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하게 된 사람은 이 나라의 국왕이었다. 그리고 신이 보낸 신의 아이의 남편이었다. 바로 거기에 있어도 손이 닿을리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닿았던 것이다.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주었다.


  잡아선 안될 손이었다. 아무리 바란다 할지라도 현실이 되어선 안될 꿈이었다.

  그러니 그 손에서 눈을 돌렸다. 이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결심했다. 결심하고, 결심해서, 자신에게 다짐하고, 다짐했다.


  괴로웠다.

  힘들었다.


  매일 밤 울었다. 매일 밤 잊자고 되뇌었다.

  저 사람에겐 아내가 있다고. 이 나라를 구해준 신의 아이가 있다고 되뇌었다.


  울고 지쳐 잠들면 꿈을 봤다.

  저 손을 잡는 꿈. 행복하게 미소 짓는 꿈. 저 가슴에 안기는 꿈.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사랑하고 있다는 기분인 채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꿈.


  눈을 뜨니 덮치는 것은 공허, 절망, 죄악감.

  그만 두라고. 잊게 해달라고. 이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차라리 그렇게 명령해 줬으면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말을 들었다면 거역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괴로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저 사람에겐 아내가 있다. 신의 아이이기도 한 아내가. 그러니 밝힐 수 없는 이 마음이 괴로웠다. 나에게 뻗어 온 손에 등을 돌리는 것이 괴로웠다.

  하지만 명령을 받았다면 그 손을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여.


  그런 자신의 비겁함에, 다시 울었다.


  그리고 지쳤다.


  지치고, 지쳐서, 지쳤다.

  터벅터벅 걷는 발은 알게 모르게 저 사람과 만났던 장소로 향한다.

  거기에는 그 사람이 언제나 카셰라고 불러줬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대화를 나눴었다.

  그것 만으로도 너무나, 너무나……행복했었다.


  사락하는 소리가 나서 정신을 차린다.

  뭘 하고 있는 건지. 어디에 가고자 하는 건지. 안돼. 돌아가야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도착한 그 장소. 거기에는 그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렇게 생각하는 주제에.


  아무도 없는 장소.

  언제나 거기에 있던 사람은 없고.

  자신만이 혼자 거기에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고 눈물이 흐를 뿐인 눈으로 돌리는 것도 못하고.


  손을 잡고 싶었다.

  사실은 뻗어 준 손을 잡아서, 그 가슴에 뛰어들고 싶었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저도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하고 싶었다.


  고백하고 싶었다……!!


  무너져 쓰러지는 그 몸을 감싸는 팔에.

  카셰!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껴안아졌을 때엔 이미 그 사람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다른 건 아무것도.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레, 가트…님……."


  저도 사랑하고 있어요.


  끊어질듯이 고한 말은 멈추지 않고, 몇번이나 반복한다.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의 사랑을 받는 입장은 자신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우월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이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서웠다. 주변의 시선이 무서웠다. 주변의 목소리가 무서웠다.

  신의 아이이기도 한 왕비로부터 남편을 빼았았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알고 있다. 양친도 국왕의 애인이 된 딸에 기뻐하면서도 주변에 대해서 다소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그 태도를 두려워했다.


  무슨 말을 들은 건 아니다. 그래도 무서웠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을 것이 분명한 비난. 국민에게 알려졌을 때의 매도.

  그것 전부를 생각하고 무서워했다. 무섭고, 무서워서. 그래도 떨어질 수 없었다.


  지켜지고, 언제나 지켜져서. 도망치고 있었다.

  이미 아내가 있는 몸인 사람을 사랑하여, 뻗어 준 손을 잡았는데. 서로 마주보는 것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비난을 받는 것도, 전부, 전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됐는데. 싸우지 않으면 안됐는데. 항상 그가 지켜주기만 하고. 나는 떨고만 있어서.


  안된다.

  그걸론 안된다.

  이건 자신이 선택한 길.

  자신이 발을 들이밀은 길이니까.


  아직 그녀가 그 마음을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곤,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서.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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