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8년 2월 19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최고평의회 빌딩 회장실에 네 사람의 남자가 모였다. 이 방의 주인인 최고평의회의장 욥 트류니히트, 보로딘 통합작전본부장, 호안 루이 인적자원위원장, 그리고 나, 재무위원장 죠안 레벨로.
모두 하나같이 표정이 굳었다. 특히 트류니히트의 표정이 험악하다. 이 남자가 이렇게나 험악한 표정을 짓는 건 드문 일이다. 국방위원장, 네그로폰테가 쿠데타에 참가하고 있었다는 게 충격이었겠지.
“그래서 계획은 괜찮은가?”
“문제는 없습니다. 이미 헌병대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남은 건 페잔과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 뿐입니다.”
내 말에 보로딘 본부장이 답했다. 그 대답에 모두가 트류니히트에게 시선을 향했다.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알고 나서 4일이 지났다. 이 4일간, 트류니히트는 극비에 페이워드를 상대로 페잔에 있는 쿠데타 세력 진압방법에 대해서 조율했다. 겨우 결론이 났다고 한 것이 어제다.
“페잔은 문제 없어. 페이워드는 협력을 약속했다. 그에게 있어서 페잔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 쿠데타 따위 허락할 수 없겠지. 괜찮다.”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것 같은 어조였다.
“그에게 지구교에 대한 걸 말했나?”
“아니, 거기까지 말하진 않았어. 언젠가 말하게 되리라 생각하지만 말이야. 단지, 신변에 주의하라고 충고해뒀다.”
호안과 트류니히트가 말하고 있다.
“그는 렘샤이트 백작에 대한 연락도 자신이 해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건 거절했다. 거기까지 페이워드에게 부탁하면 제국에게 이쪽이 발등에 불이 붙었다는 걸 보이게 될 테니까 말이야.”
트류니히트의 말에 모두가 끄덕였다.
“그렇게 되면 남은 건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입니까…….”
“그는 이제 곧 여기에 오네.”
“…….”
“괜찮네. 보로딘군. 그와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 다음엔 그의 신병을 자네에게 맡기게 되겠지. 다른 녀석들의 체포도 바로 착수해주게.”
보로딘 본부장이 말없이 끄덕였다.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이 의장실에 온 것은 30분 정도 지나서였다. 그 30분은 뭐라고 할 수 없다. 1분 1초가 그 10배로 느껴졌다. 거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의장실 분위기가 더더욱 무거워졌다. 그가 왔을 때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건데…….
“의장,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아아, 자네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네그로폰테는 어딘지 근심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이 방에 있는 것에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거기에 불안한 모습은 없다. 한 순간이지만 정말로 이 남자가 쿠데타에 관여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자넨 내게 불만이 있는가? 쿠데타에 관여하고 있다고 들었네만?”
트류니히트의 말에 의장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보로딘 본부장이 조용히 오른손에 블라스터를 준비하는 게 보였다. 아마도 인정하지 않겠지. 혹은 저항할지도 모른다.
“이제야 눈치 채셨군요……. 걱정했습니다. 이대로 눈치 채지 못하시면 어쩌나하고.”
네그로폰테는 저항하는 것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인가. 네그로폰테는 쿠데타에 관여하고 있다는 걸 긍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엔 조금도 꿍꿍이속이 없다. 게다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호안, 보로딘을 봤다. 그들도 곤혹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무슨 말인가? 네그로폰테군. 자넨 사실은 쿠데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건가? 진실을 말해주게. 자네와 나 사이가 아닌가.”
트류니히트의 어조는 어딘가 매달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네그로폰테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주전파와 함께 쿠데타를 계획했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트류니히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어째서? 어째서인가? 네그로폰테.”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트류니히트 의장.”
“날 위해서? 무슨 말인가. 그건.”
“이 나라에 끈질기게 달라붙어있는 주전파를 일소하기 위해서입니다.”
“!”
나도 모르게 네그로폰테의 얼굴을 봤다. 온화한 표정이다. 어디에도 패기나 야심이 보이지 않는다. 그 표정인 채로 네그로폰테가 말을 계속했다.
“당신도 그건 알고 있겠죠. 그것 없이는 페잔 반환, 제국과의 화평 따위 불가능하다는 걸.”
“……네그로폰테.”
“이전부터 생각했습니다. 동맹이 제국과의 협조노선을 걸을 수 있을지 어떨지……. 물론 제국이 그걸 받아들일지 아닐지의 문제가 있습니다만, 그 이전에 국내가 정리되지 않으면 제국에 대한 제안 그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항상 방해가 되는 게 주전파입니다. 그건 당신이 의장이 되고 나서의 고생을 보면 압니다. 항상 주전파에게 배려하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지요. 그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국내 정리에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호안이 끄덕이는 게 보인다. 그 말대로다. 동맹정부는 항상 주전파에 대해 배려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행동이 제약되고 시간이 걸리는 거다. 다시 말해 제국이 자유롭게 수를 쓰는 데에 반해 항상 후수를 둘 수밖에 없다. 그걸 누구보다도 초조하게 여긴 건 트류니히트겠지.
“다시 말해 자네는 쿠데타 계획을 탐색하기 위해 주전파에 다가갔다는 건가?”
트류니히트의 말에 네그로폰테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렇지 않습니다. 쿠데타를 계획한 건 접니다.”
“네그로폰테군…….”
“그렇습니다. 제가 쿠데타 계획의 주범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이번엔 우습다는 듯이 네그로폰테가 웃었다. 아까부터 웃고 있는 건 이 남자뿐이다…….
“왜냐?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가? 탐색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겠지…….”
질문한 호안에게 네그로폰테가 답했다.
“제가 주전파에 접촉한 건 예의 페잔 회랑에서 일어난 동맹군과 제국군의 조우전 직후입니다.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주전파를 탐색할 뿐이라고……. 하지만 지구교에 대한 걸 알고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지구교. 그 말에 모두가 시선을 교차했다.
“동맹시민으로서 반제국감정, 주전론이 있는 건 별수 없다. 하지만 무슨 목적을 가지고 그 세력을 이용하는 존재는 용서해선 안 된다…….”
“그래서 쿠데타를 계획했다는 건가.”
트류니히트가 신음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네그로폰테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온화하고 냉정했다.
“그렇습니다. 의장. 불평분자, 불만분자로는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배제해도 그들에게 동정의 눈이 가면 역효과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을 반역자로서 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그거라면 문제없이 배제할 수 있습니다.”
“…….”
“절 반역 주모자로서 체포하십시오. 전 어리석게도 당신에게 불만을 가지고 스스로 이 나라의 지배자가 될 것을 바란 겁니다. 하지만 당신들에게 쿠데타 계획을 들키고, 설득되어 모든 것을 자백했다……. 그에 의해 쿠데타의 참가자를 체포했다고.”
“그러는 것으로 나의 입장을 지키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당신은 상처를 입어선 안 됩니다. 최고평의회의장은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강한 존재여야만 하는 겁니다…….”
네그로폰테는 타이르는 듯이 말했다.
“왜냐.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가. 내가 자네에게 그런 일을 하라고 언제 말했나. 어째서냐?”
고뇌하는 말을 사람이 그 몸으로 표현한다면, 지금의 트류니히트가 그렇겠지. 목소리가, 표정이 전부가 괴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잠시 동안 모두가 침묵했다. 네그로폰테는 괴로워하고 있는 트류니히트를 보고 있다. 그리고 느긋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계속 생각했습니다. 당신에게 있어서 전 무엇인지 하고…….”
“…….”
“전 맹우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에게 있어서 맹우는 레벨로 위원장이며, 호안 위원장이었죠. 전 수없이 많은 추종자 중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네그로폰테군……. 자네는…….”
“착각하지 마십시오. 의장. 전 그걸 유감스럽게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불만을 가지진 않았습니다. 제 기량이 당신의 맹우가 되기엔 뭔가가 부족했던 거겠죠.”
“…….”
“그렇기에 제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추종자 중 한 명이기에, 교체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뭔가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쿠데타를 생각한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아니 저만이 할 수 있는 쿠데타를.”
“네그로폰테군…….”
트류니히트가 뭔가를 참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런 트류니히트를 네그로폰테는 괴로운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웃음을 띠고 분위기에 맞지 않을 정도로 밝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즐거웠습니다. 의장. 아주 조금 당신을 악담하고, 아주 조금 주전론을 말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주전파는 절 아군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 오더군요. 조금만 더 있었으면 진짜로 쿠데타를 일으켜버릴 뻔했습니다.
익살을 부리듯이 네그로폰테가 말한다. 그가 트류니히트를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뭐라 할 수 없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자 트류니히트가 신음하듯이 답했다.
“차라리 일으켰으면 좋았겠지. 그랬으면 자넬 증오하고 경멸할 수 있었을 걸세. 일으키는 편이 좋았어…….”
“의장…….”
트류니히트가 고개를 숙이고, 그 뒤를 이어 네그로폰테도 고개를 숙인다.
“제 후임은 아일랜즈로 부탁합니다.”
“아일랜즈……. 그는 알고 있는나?”
두 사람 모두 작은 목소리였다.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다. 상대의 얼굴을 보는 것도,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 계획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엔 이해해줬습니다. 그라면 이 쿠데타 계획에서 얻은 성과를 충분히 이용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지.”
네그로폰테가 나와 호안을 봤다.
“의장을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단지 끄덕였다. 호안도 마찬가지다.
“보로딘 본부장. 지금까지 이런저런 일로 폐를 끼쳤다. 아일랜즈와 잘해주게. 의장을 부탁하지. 의장에겐 자네들의 협력이 필요하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헌병대를 불러주게. 날 체포하게.”
“이미 수배는 끝났습니다.”
보로딘 본부장의 말에 거짓말은 없었다. 3분도 기다리지 않고 헌병대가 의장실로 찾아왔다. 보로딘 본부장과 헌병대가 네그로폰테의 신병을 구속하고 데려가려한다. 그 뒷모습에 트류니히트가 말을 걸었다.
“네그로폰테군. 잊지 말아줬으면 하는 게 있네.”
“…….”
“내가 있었기에 자네가 있는 게 아니야. 자네가 있었기에 내가 있었네. 자네는 내가 누구보다도 신뢰하는 친구였네. 잊지 말아주게. 그것을.”
네그로폰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게 그 어깨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의장실을 나갔다.
“레벨로.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
“주전론을 부채질했다. 그리고 거기에 휘둘리고 있어. 그런 끝에 네그로폰테에게 뒤처리를 맡겼다. 그것도 그를 희생해서 말이야…….”
울고 있는가, 트류니히트……. 샨타우 성역에서 1천만 명이 죽어도 넌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넌 네그로폰테를 잃은 것에 이렇게 동요하고 있다.
“정신차려라. 트류니히트. 그런다고 해서 네그로폰테가 기뻐하리라 생각하나? 넌 최고평의회의장이다. 그걸 잊지마.”
“난 친구를 위해서 우는 것도 할 수 없나.”
울음과 웃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언제나 밝고 냉혹하며 낙관적인 이 남자가 이렇게나 자학적인 웃음을 띠고 있다. 네그로폰테 바보 자식. 넌 올바른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바보 자식이다.
“오늘만은 용서해주지. 하지만 내일은 용서하지 않아. 알았나?”
“오늘만은 용서해주는 건가……. 자넨 상냥하군. 레벨로.”
“시끄럽네! 빨리 눈물이나 닦게. 자네의 눈물 따위 보고 싶지도 않아. 오늘은 액일이다!”
트류니히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울면서 웃고 있다. 정말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녀석이다. 이쪽까지 눈물이 나올 것 같다. 호안도 코를 울리고 있다. 네그로폰테 바보 자식. 너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정말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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