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6년 7월 8일. 페잔. 아드리안 루빈스키.
나는 볼테크가 제출한 보고서를 손에 쥐고 담담히 읽기 시작했다. 클로프슈토크 후작이 일으킨 반란의 제압 과정을 정리한 보고서다. 그렇다곤 해도 다 읽는 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다. 표지까지 합쳐도 겨우 5, 6장 정도의 보고서일 뿐이다. 하지만 꽤 볼만한 점이 있다. 생각할 점이 많은 보고서였다.
"꽤 재밌는 보고서잖은가."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볼테크는 곤란해하고 있는 듯 하다. 불쌍한 녀석.
"그리 특별한 점은 없어보입니다만."
"……."
어떤 요리라도 맛을 더해 줄 와인이 있어야만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건 요리만이 아니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동등 이상의 지력을 가진 상대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대화도 있다. 자격 있는 대화라는 것이다. 볼테크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란 건가…….
"반란 제압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군."
마음을 다잡고 말한다. 내 실망을 느끼지 못한 거겠지. 어떤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예. 지휘계통이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귀족들이 지휘관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지휘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예?"
"거기가 문제란 거다."
"……분명히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은……."
"그게 아니야."
……눈에 보이는 사실만을 보는 것이 아니야.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도 보는게 중요한 거다. 볼테크.
"혹시 프리드리히 4세가 죽었을 때, 리히텐라데 후작이 군과 결탁하여 엘윈 요제프를 옹립했을 경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은 어떻게 하리라 생각하나?"
프리드리히 4세 사후의 제국 권력 투쟁에 대해선 볼테크와 몇번이나 이야기 했다. 그 불확정요소 중 하나가 귀족을 이끄는 군대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몰랐다는 점이다.
"당연히 반발하리라 생각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내란이 되겠죠."
"그 경우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아뇨. 이길 수 없겠군요."
볼테크는 조금 생각한 뒤 대답했다.
"그렇다. 이번의 반란 제압. 반란군은 그 정도로 막대한 세력이 아니야. 그리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이끄는 군대도, 반란군보다 훨씬 많다곤 해도 대군이라곤 할 수 없지. 그래도 귀족들은 통일된 군사행동을 할 수 없었다."
"……."
"다음 황제의 자리를 둘러싼 내란이 일어난다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이끄는 귀족, 병사의 숫자는 이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 지휘계통의 혼란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거야. 말하자면 오합지졸이다. 정규군에겐 이길 수 없어."
"그렇다면 더욱 더 뮈켄베르거 원수의 존재가 제국에서 무게를 가지게 되겠군요."
겨우 알았나. 볼테크. 이제부터 제국은 뮈켄베르거. 그리고 뮈켄베르거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자들을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중 한 사람이 발렌슈타인 중장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병사를 일으킬까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볼테크가 묻는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눈치챘겠지. 스스로 지휘를 잡은 것이다. 싫어도 알았겠지."
"그렇다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잖습니까?"
"그건 모르네. 본인이 반대한다해도 주변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일세."
"받아들이지 않는다, 입니까."
아직 볼테크는 모르는 듯 하군.
"반대한다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면 어쩌겠는가?"
"살해당한다……. 하지만 그래서야."
"다음엔 딸인 엘리자베스를 등에 업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들도 나타나겠지."
"!"
말을 잃은 볼테크를 보고 나는 만족했다. 이것이 자극이 있는 대화라는 것이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계속 살아 있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을 다잡은 볼테크가 물었다.
"그렇군. 혹시 나라면 엘리자베스를 결혼시킨다."
"유력자와 말입니까? 그걸로 기반을 세운다는 겁니까. 하지만 잘 될까요?"
볼테크는 의심스럽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내심 웃겼지만 웃어서는 안되겠지.
"보좌관이 말하는 것이 귀족의 유력자라면 틀렸다. 실력자와 결혼 시킨다는 거다."
"?"
"발렌슈타인 중장이다. 그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사위로 들이는 거지."
"발렌슈타인 중장? 하지만 그는 평민이잖습니까."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지 마라. 볼테크. 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멸망의 고비에 있는 것이다. 비상시라면 비상의 대책이 필요하다.
"말했을거다. 실력자라고. 그 뒤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은둔하고, 발렌슈타인 중장에 가독을 맡긴다."
"……하지만 그래서야 엘리자베스는 여황제가."
"평민을 남편으로 삼은 것이다. 당연히 황위 계승 싸움에선 빠질 수 밖에 없겠지."
볼테크는 혼란해하고 있다. 뭐, 당연하겠지. 볼테크는 능력은 있지만 상식인이다. 그러니 보좌관으로서 둘 가치가 있다. 주변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눈에 보인다.
"하지만, 그래서야."
"당연히 주변의 반발이 있겠지. 하지만 이득도 크다……. 후후후, 아직 모르겠나?"
"???"
안되겠군. 아무래도 즐거워진다. 웃음이 멈추지 않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당주가 되는 것이다. 군의 계급도 거기에 따라 오르겠지. 일단, 상급대장은 기본일까."
"!"
아직 놀라기엔 빠르다고. 볼테크.
"발렌슈타인 중장에서 브라운슈바이크 상급대장이 되면, 직위도 거기에 따라 오르겠지. 우주함대 부사령장관 정도일까?"
"!"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야. 뮈켄베르거가 출병한 뒤엔 사실상 그가 우주함대를 이끌고 있지 않았나? 사실과 명함이 일치될 뿐이지."
"……분명 그렇습니다만."
목소리가 나오는게 겨우인 듯 하군.
"그렇게 되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문제없다. 아니, 리텐하임 후작도 리히텐라데 후작도 새로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를 아군으로 삼기 위해 필사적이 되겠지."
"……."
"아내는 황족. 남편은 군대의 실력자. 게다가 황위계승과는 관계 없다. 이 정도 안심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아군은 달리 없어."
"하지만 그렇게 되겠습니까?"
몸을 바로세운 볼테크가 묻는다. 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겐가?
"모르겠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나름이겠지."
"……뮈젤 대장은 어떻습니까? 언젠가 로엔그람 백작가를 잇는다고 합니다. 그라면 귀족이고 주변의 반발도 적지 않습니까?"
역시 그렇게 나오는가. 나쁘진 않지만 아직 한 발 부족하군.
"귀족이라곤 해도 제국기사잖은가. 작위도 없는 자를 문벌귀족들이 인정하리라 생각하나?"
"……."
"차라리 평민 쪽이 좋다는 거다. 실력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어. 발렌슈타인 중장의 실력은 뮈젤 대장보다도 위겠지. 주변에 대해 실력으로 선택했다고 하면 좋다. 그것이 싫다면 떨어져나가겠지. 차라리 그쪽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입장에선 믿을 수 없는 자들이 떨어져나가는 것이 된다. 그렇지 않은가?"
"확실히……."
"그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어떻게 나올까? 혹시 발렌슈타인 중장을 사위로 삼는다면 내란은 회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 리텐하임 후작과 리히텐라데 후작 사이의 싸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의심스럽다는 듯이 볼테크가 묻는다. 좋아. 그 상태다.
"회피할 수단이 있다면 어떻겠나?"
"회피할 수단?"
"엘윈 요제프와 사비네 폰 리텐하임의 결혼이다."
"!"
"황제는 무리지만, 황후로 삼아주는 것이다. 나쁜 이야기가 아니겠지."
"……."
"엘리자베스는 이미 결혼한 것이다. 제국 제일의 공주님이라고 한다면 사비네 외엔 없겠지. 황후의 자리를 둘러싸고 두 가문이 싸울 일도 없는 것이다. 나이는 조금 신부가 위지만, 정략결혼이라면 불가능하진 않지."
"분명히 그렇습니다만."
볼테크는 땀을 닦고 있다. 그렇게 놀라지 말라고.
"그렇게 되면 리히텐라데 후작도 실각하지 않고 끝나겠지. 엘윈 요제프의 후견인으로서 제국상서의 지위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리텐하임 후작이 권력을 독점하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리텐하임 후작의 돌출을 막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군을 대표하고 있다. 황제가 어린 이상, 경험이 있는 리히텐라데 후작의 안정된 정치력이 외정의 전제조건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확실히. 말씀대롭니다. 자치령주 각하의 선견에는 놀랄 뿐입니다."
"공치사로군.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어차피 꿈에 불과하겠지.
꿈이리라 생각한다. 꿈이기에 아름답게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내란도 일어나지 않고, 권력투쟁도 일어나지 않는 미래. 계속 번영해가는 제국. 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행동에 따라선 현실 가능한 아름다운 꿈이다. 이 꿈을 현실화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건 나, 페잔의 아드리안 루빈스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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