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6년 10월 13일. 제1특설함대 기함, 하소르. 요펜 폰 렘샤이트.

  “그럼 귀족연합군을 편성한다는 겁니까?”
  “음. 그쪽으로 보내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이러한 형태로 도태 시킬 수밖에 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말을 줄이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뒷말을 이었다.

  “개혁이 시급하다. 그리고 반대하는 귀족들은 너무 많아. 그것도 군대는 재건도상이라 쓸 수가 없는 상황이지. 이러한 일들을 생각하면 귀족들은 그쪽으로 보내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견론이 나온다. 그렇지 않은가?”
  “…….”
  그 말대로다.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다.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그것밖에 없겠지. 개혁을 행하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군대가 재건도상이라 쓸 수 없는 이상, 정부에는 힘이 부족한 상태다. 그렇다면 제국 정부를 대신하여 누군가가 귀족들을 처리해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유행성동맹군이라는 거다…….

  방의 분위기가 목에 걸릴 정도로 무거워졌다. 제1특설함대 기함, 하소르에 준비된 내 개인실이다. VIP용의 방인 거겠지. 책상이나 테이블 외에 소파도 있다. 지금 이 방에는 나 외에 아무도 없다. 화면에 비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있을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렇게나 분위기가 무거운 것인가…….

  “병력은 어느 정도가 되겠습니까?”
  “참가자는 꽤 많은 수가 될 것 같더군. 10만 척은 넘겠지. 15만 척에 도달할지도 몰라. 뭐라 해도 무훈을 올리면 엘리자베트, 사비네의 사위가 될지도 모른다고 귀족들이 의욕만만한 상태가 되었으니까. 욕심의 피부를 뚫고 나올 것 같은 놈들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그 무슨. 따님을 미끼, 아니 이용하시는 겁니까?”
  “미끼로 내미는 것밖에 쓸모가 없겠지.”

  퉁명스런, 그리고 노골적인 말투다.
  “총사령관은 누가?”
  “글세. 누가 될까? 브룩하우젠 후작인가, 진델핑겐 백작인가……. 뭐, 누구라도 좋겠지.”
  의욕 없는 대답이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있어선 누가 이끌든지 아무래도 좋은 일이겠지.

  “언젠가 출병에 대해서 정해지면 연락하지. 하지만 그 전에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들에게 이쪽의 생각을 전해주게.”
  “방해물이니 쳐부숴 달라고?”
  “그렇다. 그리고 화평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조금 우리 쪽 형편에만 좋지 않습니까?”
  내 대답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무연하게 말했다.

  “알고 있네. 그러나 부탁하지.”
  “…….”
  “그 녀석들이 있어서야 개혁도 화평도 진행할 수 없어. 동맹의 화평파에게 있어서도 방해물일 것이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어떻게든 교섭해 보겠습니다.”
  “음. 부탁하지.”
  통신이 끊어지는 순간 탄식이 나왔다. 그럼 어떻게 할까? 성가신 문제다. 일단은 발렌슈타인에게 말해볼까…….

  방에 발렌슈타인을 부르자 5분 정도 지나서 마하마 중령과 함께 나타났다. 발렌슈타인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미하마 중령은 다소 긴장하고 있다.
  “미안하군. 바쁜 와중일 텐데 이렇게 불러서. 하지만 함교에선 이야기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말일세. 이쪽으로.”
  소파에 앉도록 권하자,
  “아뇨. 상관없습니다. 앞으로 4일 뒤에는 하이네센에 도착합니다. 제가 함교에 24시간 붙어있을 필요성은 없습니다.”
  라고 답하면서 앉았다.

  “실은 지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연락했지만, 제국에서 성가신 일이 일어난 것 같다.”
  “성가신 일입니까?”
  미하마 중령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발렌슈타인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무척 애교가 없다고 해야 할지, 대하기 힘들다고 해야 할지…….

  “귀족들이 군사행동을 일으키려는 것 같다.”
  “내란입니까?”
  “아니. 동맹에 침공하려는 것 같다. 승리를 얻는 것으로 무위를 휘둘러 개혁을 폐지하게 만들겠다고 하고 있어. 불만을 품은 평민들을 전과에 의해 위압하려는 거겠지.”

  미하마 중령이 놀라고 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발렌슈타인이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중령, 속으시면 안 됩니다. 귀족들이,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이들이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바람을 불어 넣은 겁니다. 그렇겠죠? 렘샤이트 백작.”
  미하마 중령이 더더욱 놀라며 나와 발렌슈타인의 얼굴을 교대로 봤다. 발렌슈타인은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의 제국군은 재건중이니까요. 성가신 귀족은 저희들의 손으로 무력화하려는 거겠죠. 뭐, 강요가 심하다고 해야 할지, 비정하다고 해야 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꽤 하는군요.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지지 않습니다.”
  “……그쯤 해주지 않겠는가?”
  “신경에 거슬렸습니까? 하지만 칭찬하고 있는 겁니다.”
  듣고 있기만 해도 녹초가 될 것 같다. 미하마 중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쪽의 본심을 말하자면, 제국에 있어 방해가 되는 귀족들을 동맹이 처리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거겠죠?”
  발렌슈타인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뭐, 그렇다.”
  “하이네센으로 연락하는 게 어떻습니까?”

  “경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찬성입니다. 설득에는 협력하지요.”
  일단은 제1관문은 돌파했나. 좋은 징후인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이네센의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렘샤이트 백작. 발렌슈타인 중장. 자네도 같이 있나? 음. 거기에 있는 여성은?”
  “미하마 중령, 제 부관입니다.”
  미하마 중령이 고개를 숙이자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놀란 표정은 없다. 그도 미하마 중령에 대해선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발렌슈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제국정부의 안건이다. 내가 말하라는 거겠지. 이번엔 말을 치장하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실은 귀족들이 동맹을 향해서 출병할 것입니다. 병력은 10만 척을 넘어 15만 척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바람을 불어 넣었습니다. 그들은 화평을 맺는 데에도 개혁을 행하는 데에도 방해물입니다. 그 처리를 동맹군에게 부탁하고 싶다는 것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생각입니다. 본래라면 제국군이 행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제국군에겐 그러한 힘이 없습니다.”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이 숨을 내뱉었다.
  “꽤나 그쪽 상황에 좋은 의뢰로군요. 화평을 맺고 싶으면 놈들을 처리해라. 라고 하시는 겁니까?”
  “형편 좋은 바람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도 끈질기다고 생각합니다만, 저희들이 화평을 맺어 이 우주에서 전쟁을 없애는 데에 그들의 존재는 방해물입니다. 제국은 루돌프 대제가 남긴 어둠의 유산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이 신음소리를 올렸다.

  “하지만 귀족들이 공격해 오면 주전파가 기세를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발렌슈타인 중장.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의 레벨로 재무위원장이 받은 조사의뢰입니다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그건가? 사실이었다는군.”
  어디보자? 이건 무슨 소리일까. 두 사람 모두 나는 모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하마 중령도 알 수 없단 표정이다. 아니,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도 의심쩍단 표정을 짓고 있다. 여기서 그런 질문을 받는 건 예상외였는가.

  “그렇다면, 나머진 발신자와 진짜 수취인의 연결을 밝히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그렇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귀족들을 페잔 회랑을 통해 동맹으로 침공하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페잔 회랑을? ……과연, 그런 뜻인가…….”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이 신음소리를 울렸다.

  “제국도 동맹도 전부 싸잡아서 방해가 되는 놈들을 부수도록 하죠. 단숨에 처리해야 합니다.”
  “……알겠다.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말하도록 하지. 렘샤이트 백작. 저희들의 정식회답에는 조금 시간을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헌데 지금 이야기라면 침공루트는 페잔 회랑인 편이 좋겠습니까?”
  “아마도, 그렇게 되겠습니다만. 그것도 포함해서 대답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좋은 회답을 기다리고 있지요.”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이 끄덕였다.

  “발렌슈타인 중장. 미안하지만 나중에 연락하지.”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죠.”
  통신이 끊기고 화면이 새카매졌다. 발렌슈타인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떻게든 될 겁니다.”
  “그럴 것 같군.”
  “단, 처리비용은 받겠습니다. 렘샤이트 백작.”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너무 고액을 청구하진 말게나.”
  발렌슈타인이 소리 높여 웃었다.

  “너무 짜게 굴지 마세요. 귀족들을 처리하면 그 재산만으로도 제국의 재정은 개선됩니다. 평민들의 울분도 해소됩니다. 제국이 품고 있는 문제의 절반 가까이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뭐, 그럴지도 모르겠군.”
  “덧붙여 자신의 손은 더러워지지 않죠.”
  “…….”
  탄식이 나왔다. 나 혼자가 아니다. 미하마 중령도 마찬가지다. 악마와 거래하는 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

우주력 795년 10월 13일. 제1특설함대 기함, 하소르. 에리히 발렌슈타인.

  렘샤이트 백작의 호출을 받고 3시간 뒤, 나는 개인실에서 트류니히트, 레벨로, 호안, 세 악덕정치가, 거기에 더해 거짓말쟁이 군인인 시틀레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성격적으로 이 녀석들과 사이가 좋을 리가 없지만 말이지. 일이니까 말이야. 우주의 평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악당 놈들과 협력하고 있는 거다.

  “트류니히트에게서 이야기는 들었다. 귀족들을 페잔으로 침공하게 만드는 것으로 볼테크를 샌포드 의장에게 울며 달라붙게 만든다는 건가…….”
  “뭐, 대충 그런 겁니다.”
  내 말에 레벨로가 으음하고 소리를 냈다.

  “그렇게 잘 풀릴까? 다들 걱정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주전파가 다시 기승을 부리게 될 거야.”
  이번엔 호안이다.
  “잘 되게 만드는 겁니다. 저쪽은 진심이라구요. 1천만 명 이상 잘라버릴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저쪽 형편에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만, 어디서 저 놈들을 무력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사실입니다. 동맹령으로 침공해 온다면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다들 떫은 표정이다. 맞장구 하나 없으면 미움 받는다고?

  “귀족들이 동맹으로 침공하려 한다고 동맹측에 정식으로 전해진 시점에, 최고평의회에서 동맹령 안에서 요격하자고 선언해주세요. 그 뒤에 귀족들을 페잔으로 침공하게 만듭니다. 샌포드 의장은 어떻게든 페잔을 구하려고 할 것입니다만, 병력 운용은 군대에 일임한다는 것으로 고집을 부려주세요.”
  “…….”

  “볼테크는 샌포드 의장이 도움이 되지 않게 되면 트류니히트 국방위원장에게 접촉할 것입니다. 어떻게든 도와달라고 울면서 빌겠죠. 거기서 볼테크에게 샌포드 의장을 잘라버리게 만드는 겁니다. 도움을 얻고 싶으면 샌포드 실각의 재료를 제공하라고 하는 겁니다. 그걸 이용하여 샌포드 의장을 실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정권을 얻습니다!”
  네 사람이 신음하고 있다. “그렇군.”, “잘 될지도.” 등등 말하고 있다.

  “실제로는 귀족들이 페잔을 침공하기 전에 제국령으로 발을 내밀어 요격전이라는 건가?”
  “아뇨. 페잔은 한 번 귀족들에게 점령하게 만듭니다.”
  시틀레와 나의 대화에 다른 세 사람이, 아니 시틀레를 포함하여 네 사람이 놀란 표정을 보였다.

  “제정신인가? 자네는.”
  레벨로가 나를 비난했다.
  “제정신입니다. 그러는 편이 이기기 쉬우니까요.”
  “하지만.”
  말꼬리를 잡으려는 레벨로의 말을 끊었다.

  “레벨로 위원장. 귀족연합따위 오합지졸입니다. 군율 따위 발톱의 때만큼도 없죠. 페잔을 점령하면 녀석들은 하고 싶은 대로 횡포를 부릴 겁니다. 약탈, 폭행, 살인, 파괴, 페잔은 무법지대가 되겠죠. 페잔인 중 많은 이들이 죽겠습니다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내년에는 그걸 보충할 만큼 아이들이 잔뜩 태어날 테니까요. 아버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네 사람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쩌면 페잔에선 귀족들과 페잔인 사이에서 항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이쪽은 놈들이 눈치 채는 일 없이 접근할 수 있고, 페잔은 우리들을 해방군이라고 선언할 겁니다. 환영 받겠죠.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자네는, 제정신인가?”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 말은 이걸로 두 번째라고? 레벨로.
  “제정신입니다. 한 번 페잔을 근본부터 때려부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페잔은 지구교가 만든 페잔이기 때문입니다.”
  “…….”

  “제국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들은 루돌프가 남긴 어둠의 유산을 잘라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1천만 명 이상 죽이는 걸로 새로운 제국을 만들려는 겁니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과 아픔을 동반하는 일일지……. 하지만 페잔은 다릅니다.”
  “…….”
  “페잔은 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번영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감이 전혀 없습니다. 위험하다구요. 이대로 가면 지구교는 페잔에서 살아남을 겁니다.”
  네 사람이 침묵했다. 신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부숴버린다는 건가.”
  “그 말대로입니다. 시틀레 원수. 그들이 자신들의 의지로 변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저희들이 부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때려부숴서 그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새로운 국가를 만들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페잔은 평범한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지구교와 관계없는 사람이 몇 사람, 아니 몇 만 명이나 죽겠지. 저주하라, 원한을 품어라, 분노하라. 하지만 내가 물러서는 일은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어중간하게 끝낼 수는 없다. 귀족들이 루돌프가 남긴 어둠의 유산이라면 지구교와 놈들이 남긴 페잔은 인류가 남긴 어둠의 유산이나 마찬가지다. 잘라 버리고, 때려부수지 않으면 안 된다…….

  페잔 대약탈, 이로군. 귀족들에게 있어선 인생 최대, 그리고 최후의 즐거움이겠지. 그 추억을 가지고 지옥으로 가라. 나는 친절한 사람이다. 저세상에서 심심하지 않도록 추억을 만들어주지. 그리고 아무쪼록 화려하게 즐겨라. 그것이 페잔을 붕괴하게 만들겠지. 페잔은 귀족과 지구교가 도달하는 종언의 땅이 된다……. 나는 너희들이 보여주는 최후의 향연을 즐겁게 배견하도록 하겠다.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악이라 할지라도…….

...

ps.
  오니! 악마! 에리히!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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