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9년 1월 10일. 오딘 제국광역수사국. 안스바흐.


  키슬링 소장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생각에 잠겨있다. 표정이 엄중하다. 아마도 지구교가 사이옥신 마약을 쓰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는 거겠지. 옛날부터 종교와 마약은 강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 지구교도 그 일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안스바흐 준장의 말씀은 알겠습니다. 설마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지구교, 그 자체가 사이옥신 마약의 제조자며 판매자입니다. 그리고 구입자는 신도들뿐…….”

  “그렇다면 확실히 그때 수사에 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말이 무겁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가하는 생각에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혹시 지구교와 사이옥신 마약이 관계하고 있다고 해도, 지구교가 모든 신도에게 사이옥신 마약을 투여하고 있을 리도 없다. 아마 그 일부에게 투여하고 있겠지. 그리고 사이옥신 마약과 세뇌에 의해 광신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키슬링 소장은, ……지구 순례를 알고 있는지?”

  “지구에 사람을 옮기는 거죠? 지구교의 신자도 있습니다만, 관광이 목적인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설마하고 생각합니다만…….”


  키슬링 소장은 이쪽을 보고 있다. 묻는 것 같은 표정이다. 나와 같은 걸 생각했을까?

  “사이옥신 마약은 지구에서 만들고 있다. 신자를 상습자로 만드는 건 지구에서 행하고 있다. 안스바흐 준장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지구와 사이옥신 마약이 관계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순례는 페잔이 중계점이 되어 행하고 있습니다만, 순례자 중에는 동맹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설마……. 페잔의 입국관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키슬링 소장이 아연하게 중얼거렸다.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동맹 사람이 페잔을 경유로 제국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지구가 페잔의 다른 얼굴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동맹에도 사이옥신 마약과 세뇌를 받은 신자가 보내진다…….


  “우리들은 지금 페잔으로 사람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경고가 있었습니다. 페잔을 중계점으로 지구교 신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키슬링 소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솔직히 말하자면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지구와 사이옥신 마약이 이어져있을 가능성은 확실히 있다.


  “안스바흐 준장. 지구란, 지구교란 뭡니까? 큄멜 사건만이 아닙니다. 내란 때에도 녀석들이 관여했습니다. 모두 에리히, 아니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목숨을 노렸습니다. 준장은 대체 뭘 알고 있습니까?”


  지구란, 지구교란 무엇인가. 키슬링 소장이 얼굴을 굳히고 질문했다. 역시 거기에 도달하는가.

  “지구란, 페잔의 다른 얼굴입니다. 그들은 제국과 동맹을 공멸하게 하여, 지구에 의한 은하지배를 노리고 있습니다. 페잔과 지구교도 그를 위해 준비된 겁니다…….”

  내 말을 듣고 키슬링 소장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제국력 489년 1월 31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이야, 수고했네. 좋게 잘 해줬어.”

  화면에는 기분 좋은 미소를 띠우고 있는 리히텐라데 후작이 있다. 변경성역 시찰이 끝난 걸 보고하고 나서 계속 웃는 얼굴이다.


  “좋지 않아요. 전 우주함대 사령장관이라구요? 군인입니다. 그런데 변경성역 요청서는 전부 제 곁으로 오게 됐습니다. 변경성역 개발 책임자는 제가 되고만 거라구요.”


  “뭐, 좋지 않은가. 그들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니까 말이지.”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이 망할 늙은이. 아까부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잖은가.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거잖아!


  클라인게르트 자작령에서 생각한 내 나쁜 예감은 훌륭하게 적중했다. 어디에 가도 변경 귀족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심각했다. 요청서는 전부 내게 보내겠다고 한다. 리히텐라데 후작이든 겔라흐 자작이든 개혁파의 정치가든, 누구라도 좋으니까 문관에게 보내라고 해도 납득하지 않는다. “각하의 힘으로 실현해 주세요.” 오로지 그 말 한마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건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정부에 대해서 꽤 강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노인장. 귀여운 척해도 쓸모없다고. 솔직히 토해라. 난 화내고 있는 거다.


  “뭐, 무리도 아닐세……. 변경성역 개발에 대해선 그들에게서 몇 번이나 요청이 왔던 일일세. 경은 모르겠지만 10년 정도 전부터 매년마다 어딘가의 귀족이 요청서를 냈었지.”

  “그래서?”

  “전부 각하됐다…….”


  리히텐라데 후작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각하의 이유는 뭡니까?”

  “당연한 일이지. 돈이 없기 때문일세.”

  가슴을 피지 마라. 노인장. 돈이 없는 건 자랑거리가 아냐. 돈을 만들고 나서 가슴을 피라고.


  “그들의 요청을 수용하여 어딘가 한 곳을 개발하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우리도, 라며 찾아올 것이 불 보듯 뻔하지. 변경성역 전토를 개발하게 되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네. 전비를 조달하는 것만으로 빠듯한데 그런 여유가 어디 있겠나?”


  “귀족 전용의 금융기관은 쓰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이미 사라졌지만, 이라기보다 내가 짓밟아 버렸지만 귀족에겐 무이자, 무기한,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있었다. 저것을 쓰면 개발자금을 준비하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내 질문에 리히텐라데 후작은 손을 저어 부정했다.

  “저건 안 되네. 문벌귀족에겐 빌려줘도 변경의 빈곤귀족 따위에겐 돈은 빌려주지 않아.”

  여흥비는 내줘도 제대로 된 개발자금은 내지 않는가……. 짓밟은 게 정답이었군. 너무 늦게 짓밟았을 정도다.


  루돌프는 신뢰할 수 있는 부하에게 영지를 주고 그 개발을 위임했다. 애초에 저 금융기관은 그런 귀족들이 개발자금에 곤란하지 않도록 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다. 녀석들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귀족도 노는 버릇이 들지 않았을 테고, 변경성역도 좀 더 개발되었겠지.


  “한 번 내무성과 재무성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그들의 요청을 실현하면 어느 정도의 세월이 걸릴까 계산한 일이 있었네.”

  “그래서?”

  “보고서에 의하면 대충 백년은 걸리리라 적혀 있었지. 그것도 일단 손을 대면 변경성역의 요청이 더욱 늘어나리라고 적혀 있었네. 개발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었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리히텐라데 후작은 곤란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뭐,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전쟁 중에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먹는 변경개발 따위, 누구라도 엉덩이가 빠지겠지. 그것도 이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곤란하게도 말일세. 그 보고서가 그들 변경성역 귀족들에게 흘러갔네. 내무성인지 재무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료 중에 변경성역에서 매년마다 요청서가 오는 것에 질린 사람이 있었던 것 같네…….”

  “그래서 그들은 정부에겐 변경성역을 개발할 의지가 없다. 그렇게 판단했단 겁니까.”


  “뭐, 그런 거지.”

  “그게 10년 전…….”

  “그렇네. 그 이후 요청서가 정부에 오는 일은 없어졌지.”


  또 한숨이 나왔다. 노인장. 고개를 젓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말하자면 제국은 변경을 버렸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그걸 변경도 이해했다. 잘도 뭐, 변경성역에서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군. 아니, 일으킬 만한 돈이 없었나…….


  원작에서 동맹군이 침공해 왔을 때 변경성역이 환영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가족을 동맹과의 전쟁에서 잃은 사람도 있겠지. 그렇게까지 동맹군을 환영하는 건 왜일까 생각했지만, 그런 건가. 변경성역의 입장에서 보면 동맹보다도 제국정부가 더 증오스러웠던 거겠지.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남은 것도 영주민이 어떻고 저떻고 보다도 정부 따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이제 와서 정부 따위 의지할 수 있을까보냐라고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다가 청야전술이다. 립슈타트 전역에서 변경성역이 난리법석을 피울만하다. 정말이지 변경성역이 무슨 동네북인가?


  뭐, 변경성역이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신감은 이해했다. 하지만 어째서 나한테 오나?

  “변경성역이 정부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리히터나 브라케는 개혁파로서 알려져 있습니다. 변경성역은 어째서 그들까지 거부하는 걸까요? 제게 요청서를 내는 것보다 그들에게 내는 편이 좋을 텐데.”


  “뭐, 그렇게 말하지 말게. 개혁을 꺼낸 건 경일세. 녀석들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누구보다도 경을 믿을 수 있다는 거겠지.”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번엔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말라는 게 아닌가. 정말 되먹지 못한 일이다.


  “협력은 해주시겠죠? 이번엔 실패할 수 없어요.”

  “물론이야. 브라케나 리히터들도 모두 협력은 아끼지 않을 걸세. 안심하도록 하게…….”

  기쁘게 말하지 말라고. 성가신 문제는 바로 내게 가져온다. 정말이지 되먹지 못한 노인장이다.


  “언제쯤 오딘으로 돌아오나?”

  “그렇군요. 앞으로 2주일 정도 걸리리라 생각합니다.”

  함대는 지금 빌렌슈타인 성계를 빠져나와 샨타우 성계로 향하고 있다. 거기에서 프레이아로 나와 발할라 성계다. 그 정도는 걸리겠지.


  “돌아오면 결혼식인가. 준비는 순조로운가?”

  “준비 따위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매일 상담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오고 있다구요. 우주함대는 메르카츠 제독이 어느 정도 커버를 쳐주고 있지만, 브라케, 리히터, 브룩도르프, 글룩……. 거기에 헌병대에 제국광역수사국……. 오딘에 돌아가면 그들에게 잡혀서 꿈쩍도 못할 게 불 보듯 뻔합니다. 그런 여유는 없어요.”


  리히텐라데 후작이 웃었다.

  “큰일이구먼. 헌병대와 제국광역수사국은 어쩔 수 없지만, 브라케들은 내버려 두는 게 어떤가?”

  “그렇게도 할 수 없어요. 변경에서 요청처가 도착할 테니까 말이죠. 그들의 기분도 맞춰줘야.”


  리히텐라데 후작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웃을 일이 아니라 구요.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이게 전부 지금까지의 정부가 만들어 놓은 빚을 갚는 일이라 구요. 포로도 돌아올 테니 함대 재편도 해야만 합니다. 여기에 결혼식 준비라니 사람이 할 짓인가요?”


  이대로 식은 없다. 그렇게 갈 순 없을까. 어렵겠지. 유스티나도 식은 올리고 싶어하고, 뮈켄베르거도 그건 같은 마음일 거다.

  “과연. 그럼 조금 돕도록 할까.”


  화면에 나온 리히텐라데 후작이 기쁜 표정을 짓는다. 안돼. 이 늙은이에게 맡겼다간 뭐가 시작될지 알 수 없다.

  “그러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스스로 하겠습니다.”


  “거창하게 하지 말라는 거겠지? 걱정 말게나. 뮈켄베르거와 상담해서 정할 테니 말이야. 그거라면 괜찮겠지?”

  식을 치루지 않을 순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맡기면 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노인장과 뮈켄베르거?


  제대로 된 결혼식 준비 따위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이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건 반세기 가까이 이전 일이잖아. 참고로 할 수 없겠지. 하지만…….


  “……출석자는 가까운 사람들만으로 해주세요. 그리고 최종적인 결정권은 유스티나가 가지도록.”

  “물론이야. 이런 건 신부의 의견을 우선해야 하니까 말이지.”


  조금 걱정이지만, 유스티나는 삼가는 성격이고,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뮈켄베르거도 무시할 수 없겠지. 게다가 난 이런 건 서툴다. 결국엔 유스티나에게 맡기게 되겠지. 그렇다면 이렇게 해도 마찬가지다.


  “……그럼 부탁합니다.”

  “오오, 그런가. 그럼 빨리 착수해야겠구먼. 뮈켄베르거에게 상담할까.”

  한 순간이지만 이 노인장에게 부탁한 걸 후회했다. ……괜찮다. 유스티나가 막아주겠지. 아마도, 괜찮을 거다…….


...


제국력 489년 1월 31일. 오딘 신무우궁.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결혼식은 성대하게 해야겠지. 폐하의 희망도 있다. 유스티나에게 최종결정권을 주는 걸 보면 나름대로 생각한 것 같지만, 계집아이 한 명 구슬리지 못하면서 국무상서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뮈켄베르거의 입장에서도 딸의 경사스러운 모습을 호사롭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겠지. 아비의 마음이라는 거다. 게다가 저건 양녀니까 말이야. 아비의 입장에선 더더욱 호사롭게 하고 싶다고 생각할 테고, 딸은 아비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겠지.


  후후후, 허술하구먼. 발렌슈타인. 경은 중요한 부분이 허술하네. 이걸 기회로 그 허술함을 때려 고쳐주지. 일생에 한 번 있는 경사에서 그걸 확실하게 배우도록 하거라.


  일단 회장을 골라야겠지. 이건 이미 정해져있구먼. 흑진주 홀이야. 지구교라느니 뭐라느니 되먹지 못한 녀석들이 있으니까 말이지. 민간 호텔 따위 위험하지. 그렇게 말하면 발렌슈타인도 뭐라 하지 못하겠지.


  출석자는 군인은 대장 이상은 필수겠군. 정부 관계자는 각 성의 상서, 차관쯤인가. 나머진 발렌슈타인과의 친밀함으로 판단할까. 아아, 그것과 황족 분들도 출석해주셔야 하겠고, 변경성역 귀족들도 불러야겠지. 제국은 내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로 단결하고 있다는 걸 내외에 알려야 하니까 말이야.


  변경성역 귀족들도 불러주면 기뻐할테고, 발렌슈타인이 얼마나 폐하의 신임을 받고 있는가하는 증거를 그들의 눈에 보여줄 수도 있겠지. 개혁이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고 안심할 게다. 이건 단순한 결혼식이 아니야. 국가의 일대 프로젝트다. 발렌슈타인에겐 그렇게 납득시켜야겠지.


  식장의 모습은 방송해야만 하겠지. 그것도 제국 안에서만이 아니라 페잔, 동맹에도 말이야. 당연하지만 방영료도 받는다. 아무쪼록 크게 벌어들이겠다. 뭐라 해도 주빈이 폐하시니까 말이야. 폐하가 결혼식에서 축사를 읊으시다니 제국 이래 최초겠지. 발렌슈타인은 싫어하겠지만, 방송료를 변경성역 개발비용으로 쓰겠다고 하면 뭐라 할 수 없겠지. 그러기 위해서 참석자를 많이 불렀다고 하면 그것도 뭐라 할 수 없을 게야.


  즐겁구먼. 점점 좋은 제안이 나오니. 나머진 의상과 요리, 그리고 식차례로군. 이건 궁내성에게 맡길까. 녀석들은 요번 내란으로 대실태를 보였으니 말이야. 이번에 만회하라고 하면 필사적이 되겠지. 전례성처럼 뭉개지고 싶지는 않을 게야.


  헌데 그럼, 일단 한 번 폐하에게 보고를 드릴까. 녀석에게 있는 대로 일을 맡겨버려 식의 준비는 이쪽에서 하도록 한다……. 실로 훌륭한 책략이요. 폐하의 심계 앞엔 발렌슈타인도 갓난아기와도 같군…….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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