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4년 5월 23일. 순양함, 쉘프스트. 에리히 발렌슈타인.


  “선행하는 구축함 라우엔에서 입전. 이상 없다고 합니다.”

  “음. 알았다고 전해라.”

  봐렌 소령과 오퍼레이터의 대화를 들으면서 한가하다고 생각했다.


  “발렌슈타인 사령. 이상 없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가한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 1순찰부대가 임무에 들어간 이래, 특히 문제도 없이 한가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한가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제 1순찰부대가 순찰하는 건, 발하라, 카스트로프, 마린도르프, 마르바하, 브라운슈바이크, 프레이아 같은 제국 중심부다. 변경에 비하면 훨씬 치안이 좋다.


  제 1순찰부대는 4척의 함선으로 편성되어 있다. 순양함 쉘프스트, 구축함 라우엔, 마찬가지로 구축함 올렌보르, 경항모 파렌. 어느 함도 신예함도 아니고 신조함도 아니다. 함령 25년 이상의 노처녀들이다.


  제국은 만성적인 자유행성동맹과의 전쟁상태에 있다. 해마다 두 번은 전쟁을 하고 있는 거다. 그 속에서 함령 25년은 대단한 일이다. 전함 같은 튼튼한 함선이라면 모를까 구축함이나 경항모가 잘도 살아남았다고 해도 좋다.


  함령 25년 이상의 노처녀들로 편제된 제 1순찰부대. 군 상층부의 기대도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전선에서 쓸 수 없는 함선을 모아 귀찮은 사관을 뭉쳐서 태웠다. 대충 그런 거겠지.


  덧붙여 나의 순찰담당범위를 생각하면 상층부의 생각은 더욱 확실해진다. 승진 할 수 있는 무훈 따위 주지 않는다. 계속 순찰이나 하고 있어라. 대충 그런 거겠지. 나로선 아무런 불만도 없다. 함장 겸 사령. 다시 말해 가장 높은 곳에서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거다.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온다.


  평화의 무위를 견딜 수 있는 자만이, 최종적인 승자가 될 수 있다. 양의 말이었던가? 나는 충분히 승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만큼이나 한가한대도 전혀 괴롭지 않다. 여가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고맙게도 사무처리 만큼은 함장이 되어도 적당히 있다.


  10년 이대로 있어도 완전 환영이다. 혹시 나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한다. 어지간히 착실하고 꾸준하게 일을 하는 것이 성미에 맞는 것 같다. 전장 같은 곳에서 이리저리 후들겨 맞는 건 이제 사양이다.


  라인하르트가 원수가 되기까지 앞으로 3년. 립슈타트 전역까지는 4년이다. 녀석들이 원수부를 열면 거기에 취직해서 버밀리온 전에 퇴역한다. 버밀리온부터는 잘 된 싸움이 없으니까 말이지. 퇴역할 때엔 대충 소장쯤이겠지.


  그 뒤엔 관료로 전직이겠지. 하지만 신경써야 하는 점은 로이엔탈의 반란이 끝날 때까진 신영토로 가지 않는 거겠지. 군인에 복귀하라 같은 소리를 듣고 묘하게 휘말려들어 반란에 가담하게 되고 말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먼저 변호사가 되어 2, 3년 정도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응. 변호사를 해서 라인하르트가 죽은 뒤에 관료가 되자. 그 쪽이 훨씬 안전하다. 그 때부터 신영토에 가도 문제는 업겠지. 아무튼 로이엔탈에게 접근하면 위험하다.


  어제 묘한 꿈을 꿨다.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로이엔탈의 참모장이 되어 있었다. 원래라면 베르겐그륀이 참모장이었을 테지만. 내가 가이에스부르크에서 일어난 키르히아이스 암살 사건을 막았다는 것 같다.


  그 덕분에 베르겐그륀은 키르히아이스의 막료인 채로, 대신 내가 음모를 막은 공적으로 승진하여 로이엔탈의 참모장이 되었다는 꿈이었다.


  심한 꿈이었다. 두 달 걸러서 여자와 헤어진 후 뒤처리를 맡기는 거다. 원작에선 로이엔탈은 바람둥이면서도 원한은 그다지 없는 편이었다고 써 있었으니, 여자와는 깨끗이 헤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도 안 된다. 바람둥이치고는 그다지 없다는 거지 일반인 입장에선 수라장의 온퍼레이드였다. 손목을 긋는다던지, 로이엔탈을 둘러싸고 싸운다던지,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한다던지, 그 때마다 내가 불려가서 뒤처리를 하는 꼴이 됐다.


  덧붙여 로이엔탈은 솔직하게 감사를 말하는 녀석이 아니니까 침묵해버리고, 나도 어지간히 뚜껑이 열려서 입을 다물어버린다. 로이엔탈 함대 사령부 사람들은 침묵하는 사령관과 신경이 곤두선 참모장 앞에서 떨고 있었다 바르트하우저는 긴장한 나머지 내 앞에서 왼손과 왼발이 함께 나와서 걸을 정도였다.


  신영토에서 일어난 반란은 심했다. 저건 어찌 봐도 스스로 반란을 불러 일으켰다. 자업자득인 행위였지만 그 자식, 나에게 함께 죽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퇴역해서 관료가 된다. 네 반란 따위 함께 할 수 있겠냐. 얼간이. 그렇게 말하니 녀석은 오히려 발끈하여 나를 버리는 거냐고 영문도 모를 말을 하면서 블라스터로 날 쐈다.


  총에 맞은 시점에서 눈을 떴다. 몸이 온통 땀으로 푹 젖었다. 그 날은 상태가 좋지 않다고 봐렌에게 모든 걸 맡기고 함장실에서 하루 종일 잤다. 변변찮은 하루였다.


  로이엔탈에겐 미안하지만, 반란을 막는다든가 반란을 성공한다든가, 그런 걸 생각할 정도로 난 미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걱정으로 충분하다. 뭐, 본인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라고. 실수로라도 타인에게 여자의 뒤처리나, 아이라던가 맡기지 말라고. 두견새가 아니니까.


  제 1순찰부대가 임무에 들어간 건 2월 10일이었다. 처음 2개월은 봐렌에게서 함장 임무에 대해 배웠다. 봐렌은 함선승무 경험이 풍부한 남자다. 여러 가지 함장으로서 주의해야할 점을 가르쳐줬다.


  나는 가능한 한 열심히 배웠다. 타기 전에는 전부 봐렌에게 맡기고 낮잠이라도 잘까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봐렌은 “사자샘(Lowenbronn)의 7원수”가 되는 거다. 내 부관으로서 언제까지나 있을 것도 아니고, 각하라고 불리며 나보다 훨씬 출세할 것이 틀림없다.


  나중에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뭔가 잘못돼서 출세하고 말았지만, 성실한 사관이었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부대운용에 대해선 그다지 고생하지 않았다. 부대라고 해도 겨우 4척이다. 봐렌과 상담해서 무난하게 해나갔다.


  봐렌은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까? 헤쉬리히 엔첸이 동맹령 단함침입으로 라인하르튼 생일에 승진할 것이다. 봐렌도 거기에 따라 중령으로 승진하겠지. 같은 함에 중령이 두 명이나 있는 것도 이상하다. 승진과 함께 이동하겠지.


  쓸쓸해지겠군. 봐렌은 뭐라해도 믿음이 가는 사람이고, 성격도 온건해서 함께 있는 게 힘들지 않다. 부관이라든가 부사령관이라든가, 분명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겠지. 애초에 중후한 부분은 사령관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뭐라 할 부분이 없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건가. 역시 높은 자리에 오를 녀석은 어딘가 다르군.


...


제국력 484년 5월 23일. 순양함, 쉘프스트. 아우구스트 자무엘 봐렌.


  부대는 마르바하에서 마린도르프로 향하고 있다. 딱히 문제는 없다. 너무 없을 정도다. 때때로 언제까지 이 순찰부대에 있을까, 이대로 순찰부대에서 평생을 보내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파란의 일생이라는 것을 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평온무사한 것도 재미없다. 그럭저럭 무훈을 올려 승진하고 싶다. 그만한 실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함장석에 앉은 소년을 봤다. 청년이라기보다 아직 소년이라고 해야 좋을 젊은이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령.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나보다도 훨씬 젊은데도 벌써 중령이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2년만 지나면 각하라고 불리는 신분이 되겠지. 이런 한가한 임무에 대해서 불만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추호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매일 성실하게 임무를 행하고 있다.


  묘한 남자다. 나는 이 남자를 아주 모르는 건 아니다. 사관학교에서 내가 4학년일 때 편입생으로서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분명 12살이라고 하는 이상할 정도로 어린 사관후보생이었을 것이다.


  매일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용모가 용모고 무척이나 어른스러워서 여자가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성적도 괜찮았을 것이다. 뭐라해도 편입생인 거다. 머리가 나쁠 리 없다.


  뮈젤 중령, 아니 이제 대령인가. 그와 같은 패기가 넘치는 것도 지치지만, 발렌슈타인 중령처럼 너무 없는 것도 보람이 없다. 합쳐서 둘로 나누면 딱 좋을 테지만.


  나도 슬슬 승진하겠지. 다음엔 어디로 가게 될까? 아니면 이대로 계속 있게 될까. 지금 제국군은 예의 사이옥신 마약의 영향으로 재편, 훈련 와중이다. 가능하면 나도 거기에 가담해 다음 출병에 참가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이지, 이동처가 또 애송이 돌보기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이대로가 좋다. 적어도 발렌슈타인은 손이 많이 가는 애송이가 아니다. 함께 있어도 괴롭지 않은 상관이다.


  “구축함 라우엔에서 입전. 레이더에 반응 있음.”

  방금 이상 없다고는 보고가 들어온 참인데…….

  “위상은.”

  “817 주역을 913 주역을 향해 이동중이라고 합니다.”


  내가 발렌슈타인 사령을 보니 희미하게 끄덕이고 명령을 내렸다.

  “모든 함에 명령. 바로 주역 817로 향한다. 경공모 파렌에 명령. 발퀴레를 내보내 정찰행동을 하도록.”

  “옛.”


  최근엔 발렌슈타인 사령도 자연스럽게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내가 거의 모든 명령을 내렸지만. 근본이 성실한 거겠지. 목숨을 건 듯이 내게 배웠으니까 말이다. 기특한 일이다.


  레이더에 반응한 건 교역선이었다. 순찰부대가 검사하는 건 군함 만이 아니다 민간 교역선, 운송선도 포함한다. 그렇다고 해도 원래 이쪽은 경찰 관할이다. 군이 검사하는 건 경찰도 민간도 싫어한다.


  예의 사이옥신 마약 사건 이래, 군과 내무성 사이에 경찰권력을 둘러싼 다툼은 과열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시점에선 군이 우위에 서 있는 듯 하지만, 내무성도 포기한 건 아니다. 포기할 리도 없다. 이번 검사에도 꽤나 불평이 들어오겠지.


...


  “무슨 말이냐. 어째서 적하물 확인을 할 수 없어?”

  “옛. 그것이, 함장이 반대하고 있다 합니다.”

  “이쪽은 공무집행중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구축함 라우엔이 민간 교역선 파라우드호에 적하 검사를 통지한 건 1시간 전의 일이었다. 병사를 파견했찌만, 함장이 검사를 반대하고 있는 듯 하다.


  공무집행이기 때문에 눌러버리면 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지체 되고 있다. 순찰부대 따위 정예가 오는 장소가 아니다. 그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사건인 것 같다. 어째서 공무를 방해하는 건가? 간단하다. 이쪽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적하물이 있기 때문이겠지. 사이옥신 마약일까? 군의 운송선은 곤란하다 싶어 민간선을 사용했나?


  “봐렌 소령. 번거로운 일이 생긴 듯 하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발렌슈타인 사령.”

  온화한 말투였다. 표정에도 웃음이 있다.


  이 젊은이는 화내는 말이나 허둥대는 말을 주변에 보인 적이 없다. 표정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온화한 웃음을 띠우고 있다. 어지간히 좋은 환경에서 자랐는가, 담력이 흘러 넘치고 있는 건가. 나는 아직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있어도 끝나지 않겠네요. 현장으로 가보죠.”

  “직접 말씀이십니까?”

  “예. 병사를 20명 정도 준비해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발렌슈타인 중장은 함장석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


  평소라면 함장이 밖으로 나가는 이상 부함장인 내가 함에 남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는 아직 젊다. 어디서 실수할지 모른다. 걱정이 되니 따라가기로 했다. 그도 그걸 눈치 챈 거겠지. 내게 “걱정을 끼쳤네요.”라고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부분이 뮈젤 대령과 다른 점이다. 그라면 괜한 참견이라고 불만을 가졌겠지.


  발렌슈타인 중령과 내가 교역선 파라우드 창고에 도착했을 때, 창고 안에는 교역선 파라우드의 함장인 듯한 인물이 팔짱 끼고 서서 구축함 라우엔에서 온 병사들을 위협하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냐. 어째서 검사를 하지 않아.”

  “옛. 그것이.”

  가까이에 있는 병사에게 물으니 곤란하다는 듯이 함장인 것처럼 보이는 인물을 봤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이 함의 적하물을 검사할 필요가 없다. 이 함의 적하물은 어느 높은 분의 의뢰를 받은 물건이다. 검사를 해도 나중에 꾸중을 듣는 건 너희들이라고. 변경순찰로 빠질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전사하리라 생각해라.”


  과연. 그런 일인가. 이 함의 적하물은 귀족의 의뢰에 의한 것인 듯하다. 혹은 그걸 위장하고 있던가. 하지만 귀족의 분노를 사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는 모두가 질릴 정도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를 하는 걸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번잡한 일이다. 혹은 이런 수법으로 다른 순찰부대의 검사를 빠져나왔나.


  “봐렌 소령. 재밌는 일이 될 것 같군요.”

  가볍게 웃음을 띠운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깜짝 놀라 곁을 보니 기쁜 표정을 지은 발렌슈타인 중령이 있었다.


  “실례합니다만, 당신이 함장입니까?”

  “그렇다. 함장인 안젤름 발차르다.”

  “소관은 제 1순찰부대 사령 에리히 발렌슈타인 중령입니다.”


  발렌슈타인 중령이 자기소개를 하니 발차르 함장은 어지간히 바보 취급을 하듯 흥하고 코로 웃었다. 무리도 아니다. 중령은 너무 젊다. 아직 20세도 되지 않은 연령이다.


  “발렌슈타인 중령.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함선의 적하를 검사할 필요는 없다. 이 함선의 적하물은 어느 분께서 의뢰하신 것이다.”

  “그렇습니까. 검사에 협력하지 않으시겠다는 거군요.”

  “그렇다.”


  조소가 섞인 오만한 태도다. 이쪽이 어떻게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거겠지. 발렌슈타인 중령은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유감입니다. 협력하지 않으시겠다니……. 별 수 없군요. 발차르 함장을 체포하세요. 죄몫은 공무집행방해입니다.”

  쉘프스트에서 동행한 병사들이 한 순간 나를 봤다. 나는 필사적으로 표정을 숨기고 그들에게 끄덕인다. 그들은 발차르의 신병을 구속하기 위해 움직였다.


  “어이, 잠깐 기다려.”

  “그리고 승무원을 전원 여기에 모아주세요. 저항하는 사람은 그것도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하세요. 그리고 지금부터는 일절 사사로운 말을 금지합니다. 한 마디라도 하면 체포합니다.”


  아연해하고 있는 나를 향해 중령은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봐렌 소령. 우리들은 적하물을 확인하도록 하죠. 뭐가 나올지, 기대 되네요. 사이옥신 마약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그렇게 말하고 “잠깐 기다려”라고 말하는 발차르 함장을 뒤로 발렌슈타인 중령은 적하물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5명 정도의 병사를 데리고 중령 뒤를 쫓았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중령의 기쁜 표정을 되세기며 그렇게 생각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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