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6년 7월 5일, 제도 오딘. 오스카 폰 로이엔탈.
"제국군 소장 오스카 폰 로이엔탈입니다. 밤중에 실례합니다만, 뮈젤 대장과 만나고 싶습니다."
현관TV를 향해 방문을 고하니 문이 열리고 안에서 붉은 머리에 장신인 남자가 나타났다. 아직 젊다. 20세 정도인가.
"소관은 지크프리드 키르히아이스 중령입니다. 뮈젤 대장의 부관입니다. 부디 이쪽으로."
키르히아이스 중령은 나를 2층으로 안내했다. 안에는 뮈젤 대장이 있었다. 뮈젤 대장도 키르히아이스 중령도 군복차림이다.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건가. 의자에 앉아 정면에서 뮈젤 대장을 본다. 안광이 날카롭다. 과연. 패기에 가득차 있다.
"발렌슈타인 중장으로부터 들었네. 미터마이어 소장에 대한 것이지?"
"그렇습니다. 그를 구해주셨으면 합니다만."
"제국 최대의 귀족과 겨루라는 건가?"
"예."
"대가는?"
"미터마이어와 저의 충성과 협력. 거기에 더해 다른 하급귀족과 평민 출신 사관들 사이의 명망."
"……발렌슈타인 중장은 뭐라고 하던가?"
과연. 이 젊은이도 발렌슈타인 중장을 무시하진 못하는가. 아니, 뭔가 함정이 아닐지 의심하고 있는 건가?
"중장에게서 전언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직 그쪽으로 가지 못합니다. 제가 뮈젤 각하와 손을 잡았다는 걸 알면 문벌귀족들이 과잉반응하게 될겁니다. 저는 뮈켄베르거 원수의 부하로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언젠가 같은 길을 걸을 날을 기다리며, 각하가 원수부를 열게 되었을 땐 부디 불러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설령 그것이 반역자의 길이라 할지라도 걸을 각오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뮈젤 대장과 키르히아이스 중령이 얼굴을 마주봤다.
"……그런가. 그렇게 말했는가……. 혹시 내가 거절한다면?"
"그럴리 없습니다."
"내게 있어선 경들의 호의보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환심을 사는 것이 더 가치있어 보이지만."
"진심이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발렌슈타인 중장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아군으로 삼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으시겠죠."
"!"
뮈젤 대장과 키르히아이스 중령이 다시 얼굴을 마주한다.
"경은 현재의 골덴바움 왕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뭔가를 살피는 듯한 목소리였다. ……이것인가. 반역자의 길이란 건.
"철저한 외과수술이 필요합니다. 상황에 따라선 환자가 죽을지도 모릅니다만."
"……잘 알았네. 로이엔탈 소장. 경들의 기대에 응하도록 하지."
"그런데, 발렌슈타인 중장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으로 갔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뮈젤 대장이 수상쩍다는 목소리를 낸다. 키르히아이스 중령이 이쪽에 강한 시선을 향한다.
"광견을 처리하는 데엔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광견보다 강한 사람에게 부탁하던가, 아니면 광견의 주인에게 부탁하던가. 교섭 카드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하시더군요."
...
■ 제국력 486년 7월 5일, 제도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에리히 발렌슈타인.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 용건이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의 응접실은 리텐하임 후작의 응접실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거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기분 안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접실에는 나와 공작 외에도 슈트라이트 준장, 안스바하 준장, 페르너 중령이 있다. 앉아 있는 건 나와 공작 뿐이다.
"미터마이어 소장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무슨 소리냐?"
"그를 사고사로 죽일 생각입니까?"
"무슨 바보같은 소릴 하고 있나."
공작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목소리만이 아니다. 표정도 마찬가지다.
"? 하지만 그를 감금하고 있지 않습니까?"
"분명 그를 감금했다. 하지만 죽이진 않아."
"?"
화내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이상하다.
"솔직하게 말하지. 분명 이몸은 화가 났었다. 아니 지금도 분노하고 있어. 콜프트 대위를 이몸의 일족이라고 알면서도 사살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미터마이어 소장을 죽이려고 했다. 그것도 부정하지 않겠네. 하지만 모두가 설득하여 생각을 바꿨다."
그렇게 말하며 공작은 주변을 둘러봤다. 설득한 것은 그들인가.
"폐하로부터 군율을 바로 세우라는 말을 들었단 말일세. 미터마이어 소장을 죽이면 어찌되나? 폐하의 명령을 다한 자를 죽였다는 것이 되지 않는가? 리텐하임 후작과 리히텐라데 후작은 반드시 날 책망하게 되겠지. 폐하의 명령을 어긴 것. 폐하의 명령을 다한 자를 죽이는 것. 어느쪽도 이몸을 실각하기에 충분한 명분이 있네. 군은 물론 미터마이어 소장을 죽인 이몸에 대해서 쾌히 생각하지 않겠지. 그렇게 되면 이번엔 반역자로 토벌 당하는 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목소리에는 통한의 울림이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인정했다는 건가. 하지만 어째서 미터마이어 소장을 감금하고 있나?
"그럼 어째서 미터마이어 소장을 감금하고 있는 겁니까?"
"단순한 원한 풀기다. 적어도 사형 당한다는 공포라도 없으면 계산이 맞지 않아."
과연.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녀석들은 이몸의 입장따위 전혀 생각하지 않아."
"입장, 입니까."
"음. 콜프트 대위를 죽이지 말라고는 말하지 않겠네. 폐하의 명령을 어긴 거니까 말이지. 하지만 적어도 이몸의 체면은 세워달라고 말하고 싶네. 그렇게하면 이몸도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네. 이걸론 이몸의 얼굴에 먹칠한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귀족의 당주라는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어. 힘들다고. 리텐하임이나 리히텐라데를 상대에 폐하의 사위라는 입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내게 동의를 구하지 말라고.
"로이엔탈이라는 남자도 그렇다. 저 남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가? 미터마이어가 오딘에 도착하기 전에 죽는 일이 있으면 모살 당한걸로 알겠다고 큰 소리로 소동을 피웠다네. 덧붙여 군무성에까지 소문이 퍼졌다고. 에렌베르크로부터 바로 연락이 왔네. 미터마이어 소장을 죽이면 원수 승진은 없는 걸로 알라고. 그리고 이번엔 발렌타인. 경이 왔네. 모두 내게 원한이라도 있는겐가? 대답해주게. 발렌슈타인."
부탁이니까 그런 눈으로 날 보지마. 너에게 동정하고 싶어지잖아. 난 너의 적이라고. 아니 지금은 적이 아니지만……. 하지만 이 사건,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난 이 사건은 미터마이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피해자로 보인다.
원작에선 안스바하가 프레겔 남작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이름으로 멈췄지만.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건가? 그렇다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에렌베르크 원수에게 미터마이어의 처벌을 바란 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귀족들에 대한 어필이라는 것이 되는 건가. 콜프트 자작이 동생의 원수를 갚으려다가 오히려 당해버린 일이 있지만. 그 이외엔 누구도 미터마이어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콜프트 자작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이라는 건가? 다행히 콜프트 자작가는 리텐하임 후작과도 연척이다. 희생양으로선 적절하겠지…….
"공작 각하. 각하의 마음은 알겠습니다. 소관의 착각인듯 합니다.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각하의 주변에선 각하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내 마음을 모른다고?"
"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불안해진 듯 하다. 도움을 청하는 듯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발렌슈타인 중장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주군. 당장 각자의 소재를 확인하도록 하죠."
"음. 그렇게 해주게. 슈트라이트."
슈트라이트 준장이 대답하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재촉하는 듯이 대답했다. 슈트라이트 외에 안스바하, 페르너도 움직인다. 과연 내가 있는 곳에서 행동하는 건 힘들겠지. 그들은 방을 나갔다.
방에는 나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만이 남았다. 어색하기 이루 말할 것 없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때때로 한숨을 내쉬거나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보거나 한다. 그리고 브랜디를 마신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맛있게 마시는 것 같진 않다.
"각하. 그 쯤에서 그만 마시는게 어떻습니까?"
"그리하지. 경은 마시지 못하던가?"
"예. 아무래도 몸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기에."
"그런가. 유감이군……, 이럴 때 마시는 한잔은 좋다네."
"……."
"경의 호의도 쓸모없게 되어버렸군."
"?"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공작은 나를 보지 않는다. 신음하듯이 흘러나오는 대로 그저 말하고 있다.
"폭주하는 자가 있다면, 아마도 프레겔이겠지. 모처럼 경이 기회를 줬는데. 저 바보 놈이."
또 한 모금. 브랜디를 마신다. 나는 멈출 수 없다…….
"……."
"내게도 책임이 있네……. 저것에게 너무 어리광을 부리게 했어. 저것의 어머니는 이몸의 여동생인데 말일세. 저것을 낳고 바로 몸상태가 무너져 죽어버렸다네. 아버지도 저것이 젊을 적에 사고로 죽었네. 그 때문에 이몸이 돌봤던 걸세. 이몸에겐 남자 아이가 없었으니 말일세. 무심코 어리광을 받아주고 말았네. 적어도 경의 절반이라도 기량이 있다면……. 아무래도 잘 되지 않는 군."
마지막엔 자조하는 듯한 말투가 되어 있었다. 권력자의 목소리가 아니다. 어리석은 아들을 한탄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다. 이 남자는 프레겔을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애처롭게 생각하고 있다. 프레겔의 운명은 정해졌다.
"폭주하는 자가 있다고 정해진건 아닙니다. 소관의 기우일지도 모릅니다. 조사를 기다리도록 하죠."
"음."
위안도 되지 않는 말을 한다고 생각하니 자기혐오에 빠졌다. 그리고 그 말에 한줌의 희망을 가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있다.
문을 열고 슈트라이트, 안스바하, 페르너가 들어왔다.
세 사람 모두 표정이 굳었다. 좋지 않은 징후다.
"어땟는가? 슈트라이트."
살피는 듯한 목소리다.
슈트라이트의 표정이 흔들렸다.
"각하. 유감입니다만. 프레겔 남작의 행방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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