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8년 5월 10일. 키르히아이스 함대 기함, 바르바롯사.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흑공주 일가의 발렌슈타인에게서 방문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앞으로의 일을 상담하고 싶다고…….”
뷔로 준장의 말에 저도 모르게 표정이 움직일 것 같아서 서둘로 고쳤다. 하기야 준장도, 그리고 그걸 듣고 있는 베르겐그륀 준장도 표정은 결코 호의적인 것이 아니다.
“가능하면 루츠, 바렌 두 제독과 함께 만나고 싶다고…….”
한숨이 나왔다. 그런 나를 두 사람의 준장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상담 따위 필요 없다고 거절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상대는 우리들의 보급을 지원해주고 있는 조직이다. 양호한 관계를 쌓는 것은 이번 군사활동에 있어 필수불가결하다고 해도 좋다. 보급에 문제가 생긴 군대가 어떤 꼴이 되는지는 암리처에서 반란군이 보여주고 있다.
“방문을 환영한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루츠, 바렌 제독에게 초청을.”
“예.”
사람, 최저한의 겉치레는 필요하다. 아무리 싫은 상대라도 웃으면서 대응해야만 하는 때가 있다. 하물며 그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숨이 나온다.
루츠, 바렌 제독에게 흑공주가 온다는 것을 전하자 두 사람 모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제독들에게 있어서도 흑공주는 뭐라 말로 하기 어려운 존재인 것이다. 저번 싸움에선 라인하르트님에게서 무공 제1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군인으로서 그걸 받아들이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겠지.
흑공주……, 검은 공주. 해적들이 그에게 붙인 이름이다. 흑은 악, 강함을 표현하고 공주는 여성을 나타낸다. 강하고 악한 여성……. 마성, 최악의 존재겠지. 무뢰한, 폭한이 많은 해적사회에서 흑공주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그리고 교활한 페잔 상인조차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 작년 카스트로프 동란에선 페잔 상인도 얼굴이 새파래질 정도로 벌었다고 한다.
흑공주가 온 것은 루츠, 바렌 제독이 오고 나서 보다 10분 정도 지난 뒤였다. 혼자서가 아니었다. 부하를 한 명 데리고, 거기에 군인을 두 사람 데리고 왔다. 본 적이 있다. 이 두 사람은……. 또 한숨이 나올 뻔했다. 아무래도 또 한방 먹은 것 같다.
“오랜만입니다. 키르히아이스 제독. 저번에 뵙고서 반년 이상 지났군요. 시간 참 빠릅니다.”
흑공주가 빙그레 웃고 있다. 화사하고 가련한 신체. 구김살 없는 웃음. 도저히 해적으로는, 흑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자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속으면 안 된다. 이 웃음은 상대방을 방심하게 만들기 위한 속임수인 거다. 이 자의 본질은 피에 굶주린 상어다. 탐욕스럽고 영악하며 교활, 한 번 먹이를 물면 그 날카로운 이빨로 용서 없이 찢어발긴다…….
“오랜만입니다. 흑공주 두령.”
기왕이면 계속 만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원수 각하의 아군이 되고 싶다는 두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키르히아이스 제독은 이미 면식이 있었죠? 헬무트 렌넨캄프 제독과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 제독입니다.
흑공주가 옆으로 비켜 자리를 양보하자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경례를 하기에 이쪽도 답례한다.
“헬무트 렌네캄프 소장입니다. 휘하의 일익에 넣어주시면 영광입니다.”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 소장입니다. 소관도 렌네캄프 소장과 같은 마음입니다.”
“두분을 마음 깊이 환영합니다. 원수 각하도 기뻐하시겠죠.”
“기뻐해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두 분의 함대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있습니다. 각하의 오해를 사선 안 된다 생각하여 여기엔 제 배로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이런저런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흑공주가 빙그레 웃고 있다. 렌넨캄프, 슈타인메츠 제독도 기뻐 보인다.
이 두 사람이 참가한 것은 틀림없이 기쁘다. 라인하르트님도 기뻐하시겠지. 하지만 거기에 흑공주가 얽혀 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아마도 표정을 찡그릴 것이 틀림없다. 또 점수를 뺏겼다…….
“괜찮습니다. 렌넨캄프 제독, 슈타인메츠 제독. 키르히아이스 제독의 얼굴색이 좋지 않은 것은 두 분 때문이 아닙니다. 제 때문이죠. 그렇잖습니까?”
깜짝 놀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날 보고 있다. 그리고 흑공주가 우습단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무슨, 대체.”
“제가 두 분을 로엔그람 후작의 아군으로 권유했다. 다시 말해 제가 공적을 올렸다. 그게 좋지 않은 거죠. 로엔그람 후작은 군인으로선 굉장히 훌륭한 분이시고 저도 존경하고 있습니다만. 금전에 관해선 조금…….”
그렇게 말하고 흑공주는 쿡쿡 웃었다. 루츠, 바렌, 뷔로, 베르겐그륀. 다들 찔리는 표정이다. 그리고 흑공주의 부하는 경멸하는 듯한 시ᅟᅥᆫ으로 날 보고 있다.
“저희들은 해적이므로 보수는 돈으로 받습니다만. 저번 싸움에서 굉장히 미움을 샀습니다. 두 분은 괜찮습니다. 군인이니까요. 승진, 훈장, 지위로 충분히 보답을 받으시겠죠. 평가도 정당하게 받으실 겁니다. 해적이라도 공적을 올리면 제1위라 인정하시는 분이니까요.”
렌넨캄프, 슈타인메츠가 미묘한 표정으로 끄덕이고 있다. 안 된다. 정신을 차려야지. 라인하르트님을 쩨쩨하다거나, 그릇이 좁다는 듯이 주변에 보여선 안 된다.
“흑공주 두령.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두령이 두 사람을 아군으로 불러주신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제가 원수 각하께 반드시 보고하겠습니다. 원수 각하도 분명 두령의 활약에 기뻐하시겠죠.”
내 말에 흑공주가 빙그레 웃음을 띠웠다. 웃지마! 네가 웃으면 좋은 일이 없다.
“무례한 말을 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흑공주가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 넌 무례하다. 흑공주가 고개를 숙이는 걸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흑공주가 고개를 올렸다. 빠르다…….
“키르히아이스 제독은 로엔그람 후작의 소꿉친구며 심복이라고 들었습니다. 키르히아이스 제독이 기뻐하시니 로엔그람 후작도 분명 기뻐하시리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이상의 보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흑공주의 말에 다들 떨떠름하게 끄덕였다. 베르겐그륀 준장과 뷔로 준장이 신경 쓰는 듯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미운 놈이다. 제대로 속아 넘어갔다. 이걸로 나는 라인하르트님에게 이 자의 공적을 인정하게 만들어야만 하게 됐다……. 그러지 못한다면 거짓말쟁이라고 불리고, 심복이라 불려도 영향력 따윈 조금도 없다고 경멸 당하게 되겠지…….
필사적으로 웃음을 띠우지만 뺨이 굳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안에서 마음에서 웃는 사람은 흑공주와 그 부하들뿐이겠지. 또 당했다……. 이걸로 몇 번째일까. 이후엔 실무에 대한 이야기가 됐지만, 30분 정도로 끝났다. 흑공주와 렌넨캄프, 슈타인메츠가 떠났다. 두 사람의 제독은 함대를 이끌고 함류하게 됐다. 지쳤다……. 한숨이 나왔다.
“괜찮습니까? 총사령관 각하.”
내 한숨을 보고 루츠 제독이 신경 써줬다.
“괜찮습니다. 조금 지쳤을 뿐입니다. 그를 상대하는 건 피곤하군요…….”
“아뇨. 그게 아니라 로엔그람 후작에 대한 보고 말입니다만…….”
말하기 힘든 듯한 표정과 어조였다. 또 한숨이 나왔다.
“그 두 사람이 아군이 된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내란만이 아니라 내란 후의 일을 생각해도……. 흑공주가 공적을 세운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건 평가를 해줘야……. 로엔그람 후작도 이해를 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라인하르트님은 흑공주의 공적에 불만을 표할지도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 불만스럽게 생각하시겠지…….
하지만 이해는 해주실 것이다. 그리고 이해하시면 평가도 해준다. 렌넨캄프, 슈타인메츠, 그 두 사람은 이후 라인하르트님을 위해서 큰 활약을 하겠지. 흑공주가 아니라 그 두 사람을 평가한다. 그렇게 생각해 달라고 설득하자…….
“그렇다 해도 밀고 당기기가 능숙하군. 놀랄 정도로 강하다. 저러지 않으면 해적 두령은 할수 없는 거겠지.”
“그렇겠지. 저 나이에 지금은 3만 5천명의 부하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루츠, 바렌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다.
“제 실수입니다. 무심코 그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표정으로 나왔습니다. 그걸 제대로 찔렸습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그런 언질을 뺏기지 않았습니다만…….”
“…….”
“흑공주도 불쾌했겠죠. 그의 부하는 저를 멸시하고 있었습니다. 공적을 세웠는데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흑공주는 일절 그런 감정을 보이지 않았죠. 냉혹하게 자신의 공적을 저에게 인정하게 만들었습니다. 공사를 제대로 구분하는 거겠죠.”
내 말에 이번엔 그들 두 사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라인하르트님도 결코 주변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것도, 공적을 인정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 괴로움, 아픔, 답답함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지위가 올라가서 감정의 제어가 풀린 걸지도 모른다. 혹은 어딘가 그를 해적이라고 멸시하고 있었든가……. 흑공주도 내심 답답하게 생각했겠지. 하지만 해적이라 멸시를 받는 것도, 3만 5천 명의 부하를 지키기 위해서 참고 있다…….
“만만찮은 상대군요.”
“방심도 빈틈도 없는 상대지만, 적어도 적은 아니다. 그걸 기뻐해야겠지.”
“그렇군요. 적인 것보단 낫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죠.”
서로를 돌아보며 세 명이서 쓰게 웃었다. 확실히 적인 것보단 낫다…….
...
제국력 488년 7월 3일. 순양함 배커니아. 칼스텐 키아.
이야, 굉장한 소란이야. 제국도 반란군도 국내에서 내란 소동이다. 상대방에 대한 건 제쳐놓고 엉망진창 싸우고 있다. 뭐, 집안싸움 중에 밖으로 나가서까지 싸울 바보는 없으니까 말이야. 제국이 둘로 갈라지고 반란군이 둘로 갈라져서 페잔을 포함하면 우주는 다섯 개로 갈라진 것이 된다. 이런 영문도 모를 사태는 전대미문이다.
반란군에선 5월에 양 웬리가 도리아라는 장소에서 쿠데타에 참가한 1개 함대를 격파했다고 한다. 거의 전멸 직전까지 쳐부쉈다든가. 무서운 상대야. 암리처에선 보급이 오지 않아서 충분히 싸우지 못했지만, 보급이 충분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오한이 든다.
저번 달에는 하이네센에서 군과 주민 사이에서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주민이 약 2만 명 죽었다고 하고, 병사도 천 명 이상이 죽었다. 양이 도라아에서 이긴 탓에 쿠데타를 일으킨 녀석들은 궁지에 몰린 것 같다. 그게 원인으로 충돌이 일어난 거겠지. 엉망진창이군.
제국에선 금발의 군대가 순조롭게 이기고 있다. 내란이 일어난 것은 4월이지만, 그 달 안에 알테너 성역에서 이기고 렌텐베르크 요새에서 이겼다. 이 두 개가 컸지. 상대방은 역적군이고 불리나 보지만(반란군이라면 자유행성동맹과 구분이 가지 못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이 역적군 중에서도 행동대장인 슈타덴이라는 놈과 야만인 오프레서가 졌으니까 말이야. 역적군으로선 뼈아팠겠지. 그 이후에도 금발의 군대는 순조롭게 이기고 있다는 것 같다.
한편 변경에선 적발의 키르히아이스 대장의 함대가 변경성역에 있는 역적군의 세력을 평정하고 있다. 이쪽도 순조롭다고 해도 좋겠지. 금발처럼 큰 싸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30회 이상의 싸움에서 완승하고 있다. 적발이란 꽤 강하구나. 두목님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웃으셨지. 카스트로프는 우연이 아니라고.
그렇지. 적발은 카스트로프 반란을 순식간에 진압했으니까. 두목님에게 듣고서 생각났어. 나치고도 얼간이 같은 소리다. 적발의 군대에는 렌넨캄프와 슈타인메츠 아저씨들도 힘내고 있는 것 같다. 그 두 사람, 꽤나 나이가 많으니까. 금발이 있는 데에선 젊은 애들이 많다. 그런 곳에서 더더욱 힘내야 한다고 필사적인 거겠지.
두목님도 기뻐하고 있다. 뭐라 해도 두목님이 스스로 데려온 사람들이다. 그 두 사람이 공적을 세우면 세울수록 두목님의 주가도 오른다는 거지. 부탁한다고, 두 사람. 그건 그렇고 적발 녀석. 처음엔 두목님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는데 최근엔 조금은 제대로 된 표정이 됐지. 착실히 두목님에게 예의를 표하게 됐어. 금발과 마찬가지로 얼굴만 좋은 얼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다들 전황에 일희일비하는 와중에 두목님은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렌넨캄프와 슈타인메츠 아저씨들이 공적을 세우면 기뻐하지만 그것도 거의 조금 미소 짓는 것에 그친다. “그거 다행입니다.”, 그런 정도겠지. 그래도 감정을 보이는 편이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다. 때때로 부두령과 조용히 대화하고 있지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부두령에게 물어도 노려볼 뿐 대답해주지 않는다. 전혀 모르겠다. 뭐랄까.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다.
“두목님. 키르히아이스 제독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는데요.”
바이트링의 말에 두목님이 끄덕였다. 정면 스크린에 적발이 나타났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다. 역시 이 녀석 최근 바뀌었지. 전보다 느낌이 좋다. 다들 그렇게 말하고 있다.
“흑공주 두령. 로엔그람 후작에게서 새로운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뭐라고 하십니까?”
“저의 부맹주, 리텐하임 후작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의 불화 끝에 5만 척의 함대를 이끌고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5만 척. 그 숫자에 다들 웅성거린다. 두목님이 “조용히 하세요.”라고 말했다. 큰 목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다들 침묵했다.
“놀랍지 않으신 것 같군요.”
“그 두 사람은 사이가 나쁩니다. 이겨도 져도 언젠가는 분열하겠죠. 그래서 로엔그람 후작도 키르히아이스 제독도 그 두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두목님의 말에 적발이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흑공주의 두령은 두려운 분입니다. 두령이 적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이번엔 두목님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이쪽이 할 말입니다. 저는 후작과 키르히아이스 제독을 적으로 돌릴 용기따위 없으니까요.”
적발의 말대로다. 두목님은 때때로 오싹할 정도의 무서움을 보일 때가 있다. 뭐, 그런 점이 좋은 거지만 말이야. 두령은 그 정도가 아니면 해먹을 수 없다. ……적발, 너는 쓴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해. 나 따윈 그런 여유 어디에도 없으니까. 너도 이 세계에 오면 두령 정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금발은 어떨까? 녀석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감정이 너무 겉으로 나온다. 뭐, 단련에 따라서 달라질지도? 두목님을 보고 배우면 바뀔지도.
“표면적으론 변경회복을 외치고 있습니다만, 사실상 분파행동이겠죠. 로엔그람 후작에게선 이걸 격파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과연.”
“싸우기 전에 보급을 끝내고 싶습니다만.”
“합류장소는 알레멘트후벨이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부탁하겠습니다.”
적발과의 통신이 끝나자 두목님은 보급 준비를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배커니아 안은 다들 흥분하고 있다. 뭐라 해도 5만 척의 적이니까. 게다가 리텐하임 후작이 나온다. 지금까지 있었던 작은 싸움이 아니다. 대회전은 당연하겠지. 어떤 싸움이 될지…….
“두목님. 전장은 어디쯤이 될까요?”
베넬트가 조금 뺨에 홍조를 띄고 두목님에게 말하자 두목님은 힐끔 베넬트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별 수 없는 녀석, 그런 식으로 보인 걸지도 모른다.
“키포이저 성역이 되겠죠. 리텐하임 후작은 가르미슈 요새를 근거지로 하여 키포이저 성역에서 변경제압을 노릴 것입니다. 키르히아이스 제독은 리텐하임 후작을 키포이저 성역에서 격파하고 그대로 가르미슈 요새를 공략하겠죠…….”
으음, 과연. 그래서 알레멘트후벨에서 보급하는 건가. 역시 군인으로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겠지. 두목님에겐 술술 흐름이 보이고 만다. 적발이 알아들었다는 건 적발에게도 보였다는 건가. 내게는 전혀, 들어도 뭔 소린지, 니까 말이야……. 조금은 보고 배워야…….
“키포이저 성역에는 저희들도 갑니다.”
두목님의 말에 다들 놀랐다. 우리들은 이번 내란, 지금까지 전장에 나선 적이 없다. 어디까지나 보급지원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전장에 나간다. 다들 서로 돌아보고 있다…….
“싸우는 겁니까? 두목님.”
우르만의 질문에 두목님이 쿡쿡 웃었다. 두목님. 부탁한다구요. 웃지 말아주세요. 오한이 들어서 참을 수 없습니다. 또 말도 안 되는 일을 생각하는 거죠?
“키포이저 성역 회전은 리텐하임 후작에게 있어서 최후의 싸움이 되겠죠. 그렇기에 저희들은 리텐하임 후작의 분전을 관전하러 가는 겁니다. 관전자는 저희들 정도 밖에 없을 테니까요. 기억에 남을 싸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명승부는 아닐지도 모릅니다만…….”
그렇게 말하고 두목님은 또 쿠국하고 웃었다. 추, 추워……. 다들 얼굴이 굳었다구요. 두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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