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4년 1월 20일. 오딘, 군무성 상서실.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예의 전투보고 말이네만. 사령장관은 봤는가?”
“음.”
“그 애송이. 아무래도 전쟁도 가능한 듯 하군. 이제르론에서 병행 추격 작전을 지적한 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애송이라는 말과 지긋지긋하다는 말투에서 군무상서의 내심이 보인다. 애초에 나도 완전히 같은 마음이다. 저 애송이에겐 진저리가 날 뿐이다.
예의 전투보고. 아레스하임 성역 회전 전투보고지만, 작성자 메르카츠 중장은 어느 사관을 절찬하고 있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소령. 우리들이 애송이라고 부르는 아직 18세의 젊은이다.
그 젊은이가 세운 작전에 의해 제국군은 작년 12월에 아레스하임 성역에 있어 아군보다 5할 많은 반란군에게 쾌승했다. 반란군에 가한 손해는 손상률, 약 5할을 넘는다. 전투 규모는 결코 크지 않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대승인 건 틀림없다.
작년, 제국력 483년에 제국은 그 한 사람에게 휘둘렸다고 해도 좋겠지. 예의 사이옥신 마약 밀매 사건이다. 나도 군무상서도 그 피해자라고 해도 좋다.
애초에 결과만 보자면 제국은 좋은 방향으로 향했다고 할 수 있다. 군 내부에 한정하지 않고 제국 전체에서 사이옥신 마약 밀매 적발이 계속되고 있다. 사이옥신 마약 오염은 확실히 일소되고 있다.
발렌슈타인 소령이 사이옥신 마약 밀매를 눈치채지 못했다면 제국군은 반란군이 아니라 사이옥신 마약에 의해 내부붕괴했겠지.
더욱이 나와 군무상서는 이 사건에 의해 이득을 얻었다고 해도 좋다. 일단 공식으로는 사이옥신 마약 적발은 나와 군무상서의 지시로 행해진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 단, 1년간 봉급 상환과 교환한 일이지만…….
“군무상서. 그를 승진시킬 생각인가?”
“물론이다. 그가 승진하지 않고 누가 승진한단 말인가?”
내 질문에 군무상서는 재미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발렌슈타인 중령인가. 빠르군. 1년 전에는 중위였을 테지만.”
“…….”
군무상서는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말도 듣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임무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본인은 병참통괄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듯하네. 병참통괄부도 그걸 바라고 있어. 그리고 헌병대도 그의 배속을 희망하고 있지.”
“헌병대인가…….”
무심코 말꼬리에 쓴맛이 묻어나왔다. 사이옥신 마약 밀매 사건에선 헌병대와 중령에게 보기좋게 당했다.
“줄 생각 없네. 헌병대에도 병참통괄에도 애송이는 주지 않아.”
“그럼 어디로?”
군무상서의 말투에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군무상서는 날 가볍게 노려본다.
“순찰부대다.”
“그건가.”
“그래. 그에게 어울리지 않나?”
그렇게 말하고 군무상서는 어지간히 웃기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분명 그에게 어울리겠지. 어느새 나도 군무상서와 목소리를 함께하여 웃고 있었다.
...
제국력 484년 1월 25일. 오딘, 군무성 인사국 접수처. 에디트 달베르크.
오늘은 무척이나 기대된다. 발렌슈타인 중령이 온다. 그 때의 중위씨가 불과 1년 만에 중령. 중위인데도 하우프트 인사국장에게 불려가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뮈켄베르거 원수의 밀명을 받고 있었다니.
오늘도 하우프트 인사국장이 직접 만나다니 대단하다. 소문에는 이번 인사도 국무상서의 의향이 들어있다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다. 역시 넘버원이야. 그 외의 많은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
외견도 귀엽지만 장래성도 확실하고. 연하라는 점도 좋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화장도 제대로 했고, 한 번 잘 이야기 해볼까. 우선 스마일, 스마일.
...
제국력 484년 1월 25일. 오딘, 군무성 인사국 접수처. 에리히 발렌슈타인.
인사국 접수처에서 출두를 고하니, 무척이나 붙임성 있는 접수아가씨가 대응했다. 이 사람, 전에도 봤지? 하지만 오늘은 조금 화장 진하지 않나? 꽤 나이가 많은 걸까.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데.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령입니다. 인사국에서 출두명령을 받았습니다.”
“발렌슈타인 중령이군요. 인사국장 하우프트 중장 각하가 만나고자 합니다. 국장실은 3층 끝이에요.”
또 인사국장인가……. 경계되고 있는 것 같지만, 뭐 무리도 아닌가. 나는 예를 표한 뒤 인사국장실로 향했다. 새로운 임무는 뭐가 될까?
메르카츠 제독은 상층부에 내가 병참통괄부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전해준 것 같다. 좋은 사람이지. 정말. 뭐, 함대 근무중에 몇 번이나 건강불량으로 쉬었으니까. 그것도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
화딱지 나는 건 슈타텐이다. 허약이라든가 유약이라든가,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말한다. 특히 회전 다음이 심했다. 그렇게 해서 군인의 임무를 다할 수 있는가. 모두들 앞에서 일부러 그렇게 말한다. 이 탁상머리 전술가가! 넌 뇌세포가 허약이겠지. 아니, 빈약인가.
뷔로와 베르겐그륀도 마지막까지 눈치만 살폈다. 두 사람만 있으면 잘 이야기하는데 내가 있으면 전혀 말하지 않는다. 마지막엔 나도 두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포기하고 볼맨 얼굴로 앉아 있었다. 쓸쓸하지.
나와 이야기한 건 클레멘츠 대령, 아니 준장정도였다. 메르카츠 제독은 필요한 것 이외엔 말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그대로 제 359 유격부대에 있었다면 무언 무표정의 발렌슈타인이 됐겠지.
아마도 이번엔 병참통괄부로 돌아갈 수 있겠지. 거기는 엘리트 부서가 아니니까. 애초에 거기에 가고자 하는 인간은 일단 없다. 나는 눈에 띠지 않는 장소에서 꼬박꼬박 일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덧붙여 거기엔 분위기도 좋다.
군무상서와 우주함대 사령장관도 내가 출세하길 바라지 않겠지. 나도 출세따위 흥미 없다. 경사롭게 모두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거다. 병참통괄부 만세! 가능하다면 제 3과가 좋다.
국장실로 가니 방 안으로 안내되었다. 국장은 예의 끝 방에서 면회중이다. 방 안에는 중장과 소장이 한 명씩 있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다. 경례를 하니 내 쪽을 보고 서둘러 답례했다. 중령에게 경례 받았다고 그렇게 서두르지 말라고. 이상한 녀석들이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벽에 서 있기로 했다. 소파는 비어 있지만 장관과 함께 앉다니 거북할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 기다릴 일도 없겠지.
끝 방에서 장관이 나왔다. 중년의 소장 각하다. 또 경례했다. 이 녀석도 날 보고 서둘러 답례했다. 최근 인사에 대해 시끄러운 일이라도 있었나? 오딘에 없다보니 아무래도 이 근처의 정보는 잘 모르겠군.
소파에 앉아 있던 중장이 일어난다. 이제야 내 차례라는 표정이 있다. 전에는 분명 여기서 내 이름이 불렸지. 이번엔 없겠지……. 다행이다. 이번엔 없었다. 결국 내가 하우프트 중장에게 불리기까지 30분 정도가 걸렸다.
...
“중령. 건강해 보이는군.”
“감사합니다. 각하도 건승하고 계신듯하여 다행입니다.”
거짓말이다. 얼굴이 반쪽이고 지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렇게 보이나? 매일이 죽을 것 같네만.”
“…….”
“예의 사이옥신 마약 밀매 사건 때문에 말일세. 인사가 엉망진창이다. 인사안을 만들어도 바로 의미가 없어져. 어째서인가 알고 있는가?”
“소관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모르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알지 못한다고 대답하는 쪽이 무난하겠지.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다.
“호오. 모르는가. 그거 유감이군. 한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선 후임자를 포함하면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을 움직이게 되네.”
그 말대로다. 한 사람의 인간을 움직이면 그 후임자, 더욱이 그 후임자의 후임자를 골라야 한다. 아무래도 난 좋지 않을 때 온 것 같다. 여기는 꾹 참고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도중에 이동후보자가 퇴직서를 낸다거나, 체포되거나 한단 말이지.”
“…….”
“경의 책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네. 경은 옳은 일을 했다. 하지만 말이지. 그 결과가 이 꼴일세.”
“…….”
부탁이니까 그렇게 원망하는 눈으로 보지 말아줘. 분명 죽을 것 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실제로 죽을 뻔 했다고. 거기에 비하면 그나마 낫잖아?
그렇다 해도 나는 1년 만에 중위에서 중령. 하우프트 중장은 중장인 채다. 불공평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부탁이니까 원망하지 말길.
“헌데, 경의 새로운 임무 말이네만…….”
“예.”
하우프트 중장은 한숨을 한 번 내뱉고 겨우 내 새로운 임무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병참통괄부 제 3과. 자, 와라.
“순양함 쉘프스트 함장 겸 제 1순찰부대 사령, 이 되네.”
“예에……?”
무심코 한심한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함장? 순양부대 사령? 뭐야 그건? 듣도 보지도 못했다. 병참통괄부 제 3과는 어디로 갔나?
“각하. 무슨 착오가 아닙니까? 소관은 사령부근무 경험은 있습니다만, 함선승무에는 경험도 지식도 없습니다.”
“그런 것쯤 알고 있어.”
“?”
곤란해 하는 나에게 어딘가 재밌다는 표정으로 하우프트 중장은 내게 내려진 임무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순찰부대, 내가 듣지 못한 건 무리가 아니다. 이번 새롭게 만들어진 부대다. 임무는 제국내에서 경비업무. 함선, 선박을 사용한 범죄에 대한 조사, 라는 듯하다. 뭐, 선박이라면 경찰에게도 조사권이 있으니까 주로 함선이겠지.
이것도 사이옥신 마약 밀매 사건의 영향이었다. 군의 수뇌부는 황제 프리드리히 4세에게 두 번 다시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라는 명령을 들었다. 거기서 밀수를 수사하는 부대를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만든 게 순찰부대다.
내가 어째서 순찰부대의 사령이 되었는가. 사이옥신 마약 밀매 사건 적발자를 순찰부대의 사령으로 세워 군 수뇌부가 진심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다시 말해, 내게 적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여기선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전이니까. 군 수뇌부의 진심이라는 것도 꽤나 의심스럽다고밖에 말할 도리가 없다.
“순찰부대는 제 1부터 제 12까지 만들어졌네. 경은 그 중 영예로운 제 1순찰부대의 사령을 맡게 되었다는 거지.”
“…….”
“제 1순찰부대는 순양함 쉘프스트 외, 구축함 2척, 호위공모 1척으로 편제되네. 경은 순양함 쉘프스트 함장 겸 제 1순찰부대 사령이라는 것이다.”
“…….”
“안심하게. 부관에 경을 보좌할 경험 풍부한 인물을 세울 생각이니.”
“…….”
“아우구스트 자무엘 봐렌 소령이다.”
“!”
아우구스트 자무엘 봐렌! 어째서 내 부하냐. 아니, 그런 자가 내 부하여도 괜찮은 건가? 나 그렇게나 출세한거야?
패닉에 빠져 있으니 어느샌가 하우프트 중장의 이야기가 끝났다. 내 손에는 봉투가 있다. 제 1순찰부대의 자료가 들어있겠지. 어느새 받아들었나? 아니, 그 전에 어느새 인사국장실을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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