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8년 5월 30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지쳤다. 거실에서의 프리 토킹 시간도 끝나고 서재로 돌아가자 피곤함이 확 몰려왔다. 조금 쉴까? 2시간 정도 가면을 취하는 것도 좋겠지. 삼단 접이식의 간이 침대를 펴서 모포 한 장을 준비하고 누웠다. 프리 토킹의 최종 결론은 변경성역 개발은 리텐하임 후작이나 정부 각료에게도 이야기하고 나서라는 거였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만이 참가하는 건 피하는 편이 좋다는 거다. 뭐,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위화감이 있네. 아니, 인식의 간극이라고 해야 할까. 원작 지식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우주는 통일해야만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런 인식은 희박하다. 제국, 동맹, 페잔의 삼국병립이 자연스럽단 인식이 있다. 따라서 통일 후는 어떻게 될 거라는 발상이 나오지 않는다.

  변경 개발은 적극적으로 해야만 한다. 사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됐을 때에 하고 싶었지만, 양자였으니까. 좀처럼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게다가 변경에도 세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면서 지레짐작을 받는 것도 싫고……. 진심을 말하자면 이번 타진은 바라마지 않던 일이었다. 이대로 가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조금씩 힘을 잃게 될 테니까.

  원작에 있어서 마린도르프 가문은 황비 힐다의 친가지만, 라인하르트 사후에 어떻게 됐을지를 상상해 보면 알 수 있다. 오딘에서 페잔으로 천도했다. 군대, 정부의 각 기관도 이동했겠지. 인구 이동은 몇 천 만? 혹은 억을 넘었을지도 모른다. 가족을 포함하면 수억에 달하는 수준이겠지.

  그리고 인구 감소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을 거다. 오딘이 정치의 중심에 있다는 이유로 눌러붙어 있던 사람들, 상인이나 기업도 뒤따라 이동했을 거다. 그만한 숫자의 인구가 줄어들면 소비, 생산력은 꽤나 감소한다. 마린도르프 백작가는 그 영향을 그대로 받았겠지. 로엔그람 왕조 초대 황비 힐다를 배출한 마린도르프 백작가는 200년 정도 지났을 시점엔 변경의 일개 백작가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때는 변경 성역에서 죽치고 있던 클라인게르트 자작가 쪽이 더 흥성했을지도 모른다.

  꽤나 즐거운 상상이다. 피곤할 터인데 잠이 오지 않는다. 조금 더 상상을 즐겨볼까. 변경 귀족들, 평민들은 라인하르트의 초토작전 때문에 로엔그람 왕조에는 그리 호의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힐다의 후계자를 중심으로 한 제국 정부는 일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힘을 쌓은 신흥 세력이 정부에 대해 반항적인 거다. 어떤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변경의 반응과 신영토의 반응이겠지. 부정적인 반응을 상상하고 인상을 찌푸렸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로엔그람 왕조라는 건 신기한 왕조다. 정권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좀처럼 확실하지 않다. 일단 귀족 계급에는 없다. 립슈타트 전역에서 문벌귀족을 처부쉈기 때문이 아니다. 전후, 라인하르트가 자신의 아군으로 삼은 귀족들을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힐다는 아무튼 그 외의 라인하르트에 아군이 되어준 귀족들은 실망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불만도 품었겠지. 그들은 립슈타트 전역이 권력투쟁일 뿐만이 아니라 계급투쟁이기도 하다는 점을 경시했다. 혹은 인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럼 평민 계급에 정권기반이 있었는가? 이것도 의문이다. 확실히 내란 이래, 평민 계급의 정치적 지위는 향상되었다. 평민들은 라인하르트의 시정을 지지했겠지. 하지만 신뢰는 했을까? 초토작전을 실행하여 변경에 고통을 준 것이 라인하르트라면, 베스터란트에서 주민 200만 명을 죽게 내버려둔 것도 라인하르트인 거다. 지지는 하더라도 어딘가 불안하게 생각했을 테지. 언제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밀지 모른다는 불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거다.

  그런 불신감을 더욱 크게 만든 것이 힐다와의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와의 결혼은 황제 라인하르트가 몇 가지 범한 정치적 실책의 하나가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확실히 힐다에겐 황비로서 적절한 자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라인하르트의 주변에서는 힐다와의 결혼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기껏해야 오베르슈타인이 마린도르프 백작에게 외척으로서 권력을 휘두르지 말라고 못을 박았을 뿐이다.

  하지만 황비로서의 자격은 있었을까? 없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힐다는 백작가의 딸이다. 그 한 가지 점 때문에 자질은 있었어도 자격은 없었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녀가 황비가 된다는 걸 알게된 평민들은 또 귀족이 외척으로서 권력을 휘두르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닌가하고 불안하게 생각했겠지. 그리고 라인하르트에 대해선 귀족 계급의 복귀를 용인한다는 불신감을 품었을 거다. 황비는 평민이나 하급귀족에서 골랐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평민들도 불신감을 품지 않았을 거다. 평민이라도 황비가 될 수 있다면 평민 계급은 라인하르트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했겠지. 진정한 의미로 루돌프를 부정했다고 느꼈을 거다.

  오베르슈타인은 평민 계급의 불안을 알고 있었을 거다. 그가 마린도르프 백작에게 힐다를 황비로 할 생각이냐고 경고했던 것이 그걸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오베르슈타인이 바라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힐다의 임신과 결혼, 황비 힐다의 탄생이다. 혀를 차고 싶었겠지.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일에 대해 오베르슈타인은 반대하지 않았다. 후계자가 필요하기에 낙태하라고는 말하지 않았겠지만, 정치적 리스크를 호소하며 측실로만 두라고 진언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오베르슈타인은 침묵을 유지했다. 대체 어째서일까?

  생기고 말았으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했나? 아니면 라인하르트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가? 그렇진 않겠지. 오베르슈타인에겐 반대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고 봐야만 한다. 다시 말해 그는 라인하르트의 건강 문제를 중시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베르슈타인은 라인하르트의 수명이 길지 않다. 아니 극단적으로 짧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 거겠지.

  후계자가 없으면 제국은 혼란에 빠진다. 오베르슈타인은 그걸 두려워한 거다. 그리고 황제가 어리면 그 옆에서 어린 황제를 보좌할 사람이 필요하다. 힐다는 모친이기도 하고 정치적인 재능도 있다. 적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권기반이 빈약한 이상 그녀의 정치적 지위와 앞으로 태어날 후계자의 정치적 지위도 단단한 것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렇기에 황비 힐다의 탄생과 적자의 탄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측실과 사생아로는 정치적 입장이 약하다고 본 것이다. 조금이라도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하기 위해선 황제 계승에 관한 정통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었다. 평민 계급의 불안은 리스크이긴 했지만 제국의 혼란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거겠지. 마린도르프 백작이 권력욕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도 판단 재료로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육지책이었겠지…….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이런. 쉴 수도 없나……. 하기야 쉬고 있지도 않았으니까 불만을 토할 수도 없다.
  "들어오세요."
  몸을 일으키며 말을 하자 문이 열리고 페르너가 들어왔다. 혼자다. 내가 간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나중에 올까"라고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아"라고 말렸다.

  "용건은?"
  "아니, 조금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우물쭈물하지 마라. 너 답지 않아.
  "알았다. 적당히 앉아."
  페르너가 의자를 내 옆에 가져와서 "미안하군"이라고 말하며 앉았다. 옛날 같네. 나는 침대에 앉아 페르너는 의자를 가져와 앞으로 숙이며 앉아 있다.

  "아까 전의 이야기지만."
  "반대인가?"
  "아니, 그게 아니야. 무슨 말인지는 잘 이해했어. 우주가 통일되면 변경은 발전하겠지. 천도가 실행되면 브라운슈바이크 성역은 지리적 이점을 잃는 것도 틀림 없어. 하지만 신경 쓰이는 점도 있다. 그걸 확인하고 싶어."
  페르너가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사람은 어떻게 할 건가?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인구 이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처음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각 영지에서 조금씩 이주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페르너가 고개를 저었다.
  "그걸론 안 된다. 발전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 걸려. 최소한이라도 처음 5년으로 100만 명 정도의 인구를 이주시켜 발전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겠지."

  "그 외에도 방법은 있어. 이번에 귀족들이 빚 탕감을 조건으로 영지를 반환했지만,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나?"
  "아니, 모른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있어. 조금 곤란한 일이 말이야."
  페르너가 이상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안 되겠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 안에서 태스크팀, 혹은 섀도우 캐비넷 같은 걸 만들어야겠다.

  문제는 농노다. 영지 반환에 동반하여 정부가 농노를 구입했다. 귀족들에겐 좋은 수입이 되었겠지. 정부는 그 농노를 해방하여 정규 영지민으로서 취급하기로 했다. 인권을 존중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는 쪽이 틀림없이 생산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본래 영지민이었던 자들과의 사이에서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영지민들에게 있어서 농노는 한 계급 아래에 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해방되어 자신들과 같은 계급이 되었다. 그 점이 불만인 것 같다. 사람이란 자신보다 아래가 있으면 우월감에 빠진다. 하지만 그 아래라고 생각하고 있던 존재가 자신과 어깨를 나란하게 되었다. 재미 없다. 건방지다. 라고 생각한 거다. 라인하르트가 로엔그람 백작가를 계승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겠지. 나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되었을 때는 반발이 굉장했다. 내가 설명하자 페르너가 응응하고 끄덕였다.

  "그렇군. 있을 법한 일이다."
  "이제 이해했겠지?"
  "그래. 그 해방 농노를 데려간다는 거로군?"
  "바로 그거다. 이대로 방치하면 대립이 격화되겠지.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그래선 생산력은 올라가지 않아."
  페르너가 "그렇지"라고 끄덕였다.

  생산력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를 통괄하는 내무성에도 부담이 되겠지. 경우에 따라선 군대 출동이라는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방치할 순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서 빼가는 것도 해방 농노인가?"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되겠지."
  "얼마나 데려갈 생각이지? 설마하고 생각하지만, 30만 명 전부인가?"
  "그건 아니다. 아버님과도 상담해서 적당한 인구를 데려갈 거야."

  페르너가 안도하는 표정을 보였다. 이 녀석, 최근 나와 아버님이 충돌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기색이 있다. 이 녀석만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여기에 온 것도 아버님의 사주일까? 페르너를 이용해서 의문점을 확인한다는 건가? 가능성은 있군.

  "게다가 내년 이후로는 몰락하는 귀족이 속출할 거다. 그들이 품고 있는 농노를 적극적으로 받아간다. 인구 100만 명은 가볍게 넘겠지."
  1,000 가문이나 무너지면 한 귀족 당 1만 명의 농노를 데리고 있다고 쳐도 1,000만 명의 해방 농노가 출현하게 된다. 변경 개발을 위해 인적 자원은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보고 있다.

  문벌 귀족 따위 전멸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내가 양자가 되었기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기울었다고 역사서에 쓰여지는 건 사양이다. 내 세대에서 번영의 기반이 쌓여졌다. 그렇게 기록되게 만들겠다. 그렇게 되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 이외의 가문도 평민에서 양자를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혈통이 아니라 실력의 존중이다. 계급 사이의 교류도 조금씩 넓어지겠지.

  "알았다. 의문이 풀렸어. 피곤한 와중에 미안. 느긋하게 쉬길 바래."
  "기다려. 마침 좋다. 조금 이야기할 것이 있어."
  일어나려는 페르너를 멈췄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에리히."
  있다. 페르너를 지긋이 봤다. 녀석이 자세를 바로했다. 쉽지 않은 일을 들을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그 생각이 맞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 개혁에 의해 제국에선 지격변동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알고 있지?"
  "그래, 알고 있어. 귀족 계급에서 몰락하는 귀족이 속출한다. 상대적으로 평민 계급의 지위가 향상되겠지."
  "그 지각변동은 페잔에까지 미치려 하고 있어. 아니, 이미 미치고 있다."
  "페잔에 말인가?"
  "그래."
  그렇다. 페잔이다. 그렇게 의아한 표정을 짓지 마라. 페르너. 제국, 페잔, 동맹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영지를 잃은 귀족들이지만, 그들은 페잔 상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돈만의 문제가 아니야. 물류도 포함해서다."
  "……."
  "하지만 귀족들이 영지를 버린 걸로 돈은 아무튼 물류는 지금까지처럼 한 손에 쥐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군. 기득권익을 잃고 거기에 독립상인이 틈을 파고든다는 건가."
  "그렇다."

  물류를 취급하고 있던 상인들은 기득권익을 잃고 독립상인, 혹은 마찬가지로 기득권익을 빼앗긴 상인들과 격렬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페잔에서 발행되고 있는 전자 신문에 의하면 경영이 기울어진 기업도 있는 한 편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기업도 있다. 말하자면 하극상, 전국시대에 들어간 거다. 그리고 무너진 귀족은 이제부터 더욱 많아진다. 그게 대체 페잔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페르너도 떫은 표정을 짓고 생각하고 있다.

  "이 쯤에서 물류 관계의 기업을 가지려고 생각해. 페잔에서 경영이 기울어진 기업이 있으면 구매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상선이라면 지금이라도 있잖아."
  "안 돼. 지금의 상선으로는 페잔 회랑을 넘을 수 없어."
  "……."
  페르너가 입을 다물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소유하는 상선, 운송회사는 있다. 하지만 그건 제국령내에서밖에 활동할 수 없다. 이유는 제국 국적의 상선, 운송회사이기 때문이다.

  "변경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동맹제의 생필품이 있는 편이 좋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인구 100만 명은 가볍게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100만 명의 생활을 유지, 향상시킬 수 있는 인프라 정비, 경작기계, 생필품이다."
  페르너의 표정을 살폈다. 꽤나 몸을 뒤로 빼는 듯이 보였다.
  "그건 이해하지만……."
  "공작가가 소유하는 상선은 제국령내에서 활동하게 한다. 그리고 페잔 국적의 상선은 변경 개발을 위해 이용한다."
  "……."
  생각하고 있다. 페르너는 생각하고 있다.

  "페잔이 그걸 허락할 거라 생각하나?"
  "일단 허락하지는 않겠지. 매수는 인정해도 상선을 저쪽으로 보내는 건 인정하지 않는다. 페잔이 교역의 독점을 무너뜨리는 행동을 허락할 리가 없다."
  "그럼 의미가 없잖아."
  그렇게 어이 없단 듯이 말하지 마라. 내가 상처 입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건가?

  "그게 아니야. 설령 동맹령으로 상선을 보낼 수 없다 해도 변경 개발은 페잔에 기점이 있는 편이 효율이 좋아. 페잔 방면에서, 제국 중앙부에서 양쪽 방향에서 개발을 실행한다. 게다가 페잔이 없어지면 동맹령으로 상선을 보낼 수 있다."
  "……."
  "게다가 상선을 보낼 수 없다면 동맹에서 페잔으로 오게 한다는 방법도 있어. 화물을 구입해서 변경으로 옮기는 거야."

  "멈춰! 그건 위험하다. 페잔은 경을 완전히 적으로 보게될 거야."
  "지금도 적으로 보고 있잖아."
  내가 웃자 "안 된다!"라고 말하고 페르너가 격렬히 고개를 저었다.
  "적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경을 방해하는 정도다. 하지만 그걸 해버리면 페잔은 경을 무너뜨리려 할 거야."
  "……날 죽이려 할 거라는 건가?"
  "경이라고는 한정할 수 없어. 엘리자베트 님을 죽이려 할지도 몰라. 그것만으로도 경의 지위를 흔들 수가 있다."
  그렇군. 가능성은 있다.

  갑자기 무릎을 흔들었다. 페르너가 진지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에리히. 초조해하지 마라. 경 답지 않아."
  "……초조해하고 있다고 보이나?"
  "그래. 내겐 그렇게 보여. 마음은 이해한다. 어려운 문제는 모두 경에게 모인다. 그 대부분이 귀족들의 뒤처리다. 본의가 아닐테고 불쾌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초조해하지 마라. 경 답지 않아."
  다시 무릎을 흔들었다.

  "경에게 만약의 일이 생기면 개혁이 좌절될 수밖에 없어. 자중해. 경은 불안할지도 모르지만 제국은 틀림 없이 좋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알았다. 매수 건은 철회한다. 하지만 페잔의 동향에는 주의해줘."
  "알았다. 팀을 만들어 대응하지."
  페르너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화제를 바꾸지. 안톤, 포로교환이 끝나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영지를 시찰하려고 생각하는데."
  "계속 뒤로 미루고 있었지. 가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 대공 각하 부부, 엘리자베트 님도 함께 가는 편이 좋겠지."
  "여행이 아니야. 업무다."
  "그래. 업무다. 영지민들에게 가족의 친밀함을 보여주는 것도 말이야."
  그렇군. 그런 건가.

  "알았다"라고 말하자 페르너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조금이라도 쉬어줘. 경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안톤, 나는 초조해하고 있나?"
  "그래. 나에겐 그렇게 보여."
  "그런가. ……고마워. 말려줘서."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하고 페르너는 일어나 의자를 되돌리고 방을 나갔다. 초조함인가……, 그럴 셈은 없었는데…….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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