 사령장관을 가까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람을 통솔하는 건 재능의 문제만이 아니다.
휘하 함대사령관들은 모두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올린 무훈에 칭찬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걸 할 수 없는 로엔그람 백작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공적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물이 위에 설 수 있는 것인가 하고…….
...
제국력 487년 12월 17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사령장관 각하. 면목 없습니다.”
총기함 로키 함교에 네 명의 제독이 모여 있다. 메르카츠, 케슬러, 클레멘츠, 켐프. 프레이아 성계를 제압하고 있던 지휘관들이다. 아이제나흐는 렌텐베르크 요새를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 면목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확실히 그들은 실수를 저질렀다. 프레이아 성역 제압을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슈타덴 함대가 프레이아 성계 외각을 돌아 빠져나가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메르카츠는 부사령장관인 것이다. 전국 전체를 봐야만 하는데 그걸 태만하게 한 것은 중대한 실태다.
그게 치명적인 실수가 되지 않았던 것은, 귀족연합군이 적절하게 군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들은 적의 실수에 의해서 살아난 것이다. 자랑거리로 삼을 일은 아니다.
전쟁인 이상,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실수는 생긴다. 어느 쪽이 승리자가 되는 가는, 좀 더 적은 실수를 하는 것이 어느 쪽인가, 상대의 실수를 좀 더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은 누구인가, 그걸로 정해지는 거지만……. 그보다도 조금 지나치게 우울하잖아. 이 녀석들!
내가 제독석에서 모포를 덮고 앉아있는 걸 내려다보지 마라. 난 위에서 내려 보는 시선이 싫다고. 덧붙여 이런 몸이 안 좋은 상태를 보이는 건 누구에게도 좋지 않겠지. 조금은 알아 달라고.
“앉지 않겠습니까.”
내가 자리를 권하지만, 아무도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래서야 침착하게 이야기도 할 수 없겠죠. 앉으세요.”
가능한 한 상냥하게, 웃음을 띠우며 자리를 권했다. 메르카츠들은 서로를 돌아보다가 망설이면서 자리에 앉았다. 신경 쓰게 만드는 녀석들이다.
“신경 쓰지 마세요. 메르카츠 제독.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는 전쟁 따위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슈타덴 대장이 꽤나 훌륭했습니다. 뭐, 마지막에 함대를 나누는 등 실패했습니다만.”
“…….”
안되겠군. 메르카츠는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가벼운 말을 던졌지만 아무도 웃지 않는다. 난 이런 종류의 분위기를 푸는 농담이 시원찮다. 곤란한 일이다.
난 그들을 갈책해도 좋다. 혼낼 때는 혼낸다.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이 혼내야 할 때냐고 물으면 조금 물음표가 붙는 거지. 이게.
메르카츠는 이제 막 부사령관이 된 참이다. 그 최초 임무에서 실패하여 사령장관에게 갈책을 받게 된다면 본인은, 주변은 어떻게 생각할까?
메르카츠는 본래 자신의 능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나 같은 연하의 상관에게 갈책을 받으면 그게 더욱 심해지고 말겠지. 주변도 메르카츠의 역량에 의문을 가지고 그를 경시할 수밖에 없어진다.
앞으로 메르카츠에겐 큰일을 맡겨야만 될 것이다. 게다가 내게 만일의 경우가 있을 때엔 그에게 우주함대 사령장관을 맡겨야만 한다. 그의 프라이드를 상처 입히거나 입장을 흔드는 일은 결코 해선 안 되겠지.
다행히 메르카츠는 진중하고 견실한 성격이다. 이번 같은 실패를 두 번이나 범할 일은 없겠지. 본인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 건 그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부러 혼낼 필요는 없다.
안심한 것은 케슬러, 클레멘츠, 켐프들이 이번 실패를 타인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두 신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면 적어도 이번 실패를 메르카츠 혼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괜찮다. 메르카츠는 부사령장관으로서 충분히 사람들 위에 설 자격이 있다. 나머진 경험이 그에게 자신을 붙여주게 되겠지.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내가 메르카츠를 신뢰하고 있다는 걸 그와 그의 주변에게 어떻게 인식하게 만들 지다.
위에 서는 것도 꽤 큰일이다. 나름대로 주변에 배려도 해야 한다. 난 꽤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그걸 위로하지 않는다. 편하게 사령장관을 하고 있다고 보이고 있는 것 같다.
헌데, 이제부터 금후의 일을 나눠야만 한다. 렌텐베르크 요새를 함락한다. 그리고 난 렌텐베르크 요새에 들어가 오딘과 토벌군의 통신, 보급의 유지와 전쟁 전체를 제어해야만 하겠지. 전선지휘는 역시 메르카츠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내가 렌텐베르크 요새에 있게 되면, 내무성 녀석들도 간단하게 쿠데타는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만일의 경우엔 내 함대가 오딘을 제압하게 된다. 3개 함대를 격파한 뒤다. 위압에는 충분하겠지. 저편에게 선수를 뺏겼지만, 이제야 반격의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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