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5년 1월 3일. 하이네센. 에리히 발렌슈타인.


  “아까부터 듣자하니 자네도 참 노골적으로 말하길 좋아하는군. 준장.”

  쓴웃음 섞어서 트류니히트가 답했다. 레벨로가 떫은 표정을, 시틀레가 웃음을 띠우고 있다. 역시 이 중에선 트류니히트와 시틀레의 신경이 굵다. 레벨로는 아직 젊군. 아니, 정직하다고 해야 하나.


  “말을 꾸며도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고, 소관은 위원장을 책망할 생각도 없습니다. 말과 생각이 다른 정치가가 드문 것도 아니죠.”

  “…….”


  그렇게 싫은 얼굴을 하지 말라고. 레벨로군. 딱히 정치가가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게 아니야. 거짓말쟁이가 많다고 했을 뿐이다. 그 중에는 정직한 정치가도 있겠지. 하기야 난 아직 본 적이 없지만 말이야. 유감스럽지만 당신도 포함이다.


  이제 슬슬 햄치즈 샌드위치도 계란 샌드위치도 질렸다. 이제부턴 콘비프와 참치를 공략해볼까. 한입 사이즈니까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내가 콘비프와 참치를 잡자 트류니히트도 뒤따르듯이 같은 걸 잡았다. 마음이 맞는군. 하지만 봐주지 않을 거다. 트류니히트. 각오해라.


  “정치는 결과입니다. 결과만 제대로 나온다면 프로세스에 관해선 아무래도 좋겠죠……. 헌데, 소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만.”

  트류니히트가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레벨로, 시틀레에게 시선을 향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주전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주전론자는 아니야.”

  트류니히트가 날 바라보면서 말한다. 난 그런 취향은 없다고. 다른 델 찾아봐라. 네게 필요한 건 권력이지 주의주장이 아니라는 거겠지? 시민이 바라는 말을 할 뿐이다. 이 콘비프는 꽤나 맛있군. 마요네즈가 괜찮다.


  “나는 자유행성동맹을, 민주공화정을 사랑하고 있네. 그걸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조금 다르군. 당신은 타인에게 상찬을 받는 걸로 삶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가장 쉬운 정치체제는 의회제 민주주의다. 다시 말해 자유행성동맹은 당신의 생존권이라는 거다. 당신은 자유행성동맹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권이 필요한 것일 뿐이다. 라고, 난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이 모임은 뭡니까?”

  “제국과의 화평을 생각하는 집단이다.”

  트류니히트군이 엄숙하게 답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난 거기에 포함하지 말라고. 죽은 어머니께서 나쁜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하셔서 말이야. 너희들하고 함께 있으면 어머니가 한탄하시겠지. “나의 귀여운 에리히가. 어째서 이런 나쁜 사람들하고”이라며.


  뭐, 적어도 타도제국을 계획하는 정의의 비밀결사 따위보단 납득이 간다. 하지만 자유행성동맹에서 정치관료에 통합작전본부장이 은밀히 화평을 획책하는가. 꽤 재미있는 이야기다. 응. 참치 샌드위치. 맛있다. 하트마크를 붙여주고 싶어졌다. 우주함대사령부의 식당도 이 정도의 샌드위치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나와 레벨로는 이전부터 은밀히 협력하는 사이였다. 자네가 말한 대로 동맹은 제국에게 이길 수 없어. 이길 수 없는 이상, 전쟁을 계속하는 건 무익하고 위험하기도 하지. 어떻게든 동맹과 제국 간에 화평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네.”


  처음엔 레벨로와 트류니히트가 말인가……. 의외이긴 하다. 레벨로와 시틀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틀레가 참가한 건 아레스하임 회전 이후, 레벨로와 트류니히트는 그 이전부터인가……. 이 녀석들은 나름대로 진심으로 화평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 걸까…….


  “내가 주전론을 외치는 이유는 두 가지 있네. 하나는 주전론을 주장하는 걸로 군 내부의 주전론자를 내 밑으로 모이게 하여 제어하는 것이다. 그들을 내버려두면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어. 그걸 피하기 위해서다.”


  말세구만. 쿠데타가 무서워서 곤란합니까. 주전론자 따위 목소리만 큰 바보 외의 아무것도 아니겠지. 바보에 멍청한 군인 따위 모조리 해고해버리면 된다. 최전선에 보내서 물리적으로 주살하든가, 퇴역하게 하든가. 최전선으로 보내는 쪽이 최선이겠지.


  뭐, 유족연금이라는 지출이 발생하겠지만, 그 뒤에 귀찮은 일이 없어서 좋다. 돈으로 끝을 맺을 수 있다면 그편이 낫다. 시체는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행성 카프체랑카로 보내서 전원 동사하게 만들어라.


  “또 하나는 주전론을 외치는 편이 화평에 찬성했을 때, 다른 이들에게 줄 수 있는 효과가 크리라 생각했기 때문일세. 누구보다도 강고한 주전론자가 화평을 지지했다. 전쟁보다도 화평이 동맹을 위해서 좋다.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알릴 수 있겠지.”


  과연. 그건 그럴지도 모른다. 문제는 자신의 역할에 파묻히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주전론자인 채로 어떻게든 행동할 수 없게 된다면 그냥 얼간이일 뿐이다.


  하지만 선동정치가 트류니히트가 화평을 생각하는가. 농담이라면 웃을 수 없을 테고, 사실이라면 더욱 더 웃을 수 없다. 원작에선 어땠었을까. 트류니히트와 레벨로는 연계하고 있었을까……. 트류니히트 다음엔 레벨로가 최고평의회 의장이 됐었다. 다른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있었겠지만, 굳이 레벨로가 그 자리에 앉은 것은 트류니히트가 후사를 부탁했던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거 안 되겠군. 참치 샌드위치를 멈출 수 없다.


  헌데. 그럼 어떻게 할까? 이들이 내게 화평 건을 말한 건, 나의 제국인으로서의 지식을 이용하고 싶다는 거겠지. 그리고 화평 실현을 위해서 힘을 빌려 달라. 아군이 되어 달라는 거다. 어떻게 할까? 받아들일까. 아니면 거절할까……. 레벨로, 시틀레, 트류니히트, 신용할 수 있을까? 신용해도 좋을까? 자칫 잘못하면 제국과 내통했다는 의심을 사게 되겠지. 특히 난 망명자다.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자넨 아까 전에 제국이 동맹을 인정하게 만들어 대등한 국가관계를 세울 수 있다고 했었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 레벨로 위원장. 가능성은 있다. 적긴 해도라고 했었죠.”


  시틀레와 트류니히트가 소리 내어 웃었다. 레벨로가 얼굴을 찡그리고 날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다. 노려봐도 소용없다고. 레벨로. 자신의 상황에 좋게 말을 취하는 건 좋지 않아. 너희들 정치가의 나쁜 버릇이다. 어째서 정치가란 녀석들은 다들 그러는 걸까. 머리가 나쁜 건가? 아니면 귀가? 아마 근성이 글러먹은 거겠지.


  아니, 그것보다도 어떻게 해야 할까다. 화평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아니, 대환영이다. 이 이상 전쟁을 계속하면 어딘가에서 라인하르트와 부딪친다. 그건 피하고 싶다. 도저히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고, 결국 전사하는 게 끝이겠지. 싸워서 이길 수 없다면 싸우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36계. 도망치는 것이 이기는 거라는 말도 있다. 그런 의미론 화평이라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 가능성이란?”

  어떻게 할까. 참가할까? 참가한다면 진지하게 대답할 필요가 있다……. 이 녀석들을 믿는 건가? 믿을 수 있을까? ……걸어볼까? 피투성이라든가 학살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대로 한도 끝도 없이 싸우는 것보단 좋다……. 마지막엔 틀림없이 전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동맹이 멸망하면 내게도 있을 곳이 없어진다. 살아남기 위해서 화평에 걸어볼까……. 우주는 분열한 채로군. 살아남기 위해서 우주 통일을 막는다. 한 명을 죽여 다수를 살리는 게 아니라, 타인을 죽이고 혼자 사는 거로군. 외도의 궁극이다. 하지만 그래도 화평에 걸어볼까…….


  “준장, 왜 그러나?”

  정신을 차리니 레벨로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트류니히트와 시틀레도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사고의 바다에 잠겨있었던 것 같다.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간단한 일입니다. 마구 죽여대면 되요. 레벨로 위원장.”

  돌아보지 마라. 샌드위치를 먹는 거다. 다른 이를 불안하게 만들 듯한 행동은 취해선 안 된다. 녀석들이 날 믿도록 만드는 거다. 이번엔 토마토와 치즈 샌드위치다. 치즈는 모짜렐라, 바질리코도 들어있다. 인살라타 카프레제인가. 이거 끝내주는군.


  “마구 죽이다니, 자네…….”

  그런 어이없단 목소리로 말하지 말라고. 레벨로. 안 되겠군. 트류니히트와 시틀레도 비슷한 표정이다. 내 대답에 어이없어하는 걸 보니 이 녀석들, 근본적인 부분에서 제국에 대해 무지하다. 하긴, 모르니까 화평 따윌 생각한 거겠지. 알고 있다면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너무 서둘렀나? 아니다. 그러니 내 지식이 필요한 거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


  “전 인류의 지배자며 전 우주의 통치자, 천계를 아우르는 질서와 법칙의 수호자, 신성하며 불가침한 은하제국 황제……. 알겠습니까? 제국은 대등한 존재 따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화평 자리에 앉히기 위해선 제국군 장병을 마구 죽여서 이 이상 전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밖에 없어요.”


  방 안에 침묵이 떨어졌다. 난 극단적인 걸 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전쟁이라도 한도라는 것이 있다. 제국과 동맹의 전쟁에서 제국이 허용할 수 없는 손해란 무엇인가?


  동맹령 안에서 싸우는 거니까 영토는 논외다. 그렇다면 나머진 얼마나 제국군 병사를 죽이는가, 제국의 군사비를 막대하게 만드는가가 된다. 전사자에 대한 유족연금도 그 중 하나다. 간단히 말하자면 암릿처를 제국 상대로 실시하는 거다. 2천만 명이나 죽으면 아무리 제국이라도 당분간 전쟁은 할 수 없다. 화평을 하자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생각하지 않으면 그 시점에서 이제르론 요새 공략을 실시해도 좋다. 그 뒤에 제국령 침공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혹은 변경성역에 대해 1개 함대에 의한 통상파괴작전을 실시한다. 제국도 진심으로 화평을 생각하기 시작하겠지. 문제는 진심으로 제국령 침공 같은 바보짓을 하지 않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는 샌드위치가 남아있다. 다들 왜 먹지 않는 거지? 남긴다고 누구 줄 건 아니잖아? 난 인살라타 카프레제를 하나 더 먹는다. 진짜 맛있다.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면 제국령 침공이라는 최악의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맹령 안에서 제국군의 섬멸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죠. 아닙니까?”

  “…….”


  죽여라. 단지 일방적으로 죽여라, 인가……. 이 무슨 피 냄새 나는 이야기인가. 지긋지긋하다. 피투성이 발렌슈타인……. 머잖아 적포도주 대신 제국군인의 생피를 마시며 살고 있다는 말까지 들을 것 같다.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건가?”

  낮게 억누른 목소리로 시틀레가 물었다. 주인공 등장인가. 시틀레.

  “달리 선택지는 없습니다. 단지…….”

  “단지?”

  “단지……. 현 시점에서 제국에는 불확정요인이 있습니다. 그에 의해 다른 선택지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겠죠…….”


  내 말에 트류니히트, 레벨로, 시틀레가 서로를 돌아봤다. 트류니히트가 내게 달라붙듯이 질문했다.

  “그 불확정요소란, 무엇인가?”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수명입니다.”

  내 말에 트류니히트, 레벨로, 시틀레가 또 서로를 돌아봤다. 이 세 사람이 거기에 대해서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 검토했을지…….


  “황제 프리드리히 4세는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황제가 죽으면 제국은 황제의 자리를 둘러싸고 내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인가.”

  트류니히트가 중얼거리고 레벨로와 시틀레가 제각각의 표정으로 끄덕이고 있다. 역시. 이 세 사람은 내란에 대해서 검토를 했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

  “다음 황제후보자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엘리자베트, 리텐하임 후작가의 사비네, 그리고 엘윈 요제프…….”


  “엘윈 요제프? 하지만 그에겐 유력한 배경이 없잖은가?”

  무르군. 시틀레. 아무래도 너희들은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사후를 검토하긴 했지만, 브라운슈바이크와 리텐하임의 내란으로 끝나리라 점쳤나 보군. 아마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유리. 그렇게 점쳤나. 원작지식이 있는 탓인지도 모르지만 꽤나 미덥잖다.


  “그는 이미 죽은 루드비히 황태자의 아이입니다. 세 사람 중에선 가장 혈통이 좋죠. 그런데다가 남아입니다.”

  “하지만.”

  “그에겐 배경이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누구나 배경이 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런 겁니다.”

  “!”


  트류니히트, 레벨로, 시틀레가 서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이번엔 날 보고 있다.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난 무시하고 물을 마셨다. 이번엔 레벨로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을 적으로 돌릴 만한 실력을 가진 귀족이 있을까? 두 가문 모두 친족이 많은데다가 병력도 많아. 그렇게 간단하게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네만.”

  시틀레가 끄덕이고 트류니히트는 생각에 잠겨있다.


  “군부를 아군으로 붙이면 가능하겠죠. 누가 군의 실전부대를 쥘 것인가.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이 나타날 것인가. 그에 의해 내란의 행방이 달라질 겁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리텐하임 후작의 다툼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군부까지 더해서 제국이 2등분, 3등분 되는 대란이 벌어질 것인가……. 그 중에서 선택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 사람이 생각에 잠겨있다. 선택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거겠지. 원작에선 라인하르트가 군의 실전부대를 쥐었다. 리히텐라데 후작이 라인하르트와 손을 잡고 브라운슈바이크, 리텐하임 연맹을 쳐부쉈다. 그리고 그 뒤, 라인하르트에 의해 리히텐라데 후작이 숙청됐다.


  이 세계에선 어떻게 될까……. 일단 황제가 언제 죽을지겠지. 원작대로라면 내년 10월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라인하르트가 군을 장악할 수 있을 까다. 조금 어렵겠지. 밴플리트 패전이 크다. 거기서 발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럼 리히텐라데 후작은 누구와 짝을 지을 것인가? 경우에 따라선 처음부터 황위쟁탈전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겠군. 브라운슈바이크, 리텐하임의 일기토인가. 이기는 쪽이 라인하르트를 숙청한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이기면 플레겔 쯤에서 불이 붙겠고, 경우에 따라선 안네로제가 프리드리히 4세를 죽였다고 소문을 흘리는 것도 좋겠지.


  제국의 분할통치라는 방법은 없을까? 뭐하면 엘윈 요제프까지 포함해서 삼분할해도 좋다. 이제르론 방면을 가진 세력과 화평을 맺는다. 제국의 분할상태를 고착화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유행성동맹은 화평을 누릴 수 있다…….


  너무 앞서가지 마라. 자신의 상황에 좋게만 생각하면 안 된다. 라인하르트를 대신하는 인물이 나올지도 모른다. 혹은 라인하르트가 누군가를 짊어지고 제국의 패권을 잡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반드시 군부를 장악할 필요는 없다…….


  알 수 없군. 몇 가지의 선택지가 보이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선 알 수 없다. 단지 알 수 있는 건 황제가 빨리 죽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늦으면 라인하르트의 지위가 오른다. 경우에 따라선 군부를 장악할 가능성도 있다. 그땐 원작과 거의 다름없이 흘러가겠지. 가장 피하고 싶은 경우다.


  “프리드리히 4세의 죽음인가……. 대체 언제가 될지…….”

  트류니히트가 중얼거린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불확정요인이라고 생각한 거겠지. 프리드리히 4세는 아직 충분히 젊다. 지금 시점에서 그가 곧 죽으리라 예측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황제는 꼭 건강하지만은 않습니다. 의외로 빠를지도 몰라요.”

  내 말에 세 사람이 서로를 돌아봤다. 실제로는 더 빨랐으면 좋겠지만.

  “우리들이 지금 준비해야하는 일은?”

  트류니히트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군을 정예로 만드는 겁니다.”

  “……시틀레 원수의 우주함대 사령장관 취임인가.”

  “네.”


  트류니히트가 시틀레와 시선을 교환한다. 서로 끄덕이고 트류니히트는 날 봤다.

  “시틀레 원수를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하지. 후임 본부장은 그린힐 대장이다. 단, 그는 대리라는 것이 되겠지만.”


  과연. 통합작전본부장의 의자는 시틀레의 것이라는 거로군. 이건 일시적인 처치라는 거다. 좋다. 아주 좋다. 그러는 편이 시틀레의 위엄을 보다 큰 걸로 만들겠지…….


...


우주력 795년 1월 4일. 하이네센. 시드니 시틀레.


  회합이 끝난 건 날짜가 바뀌고 30분이나 더 지난 뒤였다. 난 지상차로 자택으로 돌아가는 도중이다. 옆에는 발렌슈타인 준장이 있다. 지상차에 타고 나서 그는 한 마디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지 잠자코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미래를.”

  “미래인가. 어떤 미래인가?”

  그가 생각하는 미래는 어떤 미래일까. 조금 흥미가 생겼다. 화평을 맺고 퇴역한 뒤 뭔가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제국 역사상 최악의 배신자. 은하 역사상 최대의 대량학살자. 제가 그렇게 경멸 받는 미래란 어떤 걸까 생각했습니다.”

  “…….”

  냉정한 목소리였다. 얼굴을 봤지만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비꼬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자신을 멸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제국군을 마구 죽인다. 화평을 위해서 죽인다. 확실히 그는 제국 사상 최악의 배신자, 은하 역사상 최대의 대량학살자. 그렇게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되도록 한 건 나지만 그래도, 아니,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무겁다.


  “원수.”

  “뭔가? 준장.”

  “우주함대 사령관을 교대해주세요. 지금 이대론 신용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건 제 5, 제 10, 제 11 정도겠죠.”


  뷰코크, 우란푸, 보로딘인가……. 확실히 그렇다. 그 외에 쓸만하다 한다면 제 1의 쿠브르슬리지만.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교대한다고 해도 후임자를 누구로 하나?”

  “일단, 랄프 칼센. 라이오넬 모톤 두 사람을 함대사령관으로 해주세요. 나머진 차차 바꿔가도록 하죠.”


  과연. 칼센과 모톤인가. 두 사람 모두 사관학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실력은 확실하다. 로보스의 실태로 추락한 병사 사기를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두 사람을 사령관으로 하는 것으로 올린다는 건가. 일석이조.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좋겠지. 트류니히트 위원장에게 상담하지. 하지만 어째서 미리 말하지 않은 건가?”

  “당신 곁에는 바보들뿐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리 위원장 각하라도 기분이 상하시겠죠.”

  너무 심한 말에 실소가 나왔다. 이 청년은 이래도 트류니히트를 신경 쓴 편인가보다.


  “그리고 양 준장을 승진하게 하여 정규함대 사령관으로 해주세요.”

  “양 준장을? 하지만.”

  “다음 회전이 끝나고 나서라도 상관 없습니다. 적당한 이유를 붙여서 그를 중장으로 해주세요.”


  2계급 특진시키라는 건가…….

  “준장. 그는 참모에 더 맞지 않은가?”

  양 웬리를 지휘관으로? 참모에 어울린다곤 할 수 없지만, 지휘관은 더욱 더 그렇겠지.


  내 말에 발렌슈타인 준장은 희미하게 웃음을 띠웠다.

  “아니지요. 그는 지휘관인 편이 좋습니다.”

  “?”

  나는 납득하지 못하겠단 표정을 짓고 있었겠지. 발렌슈타인은 날 재밌다는 듯이 보고 있다.


  “양 준장은 천재입니다. 그렇기에 그를 부하로 둔 지휘관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쓰지 못해요. 참모로선 가장 적성이 없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다가 그는 사무 처리도 못하니까 다들 가볍게 보고 맙니다. 그리고 그 스스로 전쟁을 싫어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전쟁에 나서려고 하지 않죠.”

  “…….”


  “그를 진지하게 만들어서 실력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선 정점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엘 파실이 그랬죠. 전권을 잡으면 기적을 일으킵니다……. 1개 함대, 150만 명의 목숨을 맡기면, 싫어도 진심으로 할 수밖에 없겠죠. 기적의(미러클) 양이라고 불리는 날이 올 겁니다.”


  과연. 그런 생각도 있는가……. 확실히 지휘관으로서 시험해볼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꽤나 자세하다. 양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칼센, 모톤, 언제 거기까지 조사했는지…….


  “자넨 양 준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가보군.”

  내 말에 발렌슈타인이 끄덕였다. 이상했다. 양과 발렌슈타인은 좀처럼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은 양에 대해 지극히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냉철, 그런 말이 가슴에 떠올랐다.


  “평가하고 있어요. 라인하르트 폰 뮈젤에 대항할 수 있는 건 그뿐일 겁니다. 어느 정도, 무훈을 쌓으면 총사령부로 돌아오게 해서 총참모장, 혹은 사령장관을 맡겨야겠죠.”


  라인하르트 폰 뮈젤, 발렌슈타인이 천재라고 평한 인물…….

  “내겐 자네도 천재로 보이네만.”

  내 말에 발렌슈타인은 희미하게 뺨을 일그러뜨렸다. 조소인가?


  “과대평가로군요. 저는 그 두 사람에겐 도저히 미치지 않아요. 자신의 역량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합에서 자네는 충분히 그 재능을 우리들에게 보였다. 밴플리트에선 뮈젤을 바로 한 발자국까지 몰아세웠다. 그렇게 말하려던 날 그가 막았다.


  “각하는 아직 그 두 사람의 진짜 모습을 모를 뿐입니다. 저 두 사람에 비하면 저 따윈……. 있어도 없어도 좋을 존재입니다. 아니 없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큰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지상차가 그의 관사 앞에 멈추기까지 그가 눈을 뜨는 일은 없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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