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8년 2월 10일. 오딘, 신무우궁.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그래서 발렌슈타인은 렌텐베르크 요새에서 언제 출발하나?”

  “내일에는.”

  “흠.”

  화면에 나온 슈타인호프 원수가 내 질문에 답했다. 그의 옆 화면은 에렌베르크 원수를 비추고 있다.


  “뭔가 다른 말은 없었는가?”

  “아마 공갈일 거라고 했습니다만, 내란 진압이 길어지면 진짜 출병을 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변경성역 평정보다도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공략을 우선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겠지.”


  정말 변변찮은 녀석들이다. 슈타인호프 원수의 대답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반란군 녀석들은 페잔을 빨리 제국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제국의 내란이 빨리 정리되었으면 하겠지. 내란이 길어지면 페잔을 점령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니, 지금도 나오고 있겠지만, 그게 대세를 점하게 될 수밖에 없다…….


  출병론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자작극일 가능성도 있다. 그 후에 이쪽에게 시치미 뚝 뗀 표정으로 빨리 내란을 정리해 달라고 기특한 얼굴로 말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마땅찮은 녀석들이다.


  “다른 건?”

  “공략이 조금 번거로울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없어보였습니다만…….”

  “평소의 일이다. 저게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드물지.”


  화면 속에서 두 사람이 웃는 것이 보였다.

  “……뭔가 웃긴 일이라도 있는가?”

  “아뇨. 아무 일도 아닙니다.”

  두 사람이 표정을 고쳤다. 마땅찮은 녀석들은 반란군에만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제국도 마찬가진가.


  “발렌슈타인도 슬슬 일을 해도 좋겠지. 적당히 휴식도 질렸을 테니.”

  헌데, 어떻게 된 일일까. 에렌베르크와 슈타인호프가 묘한 표정을 하고 있다.


  “무슨 일 있었는가?”

  화면에 나온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떫은 표정으로 에렌베르크가 말했다.

  “실은 군 중앙병원에서 어떤 염려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군 중앙병원? 염려? 에렌베르크. 묘한 말을 하는군. 발렌슈타인에 대한 일인가.


  “발렌슈타인 원수의 건강관리는 완전한가하고.”

  “……무슨 말인가? 군무상서.”

  저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화면에 나온 두 사람의 표정이 떫다.


  “저번의 부상 말입니다만, 건강상태가 양호했다면 그렇게까지 위험한 상태는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


  “발렌슈타인은 원래부터 몸이 건장하다고 할 수 없고,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격무에 시달리니까 말입니다. 꽤 무리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확실히 무리를 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르론 요새가 함락하고 나서 너무 많이 일하긴 했지.


  “지금 저것이 쓰러져선 곤란하네.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사임하게 하고 좀 더 편한 입장에 두는 편이 좋겠나?”

  그렇다곤 해도 어디에 두나? 차라리 내무상서라도 줘버릴까. 저건 군인보다도 정치가가 더 어울리겠지.


  “그것도 일안이긴 합니다만, 후임이…….”

  “고민할 필요 없네. 슈타인호프 원수. 메르카츠가 있잖은가. 저것에 맡기면 어떤가?”

  내 말에 슈타인호프가 곤혹한 표정을 보였다. 에렌베르크도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메르카츠로는 안되는가?”

  “메르카츠 상급대장이 무능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발렌슈타인의 뒤는 그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슈타인호프의 어조가 영 떨떠름하다. 이빨 사이에 뭔가가 낀듯한 어조다.

  “묘한 말이로군. 뭔가 불만이 있는가?”


  내 말에 이번엔 에렌베르크가 말을 계속했다.

  “우주함대 사령장관이라는 직위는 조금 특수합니다. 병사를 고무하여 기뻐하며 사지로 끌고갈 수 있는 뭔가가. 위엄이라고 해야 하나, 화려함이라고 해야 하나. 능력 이외의 뭔가가 필요합니다. 메르카츠에겐 능력은 있습니다만, 그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


  “메르카츠를 질책할 일은 아닙니다. 우주함대 사령장관이란 그렇게나 어려운 직위인 겁니다. 능력만으로 임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경들도 어려운가.”


  “저와 슈타인호프 원수도 함대를 이끌고 전장으로 나가 무훈을 세웠습니다. 결코 무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되지 못했습니다. 메르카츠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능력 이외의 무언가가 저희들에게 없었다고 당시의 군 상층부는 판단했던 거겠죠.”

  “과연. 뮈켄베르거에겐 그게 있었나…….”


  내 말에 화면의 두 사람이 끄덕였다.

  “뮈켄베르거 원수는 젊을 적부터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구나가 그의 앞에선 자세를 바르게 할 정도의 위엄. 그리고 그건 나이를 먹어갈수록 강해졌습니다. 그런 무언가가 우주함대 사령장관에게 필요한 겁니다.”


  ‘위엄’, ‘화려함’, 에렌베르크가 말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다. 뮈켄베르거도 저 애송이, 로엔그람 백작도 어딘가 주변의 눈을 모으는 요소가 있었다. 뮈켄베르거에겐 ‘위엄’이, 저 애송이에겐 ‘화려함’이…….


  에렌베르크가 로엔그람 백작의 이름을 말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에게도 그게 있는가? 그 부분이 아무래도 잘 모르겠군……. 저건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고, ‘위엄’이나 ‘화려함’ 따위 보이지도 않는데.


  “발렌슈타인에게도 그게 있는가?”

  내 질문에 에렌베르크는 또 곤란하단 표정을 보였다.

  “그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듭니다.”

  “……라고 한다면?”


  “저는 그가 아직 위관이었을 때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가 유능한 군관료, 참모는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흠.”

  내가 끄덕이자 슈타인호프도 동의하는 듯이 끄덕였다.


  “하지만 예의 사건, 폐하가 쓰러졌을 때 말입니다만. 저것이 돌변했지요.”

  “그건가.”


  화면 안에서 에렌베르크가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그 사건에서 나와 에렌베르크가 발렌슈타인에게 오딘의 치안을 맡겼다. 발렌슈타인은 훌륭하게 내란을 막았지만, 돌변했다는 건 무슨 말인가?


  “돌변이라고 하면?”

  “오딘이, 제국이 내란에 돌입하지 않았던 건 발렌슈타인의 역량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나가 그를 때에 따라선 단호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라고 인식했습니다.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한 겁니다. 그리고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대군을 지휘 통솔할 수 있습니다…….”


  에렌베르크가 입을 다물자 이번엔 슈타인호프가 대신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 3차 티아매트 회전. 그 전투에서 발렌슈타인은 전군을 위기에서 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군율 위반의 책임을 지고 군을 그만두려 했습니다. 장병에게 있어서 그 이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은 없어진 겁니다.”


  “과연.”

  발렌슈타인이 가지는 무언가란, ‘위엄’도 아니고 ‘화려함’도 아니며, ‘신뢰’인가.

  “이상하긴 합니다만, 장병은 함대사령관의 경험도 없는 그를 누구보다도 신뢰했습니다. 그리고 샨타우 성역 회전에서 대승리. 장병에게 있어서 발렌슈타인 이상으로 우주함대 사령장관에 어울리는 인물은 없습니다.”


  “그럼 앞으로 조금 더 발렌슈타인에게 우주함대 사령장관을 맡길 수밖에 없겠구먼.”

  “적어도 앞으로 3년은 발렌슈타인이 사령장관의 직위에 있어야 한다고 저나 슈타인호프 원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3년. 다시 말해, 자유행성동맹을 정복하기 전까진가. 그 뒤라면, 평상시라면 메르카츠라도 문제없다는 건가. 고생하게 만드는구먼. 발렌슈타인. 어떻게든 그 고생을 가볍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헌데, 어떻게 해야 할지…….


...


제국력 488년 2월 15일. 페잔, 자치령주부. 요펜 폰 렘샤이트.


  “이거 렘샤이트 백작. 바쁘신 중에 발을 어지럽히게 됐습니다.”

  “아니아니. 신경 쓰지 마시구려. 헌데, 무슨 일입니까? 올리베이라 변무관. 일부러 자치령주부로 부르시다니.”


  방에 들어가자 집무석에 앉아있던 올리베이라 변무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걸어왔다. 얼굴에는 만면의 웃음이 있다. 단, 눈은 웃고 있지 않다. 방심할 수 없는 사내다.


  의식하여 웃음을 띠며 눈앞의 신임 올리베이라 고등변무관을 봤다. 원래는 학자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자신과 우월감이 흘러넘치는 관료로 보인다. 뭐, 페잔을 점령한 것이다. 자신이 넘쳐흘러도 이상하지 않다.


  그 증거가 이 방이겠지. 자치령주의 집무실. 페잔 점령 이후, 루빈스키의 탐색을 구실로 여기서 집무를 보고 있다. 페잔의 통치자는 자신이라고 주변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웃기는 일이다.


  “혹시 루빈스키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습니까? 혹은 이미 신병을 확보하셨는지?”

  “아뇨. 유감스럽지만 아직 그의 행방은 찾지 못했습니다.”

  올리베이라 변무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루빈스키의 체포는 제국이 동맹에 페잔 진주를 인정한 조건 중 하나다. 올리베이라는 착임하자마자 루빈스키가 실종했다는 것으로 감점을 받았다.

  “과연. 곤란한 일이구려.”


  “실은 루빈스키가 실종하고 나서 오늘까지 페잔의 자치령주가 부재합니다. 언제까지나 공석으로 둘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백작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역시 그건가……. 며칠 전부터 눈앞의 사내가 동맹에 호의적인 인물이며 자치령주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인물을 찾고 있다고 부하에게서 보고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어울리는 인물을 찾은 것 같다.


  루빈스키 실종 때문에 아마 동맹 본부에서도 질책이라도 받았겠지. 자치령주에 동맹이 하는 말을 듣는 인물을 올려 감점을 만회하려는 건가. 그럼 말을 맞춰주도록 할까.


  “확실히 그렇구려. 하지만 어디 좋은 인물이 있습니까?”

  “예. 다행하게도. 그 일로 백작의, 제국의 승인을 받고 싶다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올리베이라 변무관은 출구로 향해 문을 열고 “들어오게”라고 말했다.


  방에 들어온 건 50대 후반의 남자였다.

  “마르틴 페이워드씨입니다. 선대 자치령주, 바렌코프씨의 밑에서 보좌관을 맡았었습니다. 루빈스키가 자치령주가 되었을 땐 그와 맞지 않다는 걸 느끼고 보좌관을 사임했습니다.”


  올리베이라 변무관의 소개가 끝나자 페이워드가 긴장한 얼굴로 자기소개를 했다.

  “마르틴 페이워드입니다.”

  “어떻습니까? 렘샤이트 백작. 승인을 부탁할 수 있겠습니까?”

  꽤나 긴장한 듯이 올리베이라 변무관이 물었다. 페이워드도 마찬가지다. 괴뢰라도 자치령주가 되고 싶은가. 어리석은.


  “흠. 페이워드씨가 제국에 대해 불이익이 될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제국에게 있어선 반대할 이유는 없겠지요.”

  “물론입니다. 전 루빈스키 전 자치령주와 다릅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럼 제국에게 있어서도 반대는 없습니다. 하지만 장로회의가 페이워드씨를 자치령주로서 인정할까요?”

  “문제 없습니다. 제국과 동맹이 지지하는 겁니다.”


  올리베이라 변무관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승자의 여유. 아니, 오만인가. 기쁨을 표하고 있는 페이워드와 만족스럽다는 듯이 보이는 올리베이라 변무관을 보면서 생각했다. 오만이란 때때로 바보와 동의어가 된다. 알고 있는가? 이 남자…….


  “헌데, 제국 주재의 볼텍 고급변무관 말입니다만. 그 자리에 계속 임한다는 것으로 괜찮겠습니까?”

  “…….”

  내 말에 올리베이라 변무관과 페이워드가 서로를 돌아봤다.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엄하다. 역시 볼텍에 대한 걸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오딘에 있는 편이 그쪽에게 있어서도 좋으리라 생각하지만. 어떤지? 자칫 이쪽으로 돌아오게 하면 어리석은 자들이 그를 자치령주로 해야 한다고 소란피울 겁니다.”


  “과연. 확실히 그렇군요. 아니, 백작의 호의에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올리베이라 변무관이 미소를 띠웠다. 페이워드도 안심했다는 표정이다. 경쟁상대가 줄었다고 생각하는가…….


  “그 볼텍 변무관 말입니다만. 보좌관을 한 명 페잔에서 보내줬으면 한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케셀링이라고 했습니까. 젊은 보좌관입니다. 일이 바빠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렇습니까.”


  “제게서 이런 일을 듣는 건 불쾌하리라 생각합니다만, 루빈스키가 실종한 이후, 누구에게 상담해야 좋을지 모르게 됐다고 하기에 이렇게 됐습니다. 어떠신지?”

  내 질문에 페이워드는 올리베이라 변무관을 봤다. 그 시선을 받고 올리베이라 변무관이 은근히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를 볼텍 변무관에게로 보내지요.”

  페이워드의 답에 올리베이라 변무관이 만족한 표정을 보였다.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기쁜 것 같다.


  올리베이라는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괴뢰를 자치령주로 했을 생각이겠지. 그리고 페잔을 동맹을 위해서 이용하려고 생각하겠지만, 페이워드에게도 감정이 있다. 과도하면 언젠가 페이워드 자신이 올리베이라에게 질리고 만다. 페이워드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반년, 혹은 1년인가……. 뭐, 그렇게 되기까지 모쪼록 페잔의 지배자를 즐기는 게 좋다. 올리베이라 변무관님…….


  제국고등변무관사무소에 돌아가니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면회를 구하는 자가 왔다. 루퍼트 케셀링. 단정한 얼굴을 가진 청년이지만, 표정이 조금 어둡다.


  “루퍼트 케셀링입니다. 이번, 오딘의 고등변무관사무소에 착임하게 됐습니다. 볼텍 변무관에게서 요청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제게 무슨 일을 시키고 싶으신 건지? 알고 계신다면 알려주십시오. 이쪽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페이워드에게 이쪽을 탐색하라는 말을 들었는가. 고생하는군.”

  “……그런 일은.”

  “볼텍 변무관은 관계없네. 경을 필요로하고 있는 건 제국이다.”


  내 답에 케셀링은 표정을 굳혔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답할 필요가 있는가?”


  “…….”

  “…….”

  “……아뇨. 없습니다.”

  “좋네.”

  표정은 창백하지만 나름대로 배짱은 있는가.


  “아버지에게서 연락은 있는가? 아니면 장소를 알고 있나?”

  케셀링은 잠자코 고개를 저었다.

  “신용은 없는가보군.”

  “…….”

  내 말에 케셀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경은 오딘에 도착하면 볼텍에게로 가라. 그리고 제국이 경을 보냈다고 하는 거다.”

  “볼텍 변무관은 저에 대해서…….”

  “알고 있네.”

  또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 역할은?”

  “일단 볼텍 변무관의 보좌다. 그 외엔 오딘에 도착하고 나서 보도록 하게.”

  “…….”


  “도망쳐도 좋네. 하지만 그 경우엔 동맹에 경의 진실을 알리게 되겠지. 제국에도 동맹에도 평생 쫓겨 다니게 될 걸세. 이 페잔에서도 말이지.”

  “…….”

  “제국을 얕보지 말게. 알았나?”

  목소리에 위압을 담아 말하자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루퍼트 케셀링이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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