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12월 15일. 슈타덴 함대 기함 아우구스부르크. 슈타덴 대장.


  “어떤가. 연락은 됐는가?”

  “아뇨. 안됩니다. 응답 없습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연락 하나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건가!”


  내 질책에 오퍼레이터가 불편하다는 듯이 몸을 움츠렸다. 자신을 질책했다고 생각한 걸까. 내가 매도한 건 입만 산 세츨러 자작과 그 막료들이다.


  우리들의 왼쪽을 진격하고 있는 세츨러 자작의 함대와 연락을 취할 수 없다. 정시 연락이 올 시간인데도 세츨러 자작에게서 연락이 없다. 이쪽에서 연락을 취하려고 해도 연결되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인가?


  처음엔 잊고 있던가, 혹은 귀찮아져서 무시하고 있는 건가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세츨러 자작이 군사에 초보라도 막료들까지 그럴 리가 없다. 뭔가 문제라도 발생한 건가…….


  함대를 나눠서 진격하게 한 것은 실패였는가. 역시 하나로 뭉쳐서 운용해야만 했는가. 하지만 세츨러 자작과 라트부르흐 남작을 그대로 함께 두는 건 위험했다.


  라트부르흐 남작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파, 세츨러 자작은 리텐하임 후작파. 두 사람의 사이는 결코 좋지 않다. 이 두 사람이 오딘 공략군에 들어간 건 어디까지나 균형을 취하기 위해서다. 내 입장에서 보면 가능하면 군인만으로 작전을 실시하고 싶었지만, 귀족들이 인정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공적에 집착한 나머지 군의 통제 따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라트부르흐 남작은 유괴사건을 일으켰고, 그 건으로 발렌슈타인 암살을 실패했다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들에게 질책을 받았다. 만회하기 위해서 필사적이다. 이번 원정에 참가한 것도 발렌슈타인을 죽여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서다.


  언제 결렬하여 단독행동으로 나설지. 혹은 협동하여 독자적인 행동을 일으킬지. 어느 쪽이든 군대는 분열하겠지. 나로선 군대를 나눠 발렌슈타인의 목이라는 미끼를 줄 수밖에 없었다.


  군대를 나누는 건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세 방면에서 포위하면 발렌슈타인의 목은 확실하게 취할 수 있겠지. 저 불명예스런 다곤 섬멸전을 오딘 근경에서 재현한다. 그렇게 하면 오딘의 리히텐라데 후작들은 두려움에 떨며 항복할 것이 틀림없다.


  지 시건방진 어린 것, 전술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않고, 전술 시뮬레이션을 바보로 여기는 애송이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저 애송이만이 아니다. 미터마이어, 로이엔탈, 비텐펠트, 바렌, 뮐러, 그리고 클레멘츠와 메크링거. 그 녀석들에게도 본때를 보여주겠다!


  특히 클레멘츠와 메크링거. 그 녀석들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사관학교 교관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인기만을 바라다니 언어도단. 하물며 그 학생 덕분에 출세하다니. 네 놈에게 긍지란 말이 없는 거냐. 클레멘츠.


  그리고 메크링거. 잘도 저 애송이와 꾸미고 내게 한 방 먹였겠다. 제 3차 티아매트 회전은 내가 지휘해야 했었다. 그렇게 했으면 저런 어중간한 승리가 아니라 완전한 승리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네 놈들이 제국의 완승을 막았다. 네 놈들이야 말로 사자의 몸속의 해충이다. 절대로 용서 못해!


  “각하. 후방의 구축함 베르스에게서 연락입니다. 7시 반 방향에서 함영이 보인다고 합니다. 식별, 불명.”


  7시 반? 식별 불명? 세츨러 자작인가? 걱정하게 만들고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애초에 이렇게 가까이에 오면 분진합격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 이래서 귀족의 바보 도련님은 처치가 곤란한 거다.


  “오퍼레이터. 통신을 보내라. 정해진 위치로 돌아가라고.”

  오퍼레이터가 의심쩍은 표정을 보였다. 바보가. 이 위치에 적이 있을 리가 없잖은가. 발렌슈타인은 전방에, 메르카츠 제독은 2일 뒤의 거리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츨러 자작 이외의 누가 있다고 하는 건가. 쓸모없는 것……. 노려보니 표정을 굳히고 아래로 숙였다.


  “예. 통신을 보냅니다.”

  “각하. 적이라는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부관인 디틀 대위가 질문했다. 여기에도 바보가 있다고 생각하니 지긋지긋했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다고 하는 건가. 적은 앞에, 그리고 훨씬 뒤다. 저게 적일 리가 없어.”

  “…….”


  디틀 대위는 불복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쓸모없는 녀석이다. 덧붙여 반항적인 부분이 있다. 내 부관으로선 불합격이로군. 언젠가 경질하고 새로운 부관을 배속 받도록 하자.


  “각하. 통신이 방해받고 있습니다!”

  “!”

  긴장한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해? 무슨 소리냐. 어째서 방해 따윌 하나.


  “좌후방에서 적습!”

  비명 같은 오퍼레이터의 경고가 합교를 울렸다. 그 목소리와 동시에 함선에 충격이 달린다. 직격은 아니다. 지근탄인가.


  “물러서지마라! 전함, 요격하라!”

  무슨 일이냐. 어째서 적이 거기에 있나. 아니, 정말로 적인 건가? 세츨러 자작이 착각해서 이쪽을 공격한 건 아닌가. 그렇다면…….


  “적을 특정하라. 세츨러 자작이 착각해서 이쪽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 통신병. 저 함대에 연락을 계속하는 거다!”

  “예.”


  “바보가. 적과 아군 구별도 못하는 건가. 세츨러 자작.”

  언젠가 이 빚은 톡톡히 갚도록 하겠다. 아군살해라니. 클라이스트와 바르텐베르크만으로 충분하다!


  “각하. 저건 적이 아니겠습니까?”

  디틀 대위의 표정이 굳어있다.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하게 만들지 마라. 대위. 저게 적이라니 있을 수 없다. 애초에 저게 적이라면 세츨러 자작의 함대는 어떻게 된 거냐. 저건 좌후방에서 온 거다. 세츨러 자작이 눈치 채지 못했다는 건가.”


  “세츨러 자작의 함대는 이미 패퇴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이런 바보와 말하고 있어도 쓸모없다. 일단 먼저 세츨러 자작과 연락을 취하고, 아군 사살을 멈추게 해야…….


  “각하! 제국군 총기함 로키를 확인! 후방의 함대는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직할함대입니다. 규모, 약 1만 5천!”

  “바보 같은. 네놈. 헛소리에도 정도가 있다!”


  내 노호에 오퍼레이터는 건방지게도 반론했다.

  “헛소리가 아닙니다! 스크린에 투영합니다.”

  “!”


  스크린에 칠흑의 전함이 나타났다. 함교가 웅성거린다. 틀림없다. 저건 전함 로키……. 무슨 일이냐. 어째서 거기에 있나. 세츨러 자작은 어떻게 된 거냐. ……설마, 패한 건가…….


  “각하. 역시 저건 적입니다.”

  “그런 말을 할 때인가!”

  넌 부관 실격이다. 아무런 쓸모도 없어! 날 불쾌하게 할 뿐이다!“


  “바보 같은. 어째서 거기에 있나……. 있을 수 없다. 네 놈은 오딘에 있을 것이다. 마법이라도 썼다는 건가.”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걸 알았다.


  “각하. 적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적이 침입하고 맙니다.”

  알고 있는 걸 말하지 마라. 디틀 대위. 후방에서의 기습. 그것도 적이 전력이 많다. 그렇다면 아군은 도저히 버틸 수 없다. 이대로는 함대는 전멸하고 만다.


  “……전 함대, 반전하라!”

  “각하! 반전하게 해도 혼란이 생길 뿐입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닥쳐라 대위! 경의 의견 따위 내게 필요 없다. 반전 공격이다!”


  아군의 수가 적은 것이다. 적의 배후로 돌아가기 전에 대부분이 격파되고 말겠지. 그럼 이 경우엔 반전공격을 걸어야 한다. 빠른 편이 좋다. 그 편이 조금이라도 많은 함이 반격할 수 있다.


...


제국군 487년 12월 15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적, 반전하고 있습니다.”

  “바보 같은. 정신이라도 나갔나?”

  “좋은 기회다. 발퀴레를 보내지. 지금이라면 일방적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발트하임들이 흥분하며 말하고 있는 걸 들으면서, 난 참지 못하고 있는 힘껏 실소하고 말았다. 그러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더니, 진짜로 해버렸다.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남자로군. 슈타덴.


  어딘가에서 라인하르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게 저능한 짓을 하라는 건가? 적의 제 4함대 사령장관 이상의?” 슈타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아마도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분노하겠지. 전술 이론을 구사해서 반론할지도 모른다.


  슈타덴. 부탁이니까 날 너무 웃기지 말라고. 가슴이, 옆구리가 아프다. 웃다가 죽을 것 같다. 아니면 이게 네 새로운 전술인가? 그럼 대단하다. 특허라도 취하는 게 어때?


  “각하, 괜찮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너무나도 예상대로라 웃겨서…….”

  그 뒤는 말할 수 없었다.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몸을 숙이고 만다. 발레리가 등을 쓰다듬어준다.


  전황은 더욱 이쪽이 우세하게 됐다. 스크린에는 일방적으로 격침되는 적이 보이고 있다. 전술 컴퓨터가 모니터에 비추는 의사전장 모델에도 적의 전력은 확실하게 줄어들고 있다. 지금부터 만회라니, 양 웬리에게도 불가능하겠지.


  싸우면서 반전이라니,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전 타이밍은 각 함마다 다르니까 뿔뿔히 흩어진다. 간단히 말해서 반전은 할 수 있어도 주변과의 연계를 취하면서 전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함대로서 행동을 취할 수 없는 거다. 그러니 전진하여 적의 후방에 달라 붙는다고 하는 라인하르트의 선택이 옳은 것이다. 희생은 있어도 혼란은 적고, 함대로서의 질서도 유지할 수 있다.


  애처로운 일이다. 적의 함대는 이쪽의 공격보다도 슈타덴의 명령 때문에 피해가 커지고 있겠지. 이쯤 되면 비극이라기 보단 희극이로군. 아까 전부터 너무나도 기가 막혀서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발트하임 참모장. 슈타덴 대장에게 항복을 권고해주세요.”

  “항복 권고입니까. 하지만 받아들이겠습니까?”

  발트하임의 얼굴엔 의문이 있다. 뭐, 무리도 아니다. 나와 슈타덴은 견원지간이니까. 간단하게 받아들이진 않겠지.


  “지휘관이라면, 이 이상 부하를 쓸데없이 죽이지 말라고 전해 주세요. 죽으려면 자기 혼자서 죽어라. 주변을 휘말리게 하지 마라. 라고.”

  “예.”


...


제국력 487년 12월 15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자신 혼자서 죽어라. 주변을 휘말리게 하지 마라.” 사령장관의 말에 함교가 조용해졌다. 어딘가 분노를 억누른 어조였다. 모두, 사령장관의 분노를 안 거겠지. 아까 전까지의 승리의 흥분은 어디에도 없다. 서로의 얼굴을 돌아볼 뿐이다.


  사령장관은 전황을 보고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기쁨의 표시가 아니었다. 슈타덴 대장의 너무나도 어리석은 행동에 질리고,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슬퍼하고 있다.


  “각하. 슈타덴 대장은 항복권고를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발트하임 참모장의 말에 함교에 환성이 올랐다. 하지만 참모장은 곤혹해하고 있다. 망설이면서 사령장관에게 말했다.


  “슈타덴 대장이 사령장관과 대화하고 싶다고 합니다만, 어떻게 합니까?”

  “……스크린으로 연결해 주세요.”


  스크린에 슈타덴 대장이 나타났다. 패배 때문인가, 눈이 충혈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소관의 패배다. 그건 인정하지. 하지만 경의 저 용병은 뭔가? 두 배의 병력을 앞에 오딘을 지키지 않고 출격하다니. 정신이라도 나갔나? 경은 용병의 상도를 모른다.”

  “…….”


  슈타덴 대장의 말에 사령장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쓴웃음을 짓고 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가? 발렌슈타인.”

  “무례가 아닌가. 패배자 주제에. 사령장관에게 예의를 차려라!”


  슈마허 준장이 슈타덴 대장을 질책했지만 슈타덴 대장은 태연하다. 더욱 뭐라 말하려 한 슈마허 준장을 사령장관이 막았다.


  “전 경과 전술론을 나눌 생각이 없습니다. 바쁘니까요.”

  “자신이 없는 건가. 겁쟁이가!”

  사령장관의 쓴웃음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몸을 숙인다. 피츠시몬즈 중령이 서둘러 등을 쓰다듬는다.


  “한심한 모습이군. 제국 군인에게 있을 수 없는 빈약함이다. 그래서야 우주함대 사령장관을 맡을 수 있는가!”

  “네놈! 사령장관의 관용에 기어오르는가! 이론 바보가!”


  발트하임 참모장이 격노하지만, 사령장관이 왼손을 들어 말렸다. 그리고 불쌍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하며.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일승일패한다.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반드시 위태로우리니.”

  “…….”


  “슈타덴 대장. 경은 자신의 함대가 어떤 것인지 몰랐다. 그러니 통솔에 실패했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몰랐다. 그러니 출격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백번을 싸워도 반드시 위태로우리니.’ 경은 전술론 이전에 군을 지휘할 자격이 없었다는 겁니다.”

  “…….”


  “패군의 장수는 병략을 논하지 말리니. 이 이상 추한 꼴을 보이지 마세요. 경의 지휘로 죽은 자들이 불쌍합니다.”

  “…….”


  5시간 후, 발렌슈타인 함대는 나머지 1개 함대, 라트부르흐 남작이 이끄는 1만 척의 함대를 급습했다. 허를 찔린 라트부르흐 남작은 개전 후 2시간 만에 항복했다. 싱거운 승리였다.


  이번 사령장관의 부상은 라인하르트님에게 있어서 찬스였다. 부상하여 움직일 수 없는 사령장관과 변경에서 무훈을 올린 라인하르트님. 주변의 라인하르트님에 대한 인식도 변할 것이었다.


  하지만 사령장관은 2배의 적을 순식간에 쓰러뜨렸다. 섬세한 전술이 아니다. 단지 함대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 사령장관은 적을 부쉈다. 이제 누구도 사령장관의 전술능력에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겠지. 사령장관에게 대한 제독들의 신뢰는 이전보다도 더욱 두터워질 것이 틀림없다.


  역시 위험하다. 사령장관은 라인하르트님에게 있어서 너무 위험하다. 사령장관이 있는 한 라인하르트님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리고 사령장관은 언젠가 라인하르트님에 대해 삼가를 그만둘 것이다. 그 전에 어떻게든 해야만 한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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