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8년 1월 5일. 클라인겔트 자작령. 칼스텐 키아.


  오늘 우리들은 두목님과 함께 클라인겔트 자작령에 왔다. 클라인겔트 자작, 발트바펠 남작, 뮌처 남작, 뤼데리츠 백작과 두목님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들은 타고 온 두 대의 차량 옆에서 대기, 주변 경계다.


  오늘 의제는 아마도 제국에서 내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성가신 일이지. 권력 다툼이라니 다른 데에서 해줬으면 좋겠어. 우리는 지금 바쁘다고. 농담이 아니야. 정말로 바빠. 다들 빠릿빠릿 일하고 있다.


  작년 반란군의 제국령 침공으로 우리 조직은 큰 벌이를 했다. 금발에게서 15억 제국 마르크도 받아냈고, 그 외에도 물자를 수송선 그대로 받았다. 우리 조직은 이걸 팔아치워 그 돈을 써서 변경 이곳저곳에 투자하고 있다. 덕분에 변경은 꽤나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 페잔에서도 상선이 꽤나 오게 됐고 말이야. 좋은 일이야.


  그 외에도 변경 성역에는 전투로 부서진 반란군의 함선, 제국군의 함선이 잔뜩 있다. 그 녀석들을 끌어 올려 쓸 수 있는 녀석은 받고, 쓸 수 없는 녀석은 해체해서 팔고 있다. 이게 말도 안 될 정도로 벌린다. 정말 그대로 삼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고 안슐츠 부두령이 웃었다.


경기가 좋아지면 우리들에게도 일이 돌아온다. 진짜 바쁘다고. 조직 사람들은 사람이 부족해서 다들 비명을 지르고 있다. 모집은 걸어놓고 있지만 제때 사람이 모이는 것도 아니다. 뭐라 해도 대형 수송선 200척도 받았고 호위함도 66척 받았다. 7천 명 정도는 새로운 인원이 필요하다구.


  고용한다 해도 바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교육해서 현장에서 훈련을 하고 그 다음에 배치다. 순양함 배커니아에도 10명 정도 실습생을 받고 있다. 여기에도 두 사람 데려왔다. 교육하면서 사람을 쓴다는 건 큰일이라고. 일이 배가 되는 기분이야. 경기가 좋아지는 것과 신입 교육으로 우리는 엉망진창이다. 나포한 수송선, 호위함도 절반은 잠들어 있다. 아까워라.


  그 외에도 반란군에게서 오래된 구축함이라든가 순양함을 30척 정도 받았다. 반란군 녀석들도 종반엔 위험하다고 생각했겠지. 오래된 배로는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적당히 부순 뒤 사용할 수 없어요 라며 이제르론 요새로 돌아가 버린 녀석이 있는 거다. 사실은 수리해야만 하지만 전쟁터에서 부서졌다고 치고 방폐해버린 거지. 그래서 우리들은 그걸 착실히 받았다는 거다. 그것도 잠들어 있는 상태다. 움직이기 위해선 2천 명 정도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고 두통이야.


  배를 받은 대신 우리들은 이제르론 요새에 부서진 함선의 승무원을 데려다 줬다. 뭐, 요새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 덕분에 우리들이 전선과 이제르론 요새 사이를 활동한다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덕분에 꽤나 하기 쉬워졌지…….


  “저기, 우리 조직은 어디에 붙을까요? 로엔그람 후작입니까? 아니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질문한 건 알프레드 바이트링이였다. 이 녀석과 오토 베넬트는 신입이다. 두 사람 모두 불안한 표정이다. 나도 잘 모르지만 상대는 해줄까.


  “신경 쓰이나? 바이트링.”

  “네에.”

  “넌 어디에 붙었으면 좋다고 생각하냐?”

  “그야, 로엔그람 후작입니다. 제 집은 귀족에게 쫓겨서 변경에 왔으니까요…….”


  그렇단 말이지. 변경에 있는 놈은 그런 놈이 많다.

  “바이트링. 솔직히 나도 잘 몰라. 아마도 지금 그걸 이야기하고 있는 거겠지.”

  “…….”

  “단지 말이야. 다른 해적 조직 중에는 귀족들과 강한 연대가 있는 조직도 있어. 그 중에는 우리와 관계가 깊은 조직도 있다고.”


  바그너 일가는 어떻게 할까? 조금 그게 걱정이지. 뭐, 그 외에도 걱정은 있지만…….

  “게다가 말이야. 우리 조직은 로엔그람 후작과 저번에 조금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렇단 말이지. 우르만의 말대로다. 그 녀석들 성격 나쁘다고. 두목님을 말이야. 바보 취급이나 하고. 누구 덕분에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 두목님이 나왔다. 칼을 안고 있군. 그렇단 건 이야기는 이미 끝났다는 건가. 곁에는 피아씨도 있다. 즐겁게 대화하고 있구만. 우리들 앞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두목님도 극히 평범한 청년이란 말이지. 특별한 사람으론 보이지 않는다.


  “이봐, 우르만. 두목님은 칼을 귀여워한단 말이지.”

  “그렇지. 칼도 두목님을 잘 따르고.”

  “그걸까? 두목님은 피아씨를 좋아하는 걸까.”

  내 질문에 우르만은 으음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 루델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피아씨는 두목님보다 다섯 살 연상이지. 두목님은 연상 취향인 걸지도. 젊은 아가씨가 아까워 하겠군.


  두목님이 칼을 안은 채로 다가오고 있다. 피아씨도 함께다.

  “이번에 만나는 건 3월의 보름 정도일까? 오딘까지 가야하니까.”

  “뭐어?”

  “선물 사올 테니까.”

  “응.”


  두목님이 칼을 내려놓았다.

  “그럼, 저는 이걸로.”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부인.”

  두목님과 피아씨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좋지. 뭔가 어울린다니까.


  바이트링과 베넬트가 두목님에게 다가갔다.

  “두목님, 수고하셨습니다.”

  “아, 바보. 두목님의 얼굴이 굳었잖아. 피아씨도 굳었다. 나중에 우리들까지 혼나잖아. 이 바보놈들이!


  당황하며 바이트링과 베넬트를 뒤로 밀었다.

  “죄송합니다. 발렌슈타인씨. 이 두 사람, 조금 착각을 하고 있어서.”

  “……그렇습니까.”

  “예에. 그럼 부인. 우리들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두목님이 차에 오르자 우르만이 운전석, 루델이 조수석에 탔다. 나와 바이트링과 베넬트는 다른 한 대에 탄다. 운전석은 나다.

  “알겠냐? 바이트링, 베넬트. 칼 앞에선 두목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두 사람이 수상쩍은 얼굴을 하고 있다. 뭐, 모르는 건 아니지만.

  “피아씨가 말이야. 칼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어.”

  “…….”

  “해적은 평판이 나빠. 우리들은 범죄에 손을 대지 않지만, 그래도 그런 조직은 적지 않다고. 그러니 말이야. 칼 앞에선 두목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네. 알겠습니다.”


  두목님, 오딘으로 간다고 했었지? 그럼 금발에게 가는 건가. 아무래도 우리는 금발에게 붙는 것 같다. 뭐, 전쟁이라면 녀석이 이기겠지. 하지만 놈들 성격이 나쁘단 말이야. 예의도 모르고 은혜도 모르고. 두목님이 안 좋은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


제국력 488년 2월 20일. 오딘, 로엔그람 원수부. 칼스텐 키아.


  오딘은 분주한 소란스러움에 휩싸여 있다. 어제, 이제르론 요새에서 포로교환식이 있었으니까. 이제 돌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사람이 돌아온다. 그게 가족이라면 기쁘겠지. 남편이나 연인이 포로가 됐던 사람이라든가 있을까?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다든가. 그런 이야기는 괴롭지.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다…….


  오딘에는 순양함 10척으로 왔다. 두목님은 배커니아만으로 좋다고 했지만 그럴 순 없다. 흑공주 두령이 배 한 척으로 행동하다니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꽤나 유복한 조직으로 보이고 있다. 거기다가 두목님은 초유명인. 돈 목적으로 유괴를 생각하는 바보 같은 놈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작년 제국 10대 뉴스 중, 3개가 두목님의 뉴스였다. 제1위는 은하사상 최대 몸값, 흑공주 일가 3억 제국 마르크를 요구. 제2위는 무공 제1위, 흑공주 일가 반란군 격파에 활약. 황제 붕어, 이제르론 요새 함락을 누르고 1위와 2위가 됐다. 제7위에 흑공주 일가, 카스트로프 동란에서 거금을 챙기다. 덧붙여 작년 유행어 대상은 “우리들은 해적입니다.”였다. 페잔에선 두목님을 모델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이미 두목님은 살아있는 전설이야.


  로엔그람 원수부에는 두목님, 안슐츠 부두령, 우르만, 루델, 나 다섯 명이서 향했다. 일단 몸가짐은 정돈했지. 어딜 봐도 양간의 자제다. 뭐, 조금 돈은 들었지만 준비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최근 우리는 임시보수나 초과근무 수당이 굉장하니까. 올해 내 연수입이 10만 제국 마르크를 넘었다고. 원천징수표를 봤을 땐 눈이 튀어나왔다고.


  원수부의 접수녀는 처음엔 우리들을 기묘한 시선으로 봤지만 두목님이 이름을 말하자 노골적으로 피하는 태도를 취했다. 금발 녀석, 대체 어떻게 교육을 한 거야? 그래도 케슬러 대장이 우리들을 찾아와서 용건을 물었다. 두목님이 변경성역 귀족들의 대표로서 왔다고 하자 당황하며 금발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우리들이 안내 되어 금발이 있는 곳으로 도착하자 녀석은 집무석에서 서류를 결제하던 도중이었다. 옆에는 음침해 보이는 얼굴색 나쁜 30대 남자가 있다. 그대로 두목님을 눈앞에 세우고서 이야기에 들어갔다. 손님을 세워둔 채라니 무슨 짓이야? 제국 원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예의를 모르는 데에도 정도가 있다고. 거기다가 엄청 싫은 표정이고.


  “그래서 용건은?”

  “변경성역 귀족들의 대표로서 왔습니다. 언젠가 일어날 내란에서 각하의 아군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두목님은 아군이 될 귀족들의 일람, 그리고 위임장을 제출했다.

  “……과연.”

  뭐야. 아군이 늘어난 게 기쁘지 않은 거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실례잖아.


  “단지 그들은 고유의 군사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므로 후방지원으로 협력하겠다고 합니다. 수송에 대해선 저희들이 행합니다.”

  “……그런가.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보답은?”

  정말로 고맙다고 생각하는 걸까? 뚜껑 날라가겠구만, 이 녀석. 부두령도 뺨이 굳어있다. 태연해 보이는 건 두목님뿐이다.


  “이들 귀족에 대한 가문과 영지를 보장한다. 그것을 보증하는 공문서를 받고 싶습니다.”

  “호오, 공문서를?”

  뭐야. 이상한 눈으로 두목님을 보고.


  “원수 각하의 많은 귀족들을 물리치고 제국의 재정을 건전화하고 싶다는 생각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경성역 귀족들을 어떻게 한다고 해도 그다지 재정 건전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변경성역은 큰 짐이 되겠죠. 귀족들에게 개발을 맡기고 주민의 권리를 법에 의해 지킨다. 그러는 편이 효율이 좋을 겁니다.”

  과연. 그렇겠지. 역시 두목님. 대단해.


  “경에게 있어서도 그러는 편이 좋다. 그렇지 않은가?”

  듣기 나쁜 목소리네. 전혀 억양이 없다. 뭐야 이 죽은 사람 같은 녀석. 금발이여. 조금 더 사람을 골라 쓰라고. 네 주변엔 제대로 된 놈이 없구만. 너, 사람을 보는 눈이 절대 없다고.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뭔가 문제라도? 오해하지 마시길. 저희는 범죄조직이 아닙니다.”

  쩔어, 두목님. 얼굴도 표정도 침착한 그대로야. 연기의 격이 다르구만. 누군가도 좀 배웠으면 좋겠어. 손톱의 때라도 끓여줄까?


  “좋겠지. 공문서를 준비하지. 그래서, 경에 대한 보수는?”

  “저번과 마찬가지로, 싸움이 끝나고 각하께서 승리하신 뒤, 우리들의 활동을 평가해주십시오. 그에 의해 보수를 정합시다. 어떻습니까?”

  어이어이. 그렇게 두목님을 노려보지 말라고. 금발. 두목님은 적이 아니라고? 너 무슨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좋다. 하지만 이번엔 저번처럼 되리라 생각하지 말라고.”

  뭘 떽떽거리는 거야? 너, 괜찮냐? 적과 아군의 구별이 안 되고 있다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를. ……그리고 바그너 일가의 두령, 아돌프 바그너가 이번 내란에선 중립을 지킨다고 합니다.”

  “…….”


  “거기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세력권이니까요. 공연히 아군이 될 순 없습니다. 그런 짓을 하면 순식간에 사라지겠지요. 이해해주십시오.”

  “……알았다. 중립으로 충분하다. 적을 쳐부수는 건 나의 역할이다.”

  힘내라고.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방을 나와 돌아가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낯익은 놈들 뿐이구만. 그 하얀 배에서 만난 녀석들이잖아. 뭐야. 두목님이 나오자 모두 시선을 피하고. 무례한 놈들이네. 어째서 이렇게 오딘엔 예절을 모르는 놈들만 있는 거야? 변경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제대로 된 사람들이라고.


  두목님이 목소리를 내어 말한 것은 그 때였다.

  “나이트하르트, 나이트하르트 아냐.”

  “여, 여어. 에리히.”

  두목님, 굉장히 기뻐 보인다. 아마도 옛날 친구겠지. 하지만 상대방은 조금 곤란해 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을 사양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이네. 나이트하르트. 그런가. 로엔그람 후작 원수부에 있었나……. 다행이다. 여기라면 경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

  “아아, 고마워.”

  두목님, 불쌍하네. 옛날 친구라도 두목님을 피하는 걸까.


  “괜찮아. 나이트하르트. 나는 악명 높은 해적이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은 모두 날 아는 사람들이니까. 전우이기도 하지. 그렇지요? 비텐펠트 제독.”

  “…….”

  어이어이, 거기 오렌지색 머리의 큰 놈. 어째서 고개를 돌리는 거야? 두목님이 우리들을 힐끔 봤다. 악당 같은 미소를 띠우고 있어. 추워, 진짜로 춥다…….


  “설마 수송선을 강탈했을 뿐이라곤 말하진 않겠지요? 원수 각하도 무공 제1위라고 평가해주셨고.”

  “…….”

  아아, 두목님이 쿡쿡 웃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무례한 태도를 취하니까 그런 거야. 두목님이 화났잖아. 안슐츠 부두령도 우르만도 루델도 다들 얼굴이 굳었다. 아니, 녀석들도 얼굴이 굳어있네.


  “미터마이어. 갈까?”

  “아아, 그렇군. 로이엔탈.”

  뭐야, 그거. 키가 큰 놈과 작은 놈이 떠나려고 한다. 거기에 맞춰서 다른 녀석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남은 건 나이트하르트라고 불린 친구뿐이다.


  “경은 가지 않는 거야? 나이트하르트.”

  “바보. 하나도 바뀌지 않았구만.”

  두목님이 가볍게 웃음을 띠웠다. 나이트하르트라 불린 쪽도 웃는다. 나쁜 녀석은 아닌 것 같다.


  “건강해 보여서 안심했다. 걱정했다고. 갑자기 사라졌으니까.”

  “별 수 없었어. 어느 귀족이 목숨을 노려서 말이야. 도망칠 수밖에 없었지. 그 도망처가 지금의 조직이었고…….”

  “…….”


  해적사회에선 유명한 이야기다. 귀족에게 목숨을 위협받은 두목님을 선대가 구했다. 군인에서 해적이 되는 사람은 적지 않다. 하지만 1년 미만으로 조직의 두령이 된 건 두목님뿐이다. 그리고 일가는 지금 제국에서도 굴지의 해적조직이 되었다.


  “상대는 누구야.”

  “……카스트로프 공작. 이미 죽었어.”

  “……어이, 설마.”

  “내가 관여했다는 소문이 흐르고 있는 것 같지만. 하지만 내가 아니야. 맥시밀리언의 반란에도 관여하지 않았어. ……덕분에 돈을 벌었을 뿐이지.”

  “에리히…….”


  두목님, 벌기도 왕창 벌었으니까 말이야. 그 전쟁이 끝난 뒤의 이야기지만, 두목님이 너무 잘 벌었다는 소리가 올랐다. 카스트로프 사건도 두목님이 어딘가 관여하지 않았냐는 소리가 들려온다. 두목님, 귀족의 생사에는 묘하게 날카로우니까 말이야. 무례한 소문이야. 두목님은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잠시 침묵한 뒤 두목님이 웃음을 띠고 말을 걸었다.

  “나는 미움 받고 있는 것 같네.”

  “미움도 받고 있고, 인정도 받고 있어. 로엔그람 후작은 양 웬리보다도 경을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어라어라? 나는 아군인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건 경뿐이야.”


  또 두 사람이 웃었다. 좋은 느낌이네. 두목님도 즐거워 보이고.

  “15억 제국 마르크나 바가지를 씌워서다.”

  “이래 뵈도 싸게 해준 건데 말이야.”

  “원수 각하는 게르라하 재무상서에게 고개를 숙이고 부탁했다더군. 꽤나 싫은 경험을 하셨다나봐.”

  “내란이 끝났을 때엔 더 큰 것을 받아 갈 거야. 기대하고 있으라고. 또 보지.”


  그렇게 말하고 두목님은 발을 옮겼다. 우리들도 뒤를 따른다. 다른 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다들 즐거워 보이는 웃음을 띠고 있다.

  “부두령, 즐거워 보이네요.”

  “그렇지. 기대 된다.”

  부두령과 우르만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다. 그렇지. 나도 기대 된다. 두목님이 뭘 받아 갈지……. 또 두목님이 전설을 만든다고. 우주를 뒤흔드는 흑공주의 전설을 말이야.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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