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6년 4월 27일 07:00. 이제르론 요새. 토마 폰 슈톡하우젠.


  사령실엔 긴장감과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오퍼레이터들은 바쁘게 일을 하고 있지만, 참모들은 모두 침묵한 채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때때로 시선을 교환할 뿐이다.


  사령실 문이 열리고 이제르론 주류함대 사령관, 한스 디트리히 폰 젝트 대장이 참모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 순간 내 주변에 있는 참모들이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 보였다. 별 수 없는 녀석들이다!


  이 이제르론 요새에는 요새 사령관인 나와 주류함대 사령관인 젝트 대장이 있다. 우리들은 상하관계가 아니다. 이제르론 요새 방위전에 있어 우리들은 동격의 입장에서 반란군과 싸우게 되어 있다.


  같은 직장에 동격의 대장이 두 명 있는 거다. 당연히 사이는 좋지 않다. 아니, 그 이상으로 주변 참모들 사이가 나쁘다. 얼굴을 찡그리는 건 일상다반사라서 딱히 놀랄 일도 아니다.


  젝트 대장이 이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이를 악문 목소리로 질문했다.

  “긴급한 호출이라니 온건하지 않군. 대체 무슨 일인가?”

  말로 하진 않았지만 별 같잖은 일로 불렀다면 그냥 끝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하 앞이라고 해서 위협적인 태도인 것도 아니겠지.


  “회랑 안에 반란군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6시간이면 육안으로 보이게 되겠지.”

  내 말에 젝트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그의 참모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무슨 일인가. 그건.”


  “조금 전, 구축함 벨펜에서 긴급연락이 들어왔다. ‘반란군의 함대를 발견. 규모, 약 5만 척.’, 그 직후 연락 두절이다. 이쪽의 호출에도 응답이 없어. 아마도 격침됐겠지.”

  “…….”


  젝트가 부하들과 시선을 교환하고 있다.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이 있겠지. 나도 동감이다. 반란군은 밴플리트에서 원정군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녀석들의 목적은 이제르론 요새 공략이다.


  “내 독단으로 원정군, 그리고 오딘에 통보를 넣었다. 시급히 원군을 바란다고 말이야.”

  젝트의 눈썹이 또 올라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게 타진도 없이’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그 점은 인정해 주겠다. 잘 참았다.


  “……오딘은 둘째 치고, 원정군엔 도달할까?”

  젝트가 미덥잖은 표정으로 질문했다. 저도 모르게 자신의 입가가 일그러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그 점에 있어선 불안이 남는다.


  “10분마다 통신을 보내라고 오퍼레이터에게 지시했네.”

  “그런가…….”

  “원정군이 돌아오기까지 8일은 걸리겠지. 적에게 발이 묶인다면 더욱 시일이 길어질 거야.”


  내 말에 젝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다시 말해, 최소한 8일은 우리들만으로 5만 척을 이끌고 있는 반란군과 대치해야 한다는 건가.”

  “그렇게 되는군.”


  “대단한 일도 아니군요. 이제르론 요새는 난공불락.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열흘도 되지 않는 기간을 지키면 되는 일입니다. 반란군은 6번의 패배가 7번의 패배로 될 뿐입니다.”

  요새사령부의 참모가 하잘 것 없다는 듯한 어조로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걸 책망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동의한다는 듯이 끄덕이고 있다.


  누구나 이제르론 요새의 견고함을 믿고 있는 거다. ‘이제르론 회랑은 반란군 병사의 시체로 포장되어 있다.’ 제국군 병사가 즐겨 쓰는 말이다. 내가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겠군. 반란군을 가볍게 보는 건 위험하다.”

  “각하!”

  몇 사람의 참모가 책망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로 내 부하들이다. 나머진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슨 말인가? 요새 사령관.”

  젝트가 낮고 억누른 목소리로 질문했다. 아무래도 이 자도 내 의견에 불만인 것 같다.


  “반란군이 어떤 승산도 없이 이제르론 요새로 왔을 리가 없어. 저번엔 미사일 함선에 의한 공격, 저저번엔 병행추격작전을 고안했지. 두 번 다 실패했지만, 우리들은 위험한 상태까지 몰렸던 거다. 방심은 할 수 없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들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요새의 견고함을 부정당한 것이 그렇게나 재미없는 건가.


  “하지만, 이번엔 불과 8일만 지키면…….”

  “그래서 위험한 거다!”

  항의하려는 참모의 입을 막았다. 이 녀석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원정군이 8일이면 돌아오리란 건 반란군도 알고 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를 공략하려는 건 어째서인가?”


  “……반란군은 요새를 함락할 자신이 있다. 경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로군.”

  “그 말대로다. 젝트 제독. 혹은 꽤나 장기간, 원정군의 발을 묶을 자신이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네.”

  “음.”


  최악의 경우엔 발이 묶이기는커녕 전멸이라는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그걸 여기서 말하면 혼란을 부추길 뿐일 것이 틀림없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이게 한계다. 젝트가 팔을 꼬고 생각에 잠겨있다. 아무래도 이 자도 반란군이 위험하다는 건 이해한 것 같다. 뭐, 이 정도의 일을 이해하지 못해선 최전선 지휘관 따위 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연한가. 젝트가 팔을 풀었다.


  “함대는 요새 밖에 둔다. 요새 주포 토르 해머 사정거리 안에서 대기. 반란군의 움직임을 살핀다. 바로 준비하라.”

  “옛.”

  젝트의 부하들이 경례를 하고 사령실을 나갔다. 그걸 배웅하고 젝트가 내게 시선을 향했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혹은 뭘 말해야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젝트가 말을 걸었다.

  “반란군이 요새를 공략하려 한다면 함대 무력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겠지. 요새 안에 함대를 보전했을 경우, 주요 항구 시설이 파괴 되면 함대 출격이 불가능해진다. 요새 사령관인 경을 신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함대를 출격하여 반란군의 움직임에 대응하려 생각하네만?”

  일단 이쪽의 허가를 받으려는 마음이 있는 듯하다. 역시 불안하긴 하겠지. 협력체제를 취하자는 건가.


  “알겠다. 이쪽은 요새 안에 육전대를 배치하지. 또 반란군이 미사일 함선으로 공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으니.”

  “음. 가능한 한 반란군의 움직임을 견제할 생각이지만, 본격적인 반격은 원정군이 돌아오고 난 뒤가 되겠지.”

  문제는 없다. 괜히 충돌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돌아오리라 생각하나?”

  자연스럽게 작은 목소리를 내게 됐다. 젝트는 엄한 눈으로 날 봤지만, 그럴 뿐이었다. 그도 불안하게 생각하는 거겠지.


  오퍼레이터가 망설이면서 말을 걸었다.

  “각하. 오딘에서 연락이.”

  “……알았다.”


  스크린에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 두 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례를 하자 저편에서도 경례를 받았다.

  “원정군 사이의 연락은 됐는가?”


  에렌베르크 원수의 말에 시선을 오퍼레이터에게 향하자 오퍼레이터는 고개를 저었다.

  “유감스럽습니다만, 아직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이쪽의 송신을 수신했는지 아닌지도 모릅니다.”


  내 말에 두 원수가 얼굴을 찡그렸다. 내 책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몸둘바를 몰랐다. 젝트도 마찬가지겠지. 면목 없단 표정을 짓고 있다.


  “이쪽에서도 증원을 보내지.”

  슈타인호프 원수가 벌레라도 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증원입니까. 하지만 오딘에선.”


  오딘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40일은 걸린다. 증원이 오기 전에 요새 공방전이 끝나겠지. 이번 같은 급한 때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젝트도 같은 생각이겠지. 눈썹을 모으고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다.


  “경이 하고 싶은 말은 알겠네. 지금 현재 뮈젤 중장의 함대가 보덴 성계에서 훈련을 행하고 있다. 병력은 약 3만. 시급히 그쪽으로 향하도록 지시했네. 2주 정도면 그쪽에 도착할 것이다.”


  2주. 원정군이 8일에 돌아오면 이쪽이 우세하게 되는 시점에서 뮈젤 중장이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하게 된다. 반란군은 틀림없이 격퇴 되겠지. 하지만 원정군이 발이 묶이면 뮈젤 중장의 함대가 먼저 요새에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약 3만 척의 함대……. 꽤 상황이 개선될 것이다. 주류함대와 합류하면 제국측이 유리하게 되겠지. 다시 말해 8일이 아니다. 최소한 2주일을 버틸 각오로 싸울 필요가 있다는 거다. 불만스럽게 생각하지 마라. 믿을 수 없는 8일 보다도 확실한 2주다. 경우에 따라선 원정군은 반란군에게 패배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거다.


  오딘은 최선의 수를 써주고 있다. 우리들은 불리한 상황에 있으나 고립된 것은 아니다. 마음을 강하게 가져라. 젝트도 몇 번인가 끄덕이고 있다. 증원이 온다는 화언을 받고 정신적으로 편해진 걸지도 모른다.


  “알았습니다. 신속한 수배, 감사합니다.”

  내가 두 원수에게 감사를 표하자 젝트도 감사를 표했다. 그걸 듣고서 에렌베르크 원수가 엄한 표정으로 우리들에게 주의했다.


  “나머진 원정군이 돌아오길 기다릴 뿐이다. 그때까지, 두 사람은 협력하여 이제르론 요새를 지켜라.”

  “옛.”


  이런이런.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휘체계를 통일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직장에 동격의 사령관을 두다니 괴롭힘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매번 반란군이 밀고 들어올 때마다 협력하여 싸우라고 주의할 생각인가? 바보 같은 일이겠지. 곁에 있는 젝트의 얼굴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


제국력 486년 4월 27일 08:00. 보덴 성계. 뮈젤 함대 기함, 탄호이저. 라인하르트 폰 뮈젤.


  “그렇다 해도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이라니…….”

  “의표를 찔렸군요. 참모장.”

  케슬러와 클레멘츠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 들으며 생각했다. 동감이다. 확실히 의표를 찔렸다.


  중장으로 승진한 후, 1만 척의 함대를 이끌게 됐다. 그 외에 메크링거 소장, 아이제나흐 소장, 비텐펠트 소장, 로이엔탈 소장, 바렌 소장, 미터마이어 소장이 각각 3천 척을 이끌고 있다. 뮐러 준장은 내 함대의 분함대 사령관으로서 3백 척을 이끌게 됐다.


  사령부 요원도 새로이 편성했다. 당초 메크링거를 참모장으로 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케슬러, 메크링거, 클레멘츠와 상의하여 참모장에 케슬러, 부참모장에 클레멘츠를 두는 포진이 됐다.


  정략면에서 케슬러, 전략전술면에서 클레멘츠, 그런 거다. 케슬러, 메크링거라는 조합도 생각했지만, 클레멘츠가 발렌슈타인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케슬러, 클레멘츠의 조합이 됐다.


  다들 진짜 적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번 반란군의 움직임도 그 남자의 생각이겠지. 원정군의 격파를 꾸미는 것처럼 보이고 이제르론 요새 공략을 노리고 있었다.

  “문제는 원정군이 언제 이제르론 요새로 돌아올지 입니다만…….”

  케슬러의 말에 클레멘츠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마 나도 마찬가지겠지.


  “경들은 원정군이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

  내 질문에 케슬러도 클레멘츠도 입을 다물고 답하지 않는다. 아니, 답하지 못한다.


  다들, 어려우리라 생각하는 거다. 당연하지만 반란군, 아니 발렌슈타인은 돌아오려는 원정군의 발을 묶으려 할 것이다. 꽤나 대군을 움직이고 있겠지. 원정군은 간단하겐 이제르론 요새로 돌아오지 못한다. 시간만이 지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제르론 요새가 함락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정군은 서두르게 되겠지.”

  내 말에 케슬러, 클레멘츠 두 사람이 끄덕였다. 이제르론 요새가 떨어지면 원정군은 귀로를 차단당하게 된다. 그 공포감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커져가겠지.


  “당연합니다만, 원정군은 무리를 해서라도 철퇴하려 하겠죠.”

  “이쪽도 당연합니다만, 반란군은 그걸 칠 것입니다.”

  “심각한 손해를 입겠지.”

  원정군의 원조를 기대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패잔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 자다운 방식이군. 전력적인 우위를 세우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를 정신적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면 그 자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지. 밴플리트에서 싫을 정도로 알게됐어.”


  내 말에 케슬러와 클레멘츠가 서로를 돌아봤다. 두 사람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밴플리트에서 내가 맛본 그 마음을 알았을까? 잠시 동안 침묵이 지나갔다. 그리고 공기가 무거워진다.


  “그에게 있어서 오산이 있다면 우리들의 존재겠죠. 2주 동안 이제르론 요새가 버텨주면 요새를 지킬 수 있습니다.”

  케슬러가 무거운 분위기를 씻어내듯이 밝은 예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원정군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우연인가. 아니면 이미 파악한 것인가…….


  “참모장의 말대로입니다만, 싸우는 건 가능하면 피해야만 합니다. 지금 함대 상태로 전투하는 건 위험이 너무 큽니다. 요새, 그리고 주류함대와 협력하며 반란군을 격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철퇴를 선택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클레멘츠의 말대로다. 이 함대는 아직 충분히 숙련도를 쌓았다고 말할 수 없다. 2주 더, 아니 1주만이라도 더 필요했다. 슈타덴이 우리들이 카스트로프에서 돌아오기까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또 한숨이 나왔다.


  그랬다면 함대 상태에도 조금 더 자신을 가질 수 있었겠지. 전투에도 자신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잘 굴러가지 않는다. 케슬러는 우리들의 존재가 발렌슈타인에게 있어서 오산이라고 했지만, 정말로 그럴까? 어딘가 삐걱거리는 느낌이 든다.


  “지금 우리들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이제르론 요새로 향할 것, 주류함대와 합류할 것입니다. 서두르죠. 향하는 도중에 요새에서 자세한 정보도 들어올 것입니다. 전투 예측은 그때부터 하는 편이 좋습니다. 지금 여기서 생각해도 불확실한 정보론 불안감만 늘어날 뿐입니다.”


  케슬러의 말에 클레멘츠가 끄덕인다. 확실히 그렇다. 지금 여기서 고민해도 소용없다. 가능한 일을 하나씩 처리하자. 일단 이제르론으로 서두르자. 그게 그 자의 오산이 될 것을 믿으며…….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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