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6월 8일. 오딘, 리히텐라데 후작 저택.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리히텐라데 후작 저택을 방문하니 응접실로 안내 받았다. 딱히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리히텐라데 후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휴일일 텐데 평소 궁중에서 보던 대로 정장을 하고 있다. 이대로 궁중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국무상서인 이상 휴일에 불리는 일이 꽤나 많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집에서도 편안한 복장을 입지 않는다는 건가. 높아지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군.

 

  “쉬시는 중에 죄송합니다.”

  “아니, 상관없네. 궁중에선 말할 수 없는 내용이니.”

  시녀가 마실 것을 가져왔다. 홍차가 둘. 전에 궁중에서도 홍차를 받았었지. 이 노인, 홍차를 좋아하는 건가…….

 

  “국무상서 각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 질문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생각하네. 제국 국정은 결코 좋지만은 않아. 어떠한 개혁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리히텐라데 후작이 어미를 흐렸다.

 

  저번에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국내 개혁에 대해 상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한 표정을 지었지만 듣고 싶지 않다곤 하지 않았다. 이 노인은 귀족들의 오만방자함을 완전히 납득하고 있진 않다. 오히려 어떤 족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단지 어떤 족쇄를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노인이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혼란이다.

 

  “개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개혁에 의해 국내가 혼란에 빠지는 건 곤란하다. 그런 거군요.”

  “그래. 평민들 사이에선 꽤나 불만이 쌓인 것 같더군. 그걸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다. 아니, 해야만 하겠지. 하지만 그에 의해 국내에서 혼란이 일어나면 곤란하다. 어렵구먼.”

  “과연.”

 

  꽤나 속편한 소리이긴 하다. 하지만 국정 책임자로선 국내 혼란은 피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겠지. 전쟁에서 유리한 상황인 이상, 그걸 수포로 돌릴 수도 있는 혼란은 곤란하다. 그렇게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 리히터나 브라케와 이야기할 때엔 그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극단적인 말을 하자면 귀족 따위 절반 정도 없애버려도 좋으리라 생각할 때도 있네. 저렇게나 멋대로 구는 녀석들이니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쟁터에 데려가서 총알받이 대신 써주겠다고 생각할 정돕니다.”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은 순간 깜짝 놀라고 바로 소리 내며 웃었다. 그리고 “자네도 너무하는군.”이라고 날 평했다.

 

  제국 국내 치안정세는 무척 나쁘다. 경제, 재정은 엉망진창이다. 제국과 동맹 인구를 비교하자면 제국은 2백 5십억, 동맹은 1백 30억 정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과 동맹의 국력 비율은, 어느 경제학자에 의하면 48대 40이다. 인구가 2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국력 비율은 거의 같다. 얼마나 제국이 비효율적인 국가운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잘도 동맹 상대로 150년이나 전쟁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제국이 유리하게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전쟁 그 자체에 대해 평민들에선 큰 불만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동맹 상대로 패배가 계속되면 혁명이 일어나겠지. 나 따윈 제일 먼저 길로틴에 뎅겅이다. 평민이면서 제국 최대의 권력가에 양자로 들어간 거니까. 평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배신자 제 1호라고 해도 좋다. 살아남기 위해서도 개혁은 피할 수 없다.

 

  “헌데, 군부는 어떤가?”

  “지금 우주함대를 재편하고 훈련하고 있습니다. 함대가 외정이 가능하기 까진 앞으로 2개월 정도 걸리겠죠. 그때까진 뮈젤 대장의 함대만 믿어야 합니다.”

  “흠. 앞으로 2개월인가…….”

 

  리히텐라데 후작이 곰곰이 생각에 빠진다. 이야기를 돌린 것이 아니다. 군부의 사령관들은 평민, 하급귀족 출신이다. 당연하게도 개혁에 찬성하겠지. 2개월 후엔 귀족들이 소란을 벌여도 여차 하면 힘으로 누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평민들의 불만을 삭히기 위해선 역시 세금과 재판을 어떻게든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과 발전은 그 다음 단계겠죠.”

  “그렇겠지. 하지만 세금과 재판, 어느 쪽도 귀족들은 싫어할게다.”

  노인이 얼굴을 찡그렸다.

 

  “일단 세금입니다. 귀족들에게 세금을 걷으라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걷지 말라고는 할 수 없습니까?”

  “세금을 걷지 말라?”

  리히텐라데 후작이 묘한 표정을 한다. 무슨 말인지 어려운가.

 

  “네. 상한을 정하면 어떤지?”

  “으음.”

  “간접세에 의한 수입도 증가하리라 생각합니다만.”

  “……과연. 그런 건가.”

 

  귀족들은 영지를 가지고 그 안에서 징세권, 사법권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제국 안에 지방왕국이 있는 셈이다. 귀족에게 부여된 징세권은 직접세뿐이지만, 세율은 딱히 정해져있지 않다. 그 때문에 심한 곳은 70퍼센트를 넘는 직접세를 받는 곳도 있다.

 

  70퍼센트라 해도 그걸 영내 개발을 위해서 쓴다면 좋다. 병원을 만든다, 우주항을 새로이 만들어 교역을 진흥한다 등등. 하지만 실제론 그들, 귀족의 유흥과 사설함대 유지비로 쓰고 만다. 제국 발전에는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녀석들을 총알받이로 쓰고 싶은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겠지.

 

  제국 정부는 직할령에서 직접세, 더불어 제국 전토에서 간접세를 칭수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다. 70퍼센트나 세금을 착취하면 물건을 살 여유가 있을까? 도저히는 아니지만 그런 여유는 없다. 소비는 계속 줄어들 뿐이다. 넓고 얕은 것이 간접세의 취지지만, 도저히 그 취지가 살아있다곤 생각할 수 없다. 결국 믿을 것은 술, 담배, 소금 따위를 정부 전매로 하여 부족분을 충분하고 있다.

 

  심한 꼴이다. 귀족이 영주민을 위해서 돈을 쓰지 않는 이상, 영주민의 생활수준은 나아지지 않는다. 농업, 공업에 있어 생산성은 계속 떨어질 뿐이다. 우주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중세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바보 같은 광경이 발생한다. 그리고 제국 정부는 전쟁을 위해서 직할령 개발 따위 다음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결국 제국 전토에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동맹 인구가 제국의 약 절반임에도 불구하고 국력 비율은 동등하단 상황이 여기서 발생한다. 악몽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귀족에 대해 직접세 상한을 정하면 영주민들도 소비를 할 만한 여력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간접세에 의한 세금 징수도 늘어나겠지. 그리고 직할령에 대한 직접세 비율도 낮출 수 있다. 세금이 가벼워지면 그것만으로도 정부에 대한 불만은 줄어드리라 생각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대공에겐 말했는가? 리텐하임 후작에겐?”

  “이야기 했습니다. 대략 합의를 받았습니다.”

  리히텐라데 후작이 끄덕였다. 대공과 리텐하임 후작도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현실 문제로서 어떠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하고 있다. 최종적으론 내 생각에 반대는 하지 않았다.

 

  “재무상서에게 이야기해볼까…….”

  “카스트로프 공작입니까.”

  “음.”

  “찬성할까요?”

  오이겐 폰 카스트로프 공작. 악명 높은 재무상서다. 내 양친을 죽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궁중에서도 제대로 인사조차 한 적 없다. 나부터 피하고 있다. 하기야 그 사내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 따위 본 적 없지만…….

 

  “하지 않겠지. 상한을 정하다니 귀족들의 반발을 살 것이 당연하니. 할 리가 없어.”

  “…….”

  영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엷은 웃음을 보니 멀쩡한 생각은 아니겠지. 오한이 인다.

 

  “슬슬 때가 온 것 같군.”

  “…….”

  “카스트로프 공작을 처리하여 평민들의 불만을 잠재운다. 그리고 개혁에 반대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그렇게 귀족들에게 선전포고하는 거지. 힘을 과시하지 않으면 개혁 따위 잘 될 리가 없으니…….”

  그렇군. 슬슬 그동안의 수고를 수확할 때인가……. 확실히 개혁엔 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선 때가 왔다는 건 틀림없다. 그렇다 해도 생각 참 사악하다.

 

  “그렇다면 카스트로프 공작에게 이야기하는 건 좀 더 나중입니까?”

  “그렇겠지. 앞으로 두 달인가.”

  “네.”

  “기대되는구먼. 저 자의 얼굴을 보는 것도 슬슬 질렸으니.”

  그렇게 말하고 리히텐라데 후작이 소리 내여 웃었다…….

 

...

 

우주력 796년 6월 10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양 웬리.

 

  “어떤가? 작전 준비는.”

  “순조. 그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쿠브르슬리 사령장관에게서도 그렇게 들었네. 문제는 없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겠지.”

  만족스럽게 시틀레 원수가 끄덕이고 있다. 양팔을 책상에 대고 손을 깍지낀 다음 그 위에 턱을 올린다. 특기 포즈다.

 

  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 쪽으로 걸어온다. 그리고 나의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하이네센을 떠나는 건 15일이었지?”

  “예.”

  “이제르론에 도착하는 건 7월 10일 전후, 15일엔 공략 여부가 확실해지겠군.”

  “네.”

 

  원수가 쿡하고 웃었다.

  “불안한가? 자네가 제안한 작전이네만.”

  “솔직히 불안은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이제르론 방면군이 편성되기 전에 실시해야할 작전이었습니다. 시기를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시틀레 원수가 끄덕였다.

 

  “확실히 방면군이 편성되기 전에 했다면 성공률이 높았겠지. 하지만 지금도 성공률은 결코 낮지 않네. 난 그렇게 생각하네만.”

  “……그렇지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단…….”

  시틀레 원수가 이번엔 소리 내며 웃었다. 나는 웃을 수 없다. 반대로 한숨이 나왔다.

 

  “대체 뭐가 불안인가?”

  “일단은, 동원하는 함대가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 5, 제 10, 제 12, 3개 함대입니다. 이 작전은 동원을 얼마나 숨길 수 있는가, 적의 의표를 찌를 수 있는가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가능하면 페잔에겐 알리고 싶지 않다. 제국에 통보하고 싶지 않다. 그런 거로군?”

 

  시틀레 원수의 질문에 끄덕였다. 그렇다. 처음엔 1개 함대의 작전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상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받아들어지지 않았다……. 이제르론 요새로 1개 함대로 향한다. 그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받아들어지지 않았다.

 

  “주류함대를 끌어들이고 그 틈을 타 공략한다. 그것이 최선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쪽 동원병력이 불투명한 편이 좋죠. 하지만…….”

  “이제르론 방면군이 생긴 이상, 제국군은 함대를 쉽게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네.”

  시틀레 원수가 끄덕였다. 이제 웃지 않는다.

 

  “그 경우엔 이제르론 요새 내부에 사람을 들어보내, 요새주포 토르 해머를 제압한다. 토르 해머가 없으면 이제르론 요새 공략은 어렵지 않아. 요새를 밖에서 강습하여 그 시점에서 출격할 주류함대를 배제한다……. 그렇다면 함대 병력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내겐 이상한 생각이 아니라고 보이네만…….”

 

  “네. 그렇지요. ……생각이 지나친 걸지도 모릅니다.”

  이상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강습이 전제가 되어 있는 작전이다. 아니,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작전이다. 한 수 뒤쳐져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선수를 뺏겼던 경험이 몇 번이나 다시 생각난다. 역시 이제르론 방면군이 성가시다. 작전 실시 시기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숨이 나왔다.

 

...

 

제국력 487년 7월 12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엘리자베트 폰 브라운슈바이크.

 

  오늘도 더워질 것 같다. 7월이 되어 오딘은 나날이 더워지고 있다. 에리히님은 더운 것이 싫은 것 같다. 이 시기만은 함선에 타고 있는 편이 지내기 편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드물게도 정원에 나가셨다. 산보는 아닌 것 같다. 아까부터 통풍 좋은 나무그늘에 아래에 서있다. 내게 보이는 건 등 뿐…….

 

  “에리히님.”

  마음잡고 말을 걸어보니 에리히님이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날 보고 싱긋 웃음을 띠웠다. 방해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에리히님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내 질문에 에리히님이 하늘을 올려봤다.

  “우주 저편에 대해서.”

  “우주 저편? 반란군에 대해서 말인가요?”

 

  에리히님이 끄덕였다. 전쟁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걸까. 또 전장에 나가시는 건가요? 우주함대 사령장관이니 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가능하면 전쟁터로 보내고 싶지 않다.

 

  “반란군이라니, 어떤 사람들인가요?”

  내 질문에 에리히님이 쿡하고 웃었다.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울거나 웃거나, 화내거나 슬퍼하거나……. 우리들과 전혀 다르지 않죠. 피츠시몬즈 중령을 보면 알겠죠? 그녀는 저쪽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니…….”

  중령에 대해선 알고 있다.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그래서 반란군에 있을 수 없어서 제국으로 온 게 아닐까?

 

  “하지만 나쁜 사람들이라고 들었어요. 루돌프 대제를 반역한 사람들의 자손이라고 들었는데요.”

  에리히님은 조금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하면서 내게 말한다.

  “……그들은 루돌프 대제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대제는 그걸 용서할 수 없었죠. 그리고 그들도 대제의 생각을 용서할 수 없었고…….”

 

  “나쁜 사람들은 아닌가요?”

  “정말로 나쁜 사람들이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범죄자들이라면. 그들은 제국을 탈출하여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제국과 150년이나 싸우고 있어요. 그들의 나라엔 1백 30억 명이나 살고 있어요. 그만한 나라를 만들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나쁘다기 보단 유능하고 위험한 사람들일까요?”

 

  “칭찬하는 듯이 들리는데요.”

  내 말에 에리히님이 소리 내어 웃었다.

  “칭찬하는 말로 들렸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곤란한 겁니다. 간단하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던 참입니다.”

  “…….”

 

  에리히님은 웃음을 멈추고 날 봤다.

  “지금 제국은 문제를 품고 있습니다.”

  “문제를?”

  “네. 반란군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만, 그 외에도 문제를 품고 있어요. 방치해두면 말도 안 되게 커지겠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걸 눈치 채려고 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해야겠죠…….”

  그렇게 말하고 에리히님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동안 둘이서 잠자코 서 있었다. 에리히님은 뭔가를 생각하고 난 에리히님을 보고 있다. 문제라니 뭘까? 나중에 페르너 대령에게 물어보자. 대령은 에리히님과 친하니까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슬슬 저택으로 돌아갈까요?”

  그렇게 말하고 에리히님은 내 손을 쥐고 걷기 시작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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