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8년 3월 15일. 하이네센. 어느 소년의 일기.
요즘 동맹엔 어두운 뉴스가 많다. 저번 달에 일어난 쿠데타 때문이다. 처음엔 군인과 정치가들만의 쿠데타라고 생각했지만, 경제인이나 관료까지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이 수사 중에 발각됐다. 매일 취조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점점 규모가 커져갔다.
쿠데타 소식이 들리자마자 네그로폰테 국방위원장이 참가하고 있었다는 것에 가장 크게 놀랐다. 위원장은 트류니히트 의장에게 있어서 가장 신뢰하는 부하였지만, 그가 의장을 배신하다니……. 최종적으로 의장의 설득에 의해 위원장이 모두 자백하여 쿠데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믿을 수 없다.
다수의 군인이 참가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믿을 수 없는 점이었다. 현역 군인만이 아니다. 퇴역한 사람이나 예비역인 사람까지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로보스 퇴역 대장이라든가, 포크 예비역 준장이라든가. 그런 사람을 동료로 받아서 어떻게 할 생각이었던 걸까? 적을 물리치는 것보다 아군을 희생하는 것이 특기인 사람들인데……. 자멸할 생각이었을까?
엄마도 쿠데타 소동이 일어났을 땐 불안했지만, 오늘은 싱글벙글이다. 오늘은 기대하고 있던 발렌슈타인 원수의 결혼식 날이다. 하이네센의, 아니 동맹의 TV방송국은 모두 원수의 결혼식을 방송하기로 되어있다. 페잔의 TV방송국을 중계해서 라이브로 방송하는 거라고 한다. 엄마만이 아니다. 모두 결혼식 방송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나도 그렇다. 어떤 결혼식이 될지…….
하이네센의 여성 주간지는 모두 결혼식에 대한 것으로 시종일관이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적혀있다. 거기에 의하면 원수의 결혼은 황제의 명령이라고 한다. 이른바 정략결혼이라는 녀석이지만, 상대 여성, 유스티나 폰 뮈켄베르거는 원래부터 애인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뮈켄베르거의 성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상대는 뮈켄베르거 원수의 영애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붓딸이라고 한다. 원수완 친척관계에 있는 집의 여성이라고 하지만, 집이 전쟁 때문에 몰락하고 의붓딸이 됐다고 한다. 귀족이라고 해서 편하게 사는 건 아니구나.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뮈켄베르거 가문은 군의 명문으로 본가는 백작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평민이니까 사실은 두 사람은 결혼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황제가 그걸 알고 불쌍하게 여겨 두 사람을 결혼시키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뮈켄베르거 원수도 불만스럽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황제도 맘에 들어 하고, 언젠간 통수본부총장, 군무상서가 되리란 소리를 듣고 있다. 황제의 명령이라는 장식까지 붙으니까 오히려 기뻐하고 있을 거라고 엄마가 산 주간지에 써있었다.
황제가 두 사람의 결혼을 인정한 건 다른 이유도 있을 거라고 주간지엔 써있었다. 작년 내란에서 많은 귀족이 죽었으니 귀족끼리 결혼을 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결혼을 인정하는 것으로 다른 귀족에게도 평민과 결혼하기 쉽도록 한다고 하든가. 그리고 군의 함대사령관들은 젊고 독신 남성이 많으니까 인기 급상승 중이라고 한다. 어딘가의 백작영애도 함대사령관과 사이가 좋다고 한다.
어제 TV에서 이번 결혼식의 의의라는 테마로 토론회가 열렸다. 그 안에서 말한 거지만, 제국은 확실하게 변하고 있다고 한다. 평민의 권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번 결혼은 그걸 전 우주에 알리기 위해서 행해지고 있다든가. 그 때문에 결혼식도 궁중에서 행해진다고 말했다.
난 어려운 일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궁중에서, 흑진주 홀에서 결혼식이라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신무우궁 안이 촬영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게 이번 전 우주에 방송되는 거다. 그것도 흑진주 홀…….
흑진주 홀은 발렌슈타인 원수가 원수봉을 수여받은 장소고, 우주력 796년 10월 15일 포고된 칙령이 선언 된 장소이기도 하다. 제국의 공식행사가 몇 번이나 치러진 역사적인 장소다. 그런 장소에서 결혼식. 원수의 결혼식은 어떤 결혼식이 될까.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엄마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방송이 시작되는 것 같다. 자, 가봐야지.
...
우주력 798년 3월 22일. 하이네센. 어느 소년의 일기.
요 일주일간, 우리 반에선 결혼식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담임선생님도 결혼식 다음날 첫마디가 “어제 결혼식은 대단했지.”였다. 반 친구 모두가 “대단했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나도 동감이다. 그 결혼식은 정말 대단했다.
흑진주 홀은 커다란 방이고, 정면에 주례를 보는 신부님이 있고, 선서용 받침대가 있었다. 그리고 받침대에서 입구까지 붉은 융단이 깔려있었다. 해설자(이 사람, 페잔인이었다)가 말했지만, 그 융단은 200명의 장인이 25년을 걸려 짠 거라고 했다. 나라면 도저히 그 융단을 밟을 수 없다. 엄마도 밟으면 벌받을 것 같다고 웃었다.
융단 양편에는 식의 참여자가 있었다. 군인은 대장 이상의 계급을 가진 자, 문관은 각 성의 상서, 차관, 그리고 작위를 가진 귀족……. 그 이외엔 신랑신부의 극히 친한 인물이 불려왔지만, 참여자 대부분이 제국의 중요인물이었다.
해설자는 제국 귀족이 평민인 원수의 결혼식에 참여하고 있다. 내란 후의 제국에는 대립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흥. 동맹도 쿠데타를 미연에 방지했다. 이쪽도 대립은 없어졌어.
해설자의 설명이 30분 정도 지났을까. 신부가 아버지인 뮈켄베르거 원수와 흑진주 홀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걸어온다. 뮈켄베르거 원수는 군복이 아니었다. 검은색의 평범한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굉장히 위엄에 넘쳤다.
처음 봤지만 멋있었다. 군복을 입고 있지 않은데도 역전의 명장, 그런 분위기가 풍기고 있다. 동맹군에는 저런 사람이 없다. 좋은 의미로 제국 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두 원수가 멋있다고 했다. 특히 여자아이는 “할아버지 멋있어. 나도 손잡고 걷고 싶어.”라고 소란 피웠다. 미하 년, 멋있으면 누구라도 좋은 거지. 여자란 최악!
새신부는 뭐라 트집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하얀색 드레스가 잘 어울린다. 머리에는 왕관 같은 티아라라는 장신구를 달았지만, 골덴바움 왕조 대대로 전해지는 티아라로 전에 이걸 쓴 건 구 리텐하임 후작부인, 지금은 크리스티네 황녀 전하라고 해설자가 말했다. 이번엔 특별히 허락이 허락됐다고 한다.
웨딩드레스도 트레인? 그 질질 끌리는 녀석이지만, 이게 6, 7미터. 이것도 ‘로얄’이라 불리는 길이로 제국에선 황족 이외엔 사용금지라고 했지만, 특별히 사용이 허락됐다고 한다. 이유는 전 우주에 방송되니까. 꼴불견인 결혼식으론 제국의 위신에 상처가 난다. 그런 일은 용서할 수 없다. 그러니 특별히 황제가 허락을 내렸다든가…….
해설자가 신부의 의상은 귀족도 본래 허락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특별히 황족과 동등한 대우라고 말했다. 그걸로 묘한 말을 했다. 실은 발렌슈타인 원수는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손자라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나 특별취급 받는 걸 보면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하긴, 묘한 소문은 그 외에도 있다고 한다. 뭐라든가. 원수는 리히텐라데 후작의 손자라든가……. 아무래도 원수가 평민인데도 관례를 깨고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된 것이나 원수가 되었기에, 사실은 권력자의 사생아가 아니냐는 소문이 흐르는 거라지만, 진짜 그것뿐일까?
새신부인 유스티나 폰 뮈켄베르거는 상냥해 보이는 사람으로 커다란 녹색 눈동자가 무척이나 예쁜 사람이었다. 해설자도 새신부는 상냥한 여성으로, 원수가 부상을 입었을 땐 하루건너 하루마다 문병을 왔다고 했다.
귀족의 딸이란 거만하고 방만한 공주님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구나. 가엽네. 원수 같은 되먹지 못한 놈과 결혼하다니……. 연인이라고 하지만 유스티나는 속고 있는 거다. 원수는 거짓말만 하는 되먹지 못한 놈이니까 말이야. 아마도 바로 이혼하고 싶어질 것이 틀림없다.
반 여자아이들은 “대단하지 않아. 추녀. 처진 눈.”이라고 했지만, 너희들 보다 훨씬 귀엽고 예쁘다. 천박한 여자들은 모두 미녀를 질투한다. 우리 반은 학년 제일의 추녀 모임이다. 다른 반에서 지뢰 교실이라고 불리고 있다. 발을 들이밀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맨날 거기에 발을 들이밀고 있는데.
두 사람이 신부의 앞에 도착하자 이번엔 발렌슈타인 원수가 흑진주 홀에 들어왔다. 포로 교환 식 때와 다른 코발트블루의 망토와 하얀 띠다. 띠에는 붉은색 선이 들어가 있다. 의외로 원수는 꽤나 꾸몄다. 하지만 엄마는 “원수는 검은색이 어울리는데……. 뭐, 결혼식에선 검은 색은 무리지. 하지만 유감.”이라면서 웃었다.
엄마는 원수에게 무르다. 엄마만이 아니다. 반의 여자아이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말해두겠지만 원수는 적이다. 샨타우 성역에서 많은 동맹 군인을 죽인 적이라고. 마음을 풀어선 안 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너도 유스티나에게 무르잖아.”라고 말하며 반박한다. 전혀 모른다. 그녀는 제국인이지만 군인이 아니다. 극히 평범한 여자가 아닌가.
신랑 신부가 주례 앞에 가자 주례가 맹세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하다. 이 주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해설자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주례가 폐하와 닮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지. 굉장히 닮았다. 엄마도 닮았다고 말했다. 예의 칙령 포고 때 봤지만, 그때의 황제는 위엄이 있어서 멋있었다. 주례는 싱글벙글하고 있으니까 잠깐 눈치 채지 못했다. 그때와 느낌이 다르지만 굉장히 닮았다.
식이 진행되는 도중, 엄마와 나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난 황제라고 했지만, 엄마는 황제가 아니라고 했다. 해설자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우유부단한 녀석. 하지만 역시 황제였다. 주례는 맹세의 말 끝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여기에 두 사람은 경사스럽게 부부가 되었다. 짐, 은하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4세가 이를 인정하며, 이를 축복하노라.” 그걸 들은 순간 나도 엄마도 아연하게 서로를 돌아봤다. 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황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굉장히 닮은 사람이 연기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지크 라이히!”
“지크 카이저 프리드리히!”
아연해하고 있자 참여자들이 갑자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멋있다! 난 동맹 사람이지만 이런 때엔 제국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동맹에선 이런 구호가 없으니까 말이야. 흥이 오르지 않는다. 뭔가 좋은 게 없을까?
구호를 들으면서 엄마가 “이걸로 원수는 이혼할 수 없게 됐네.”라고 말했다. 나도 동감. 황제 앞에서 맹세한 거니까 이혼은 할 수 없다. 새신부, 불쌍해. 저런 최악의 남자의 신부가 되다니. 게다가 이혼도 할 수 없다니. 아마 이것도 발렌슈타인 원수의 책략인 것이 틀림없다. 황제의 앞에서 맹세하는 것으로 유스티나가 이혼할 수 없게 만든 거다. 최악이다. 유스티나가 불쌍해.
엄마가 “나도 이런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라고 말했지만, 동맹에 태어났으니까 그건 무리라고. 하지만 동맹에서 한다고 하면 트류니히트 의장이 주례를 서는 걸까? 으음. 멋있지만 황제에겐 질 것 같네. 유감!
구호가 끝나자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파이프 오르간의 음색이 굉장히 엄숙해서 뭐라고 할까, 신성한 느낌이 들었다. 결혼식은 역시 이래야……. 최근 식장에는 전자 오르간을 쓰는 게 많지만 분위기가 나질 않지.
연주를 하는 건 수염의 메크링거 제독이었다. 포로교환식에서 봤으니까 기억하고 있다. 예술가 제독이 기분 좋게 연주하고 있다. 연주도 훌륭했다. 다재다능하다는 건 좋지. 나도 뭔가 시작할까 생각했지만 돈이 드니까 그만뒀다. 우리 집엔 아빠가 없으니까. 엄마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성가대가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굉장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키가 크고 다부진 남자로 머리카락이 오렌지 색이었다. 엄청 큰 목소리로 낭랑하게 찬송가를 부른다. 감탄하고 있자 해설자가 비텐펠트 제독이라고 알려줬다.
비텐펠트 제독이라면 흑색창기병을 이끌고 있는 제국의 명장이다. 샨타우 성역에서 대활약했고, 아랄콘 제독을 페잔 회랑에서 쳐바른 것도 흑색창기병이다. 그 사령관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대단해. 제국군인 중엔 다재다능한 사람이 많구나. 황제가 주례를 볼 정도니까 다른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찬송가가 끝나고 신랑 신부가 퇴출했지만, 유스티나가 넘어질 뻔했다. 아무래도 드레스의 옷자락을 밟은 것 같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양손으로 잡아서 지지했지만, 조금 위태로웠다. 남자라면 한 손으로 지지할 정도의 다부져야. 지금부터 몸을 단련할까…….
결혼식이 끝나자 피로연이었다. 주빈은 원수의 아버지의 친우로 겔러라는 사람이었다. 평민이며 변호사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이 주빈? 모두 놀랐다. 하지만 가장 놀란 건 겔러씨겠지. 그게 황제와 국무상서가 테이블이 같다고. 나라면 돈을 받아도 싫다. 돈을 내서라도 거절한다.
결혼식은 굉장한 느낌이었지만, 피로연은 굉장히 소란스런 느낌이었다. 국무상서는 야유를 날리고, 황제는 그걸 들으며 웃고 있다. 모두 좋을 대로 행동해서 제국도 동맹도 피로연은 그다지 다르지 않구나하고 생각했다. 엄마도 그다지 위화감이 없다고 말했다.
피로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여흥이었다. 함대사령관 전원, 메크링거 제독은 여기서도 반주였으니까, 그를 빼고 20명 가까운 인원수로 노래를 불렀는데, 이게 깜짝 놀랐다. 노래가 ‘나가버릴 정도로 사랑해’. 지금 페잔에서 인기 급상승 중인 여성 그룹, 버츄얼 걸의 최신곡이다.
굉장히 예쁜 누나들 열 명이 조금 야한 모습으로 결렬한 춤을 추면서 노래 부른다. “가버려, 가버려, 완전히 가버려, 나 정신이 가버릴 정도로 당신을 사랑해.”라고 노래 부른다. 동맹에서도 굉장히 인기 있는 그룹으로 ‘나가버릴 정도로 사랑해’는 10주 연속으로 판매량 넘버 원. 리퀘스트 넘버 원이다. 그걸 은하제국 제독들이 불렀다!
반 여자아이들이 때때로 흉내 내며 춤추지만, 돼지가 탭댄스를 추는 것 같으니까 반 남자들은 그게 시작되면 모두 보지 않으려고 한다. 보기 힘든 게 아니라 뿜을 것 같으니까. 웃으면 그 녀석들 정신이 나가버린다. 덕분에 우리 반은 남녀 사이가 굉장히 나쁘다. 선생님에게도 두통거리다. 하지만 남자들 때문이 아니다. 녀석들의 춤이 너무 같잖은 거다. 그리고 가버리지 않아도 좋다. 가버려도 전혀 귀엽지 않으니까.
노래는 조금 능숙했다. 비텐펠트 제독이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 모두 훌륭했다. 특히 로이엔탈 제독. 좌우의 눈동자 색이 다른 핸섬한 제독은 미성이었다. 엄마도 “얼굴도 잘생겼는데 목소리도 좋네.”라고 넋을 잃었다. 부탁이니까 아들 앞에서 그런 얼굴을 보이지 말라고. 엄마.
제독들은 노래를 불렀지만 춤은 추지 않았다. 직립부동으로 노래를 불렀지만, 주변에선 “춤춰라.”, “댄스는 어쨌냐.”라며 입을 모았다. 황제도 같은 말을 했으니까 버츄얼 걸에 대한 걸 알고 있었겠지. 나도 TV 앞에서 마찬가지로 외쳤다. “춤춰라.”, “댄스는 어쨌냐.”라면서.
이대로 춤추지 않고 끝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함대사령관이 버츄얼 걸의 노래를 부르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전 은하에 라이브로 흐르다니……. 하지만 내 생각이 얕았다. 제독들은 모두 제국 제일의 명장이다. 그리고 이기기 위해선 적의 의표를 찔러야만 한다…….
1절이 끝나고 2절이 시작하기 전, 간주에 들어갔을 때였다. 제독들이 갑자기 춤추기 시작했다. 버츄얼 걸 같은 격렬한 춤이었다. 가장 연장자인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은 올해로 60세가 된다고 하는데, 그도 함께 춤추고 있었다. 제독들은 모두 머리카락을 날리며 격렬하게 춤을 췄다.
한 순간 아연했지만 다음 순간에 모두 웃었다. 나도 엄마도 해설자도 피로연의 참석자도 모두 웃었다. 대폭소였다. 간주가 끝나고 2절이 시작하자 제독들은 춤을 멈추고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거기서 또 크게 웃었다.
2절이 끝났을 때엔 모두 기대했다. 또 춤을 추리라고. 그리고 제독들은 또 춤을 추기 시작했다. 또 대폭소였다. 그리고 마지막 포즈도 완벽했다. 오른손을 내밀어 총을 쏘는 포즈를 취했다. 오른손 끝에는 발렌슈타인 원수가 있었다. 원수는 가슴을 억누르며 거기에 응했다. 거기서 또 대환성이 일었다.
그 외에도 여흥은 있었지만 이게 제일이었다. 해설자도 몇 번이나 “아까전의 버츄얼 걸은 대단했지요.”라고 말했다. 피로연이 끝난 뒤엔 연극이었지만, 저건 논평하지 않겠다. 제국 측만 멋있게 쓰여서 재미없다. 확실히 도슨이라든가 포크라든가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녀석들이지만, 동맹에도 양 제독, 뷰코크 제독, 우란푸 제독, 보로딘 제독 같은 명장은 있다. ……제국에 비하면 적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버츄얼 걸은 이전보다 인기가 높아졌다. 그리고 ‘나가버릴 정도로 사랑해.’도 매상이 올랐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은하제국 제독들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 그 결혼식 여흥 말이지만, 그게 대단한 인기를 끌며 매일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다.
제독들의 브로마이드 사진도 팔리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비텐펠트 제독이고, 그 다음이 로이엔탈 제독이다. 의외로 인기가 있는 게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일까. 그리고 그 이상으로 팔리고 있는 게 신랑 신부의 사진과 퇴역한 뮈켄베르거 원수의 사진이다. 대체 무슨 일일까?
브로마이드는 페잔의 기업이 판권을 가지고 있어 이득은 그 기업에게 간다고 하지만, 거기서 일부가 제국으로 간다고 한다. 뭐라고 하던가, 그 돈은 제국의 개혁을 위해서 쓰여 진다든가. 매스컴의 일부는 구입을 멈추자고 호소하지만 모두 무시하고 있다.
그런 말을 하려면 결혼식 방송 자체를 말았어야 했다고 모두 말한다. 지금에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하다고. 나도 동감이다. 이제와서 이상하다. 나도 엄마에게 비밀로 유스티나의 브로마이드를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유스티나다.
페잔에선 제독들이 노래를 부른 영상씬을 팔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당연하겠지. 그럴게 샐러리맨들이 취해서 춤추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우리 반에도 남자들이 춤추고 있다. ……실은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매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춤추고 있다.
엄마가 이제 자자고 한다. 벌써 10시다. 내일을 준비하고 침대에 들어가자. 하지만 그 전에 유스티나에게 인사를 해야지. 잘자, 유스티나……. 빨리 원수의 본성을 눈치 채고 헤어지라고. 그러는 편이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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