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7년 5월 16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양 웬리



  본부장실에 들어가자 시톨레 원수가 집무석에서 일어나 싱글벙글하며 마중해주었다. 헌데, 무슨 용건일까?
  "앉게나. 양 준장."
  "예."
 본부장이 소파에 앉길 권해주었다.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자 본부장이 정면에 앉았다.

  "제국이 포로 교환을 제안해왔다."
  "예."
  끄덕이자 시톨레 본부장도 끄덕였다. 동맹 정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 뭐라 해도 200만 명의 포로가 돌아오면 포로만이 아니라 그 가족도 기뻐한다. 여론도 포로 교환에 호의적이다. 최근 군사면에서 실패가 계속되었다. 지지율도 좋지 않다. 이쯤에서 점수를 따두고 싶다 생각하고 있는 정부에게 있어선 더 바랄나위 없는 이벤트겠지.

  "전부는 기본적으로 포로 교환을 받아들일 생각이다. 오늘 정식으로 국방위원회에서 군부에 연락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입니까."
  조건 첨부? 쌍수 들어 환영한다는 건 아닌가. 어떻게된 일이지? 반문하자 시톨레 원수가 "음"하고 끄덕였다.

  "이 이야기는 페잔 주재 제국 고등변무관, 렘샤이트 백작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백작이 비공식으로 어느 타진을 해왔다."
  "비공식? 다시 말해 포로 교환에는 공표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겁니까?"
  본부장이 "바로 그렇다"라고 끄덕였다.

  "그래서 타진이라니 무엇을? 아, 아니 소관이 들어도 되는 겁니까?"
  내가 묻자 본부장이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상관 없다. 자네에게도 관계 있는 이야기니까."
  "저에게도, 입니까."
  시톨레 본부장이 웃음을 거뒀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양 준장, 제국은 로젠리터를 제국에 양보해달라고 하고 있네."
  한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설마, 로젠리터를 양보해달라니……. 쇤코프 대령에게서 정보를 얻었나.

  "제국은 동맹이 로젠리터를 처치 곤란해하고 있다.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서 말하는 거로군요?"
  확인하자 본부장이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 우주 공간에선 육전부대가 할 일은 많지 않아. 로젠리터의 전투력은 높지만 병력도 적고 전투의 귀추를 결정할 정도도 아니다. 그들을 해방하는 편이 동맹에게 있어서 부담이 줄어드는 일이 아닌가.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그렇군요."

  확실히 그런 면도 있다. 역대 연대장은 13명. 그 중 4명이 전투 중에 사망, 2명이 장성까지 출세한 뒤 퇴역, 6명이 제국으로 역망명했다. 그리고 13대 연대장 쇤코프 대령은 제7차 이제르론 요새공방전에서 포로로 잡혀, 그 뒤 브라운 중령이 연대장 대리로서 연대를 이끌고 있다. 연대장의 약 절반이 배신한 거다. 로젠리터는 극히 다루기 어려운 부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군부가 그들을 신뢰하지 않고 버림패로 쓰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실패였군……. 제국어에 능란하며 전투력이 높은 군인. 이제르론 요새에 침투시키기에 적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가장 적합하지 않은 임무였을지도 모른다. 실패했을 때의 위험을 경시했다. 제7차 이제르론 요새공방전의 실패. 그리고 그 뒤의 혼란은 위험을 경시한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물론 제국은 무조건적으로 넘기길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야. 제국으로 돌아갈지 아닐지는 본인들의 의사에 맡기겠다고 하고 있어. 제국이 동맹에 요구한 것은 귀국 의사의 유무에 대한 확인. 그리고 귀국 의사가 있는 경우 그걸 막지 말라는 거다. 제국은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도 받아들이겠다고 하고 있어."
  "그렇군요."
  무조건이라고 하면 동맹 정부도 반발하겠지. 하지만 그들에게 선택을 맡기라고 한다면 반발하기 어렵다. 하물며 로젠리터는 우대 받고 있지 않다.

  "포로 교환은 제국 정부의 정식 타진이지만, 실제론 군부가 크게 얽혀 있는 건 틀림 없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입니까."
  "그렇겠지. 쇤코프 대령은 귀관의 조언에 따라 제국에 임관했다고 한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측근이라고 해도 좋은 입장에 있는 것 같아."
  "대담한……."

  한숨이 나왔다. 제국에서 임관하는 편이 좋을 거라 말한 건 나지만, 설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측근이라니…….
  "로젠리터에게 있어선 돌아가기 쉬운 환경이 마련되었단 거다. 연대장이었던 쇤코프 대령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측근. 뤼네부르크 대장도 제국 내에서 나름대로의 지위에 있다."
  "그렇지요. 그래서 정부는 뭐라고?"
  시톨레 본부장이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정부에게선 로젠리터 대원을 가능한 한 설득하라는 말을 들었네."
  "동맹에 머무르라고 말입니까?"
  내가 묻자 시톨레 본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가능한 한 많은 대원을 제국으로 돌려보내도록 설득하라는 거다."
  "돌려보내도록?"
  깜짝 놀라 시톨레 본부장의 얼굴을 봤다. 본부장은 무표정하게 날 보고 있다.

  "가능한 한 많은 대원을 제국으로 돌려보낸다. 그렇게 되면 로젠리터를 연대로서 유지하는 건 불가능. 해체하여 남은 대원은 다른 육전부대로 전속시킨다."
  "……그럼 로젠리터의 해체가 목적입니까."
  "그렇다. 연대가 유지될 수 없게 된다면 해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야. 남은 대원은 제국보다도 동맹을 선택한 거다. 다른 부대에 전속시켜도 누구에게도 배신자라 경멸 받는 일은 없겠지."
  "……."
  논리는 그렇겠지만…….

  "본래 로젠리터는 망명자들의 희망으로 반세기 정도 전에 만들어진 부대다. 거기에는 동맹군 내부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인정 받아 그 입장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로젠리터는 망명자의 입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그렇다면 해체하는 게 옳겠지."
  "그것이 정부의 생각입니까. 본부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사실은 본부장의 생각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본부장은 말이 없었다.



제국력 488년 5월 24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설마 이 곳에서 누님과 면회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나도 생각하지 못했어."
  라인하르트 님과 안네로제 님의 대화에 나도 끄덕였다. 확실히 두 사람의 말이 맞다. 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에서 안네로제 님과 면회하게 될 줄은 생각치 못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의 일광욕실은, 창문이 열려 있기 때문이겠지, 5월의 온화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왔다. 공작가에 어울리는 고풍스런 흰색 테이블과 의자, 우리들 세 사람은 느긋하게 커피를 즐기고 있다. 무척이나 이상한 기분이다.

  "베스트팔레 남작부인의 상황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곤란하던 참이었습니다. 샤프하우젠 자작부인에게 부탁하려고 했으나 궁내성이 순순히 허가를 내줄지 불안했습니다. 그걸 안 공작이 그럼 자신에게로 라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이라면 궁내성도 싫다고는 말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네."
  라인하르트 님의 말에 안네로제 님이 끄덕였다.

  황제의 총희인 안네로제 님의 외출에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설령 그것이 동생인 라인하르트 님과의 면회라고 해도다. 당연하지만 외출처에도 제한이 있다. 궁내성이 그 장소를 부적당하다고 판단하면 외출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걸 생각하면 신무우궁의 안네로제 님의 방에서 만나는 것이 간단하지만, 그래선 이래저래 불편하다.

  또한 안네로제 님이 머무시는 남원은 황제의 생활 구역이기도 하다. 라인하르트 님은 몰라도 나는 들어갈 수 없다. 게다가 안네로제 님을 모시는 궁녀들도 반드시 안네로제 님의 아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안심하고 대화를 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베스트팔레 남작부인이 장소를 제공해주었지만…….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시선을 향하자 브라운슈바이크 대공 부부가 측근을 데리고 일광욕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일광욕실에는 대공 부부만이 들어왔다. 세싱서 일어나 마중했다.
  "오늘은 이래저래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인하르트 님이 고개를 숙인다. 나와 안네로제 님도 고개를 숙였다.
  "아아, 딱딱한 인사는 그만두게나. 뮈젤 대장. 그런 건 옛날부터 거북했다네. 자, 사양하지 말고 앉게. 백작 부인도. 그리고 경은, 분명 키르히아이스 중령이었지. 앉게나. 우리들도 앉도록 하지."

  다섯 명이서 앉았지만 마음이 거북했다. 평민에 군대에서의 계급도 낮은 내가 동석해도 좋은 걸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대공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조금 놀랐다. 라인하르트 님도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뮈젤 대장, 남작부인은 금한 용무가 생겼다고 들었네만. 영지로 돌아갔는가?"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결산보고서나 재산목록에 관계가 있으려나. 어떻게 생각하나? 아말리에."
  "아마도 그렇겠죠."
  대공 부부가 응응하고 끄덕이고 있었지만, 라인하르트 님이 미심쩍은 표정을 짓자 그걸 눈치 챘는지 두 분이 소리 내어 웃음을 터트렸다.

  "옛날과 달리 지금의 귀족에겐 결산보고서와 재산목록을 작성한다는 의무가 생겼으니까. 너무 대충 만들면 영내 통치에도 영향이 나오게 된다. 언제나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지. 놀고 있을 수만은 없어. 백작부인도 고생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공이 묻자 안네로제 님이 작게 웃음을 지었다.
  "저는 그리 큰 영지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폐하가 좋은 재무고문을 붙여주셨기에."
  "그렇군. 폐하가. 그거 참 부러운 일이다."

  "대공 각하야말로 고생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대가문이니까요."
  "뭘. 당가에는 믿음직한 아들이 있으니까. 저 녀석은 천성부터 꼼꼼해서 가신들을 부려먹으며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대공이 다시 소리 내어 웃자 안네로제 님, 아말리에 님도 웃음을 지었다.

  "누님, 혹시 누님도 결산보고서와 재산목록을 만들고 있습니까?"
  "물론이야. 라인하르트. 폐하에게서 몇 개인가 영지를 받았으니까. 만들 의무가 있지. 몰랐어?"
  "네. 몰랐습니다."
  나도 몰랐다. 하지만 아연하게 있자 라인하르트 님과 날 보고 세 사람이 이상하다는 듯이 웃고 있다.

  "뭐, 결산보고서와 재산목록에 대한 건 에리히가 자세하지. 저 녀석이 있었다면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급한 호출이 있어서 말이야.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래그래. 경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더군."
  "아, 아뇨. 이쪽이야말로 배려를 받아 감사하고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호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호출할 수 있다면 꽤나 중요한 인물, 용건일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라인하르트 님도 의아해하고 있다.

  "호출이라고 하셨습니다만, 군대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라인하르트 님의 질문에 대공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재무성과 내무성 쪽이다. 최근 군대보다도 그쪽에서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 저 녀석을 꽤나 고생하게 만들고 말았지."
  대공의 표정은 침통하다고 해도 좋았다. 부인도 침울한 표정이다. 보통이라면 군대 이외에도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자랑할 일일텐데…….

  "그럼, 너무 오래 있어선 안 되겠군. 방해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아말리에, 우리들은 이걸로 실례하도록 하지. 느긋하게 있도록 하게."
  "느긋하게 있다가 가세요."
  우리들이 "마음 씀씀이 감사합니다"라고 답하자 대공은 "음"하고 끄덕이고 부인과 함께 일광욕실에서 나갔다. '휴'하는 마음과 함께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는 묘한 감정이 남았다. 이전엔 대공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나쁜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이 아니다. 라인하르트 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묘한 일이다.

  "재무성과 내무성인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키르히아이스, 어떻게 생각해?"
  "모르겠습니다. 개혁에 관계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마도, 변경성역에 대한 일이라고 생각해."
  놀라서 안네로제 님을 봤다. 나뿐만이 아니다. 라인하르트 님도 안네로제 님을 보고 있다. 안네로제 님은 시선을 받고서 곤란하단 웃음을 지었다.

  "뭔가 아시는 겁니까? 누님."
  "응, 조금. 변경은 가난하잖아? 이대로 결산보고서와 재산목록을 내년부터 공표하면 변경 귀족들은 아무래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어. 그래서 변경, 이건 귀족만이 아니라 정부의 직할령도 포함하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원조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 같아."
  "그렇군요. 그런 일입니까. 하지만 어째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제안자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야."

  변경의 귀족……. 공작은 역시 귀족들을 우대하고 있는 걸까? 신경이 쓰여 그 점에 대해 안네로제 님에게 물어봤지만, 안네로제 님은 고개를 저었다. 아름다운 금발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그렇지 않아. 지크. 변경 귀족이 무너지면 변경 통치는 정부가 하게 되잖아? 하지만 그건 정부에게 있어서 큰 부담이라는 것 같아. 그보다는 지금 변경을 통치하고 있는 귀족을 이용하는 편이 효율이 좋다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재무성, 내무성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렇군요. 쓸 수 있는 건 무엇이라도 쓰자. 그런 생각입니까."
  라인하르트 님이 응응하고 끄덕이자 안네로제 님이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한 소리네. 라인하르트."
  "하지만 맞는 말이죠?"
  이번엔 다들 웃었다. 확실히 라인하르트 님의 말이 맞다. 그리고 쓸만하지 않으면 부숴버리겠지. 대공의 말대로, 귀족도 편하지는 않게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네로제 님. 어째서 그렇게나 자세히 알고 계신 겁니까?"
  다시 안네로제 님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내 재산관리를 하고 있는 재무고문은 재무성의 관료야. 그 사람이 알려줬어."
  "그렇습니까."
  라인하르트 님이 걱정스럽단 표정을 지었다. 믿을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괜찮아. 라인하르트. 믿어도 좋아. 내무성도 재무성도 개혁을 지지하고 있어. 그리고 개혁을 추친하고 있는 것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어. 알잖아? 공작과 네가 친하니까 날 속이려고는 하지 않아."
  "그렇다면 괜찮습니다만……."
  라인하르트 님은 아직 불안한 것 같다. 그걸 보고 안네로제 님이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정부, 군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 리텐하임 후작가가 하나로 뭉쳐 있어. 그리고 공작은 우리들에게 호의적이니까 안전해. 날 이용하려는 건 오히려 위험, 의미가 없어."
  "확실히 그렇네요. 베네뮌데 후작부인 때에도 누님의 몸에 위험이 다가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말대로다. 그 사건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움직였지만, 나와 라인하르트 님은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새삼스럽지만 공작가와 공작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오늘 일도 그래. 보통 이런 때는 친가에 돌아가 가족과 친지와 만나는 거야. 하지만 우리들에겐 집이 없어."
  "……."
  안네로제 님도 라인하르트 님도 외로워 보인다. 두 분 모두 이름뿐인 귀족 집에서 태어났다. 설령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도 후견이 되어주는 건 어렵겠지. 그래도 정신적인 의지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베스트팔레 남작부인이나 샤프하우젠 자작부인이 가족 대신이 되어 줬지."
  "네. 그렇지요."
  그 외에는 아무도 안네로제 님과 엮일려고 하지 않았다. 안네로제 님은 고립되어 불안정한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하지만 오늘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우리들에게 장소를 제공해 줬어. 이건 공작가가 우리들의 가족 대신이 되어주겠다는 거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어쩔 수 없이 외출했지만, 대공 부부가 우리들을 환대해주었어. 우리들에 대한 호의는 공작 혼자의 변덕이 아니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의지. 그 걸 오늘 일로 모두가 알게 될 거야."
  "……."
  한마디 한마디를 씹어 말하는 듯한 어조였다. 어쩌면 안네로제 님도 새삼 인식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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