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8년 5월 14일. 오딘, 리텐하임 후작 저택.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인구 문제인가."
  "음."
  "우주의 통일인가."
  "그렇다."
  나와 리텐하임 후작의 대화를 아내들이 말 없이 듣고 있다. 리텐하임 후작 저택의 응접실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커피컵이 네 개 있지만 아무도 손을 대려 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우리들은, 아니 제국이 멸망 직전이었을 줄이야……. 어리석은 일이다."
  후작의 말에는 자조가 섞여 있었다.
  "눈치 채지 못했던 건 우리들만이 아니야. 게다가 지금은 문제의 심각함을 알고 있어. 그리고 대처하려 하고 있다. 그 점이 중요하다. 그렇겠지?"
  리텐하임 후작이 "음"하고 말하며 끄덕였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개혁을 행하고, 평민들의 불만을 씻어내면, 그리고 귀족들의 횡포를 통제하면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했는데……."
  "저도 그래요. 형님."
  아말리에의 말에 리텐하임 후작 부인이 끄덕였다. 평소엔 쾌활한 그녀도 활기가 없다.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 거겠지.

  "크리스티네, 대공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조사해 봤다. 바로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어. 성인 남성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평민 여성들은 남성을 둘러싼 다툼을 일으키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귀족들이라면 단순한 연애 스캔들이었겠지만, 그들은 다르다. 결혼 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운명의 갈림길이다. 경우에 따라선 다툼으로 살인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그녀들은 궁지에 몰려 있어."

  아말리에와 후작부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엘리자베트와 사비네를 응접실로 데리고 오지 않은 게 정답이었다. 그 두 사람에겐 조금 험한 이야기다.
  "언제부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눈치 채고 있었던 건가요."
  "나와 아말리에가 처음으로 그걸 들은 건 올해 2월이었다. 후작부인. 저 녀석이 카스트로프에 시찰을 갔다온 뒤였다. 하기야 인구 감소의 문제는 이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던 것 같아. 시찰 결과 예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
  후작부인이 아말리에에게 시선을 향했다. 아말리에가 끄덕였다. 다시 후작부인이 숨을 내쉬었다.

  "그 때, 전쟁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에리히가 말했다. 강화를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위험하다고 말렸다. 바르트바펠 후작의 고사도 있어. 하지만 저 녀석은 강화가 아니라 통일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가능한 건가? 150년이나 지속된 전쟁이다."
  리텐하임 후작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확실히 그렇다. 나에게도 다소의 불안이 있다.

  "강화는 어렵다는 거에요. 리텐하임 후작."
  아말리에가 답했지만 리텐하임 후작은 납득하지 않았다.
  "귀족 대부분이 힘을 잃어도?"
  "네."
  후작이 날 봤다.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답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의 대화 후에, 잠깐 에리히에게 말해봤다. 양국의 체면이 그걸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녀석은 말했지."
  "체면?"
  후작이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작부인도 의아한 표정이다.
  "강화 조약을 맺게 된다면 상대방을 반란군이라 부를 수 없게 된다. 자유행성동맹이라는 국가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어. 가능한가?"

  리텐하임 후작이 "그렇군"이라며 말하며 끄덕였다. 후작부인도 끄덕이고 있다. 납득한 것 같다.
  "패배한 뒤라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선 제국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그걸 평민, 귀족 구별 없이 제국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부분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하는 거다."
  "확실히 그렇긴 하군."

  "게다가 열악유전자 배제법에 대한 게 있어."
  리텐하임 후작의 표정이 험해졌다.
  "무슨 뜻인가? 그 법은 지금으로선 유명무실화되어 있지 않은가."
  "분명 그렇다. 청안제 막시밀리언 요제프 2세 폐하에 의해 열악유전자 배제법은 유명무실화되었다. 하지만 그 법에서 모든 게 시작된 것도 사실. 그 법을 반대하는 자들이 제국에서 도망쳐 반란군이 되었다. 강화를 맺으려고 하면 폐법하라고 요구가 나오겠지."
  리텐하임 후작이 신음소리를 울렸다. 아내들은 숨 죽이고 나와 후작의 대화에 귀 기울이고 있다.

  "유명무실해져도 말인가?"
  "유명무실해졌다면 폐법하기 쉽겠지.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군."
  "반란군으로선 루돌프 대제가 제정했다는 사실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하지 않겠냐고 에리히는 생각하고 있어. 막시밀리언 요제프 2세 폐하조차 그 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고, 폐법은 하지 못했다. 그러한 미묘한 사정은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오히려 고집을 부리며 폐법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리텐하임 후작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에리히로부터 들었을 때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확실히 강화는 어렵군. 일시적으로 맺을 수 있어도 항구적인 것은 될 수 없나……."
  "명분은 반란군에게 있겠지.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취하라고 설득해도 언젠가는 파탄할 거라 에리히는 상정하고 있어. 5년은 유지될지……. 그럴 경우 양국 감정의 골은 극심한 것이 되겠지.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통일을 생각하는 편이 묘한 응어리가 남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리텐하임 후작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우울해지는 이야기다. 듣는 것만으로 우울해진다.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에리히의 고생은……. 정신을 차리니 나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언젠가는 평민들의 인권 존중을 지키는 법을 황제 칙령으로 발포할 필요가 있다고 에리히는 말했었어요."
  아말리에가 말을 꺼냈다. 내가 지쳤다고 생각했는가…….

  "반란군을 물리치고 통일한 후엔 그들을 안심시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그게 필요하다고. 그것 없이 신영토 통치는 불가능하다고. 열악유전자 배제법은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새로이 인권 존중을 지키는 법을 발포하는 걸로 열악유전자 배제법을 사실상 폐법으로 한다. 그러기 위해선 칙령이라는 형태로 법에 무게를 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어요."
  "……."
  "에리히에게 있어서 개혁은 국내 문제의 해소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반란군을 쓰러뜨리고 우주를 통일하기 위한 밑준비인 거겠죠."

  리텐하임 후작이 고개를 늘어뜨렸다. 기분은 알겠다.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거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어처구니 없는 당주를 가졌다.
  "후작, 커피가 식는다. 마시지 않겠는가?"
  "……그렇군. 마시도록 할까."
  넷이서 커피를 마셨다. 쓰다. 그리고 식었다. 이 무슨 맛 없는 커피인지. 그래도 커피를 마시는 걸로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하지만 통일이 가능한 건가? 간단하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리텐하임 후작의 말에 후작부인이 끄덕였다.
  "여차 하면 이제르론 요새를 반란군에게 넘겨준다는 것 같다."
  리텐하임 후작과 후작부인이 믿을 수 없는 거라도 봤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우스웠다. 웃었다. 오랜만에 웃은 기분이 든다.

  "웃을 일이 아니네. 대공."
  "나도 에리히에게 그렇게 말했지. 웃을 일이 아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
  "이제르론 요새 함락 후, 모략을 걸어 반란군이 대규모 출병을 하게 만든다는 것 같다. 병력은 최소한이라도 8개 함대 정도일까. 그걸 제국령 깊숙이 유인하여 섬멸한다."
  후작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다시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에리히도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도 후작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 같다.

  "150년, 일방적으로 침공을 받았던 거다. 입장이 역전된다면 그 녀석들, 꽤나 마음이 설레겠지."
  "……."
  "그걸 꼬드기는 거다. 제국은 혼란에 빠졌다고 말하고 말이지. 불가능하진 않아."
  "……."
  언제부턴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되어 있었다. 후작이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 뜨고 있다.

  "한 번 커다란 손해를 입으면 간단하겐 회복할 수 없어. 인구 감소도 있지만 재정 문제도 있을 터다."
  "하지만 이제르론은 어떻게 할 건가? 저 것이 반란군에게 있어선 간단하게 공략할 수 없어."
  리텐하임 후작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다는 걸 눈치챈 것 같다.

  "이제르론 요새는 공략 가능하다."
  "설마……."
  후작도 후작부인도 경악하고 있다.
  "그 점은 군무상서도 통수본부총장도 알고 있어. 공략안을 생각한 건 에리히다."
  "……모든 것은 이미 계획대로, 라는 건가."
  "……."

  그런 거다. 망연한 리텐하임 후작과 후작부인을 보면서 생각했다. 에리히는 모든 걸 계획하고 있다. 언젠가는 국내를 개혁하고 반란군을 정벌하여 새로운 은하제국을 만들겠지. 인류사상 최대의 제국,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는 제국. 그리고 에리히가 만든 제국은 최전성기를 맞이할 것이 틀림 없다. 하지만 그걸 만들어낸 인간은……, 한숨이 나왔다.



제국력 488년 5월 16일. 오딘. 발터 폰 쇤코프



  페르너 대령이 안내한 가게는 무척이나 지저분한 가게였다. 품행이 좋지 않아 보이는 손님이 잔뜩 있다.
  "여기는?"
  "주로 평민들이 이용하는 가게다. 점심에는 식사지만 밤에는 술을 마시는 손님이 온다. 마시고 푸념을 늘어놓고 시름을 푸는 거지."
  "그렇군. 그래서 우리들도 이런 복장을?"
  "그런 거다."

  나도 페르너 대령도 군복이 아니다. 극히 눈에 띄지 않는, 결코 상등품이라 할 수 없는 사복이다. 이걸 준비한 건 페르너 대령. 이걸 입고 나갈 준비를 하라고 들었지만. 글쎄……. 입구 근처에 있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맥주와 카르토펠푸퍼(Kartpffelpuffer)와 린다 룰라드(Rinder Rouladen)를 페르너 대령이 주문했다. 메뉴도 보지 않고 주문하는 걸 보면 꽤나 자주 오는 가게인 거겠지.

  "여기에 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쇤코프 대령."
  페르너 대령이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작은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평민들의 반응을 알기 위해 왔다. 대충 그런 건가. 입구 근처에 앉은 건 언제든 도망치기 쉽도록, 들어오는 녀석을 확인하기 위해서겠지."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로 답하자 씨익하고 대령이 웃었다. 합격일까?

  "나는 안톤이라고 불러. 나도 당신을 발터라고 부르지."
  "알았다."
  합격이다.
  "여기에 온 이유는 하나 더 있어."
  "호오, 그건?"
  "여기 린다 룰라드는 맛있다. 너도 한 번 맛보면 알 거야. 중독 된다고."
  "그거 기대 되는군."

  왠지 모르게 즐거워졌다. 맥주와 음식이 나왔다. 건배를 하고 린다 룰라드를 한입 먹었다.
  "그렇군. 맛있다."
  페르너 대령이 웃었다.
  "그렇지? 한 번 더 건배다."
  한 번 더 건배하고 다시 한 입 먹었다. 맛있다. 확실히 중독될 것 같다.

  "하지만 뭐라고 할까. 이번 개혁은, 저건 대체 뭘까? 귀족을 우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고도 보여. 확실하지가 않단 많이지."
  "영지를 몰수했는데?"
  "하지만 빚은 탕감됐고 융자도 거저 준다는 거지? 밑천 한푼 안 들이고 몽땅 벌어들인 거잖아."

  벌써 시작 됐나. 중앙 쪽의 남자가 두 사람, 젊은 남자와 중년 남자가 대화를 하고 있다. 주변에도 끄덕이고 있는 사람이 몇 명 보인다. 젊은 쪽이 불만을 토하고 있다. 페르너 대령에게 시선을 향하자 그가 끄덕였다. 이번엔 카르토펠푸퍼를 먹어봤다. 이것도 좋다. 가게가 지저분한 것에 비해 번성하고 있는 건 요리가 맛있기 때문이겠지. 뭐, 여자를 데려올 가게는 아니지만 남자끼리라면 문제 없는 가게다. 다음에 린츠들을 데리고 오자.

  "세금을 내잖아. 군대도 없어졌고 농노도 없어졌지. 귀족이라고 해도 부자와 뭐가 다른 거지? 작위가 있을 뿐이잖아."
  "뭐, 그렇게 말하면 그렇긴 하지만……, 아무래도 석연찮단 말이지!"
  젊은이가 맥주를 벌컥하고 마시고는 탕하고 소리를 내며 맥주잔을 테이블에 놓았다. 이곳저곳에서 동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진정하라고. 영지민들은 기뻐하고 있을 거야. 더 이상 귀족의 빚 변제를 위해 착취 당하지 않아도 되는 거다. 놈들의 말도 안 되는 재판으로 울 일도 없어. 이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 그렇잖아?"
  "응, 뭐 그렇지만."
  젊은이가 마지못해 끄덕였다. 주변도 마찬가지다. 끄덕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꽤나 관심을 가지고 있군."
  "당연하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평민 출신이다. 그들에게는 공작이라면 자신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줄 거란 기대가 있어."
  "불만도 있는 것 같은데."
  "자칫 잘못하면 제국 경제가 엉망진창이 되는 거다. 그걸 피하면서 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거야. 간단하겐 되지 않지."
  괴로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개혁 내용은 나도 듣고는 있다. 확실히 간단하지는 않다. 고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보다 영지 개발에 이익의 30%가 쓰이게 되었단 거다. 그 사실이 더 중요하겠지. 지금까지는 영지 개발 따위 손 놓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기왕 할 거면 50%로 해줬으면 했어. 30%라니 어중간하잖아."
  젊은 남자가 투덜거리자 이곳저곳에서 동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50%라고 하면 귀족들이 받아들었을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0%라고. 0%보단 30%인 편이 더 좋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
  "조금씩이지만 더 좋아지고 있는 거야. 너무 불만을 토하지 말라고. 공작 각하도 고생하고 있는 거니까."
  "알고 있다고. 그런 건."
  삐진 듯한 어조였다. 어리광을 부리는 건가. 중년 남자는 직장 선배인가. 무척이나 신뢰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직장 상사와 부하일까?"
  "……뭐, 그런 거겠지."
  "한 잔 더 어떤가? 안톤."
  "그러지. 그리고 마울타셰(Maultasche)도 주문하지. 이것도 맛있다."
  "기대되는군."

  "개혁도 중요하지만 포로 교환도 잘 됐으면 좋겠구만. 지인 중에 포로가 된 녀석이 있어."
  "나는 리히텐라데 후작의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말하는 게 대본 읽는 것 같더군. 조금 더 마음을 담아서 말해주면 신뢰할 수 있는데 말이야."
  젊은 녀석의 말에 중년 남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무례한 말을 하는구만. 저렇게 광역 통신으로 선언한 거다. 한다는 거 아니겠냐? 뭐, 반란군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문제지만."
  "뭐, 그렇지만."
  "정부도 우리들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거다. 좋은 일 아니냐."
  "좀 더 빨리 가져줬으면 좋았겠는데."
  다시 중년 남자가 웃었다.



  맥주를 마시고, 서빙 된 요리를 모두 비우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으로 돌아가자 페르너 대령은 바로 공작 개인실로 향했다. 오늘의 결과 보고다. 개인실에선 공작이 군복을 입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수고했습니다. 그래서?"
  "뭐, 지금으로선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개혁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르너 대령의 보고에 공작이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플레겔 내무상서에게 감사해야겠죠. 잘 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
  묘한 대화다. 무슨 뜻일까? 공작과 페르너 대령이 날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뭐지. 뭐가 있는 거지?

  "쇤코프 대령, 가게에서 대화하고 있던 두 사람의 남성이 있었겠지. 중년 남성과 젊은 남성이다."
  "그래, ……설마?"
  "그 설마다. 그 두 사람은 제국 내무성, 악명 높은 사회질서유지국의 직원이다. 제국 안의 이곳저곳에서 내무성 직원이 같은 일을 하고 있어. 저곳은 사람이 넘쳐나서 말이야. 인원부족을 걱정할 일이 없다."
  사회질서유지국! 내가 말을 잃자 공작이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여론의 조작, 유도입니까?"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보일지도 모릅니다만, 저로선 개혁 내용을 알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들이 개혁 내용을 잘못 이해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개혁의 의도를 왜곡하여 평민들에게 전해지면 곤란한 겁니다."

  의도를 왜곡한다? 세론의 조작, 유도를 하고 있는 건 공작이 아닌건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군요. 그걸 막으려는 거라고."
  "그렇습니다. 있어도 이상하진 않겠죠?"
  개혁에 반대하는 자들이로군. 그렇단 건……. 페르너 대령이 재밌다는 듯이 날 보고 있다. 또 시험을 받고 있다.

  "문벌귀족들, 입니까."
  "그들도 있지요."
  그들도 있다? 그 외에도 있다는 건가. 대체 누구지?
  "모르겠습니까?"
  "……."
  "문벌귀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자. 그들에게서 커다란 이익을 얻고 있는 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커다란 이익……, 이익! 그런가. 그런 건가.
  "페잔이군요."
  공작과 페르너 대령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래도 합격인가. 제국에 온 뒤로 시험만 받고 있군.

  "보다 정확하겐 페잔의 자치령주 정부, 대기업입니다. 자치령주 정부는 제국이 강대해지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에게 있어서 문벌귀족은 귀중한 단골 손님입니다. 그들이 약체화되면 이익이 줄어듭니다. 경우에 따라선 생사 문제가 됩니다."
  "……."
  당연하지만 녀석들에게 있어서 눈앞의 청년은 눈엣가시겠지.

  "비교적 호의적인 건 독립상인을 중심으로 한 영세 기업입니다. 그들은 개혁에 의해 장사 기회가 늘어나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내가 답하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웃음을 지었다.

  "잘 오셨습니다. 쇤코프 대령. 이것이 제국입니다. 정부, 귀족, 군인, 평민, 페잔이 섞여 다투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밖에는 자유행성동맹이라는 적이 있습니다."
  "……."
  동맹에게 있어서도 눈앞의 청년은 눈엣가시일 터다. 이 무슨 적이 많은 자인지. 다들 그를 죽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그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앞으로 개혁이 진행되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를 둘러싼 환경은 지금 이상으로 험해지겠죠. 그 사실을 이해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내가 답하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웃음을 지으며 끄덕였다.

  뤼네부르크가 말한 대로였다. 실수를 저지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건 그렇고 주변에 적밖에 없다는 상황인데도 두려워하는 모습이나 한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외견과 달리 꽤나 담이 큰 모양이다. 아니, 적의 총기함에 침투하기도 한 자다. 겁쟁이일 리가 없나. 재밌어졌군. 눈앞의 청년이 어디까지 갈지 보고 싶어졌다. 동맹에선 맛볼 수 없었던 즐거움이다. 임관한 보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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