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90년 8월 5일. 페잔,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건 그렇고 유감이었네. 루빈스키. 내 보좌관이 되어 제국에서 권력을 잡는다는 꿈은 무너졌다. 최후의 최후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단지 지구교, 혹은 페잔인이 범인이라고 하기엔 의문이 남습니다."
"……."
의문? 키슬링과 보임러는 여전히 괴로운 표정이다.
"범행이 너무 깨끗해."
"……귄터, 나는 방금 현장이 지독한 참상이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모순을 지적하자 두 사람이 더욱 더 표정을 찡그렸다.
"확실히 지독한 참상이었지. 하지만 범인으로 이어지는 물증, 목격 증언이 없어. 현장에 남아 있던 흉기, 이건 나이프였지만 대량 제조된 것이었다. 범인의 특정에는 연결되지 않아."
그렇군. 성대하게 저질러 놓은 것 치고는 조잡함이 없다는 건가. 그건 그렇고 흉기가 나이프였냐. 스플래터 영화 뺨치는 참상이었겠지.
"……다시 말해 감정에 맡긴 범행이 아니다. 참상은 위장이라는 거로군?"
"그럴 가능성이 있어. 적어도 나와 보임러 준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범인은 초보가 아니야. 프로다."
복수가 아니라 냉철하게 계산된 살인인가. 트류니히트의 얼굴이 굳었다. 응, 성대하기 짝이 없는 환영이네. 평생 기억에 남겠지.
"이상한 건 루빈스키의 호위가 블라스터를 쓴 흔적이 없다는 거다. 기습을 당했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마도 재플 입자를 뿌려서 화기를 쓸 수 없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 ……남아 있던 유체의 대부분에는 몸을 지키려다 입은 상처가 있었다. 손이나 손가락이 없는 사람도. 아마 일방적으로 베였겠지."
"……."
"게다가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신고가 있었기 때문이었어. 익명으로 말이야. 그게 없었다면 유체를 발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키슬링의 표정이 떫다. 재미 없다는 감정이 가슴 속에 몰아치고 있는 것 같다. 뭐, 당연하긴 하다. 사냥감을 옆에서 빼앗겼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범행을 숨긴다면, 단지 죽이는 게 목적이라면 신고할 필요는 없다. 신고한 건 루빈스키의 시체를 발견하게 만들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루빈스키의 죽음을 공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행방불명으로 죽었다고 생각되면 곤란하다는 건가. 루빈스키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자. 대체 누굴까? 침묵이 계속된다. 나쁜 침묵이다. 의심암귀가 방 안을 떠돌아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 더,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시체는 사후 약 한 달을 경과한 상태였습니다."
"한 달?"
"예."
보임러가 입을 닫자 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어떻게 된 일이야? 살인자와 신고자는 타인, 무관계인 건가? 그렇다면 시체의 발견은 우연? ……뭔가가 이상하다. 부자연스럽다.
"조사 상황은?"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낮아졌다.
"페잔 경찰에 맡기고 우리들은 뒤로 빠졌어."
어떻게 된 일이야? 프로 청부업자를 방치하는 건가? 스스로도 표정이 심각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짐작가는 데가 있는 거로군?"
두 사람이 끄덕였다. 이 두 사람이 방치한다는 건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군이다. 하지만 대체 누구일까? 발레리도 생각하고 있다. 트류니히트만이 따라오지 못하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광역조사국 제6과가 움직였다. ……고 생각하고 있어."
"……."
"1년 전 일이지만, 비밀리에 50명 정도가 페잔에 침투했다고 해."
50명? 제6과의 책임자는 나지만,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안톤인가?"
키슬링이 고개를 저었다.
"안스바흐 준장?"
"아니야. 사법상서 루게 백작이다."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그 근엄 성실한 노인이 살인 명령?
청렴결백, 근엄 성실한 것으로 이름 높은 루게 백작이 암살 지시를 내렸다? 믿을 수 없네. 발레리도 눈이 점이다. 트류니히트도 놀라고 있다. 그야 놀라겠지. 정부 각료가 암살에 연류되어 있는 거니까.
"루빈스키의 시체가 발견된 뒤, 안톤과 안스바흐 준장에게서 잘 해주었다는 놀림을 받았다. 헌병대는 무관계라고 말하니……."
"50명에 대한 걸 알려주었나."
"그래. 두 사람 모두 얼굴이 굳어 있었지."
"……믿을 수 없군."
내 말에 키슬링이 "나도 믿을 수 없어"라며 끄덕였다.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아귀가 맞아. 루빈스키가 죽은 건 하이네센에서 비준이 끝난 뒤다. 혹시 그 이전에 암살을 실행했을 경우, 루빈스키의 살해가 발각되면 비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신고가 있었던 것이 일주일 전. 경의 도착 전에 불안을 제거한 거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혹시 비준 전에 루빈스키가 죽었다면 큰 소란이 벌어졌을 것은 틀림 없다. 하이네센의 매스컴은 제국에 대한 불신감을 부채질했겠지.
"그 50명이지만, 당초엔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해, 헌병대의 백업을 위해서 페잔으로 보내진 모양이다."
"……."
"하지만 실제로는 안스바흐 준장도 안톤도 그 행동을 파악하고 있지 않아. 루게 백작이 직접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1년 전부터 말이지."
다시 말해 작년 여름부터 루빈스키를 탐색하고 있었다는 건가. 광역조사국은 헌병대에 비하면 경시되기 쉽다. 루빈스키도 방심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페르너도 안스바흐도 놀랐겠지. 광역조사국 제6과가 루빈스키 암살의 실행범이라고 생각이 미쳤을 때는.
그 할배, 내 양친의 살인 사건 때문에 묘하게 내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사건은 그게 방아쇠였겠군. 내게 이 이상 부담을 줄 순 없다고.
곤란한 일이다. 할배에게 어울리는 업무가 아니잖아. 깔끔하게 결정을 내린 건 놀랐지만 말이지. 오딘에서 만났을 때는 뭐라 말할까? 수고를 끼쳤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딱 와닿지 않네.
"뭐, 좋아. 중요한 건 루빈스키가 죽었다는 거고, 누가 죽였냐는 게 아니야. 공식 발표로는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걸로 미해결 사건이로군. 최유력 용의자는 지구교라는 게 되겠지만, 다른 의견도 나오겠지. 후세의 역사가, 추리작가에 오락을 줬다고 생각하면 돼. 아무쪼록 즐기도록 하라고."
키슬링이 "나도 의심 받겠지"라며 중얼거렸다. 신경 쓰지마. 최대 흑막은 나 혹은 리히텐라데 후작일 테니까. 그 점을 말하자 키슬링이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신경 쓰지 말라니까. 키슬링. 죄인은 원한을 너무 많이 쌓은 루빈스키다.
"루빈스키는 야심도 너무 강하고 뒷공작도 너무 많아. 다루기가 어려워. 게다가 페잔인의 원한도 너무 많이 샀지. 페잔 천도를 생각하면 그를 받아들이는 건 메리트보다 디메리트가 더 많아."
키슬링, 보임러, 발레리가 끄덕였다. 트류니히트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설마 제국에 몸을 던진 걸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날 실망시키지 말라고.
"원수 각하?"
"뭔가요? 헤르 트류니히트."
"각하의 일은 대체……,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 겁니까?"
그렇군. 의문을 가졌는가. 그렇긴 하지. 나 스스로도 기묘한 존재라고 생각해. 동맹에선 나 같은 사람은 없겠지.
"이것저것 있습니다. 제국군 우주함대 사령장관, 변경성역 개발의 책임자, 제국령의 치안 유지, 국정개혁에도 얽혀 있습니다. 말하자면 뭐라도 시키는 대로 다 해결하는 해결사입니다. 나이가 젊으니까 쓰기 쉽다고 하네요."
"허어."
"어느 분야에서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 두세요. 어느 분야에서 협력해주셔도 상관 없습니다."
트류니히트가 "알겠습니다"라며 끄덕였다. 얼굴색이 좋지 않네. 조금 지쳤나?
"헌데 내년에는 천도를 행할 생각이지만, 페잔의 치안은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좋을까?"
내가 질문하자 키슬링과 보임러가 서로를 돌아보고 끄덕였다.
"문제는 없습니다. 구속된 장로위원회 멤버에게서 지구교 잔당의 정보를 얻었습니다. 꽤 무너뜨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대규모 테러는 불가능하겠죠. 페잔인들에게서도 놈들 때문에 페잔은 멸망했다고 미움 받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민간 협력자를 얻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건가.
"나와 보임러 준장은 이대로 페잔에서 지구교 대책에 종사한다. 걱정할 필요 없어. 게다가 광역조사국 50명도 있으니까."
키슬링이 비아냥 섞인 웃음을 띄웠다.
"아직 페잔에 있는 건가?"
"그런 것 같아. 안톤에게선 그렇게 들었다."
헌병대가 움직인다. 그 그림자에서 광역조사국 제6과가 지구교에 숨어든다……. 무서운 이야기네.
지금 상황에서 치안에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천도로 향하는 제1관문은 돌파했다고 판단해도 좋겠지. 그럼 렘샤이트 백작과 만나도록 할까. 행정 면에서 문제가 없다면 오딘으로 돌아가서 천도로군.
제국력 490년 8월 10일. 페잔, 은하제국 고등변무관저. 길베르트 파르마.
"의외로 들키지 않는 법이군."
"뭐가 말입니까?"
"아니, 여기까지 오는 길에 아무도 날 눈치 채지 못하길래."
내 말에 발렌슈타인이 이상하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그에 이끌리듯 나도 웃고 말았다. 묘한 일이다. 은하제국 고등변무관저 응접실에서 우리들이 서로 마주 앉아 웃고 있다니…….
"전혀 다릅니다. 헤어 스타일도 그렇지만, 인상이 다릅니다. 옛날엔 눈썹을 찌푸리고 언제나 불쾌하단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지금 제 앞의 온화한 표정에서는 상상하기 힘드네요."
"무례하군. ……위엄을 갖추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거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무리를 하고 있었던 거겠지."
"어깨가 저리지는 않았습니까?"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군."
발렌슈타인이 다시 웃었다. 이번에는 소리를 내서. 정말로 무례한 자다.
"하지만 정말로 통일할 줄이야……, 페잔에 천도한다고 들었네만."
"알고 계셨습니까."
"페잔인 사이에선 꽤나 화두가 되고 있어."
내가 답하자 발렌슈타인이 눈을 깜빡인 뒤 웃었다. 페잔인의 소문 속도에 감탄한 모양이다.
"내년에는 그러할 예정입니다. 페잔인들은 그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렇군. ……절대 반대라고 말하는 자는 적지. 어느 쪽인가 한다면 환영하는 삶이 많다고 생각하네. 제국이 우주를 통일했다. 페잔이 그 수다가 된다면 지금 이상으로 번영할 거라 생각하고 있어."
발렌슈타인이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나라가 멸망한 것이니 반발이 크리라 생각한 거겠지.
"모르겠는가? 페잔인의 마음을. ……페잔인 중 적지 않은 자가 지구교에 대한 걸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다들 이 나라가 무시무시한 음모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야.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것에 협력하고 있었다는 것도 말이지."
"그렇군요. 그런 겁니까."
발렌슈타인이 끄덕였다. 납득한 모양이다.
많은 페잔인에게 있어서 지구교의 음모는 악몽일 뿐이었다. 그 악몽을 뿌리치기 위해 새로운 제국의 수도가 되는 일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제국이 빛나면 빛날수록 제도 페잔도 빛난다. 과거의 오명 따위 아무도 생각하지 않게 되겠지. 페잔인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지구교의 악몽을 신제국의 영광으로 덮어 씌우는 거다.
루빈스키의 죽음조차 아무도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루빈스키가 지구교와 이어져 있었던 점, 그리고 배신하고 제국에 붙은 점은 다들 알고 있다. 죽인 것은 아마도 제국일 거란 것도 눈치 채고 있다.
하지만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걸로 흉측한 진실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고 있는 거다. 아무도 루빈스키의 시체가 악취를 풍기는 걸 바라고 있지 않다. 오히려 루빈스키가 영원이 사라진 걸 마음 속 어딘가에서 환영하고 있겠지.
"그렇다고 한다면 페잔인은 신제국의 건설에 협력해준다는 거로군요."
"그렇겠지."
"당신도 어떻습니까?"
"나? 그건 무리겠지. 내 정체를 눈치채는 자도 나올 터다. 큰 소란이 일어나겠지. 그러므로, 나는 페잔 상인답게 모쪼록 돈이 되는 일만 할 생각이다."
내가 웃자 발렌슈타인도 웃었다.
"폐하께 알현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길베르트 파르마로서."
"폐하께?"
"네. 폐하께서 당신을 길베르트 파르마로 인정한다면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죠."
"그렇군."
"아말리에 님, 엘리자베트 님도 당신에 대하여 걱정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겠지."
숙모님과 엘리자베트인가. 폐하 밑에서 보호 받고 있다 들었지만……. 만나 볼까.
제국력 490년 8월 25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발레리 린 피츠시몬즈.
페잔을 출발하여 벌써 열흘이 지났다. 앞으로 한 달 정도로 발할라 성역에 도착한다. 항행은 지나칠 정도로 순조로워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함교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이유는 발렌슈타인 원수가 몸상태가 좋지 않아 틀어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장병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
하기야 한 달에 한 번은 이러니까 놀랄 일도 아니다. 그렇게 기쁜 일도 아니지만…….
욥 트류니히트 전 의장도 의자에 앉아 한가함을 주체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있으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화상대 정도는 해주지만…….
하긴 장병들이 그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일부에선 일국을 대표하는 정치가로서 조금 무게가 부족한 건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애교가 있고 호감이 가는 아저씨. 그것이 전 의장에 대한 모두의 평가다.
무익한 싸움을 멈추고 장병의 목숨을 지켰다는 부분도 평가가 높다. 단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 그런 망설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시선이 마주쳤다. 전 의장이 웃음을 띄며 "잠깐 괜찮나?"라며 말을 걸어왔다.
"피츠시몬즈 대령. 자네가 발렌슈타인 원수의 부관이 되는 건 특이한 일이 아니었나? 제국에선 여군이 전선에 나가지 않는다. 아니 내보내지 않는다고 들었네만."
"그렇지요. 본래 여군은 전선에 나서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관은 예외적인 존재입니다."
"흠"하고 전 의장이 끄덕였다. 시선이 그 앞을 알고싶어 한다. 무시해서 괜한 추측을 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 않다. 문제 없는 범위 내에서 답하도록 하자.
"소관이 망명자라는 건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래, 그렇게 들었네. 피츠시몬즈라는 성에서도 그 점은 알 수 있지."
"동맹에서 사관 교육을 받았기에 능력적으론 어디에 배속되어도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망명자라는 건 어디든지 기쁘게 받아들여지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렇겠지. 동맹에도 로젠리터가 있으니까 그 점은 알고 있네."
외인부대라는 건 어디에나 있는 법이겠지. 동맹이 보호국이 된 지금, 망명자는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가 망명한 함대 참모장이 발렌슈타인 원수 각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당시 각하는 아직 대령에서 전공에 의해 준장으로 승진하리라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5년 전인가."
전 의장이 감개무량하다는 듯이 말했다. 제국군의 실력자. 우주 통일의 공헌자가 5년 전에는 대령이었다. 확실히 신기한 느낌이 든다. 5년 전, 만났을 당시엔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장성이 되면 부관을 두는 게 인정됩니다. 하지만 각하께선 부관을 둘 수 있을지 없을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건 어째서인가?"
"계급은 준장, 출신은 평민, 연령은 20세. 부관으로서 섬기기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전 의장이 "그렇군"하고 끄덕였다.
지금이라면 출신에 의한 차별은 없다. 하지만 그 당시엔 귀족들의 전성기였다. 눈썰미 있는 자라면 귀족 출신 장성의 부관이 되길 바랬겠지.
그에 비하면 평민 출신 장성의 부관은 한 단계 아래로 보인다. 하물며 자신보다 젊은 상관이라니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원수 각하는 부관이 될 사람이 없었고 대령은 편입될 곳이 없었는가……."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소관이 부관이 되었습니다."
"그렇군."
전 의장이 살짝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예상 외의 대답이었던 거겠지. 나 스스로도 신기하다 생각하고 있으니까 무리도 아니다.
"대령에게 있어 원수 각하는 어떤 분이신가?"
지나가는 어조의 질문이었다. 불만 유무의 조사? 날 끌어들이려고 생각하는 걸까? 본래 동맹인이었으니 동맹의 지금 상황을 동정하기라도 한다는?
가볍게 보지 말아주면 좋겠네. 원수 각하의 부관이 되어 5년, 아주 작은 실수가 목숨을 빼앗게 되는 일을 지금까지 싫을 정도로 나는 봐왔다.
은하제국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전 의장. 특히 권력자의 옆에 있는 사람은. 덧붙여 말하자면 이 5년, 민주공화정이 그립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뛰어난 동생 같은 분입니다."
"호오, 동생……."
"네. 능력도 뛰어나고 주위에서 신뢰도 받고 있는, 자랑스러운 동생이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 뭔가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의장이 감탄했다는 듯이 끄덕이고 있다.
이건 경고야. 트류니히트. 날 이용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도 조금이라도 원수 각하의 도움이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길.
……그렇게 되면 알게 되겠지. 사실은 때때로, 아니 빈번히 무리를 하니까 걱정 때문에 눈을 뗄 수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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