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9년 2월 20일. 오딘 신무우궁.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아침, 평소와 마찬가지로 8시 반에 뮈켄베르거 저택을 방문하여 발렌슈타인 원수를 마중하러 가니, 원수는 리히텐라데 후작의 호출을 받아 이미 신무우궁으로 나갔다고 원수 부인이 미안하다는 듯이 알려줬다. 아무래도 어젯밤, 아니 아마도 심야겠지만, 호출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이른 시간에 호출이 정해졌으면 내게도 연락이 있었겠지.
뮈켄베르거 저택에서 물러나 문을 나가려하니 원수의 호위관들이 찾아오는 참이었다. 사정을 말하고 함께 신무우궁으로 서두른다. 발렌슈타인 원수에게 우주함대사령부에서 기다리라는 전언이 있었지만 그렇겐 할 수 없다. 호위도 없이 슬렁슬렁 돌아다니다니. 말도 안 된다.
신무우궁에 도착하자 호위관들은 빈방에서 대기에 들어갔다. 난 원수를 찾는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국무상서의 집무실에 있다고 한다. 급히 집무실로 향해 문 앞에 선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군인이 나타났다. 군무상서와 통수본부총장의 부관이다.
집무실 안에는 국무상서, 발렌슈타인 원수 외에도 군무상서와 통수본부총장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야기 내용은 꽤나 군사면이 강한 거겠지. 국무상서와 발렌슈타인 원수만이라면 아무래도 정치색이 강해진다.
이상한 사람이다. 제국군 3장관 중 한 명,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서 실전부대의 탑인데도 정치면에선 군무상서의 상담 상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변경성역 개발 책임자이기도 하다. 본인은 “어째서 내가.”라며 말하고 있지만 내심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변경성역 개발안을 즐겁게 보고 있었으니까. 대체 원수의 진짜 직업은 뭔지…….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의 원수가 나타났다. 순서대로 에렌베르크 원수, 슈타인호프 원수, 발렌슈타인 원수. 세 사람 모두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특히 에렌베르크 원수, 슈타인호프 원수는 벌레를 씹은 것 같은 얼굴이다.
세 사람의 원수가 서로를 돌아봤다. 은근히 끄덕이고 에렌베르크 원수가 가장 먼저 떨어졌다. 부관이 뒤를 쫓는다. 그대로 5분 정도 지나 슈타인호프 원수가 떨어지고, 그 뒤를 부관이 쫓았다. 그 사이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괴로울 정도로 무거운 침묵이었다.
거기서 5분 정도 지나서 발렌슈타인 원수가 걷기 시작했다. 세 원수가 한 번에 움직이지 않는 건 테러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일어난 내란에서 몇 번인가 발렌슈타인 원수를 암살하려 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 이후, 제국군 3장관이 함께 이동하는 일은 없어졌다…….
복도를 오가는 직원, 궁신들이 발렌슈타인 원수에게 인사한다. 거기에 답하면서 출구로 향하자 빈방에서 호위관들이 나타나 원수 앞뒤에 섰다.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보면서 원수를 호위한다. 신무우궁을 나가 승용차에 올라타고 우주함대사령부로 향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곁에 앉은 원수의 표정에선 아무것도 읽을 수 없다. 알고 싶다곤 생각하지만 묻는 건 삼갔다. 알아도 좋은 일이면 원수가 말해주겠지…….
“자유행성동맹에서 쿠데타가 있었습니다.”
“!”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쿠데타는 미수로 끝났다, 라고 해야겠죠.”
원수는 정면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원수에게 있어선 기대에서 벗어난 일이었던 것 같다.
“주전파에 의한 것입니까?”
내 질문에 원수는 말없이 끄덕였다. 그리고 은근한 미소를 띠웠다. 자조?
“가능하면 지들끼리 싸워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조금 형편이 좋은 이야기였을까요…….”
역시 자조다. 토라진 느낌이 왠지 귀엽다.
“주전파는 괴멸했다. 동맹군은 일치단결했다. 그런 겁니까?”
“글쎄요. 주전파라는 건 뿌리가 깊으니까 말입니다. 이걸로 끝인지 어떤지……. 단지 현재 군 수뇌부의 힘이 강해진 건 사실이겠죠. 만만찮은 상대가 더욱 만만찮아질 것 같습니다.”
원수는 한 점을 보고 있다. 뭘 보고 있는 걸까. 언젠가 일어날 싸움인가. 혹은 원수가 가장 경계하고 있는 적, 양 웬리인가…….
“페잔의 올리베이라 변무관, 그리고 제 9함대사령부의 면면은 자치령주, 페이워드씨가 구속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도 페잔과 동맹의 관계가 좋아요. 좋지 않은 상황이군요.”
과연. 원수가 생각하고 있던 건 그쪽인가. 페잔이 동맹에 협력적이라면 페잔 방면에서의 침공작전은 꽤나 수고스러울지도 모른다……. 좋지 않다고 원수가 중얼거리는 기분도 알 것 같다.
“이 후의 예정은 어떻습니까?”
“10시부터 슈톡하우젠 상급대장과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오후부턴 변경성역 개발 건으로 상담이…….”
내 대답에 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슈톡하우젠 상급대장과 만나기 전에 메르카츠 부사령장관과 만나고 싶군요. 부사령장관의 예정을 확인해주세요. 제가 부사령장관실로 갑니다. 그리고 11시부터 각 함대사령관을 회의실로 모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아마도 이 건을 메르카츠 제독에게 전하고 그 뒤에 모두에게 전하려는 거겠지. 휴대용 PC를 올려 메르카츠 제독의 예정을 확인한다. 다행이 메르카츠 제독은 오전 중에 예정이 없었다. 이쪽은 문제 없다. 시급히 연락을 넣어 시간을 잡는다. 그리고 회의실을 잡아 함대사령관들에게 회의소집 메일을 보냈다.
“끝났습니다.”라고 말하자 사령장관이 끄덕였다. 마침 우주함대사령부가 보였다. 시간은 9시 20분. 슈톡하우젠 상급대장이 10시에 오니까 9시 50분엔 메르카츠 부사령장관과의 회담을 끝내야만 한다.
...
제국력 489년 2월 20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토마 폰 슈톡하우젠.
우주함대사령부. 여기에 오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제국력 483년에 이제르론 요새사령관으로 임명됐으니 6년 정도는 오딘을 떠나있었다는 거다. 당연하지만 여기에 오는 것도 6년 만인가. 변함없이 썰렁한 복도다. 제국이 나날이 변해가는 데 그 시작점인 우주함대사령부의 복도는 어떤 변화도 없다…….
포로교환이 행해지고 약 두 달이 지났다. 내가 오딘에 돌아온 것이 2월 5일. 귀환 직후 국무상서에게서 자택 요양을 명령 받아 2월 20일엔 우주함대사령부로 출두를 명령 받았다.
그때의 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상급대장으로 승진됐다고 듣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하며 사양했다. 하지만 “포로에서 귀환한 자들은 전원 1계급 승진하게 됐다. 경이 그걸 사퇴하면 다른 자들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라는 말을 들어 고집할 수 없게 됐다.
약 2년에 걸친 포로생활은 확실히 내 심신을 좀먹었겠지. 날마다 이제르론 요새를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그 걸로 주변의 눈을, 비난을 두려워했다. 자신이 요새를 지켰다면 젝트는 죽지 않았을 거다. 300만 명의 제국 병사가 죽지 않았을 거다. 잠들지 못하는 나날이었다.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했다…….
아내에겐 야위었다는 말을 듣고, 딸에게선 흰머리가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나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괴로운 2년간이었다. 그리고 포로생활에서 해방된 지금, 내 마음은 오로지 휴식을 바라고 있다. 상급대장으로 승진한 것도 무거운 짐에 불과했다.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거절하고 싶다…….
이제르론 요새를 지키지 못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젝트……. 아마도 군으로 복귀하는 건 무리겠지. 혹은 한직으로 돌려질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나는 어딘지 모르게 퇴역을 바라고 있다…….
약속 시간 10분 전, 조금 빠른가 생각했지만, 내방을 고하자 사령장관실로 입실을 허락받았다. 문을 열자 소란스럽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소리가 날 놀라게 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TV전화음과 받아드는 여성부사관들의 목소리, 서류를 뒤적이는 소리와 서둘러 걷는 여성부사관의 발소리. 과연, 소문은 들었지만 뭐라고도 형용하기 힘든 분위기다. 전투중이라도 이렇게까지 소란스럽진 않겠지.
압도될 것 같은 기분으로 방을 보고 있자 키가 큰 여성사관이 다가왔다.
“슈톡하우젠 각하. 소관은 사령장관 각하의 부관을 임하고 있는 피츠시몬즈 대령입니다. 사령장관 각하는 이제 곧 돌아오실 테니 이쪽에서 기다려주세요.”
그녀가 가리킨 건 집무석 곁에 있는 응접 세트였다. 감사를 표하고 소파에 앉자 바로 여성부사관이 웃는 얼굴로 커피를 꺼내왔다. 헌데, 경멸하는 눈으로 보리라 생각했지만…….
커피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시고 있자 사령장관실의 문이 열리고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급한 발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당황하며 기립하여 경례한다. 사령장관의 답례를 기다리고 예를 풀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한 것 같군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약속 시간까진 아직 5분 남았습니다.”
소파에 앉으면서 눈앞의 청년을 봤다.
눈앞의 원수는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다. 헌데, 사령장관은 이쪽에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원수는 거의 접점이 없다.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제 6차 이제르론 요새공방전 정도다. 밀고 들어온 반란군을 그가 순식간에 격퇴한 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뒤에 그는 국내의 내란을 막기 위해 원정에 나오는 일은 없었다.
내가 포로가 되기 전에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이 됐다. 평민이며 20세 전후로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에 취임. 귀족으로 태어났다면 제국군 3장관이 틀림없었겠지. 하지만 평민이라면 이게 한계다. 아깝다고 생각했던 걸 기억하고 있다.
그 뒤 이제르론 요새 함락 후, 우주함대 사령장관에 취임. 반란군을 깨부수고, 문벌귀족을 폐하고, 국내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제국 제일의 실력가며 그 일거수일투족에 우주가 반응한다.
저 패전에서 모든 것이 변했다. 우주함대 사령장관이었던 로엔그람 백작은 부사령장관으로 강등. 그 후 비명에 죽음을 맞이했다. 2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을 정점으로 하는 문벌귀족도 망했다. 이 2년 사이에 제국은 전혀 다른 나라인가하고 생각할 정도로 변하고 말았다. 그 중심에는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있다…….
“충분히 휴양은 취하셨습니까?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덕분에 몸 상태는 문제 없습니다.”
“그거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사령장관은 웃음을 보였다. 군인답지 않은 온화한 미소다. 아무래도 위화감을 느낀다.
“조금 더 빨리 포로교환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습니다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틀림없이 고생하셨겠죠. 사과하겠습니다.”
사령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주변의 여성부사관들이 이쪽을 보고 있다!
“가, 각하. 그런 말씀 삼가십시오. 각하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소관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다. 저대로 포로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면 언젠가 참지 못하고 자살했겠지. 귀환할 수 있었던 것엔 정말 감사하고 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합니다만, 포로 중에는 귀환을 목전에 두고 돌아가신 분도 있는 듯합니다. 그걸 생각하면…….”
사령장관이 시선을 숙이고 고개를 젓고 있다. 확실히 포로교환 전에 죽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책임을 사령장관이 질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자신을 책망하는 건 삼가십시오. 많은 자들이 돌아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요. 그렇게 생각해야겠지요…….”
잠시동안 서로 아무 말도 없었다. 사령장관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크게 숨을 내쉬고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앞으로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상급대장께선 함대를 이끌어 주셨으면 합니다. 우주함대의 정규함대는 아닙니다만, 거기에 준하는 함대로서 제 지휘하에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소관에겐…….”
그걸 이끌 자격이 없다. 그렇게 말하려고 생각했지만 사령장관이 중간에 말을 끊었다.
“언젠가 저는 이제르론 요새 탈환작전을 일으킵니다. 그렇게 먼 일은 아닙니다. 대충 2년 내외겠죠…….”
“…….”
“그 작전에는 상급대장도 참가하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소관에겐 그 자격이 없습니다. 소관의 실태에 3백만 명의 병사가 죽었습니다. 젝트, 엘라흐, 포겔, 모두 죽었습니다.”
내 말에 사령장관은 말없이 끄덕였다. 표정엔 아까 전까지 있던 웃음은 없다. 나의 노고를 이해하는 색이 있다.
“그렇지요.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모두, 원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
원통, 원통했겠지. 살아있는 나조차 한스러웠다. 부끄러웠다. 죽었던 그들은 얼마나 한스러웠을지……. 하지만 젝트들은 그런 한스러움을 겉으로 보이는 일 없이 제국 군인으로서 죽었다.
“젝트, 엘라흐, 포겔……. 원래라면 로엔그람 백작이 그들의 원한을 풀어야겠지요. 하지만 백작은 이제 없습니다.”
“…….”
사령장관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령장관은 로엔그람 백작의 죽음을 아까워하고 있는 걸까.
“지금 그들의 원통함을 가장 이해하고 있는 건 상급대장, 당신이겠죠. 그들의 원통함을 풀 수 있는 건 당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원통함을 풀 수 있는 건 나뿐…….
“저와 함께 이제르론 요새를 되찾지 않겠습니까? 그들도 당신이 이제르론 요새를 탈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살아서 수치를 당하더라도 살도록 하자. 그리고 언젠가, 이제르론 요새를 탈환한다.
“11시부터 함대사령관을 모아 회의를 엽니다. 슈톡하우젠 제독도 참가하도록 하세요.”
“소관도, 말입니까.”
“당연하지요. 제독은 이제 제 지휘 하에 있습니다. 제 지시를 따라주세요.”
눈앞에서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는 사령장관이 있었다.
사령장관실을 나와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의 방을 향했다. 11시까지 아직 20분 정도 있다. 부사령장관과 모르는 사이도 아니다. 회의 전에 한 번 인사를 해두는 편이 좋겠지.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은 쾌히 날 마중했다. 어깨를 두드리며 방으로 함께 들어가 소파에 앉도록 권했다.
“그 얼굴을 보니 함대사령관이 되는 걸 승인했군. 환영하네.”
“감사합니다.”
“함대사령관은 모두 젊어서 말이지. 경이 와주다니 감사한 일이다. 좋은 이야기 상대가 생겼어.”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은 함대사령관으로선 결코 노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부사령장관이 이야기 상대가 생겼다고 기뻐하고 있다. 지금의 우주함대는 정말 젊은 지휘관들이 모여있다고 실감했다.
“그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이번엔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이 웃음소리를 올렸다.
“불안한가?”
“다소 불안은 있습니다.”
내 대답에 부사령장관이 끄덕였다.
“뭐, 이전에 비하면 군은 꽤나 통풍이 좋아졌네. 덕분에 나 같은 무뢰배라도 부사령장관을 맡을 수 있지. 경도 괜한 일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직무에 힘쓰는 게 좋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 대답에 부사령장관은 몇 번인가 끄덕였다.
“뭔가 듣고 싶은 일이 있는가?”
“그럼 하나, 사령장관의 사람 됨됨이를…….”
“흠. 사령장관의 사람 됨됨이인가…….”
온화해보이는 인물로 보였다. 재능이 있는 것도 알 수 있다. 사령장관실에서 한 이야기는 내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어떨까?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일까? 로엔그람 백작의 죽음에도 사령장관이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모략가로서의 일면을 가진 사령장관에게 한 점 불안이 없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겠지. 안심하고 따라가도 되는 건가.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하고…….
“능력은 말할 필요도 없네만, 특필해야 할 것은 참을성이 강하다는 점이겠지.”
“참을성, 말입니까.”
내 질문에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이 끄덕였다.
“자신보다도 연상의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거다. 꽤나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더군. 생각하고 있는 것의 절반이나 말하고 있을지 어떨지……. 하지만 불만을 겉으로 보인 적은 없네. 그것을 주변이 눈치 채게 하는 일도 없어.”
“…….”
“앞선 내란에선 나도 되돌릴 수 없는 실태를 범했네. 오딘에 임박한 슈타덴 대장의 함대를 놓치고 말았지. 부사령장관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책을 받아도 별 수 없었지만, 주의를 받았을 뿐이고 그 이상 질책은 없었네. 당시 난 부사령장관으로 취임한 참이었으니까 말이야. 내 입장을 고려한 거겠지.”
“…….”
그 건에 대해선 나도 알고 있다. 오딘까지 다가온 슈타덴 대장을 사령장관이 직접 중상의 몸을 이끌고 출격, 병력에 있어 2배의 적을 격파했다. 사람들은 사령장관의 무훈에 감탄하여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의 실태를 눈치 채지 못했다. 혹은 중시하지 않았다…….
“로엔그람 백작과는 그런 부분이 다르지.”
로엔그람 백작인가…….
“백작은 대역죄에 관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만, 사실입니까?”
내 질문에 부사령장관은 고개를 저었다.
“로엔그람 백작 개인은 음모에 가담하고 있지 않았다고 하더군. 하지만 백작의 주변이 가담했다. 그뤼네발트 백작부인도다. 백작을 군의 정점으로 세우고, 언젠가 황위를 찬탈하게 한다……. 백작이 없었다면, 아니, 백작의 불만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 생각하네. 무관계라곤 할 수 없지.”
“…….”
“로엔그람 백작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네. 저 대역사건은, 백작의 불만이 만들어낸 거라고 난 생각하고 있어.”
어딘가 탄식하는 듯한 어조였다. 메르카츠 제독 스스로, 저 사건에 대해선 생각하는 부분이 있겠지.
“능력이 있어도 그걸 제어하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일세. 사람으로서의 그릇과 재능. 그 조화가 이뤄지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지……. 로엔그람 백작을 위험시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사령장관을 위험시한 사람은 없네. 안심하고 따라갈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이 날 보고 있다. 온화한 표정이다. 믿어도 좋겠지.
“슬슬 회의 시간이군. 회의실로 가볼까.”
“그렇군요. 첫날부터 지각할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이 방을 나간다. 그 뒤를 따라서 방을 나왔다. 앞으로 여기가 내 직장이 된다. 젝트. 다시 한 번 난 이제르론 요새로 돌아가겠지. 경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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