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4년 5월 23일. 교역선, 파라우드. 아우구스트 자무엘 봐렌.
“당연히 그 인물은 나름대로 지위가 있는 인물이어야겠지요.”
발렌슈타인 중령은 발차르 함장을 봤다. 나도 거기에 따르듯이 그를 봤다. 거기에는 불안한 표정으로 우리들을 보는 발차르 함장이 있었다.
“뭐냐, 대체. 어째서 나를 보나?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글쎄요. 봐렌 소령이 승무원 전원을 죽이는 건 싫다고 하니까요. 그러니 누군가 한 사람에게 모든 죄를 짊어지우고 죽이자는 겁니다.”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발렌슈타인 중령에게 발차르 함장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이, 그건 설마…….”
“예. 지위로 보자면 발차르 함장, 당신이겠지요. 다른 사람은 누구도 납득하지 않을 겁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승무원 여러분도 입을 맞춰주세요. 발차르 함장은 검사 중에 어금제품이 발견되니 갑작스럽게 자살했다. 그 화물은 발차르 함장이 트라운슈타인에서 가져온 것으로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발차르 함장은 화물에 자신들이 다가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라고.”
발차르 함장은 허둥대며 승무원을 봤지만, 승무원들은 모두 발차르 함장과 시선을 마주치려하지 않는다.
“어이, 너희들. 날 배신할 생각인가!?”
“누구라도 죽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별 수 없죠. 그보다도 자살 방법은 어떻게 할까요? 여기를 피로 더럽히고 싶지 않고. 갑작스러운 일이라 막을 수 없었다는 걸로 해두지 않으면 안 되니. 발차르 함장. 어떤 식으로 죽고 싶습니까?”
“농담은 그만 둬. 그런 거 인정할 수 있을까보냐.”
경직된 목소리로 발차르 함장이 항의했지만 발렌슈타인 중령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당신이 자살해 주신다면, 모두 납득해 줄 테니까요. 당신의 고용주도 이쪽이 사건을 진지하게 조사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할 겁니다. 화는 날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안전하다는 걸 이해할테지요. 그렇게 되면 이쪽에 대해서도 필요 이상으로 복수할 일도 없습니다. 그렇죠? 봐렌 소령.”
동의를 구하지 말라고. 애초에 나는 한 사람만 희생한다는 생각을 납득한 게 아냐. 하지만 여기서 반대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침묵할 수밖에 없나. 발차르 함장의 입장에선 동의하는 걸로 보이겠지. 중령님. 확실히 난 무르군. 인정한다. 하지만 너는 악랄해…….
“…….”
“우, 웃기지마. 그, 그런 게. 요, 용서받으리라 생각하나.”
완전히 목소리가 뒤집혔다. 그런 발차르 함장을 발렌슈타인 중령은 냉소를 띠우며 보고 있다.
“용서받아요. 발차르 함장.”
“!”
“군대라는 곳은 상의하달. 위의 명령은 절대입니다. 제 1순찰부대의 사령은 저입니다. 다시 말해 제 명령이 최우선으로 실행됩니다.”
발차르 함장은 입을 붕어처럼 뻐끔뻐끔 거린다. 뭔가 말하고 싶지만, 뭘 말해야 할지 모르는 듯 하다. 발렌슈타인 중령은 그런 발차르 함장의 모습을 보면서, 곁에 있는 병사에게 말한다. 아직 젊다. 연령은 10대 후반 정도일까.
“귀관의 이름은?”
“요, 요한 마테우스 이등병입니다. 발렌슈타인 사령.”
긴장하는 마테우스 이등병에게 발렌슈타인 중령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마테우스 이등병. 저는 발차르 함장이 싫습니다만. 귀관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 예. 소관도 싫습니다.”
발차르 함장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마음이 맞는 군요. 마테우스 이등병. 이름과 얼굴은 확실히 기억했어요.”
“옛. 감사합니다.”
“헌데, 저는 발차르 함장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귀관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발차르 함장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마테우스 이등병을 보고 있다. 마테우스 이등병은 얼굴을 창백하게 하여 도움을 구하듯이 나를 봤다.
“봐렌 소령이 신경쓰입니까? 마테우스 이등병. 괜찮습니다. 봐렌 소령도 곧 승진하고 이동하실 겁니다. 사양치 말고, 진심을 말하세요.”
잠깐 기다려. 그건 무슨 의미냐. 마치 날 신경써서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듯이 들리지 않나.
“발렌슈타인 사령.”
조금 농담이 심하다.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중령이 손을 들어 나를 제지했다. 그리고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그렇게 화내는 겁니까? 봐렌 소령. 이 우주에서 범죄자가 한 명 사라지고, 우리들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 소령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다. 그렇지 않습니까?”
“…….”
분명 그렇다. 이제부터 안심하고 지낼 수 있겠지. 하지만 안녕히 지낼 수 있을지 없을지. 죄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나의 갈등을 뒤로하고 발렌슈타인 중령은 발차르 함장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이 죽어야만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하나 더? 뭐냐, 그건? 말해봐.”
“또 하나의 이유는. 아까 전 말했습니다만, 당신이 싫기 때문입니다.”
“뭐?”
한심한 목소리가 발차르 함장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믿을 수 없다는 느낌이다.
“나는 귀족이 싫습니다. 특히 자신밖에 모르고 멋대로 행동하는 귀족이 말이죠. 그리고 당신과 같이 귀족의 수하가 되어 범죄를 저지르는 쓰레기 놈들은 신물이 날 정도로 싫습니다.”
“바보 같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는 건가? 싫으니까 나를 죽인다고?”
발렌슈타인 중령이 블라스터를 꺼내 들었다. 무표정하게 발차르 함장을 보고 있다. 평소의 중령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한 표정이다.
“죽이지 않습니다. 마비를 걸어 함 밖으로 던질 겁니다. 검사 중에 갑자기 에어해치를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각오의 자살입니다.”
“자, 잠깐 기다려. 말할게. 전부 말한다. 그러니까…….”
“필요 없습니다.”
“…….”
‘필요 없습니다.’, 그 말에 발차르 함장은 놀란 듯이 중령을 보고 있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중령은 아까전의 무표정을 버리고 쿡쿡 웃기 시작했다.
“민폐입니다. 이제 와서 말해봐야. 제 즐거움을 빼앗을 뿐이잖습니까.”
웃으면서 말하는 중령에 주변이 얼어붙었다.
“기다려. 내겐 가족이 있어. 처와 딸이.”
“바로 만날 겁니다. 발할라에서.”
“!”
아연해서 중령을 보고 있는 발차르 함장에게 발렌슈타인 중령은 웃으면서 불쌍하다는 듯한 시선을 향했다.
“당신의 고용주가 발할라에서 혼자는 쓸쓸할 거라며 바로 가족을 보내줄 겁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그런, 바보 같은.”
“살아남은 승무원에 대한 경고도 될 테니까요. 실패하면 어ㄸᅠㅎ게 되는가……. 납득하셨습니까? 발차르 함장.”
조소가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중령에게 발차르 함장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신음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웅크렸다.
“부탁하네. 살려줘. 전부 말할게. 그러니 죽이지 말게나. 가족을 살려줘. 부탁하네.”
얼굴을 올린 발차르 함장은 울고 있었다. 매달리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지긋지긋하다. 아까 전까지 오만하게 행동하던 남자가 지금은 울면서 매달린다. 발렌슈타인 중령도 동감이었겠지.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흥이 식었습니다. 봐렌 소령. 나머진 부탁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소령은 발차르 함장을 죽이는 데에 반대죠? 다행히 전부 말하겠다고 합니다. 조서를 만들어주세요.”
그 말에 발차르 함장이 희색을 띠며 이쪽을 봤다.
“소령. 그 남자가 진술을 꺼려하기라도 하면 말해주세요. 언제라도 자살하도록 해주겠습니다. 알겠죠?”
“예.”
발렌슈타인 중령은 발차르 함장을 흘겨보고 발 빠르게 창고를 뒤로 했다.
...
제국력 484년 5월 23일, 순양함 쉘프스트. 에리히 발렌슈타인.
교역선 파라우드호에서 쉘프스트 함교로 돌아오니 바로 오딘에 있는 케슬러에 연락을 취했다. 이 건은 대사건이 된다. 조사는 헌병대가 이어 받게 되겠지만, 확실한 인물에게 이어주지 않으면 유야무야하게 된다.
나는 발차르 함장의 말을 전면적으로 믿는 게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범죄자다. 그들의 강함을 가볍게 보는 건 위험하다. 죽을 거라 생각하고 연극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쯤 봐렌 상대로 거짓말을 술술 내뱉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어, 발렌슈타인 중령. 오랜만이야.”
“오랜만입니다. 케슬러 대령. 건강하신 듯해서 다행입니다.”
“고맙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인사가 목적은 아니겠지?”
온화한 표정으로 케슬러가 물었다. 이런 실무우선의 태세가 싫지않다. 울리히 케슬러, 좋은 남자지. 믿음직하고. 상관을 가진다면 이런 남자가 좋겠지.
롤리콤이라는 점도 결점이 아니다. 나는 충분히 허용할 수 있다. 잘못해서 로이엔탈 같은 녀석을 상관으로 가지면 안 된다. 부하와 함께 파멸한다. 끔찍한 상관이다. 덧붙여 여자 취미도 좋지 않다. 엘프리데라던가 최악이다.
“지금 제 1순찰부대의 사령을 임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네. 어처구니없는 꽝이로군. 사이옥신의 저주인가.”
동감이다. 사이옥신은 재앙이다. 나의 경우엔 이젤론의 일도 있으니까 말이지. 재앙의 카니발이다.
나는 역마살이 끼었는데 케슬러는 오딘 헌병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어지간히 정치력이 있는 거겠지. 부러울 따름이다. 뭐, 다행스러운 점은 역마살이 싫은 건 아니라는 것 정도인가…….
“좋은 부적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습니까? 또 묘한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묘한 사건? 불안하게 만드는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교역선 파라우드호를 검사했습니다만, 트라운슈타인의 버팔로 모피 10장을 발견했습니다.”
“!”
한 순간 침묵이 흘렀다. 스크린 너머로도 케슬러가 숨을 삼키는 걸 알 수 있다. 위험하다. 지뢰를 밟았나하고 생각하니, 쿡쿡하고 케슬러가 웃기 시작했다.
“또, 어처구니 없는 일에 휘말렸군. 중령.”
“부적, 알려주시겠습니까?”
“포기하게나. 경에게 도움이 될만한 부적따위 있을까보냐.”
그렇게 말하고 케슬러는 폭소했다. 나도 따라서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니지만.
일단 웃고 난 뒤, 케슬러가 질문했다.
“뒤에 있는 게 누구일지가 문제로군. 10장이나 있다면 뇌물용이겠지.”
“지금 그걸 확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협력자입니다. 어디까지 뻗혀 있을지…….”
“궁내성에 협력자가 있는 건 확실하겠지. 달리 뭔가 정보는 없나?”
이야기가 빠르다. 과연 미래의 헌병총감이다. 봐렌이라면 이렇게는 되지 않는다. 그는 실전지휘관이니까.
“파라우드호의 항행기록을 조사했습니다. 저 함은 오딘과 페잔을 왕복하고 있습니다만. 행성 트라운슈타인에는 가지도 않았고 지나지도 않았습니다.”
“……데이터를 개찬했을 가능성은?”
“모릅니다. 이쪽에선 이 이상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페잔이 얽혀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애초에 페잔과 트라운슈타인 사이에 밀매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파라우드호의 고용주는 그걸 알고 궁내성, 페잔에 고하고 파라우드호를 페잔으로 보냈다.”
“…….”
“페잔은 교역으로 일어났습니다. 당연하지만 세관도 엄하죠. 페잔에서 출항 전에 작성한 수출신청서에는 모피는 없었습니다. 물론 어금제품입니다. 신청서에 있는 시점에 문제가 됐겠죠. 하지만 페잔에서 모피를 입수했다고 한다면, 세관의 체크를 빠져나왔단 말이 됩니다.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트라운슈타인에서 페잔, 페잔에서 오딘. 어금제품을 두 번이나 놓쳤는가. 경이 말하는 대로 분명 수상하군.”
케슬러가 생각에 빠지며 말을 한다.
“케슬러 대령. 저 모피, 반란군에게 팔았을 경우, 얼마가 되리라 생각합니까?”
“상상도 할 수 없지. 하지만 분명 제국 내에서 파는 것보다 반란군에 파는 것이 안전하군.”
“?”
“모르겠나? 제국에서는 어금제품이지만, 건너편에선 그렇지 않겠지. 누가 가져도 문제는 없어. 게다가 제국에선 그걸 확인할 방법도 처벌할 방법도 없지.”
과연. 확실히 그렇다. 저 모피를 돈벌이로 이용하려던 인물은 제국 내에서 파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안전한 자유행성동맹에서 팔 것을 생각했다. 그렇다면 페잔이 얽히는 건 필연이겠지.
“케슬러 대령. 이 건, 맡길 수 있겠습니까?”
“싫다고 한다면?”
“해적에게 습격받았다는 것으로, 함도 승무원도 모두 우주의 먼지로 만듭니다.”
케슬러는 한 순간 나의 얼굴을 본 뒤, 대폭소했다.
“알았다. 맡도록 하지. 경이라면 진심으로 해버릴 테니까.”
“…….”
농담인데 말이지. 뭐, 받아들인다면 아무래도 좋나.
...
제국력 484년 7월 5일. 오딘, 군무성 상서실.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군무상서. 돌아왔는가.”
“방금 전에 말이지.”
“그래서?”
“칭찬의 말을 받았네.”
칭찬의 말을 받았다. 그에 비해선 군무상서는 그다지 기뻐하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뭐, 이유가 이유니까 무리도 아니지만.
1개월 반 전, 제 1순찰부대가 어느 교역선을 검사했다. 그 때 어금제품인 트라운슈타인의 버팔로 모피 열 장을 발견, 압수했다. 제 1순찰부대는 헌병대에 증거품과 승무원을 넘기고 그 이후 조사는 헌병대가 행하게 되었다.
황제의 사재를 도둑질하려 한 인물이 있다. 헌병대는 진중히 조사를 진행하여 그 결과 빌레펠트 백작이 조사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백작은 조사를 받기 전에 자살했다.
사건은 그 자체가 빌레펠트 백작이 죽은 걸로 흐지부지하게 끝나려하고 있다. 그가 모피를 누구에게 바치려고 한건지, 모피를 손에 넣기 위해 누구와 교섭했는지 알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행성 트라운슈타인에선 세 명의 궁내성직원이 모습을 감췄다. 아마도 반란군에 망명했을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한 편 죽었다는 소문도 있다. 진실은 숨겨져있다.
오딘에선 빌레펠트 백작은 자살을 강요받았다, 혹은 누군가에게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 암살한 인물이야말로 모피를 받으려고 한 인간, 혹은 교섭한 인간이라며 갖가지 이름이 흘러 나왔다. 그 안에는 우리들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 불쾌한 일이지만.
하지만 더욱 무서운 소문도 있다. 빌레펠트 백작을, 세 사람의 궁내성 직원을 암살한 건 황제의 어둠의 왼손이라는 소문이다. 조사가 흐지부지 끝나려는 것도 황제의 은밀한 내의가 헌병대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라며…….
“황제는 이 사건을 크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빌레펠트 백작을, 세 사람의 궁내성 직원을 주살한 것으로 사건에 관여한 자들에 대해 충분히 경고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사실인지 어떤지는 모른다. 군무상서는 헌병대에 확인하지 않았다. 설령 진실이라고 해도 헌병대가 사실이라고 할 리가 없다. 확인하는 건 무의미하다.
하지만 자신들이 모르는 곳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 그런 의혹이 군무상서를 기분을 망치고 있다.
“알현실에는 나 외에도 궁내상서, 내무상서가 있었네.”
“궁내상서는 알겠지만, 내무상서는 어째서?”
“경찰도 저 배를 검사했기 때문일세. 함장의 으름장에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물러났다고 하더군. 조사에서 함장이 말한 것 같네. 경찰은 대단치 않았다. 그래서 무심코 군도 가볍게 봤다. 라고.”
“과연. 궁내상서도 내무상서도 질타를 받았다는 건가.”
내 말에 군무상서는 끄덕였다.
“폐하는 군은 잘하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이라며 꾸중하셨네.”
“그건…….”
무심코 실소가 튀어나왔다. 그래서야 궁내상서도 내무상서도 입장이 없다.
“웃을 일이 아니라고. 뮈켄베르거 원수. 내무상서는 물어뜯을듯한 얼굴로 날 노려보더군. 사이옥신에 이어 두 번째니까 말이지. 군에 당하는 건 말이지.”
“군의 위세가 오르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하네만?”
“필요 이상으로 원한을 살 필요도 없겠지. 순찰부대따위 형식만 차린 어중이떠중이였는데. 내무상서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불쾌하게 생각해도 반대는 하지 않았네. 그런 약속이었으니 말이지. 그런데, 저 애송이 녀석이.”
불만을 토로하며 군무상서의 말투에 나는 또 실소했다. 군무상서가 나를 노려보지만 이것만큼은 막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그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승진하네. 당연하겠지? 폐하의 재산을 도적에게서 지켰으니까.”
“…….”
“뮈켄베르거 원수. 제국군 3장관에겐 트라운슈타인의 버팔로 모피가 하사되네.”
“버팔로 모피? 그건.”
“제 1순찰부대가 압수한 모피다. 이번 건에서 폐하의 군에 대한 포상이다. 우리들만이 포상을 받을 순 없어.”
재미없다는 듯한 말투였다. 원래대로라면 버팔로 모피를 받는 건 명예로운 일이지만,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겠지. 애초에 나도 거기엔 동감이다. 정말이지 귀찮은 애송이다.
“발렌슈타인 대령인가. 그건 그렇고 승진이 빠르군.”
군무상서가 조금 눈썹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음. 조금 너무 빠르지.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아. 승진은 10월 인사이동에 맞춰 행할 생각일세.”
그가 싫기 때문이 아니다. 발렌슈타인은 올해 처음으로 중령이 되었다.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아니 작년 지금쯤엔 이제 막 대위가 되었던 참이었을 거다. 분명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겠지.
“그때까진?”
“이대로, 제 1순찰부대에 둘 걸세.”
“괜찮겠는가? 그대로 둬서. 또 귀찮은 일을 벌일지도 모르네.”
차라리, 병참통괄부라도 돌려놓는 쪽이 좋지 않은가. 그런 생각으로 군무상서에게 시선을 향했지만, 군무상서는 냉소를 띠운 채 내뱉었다.
“이번 한 건으로 저 애송이가 맹견이라는 걸 모두가 알았네. 오딘 주변의 경비견에는 딱 좋겠지. 그래도 범죄를 범하는 바보가 있다면 저 애송이에게 물려 죽으라고 하지.”
“과연. 경비견인가. 군무상서도 재밌는 말을 하는군. 그렇게 되면 개주인은 군무상서가 되는 건가?”
“저런 말도 듣지 않는 개 따위 난 모르네. 농담이라도 용서치 않을거야. 뮈켄베르거 원수.”
입술을 끌어내리며 항의하는 군무상서에 나는 오늘, 세 번째 실소를 흘렸다. 정말이지 번거로운 애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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