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6년 12월 3일. 뮈젤 함대 기함, 브륀힐트. 울리히 케슬러.
“아군 우익, 혼란하고 있습니다.”
“적 우익, 전진합니다.”
오퍼레이터들이 비명과 같은 보고를 한다.
“뭘 하는 건가! 클레멘츠는!”
뮈젤 제독이 분노한다.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
“사령부로부터 연락. 우익에 신경 쓰지 말고 뮈젤 함대는 적 중앙을 공격하라. 라고 합니다.”
“중앙 돌파를 우선하는가……. 알았다. 뮐러, 로이엔탈, 미터마이어에게 연락. 공격을 전방의 함대에 집중하라.”
오퍼레이터의 보고를 받은 뮈젤 제독이 지시를 한다.
「펜릴이 해방됐다.」 우려하던 대로 뮈켄베르거 원수가 쓰러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메크링거가 지휘권을 잡은 것인가. 사태는 이제부터 급속히 움직이겠지. 이쪽도 거기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 뮈젤 제독에게 미리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 지휘권을 둘러싼 사령부 사이의 분쟁이 일어납니다. 어떤 형태로 결착이 지어지든, 그대로 진정되리라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제독에게 알릴 수 없는 이상, 분함대 사령관에게도 알릴 순 없겠죠. ~
분명 뮐러들, 분함대 사령관에게 알려줄 순 없다. 혹시 자신만이 몰랐다고 뮈젤 제독이 안다면, 이후 뮈젤 제독은 고독감에 빠지겠지. 주변에 대해 의심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이 함대에서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나뿐이다. 이제부터 사령부와 보조를 맞춰 움직여야 한다. 뮈젤 제독이 폭주하는 일 없이, 승리를 노린다. 그것이 나의 역할이다.
“아군 좌익도 혼란하기 시작합니다.”
“켐프 함대 후퇴하기 시작합니다.”
“아군 우익, 더욱 후퇴합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함교가 긴박감에 싸인다. 뮈젤 제독도 키르히아이스 중령도 얼굴색을 흐린다. 적의 중앙은 이쪽의 압박에 눌리며 조금씩 후퇴하고 있지만, 아직 무너질 정도로 혼란하고 있지 않다.
“사령부로부터 연락. 중앙을 돌파하기 위해 공격을 속행하라.”
“시간과의 승부로군.”
뮈젤 제독이 말한다. 곁에서 키르히아이스 중령이 말없이 끄덕인다. 그 말대로, 시간과의 승부다. 나머진 비텐펠트와 파렌하이트의 공격력이 모든 걸 결정하겠지. 그리고 반격 타이밍. 메크링거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 것인가…….
...
■ 동맹군 우주함대 총기함, 락슈미. 양 웬리.
함교에 희색이 만연하다. 적은 좌익만이 아니라 우익도 혼란하기 시작했다. 적은 중앙을 돌파하기 위해 공격을 강화하지만, 양익이 후퇴하고 있기에 압력이 약하다. 아군에겐 여유가 있다.
“제3, 제9함대에 연락. 전진하여 적을 분쇄하라. 그 후 적의 배후에 전개하여 전후로 포위한다. 서둘러라!”
도슨 대장이 명령한다. 정말로 저건 혼란하고 있는 건가? 내겐 속이고 있는 걸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적의 좌우 양익에는 거의 전투에 참가하고 있지 않은 부대가 있다. 주변은 모두 오합지졸 부대의 한계가 나오고 있는 거라고 말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몇 번이나 도슨 대장에게 경고했지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것이 예비부대라고 한다면 적은 아직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저건 반전공격을 위한 부대임이 틀림없다. 적은 이쪽을 유인하며 반전공세를 노리고 있겠지. 중앙부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양익을 믿을 수 없기에 중앙을 돌파하려 한다고 보이기 위한 책략이다.
적은 단기결전을 노리고 있다. 이쪽은 적의 의도대로 놀아나고 있다. 절망감과 무력감이 나를 감싼다. 처참한 싸움이 될 것 같다…….
...
■ 제국군 총기함, 빌헬미나.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함교는 침묵이 가득하다. 전황이 좋지 않은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몇 번이나 저것은 속임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좀처럼 신용하지 않는다. 뮈켄베르거 원수는 간이 침대에 누워있다. 군의관이 곁에 있고, 용태는 안정하고 있는 것 같다.
지휘관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 새삼 우주함대 사령장관의 임무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느끼고 식은땀을 흘린다. 이러한 일을 몇 년이나 한다면 몸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겠지…….
중앙이 공세를 굳히고, 양익이 조금씩 후퇴한다. 양군의 진형은 U자형이 되어간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적을 끌어들이고 싶다. 적은 이쪽의 의도에 따르고 있다. 조금만 더 참는 거다. 에르네스트.
“적, 좌익, 우익. 더욱 전진합니다!”
걸렸다. 선두를 꺽는다. 적을 단숨에 섬멸한다.
“전 함대에 명령. 반격을 개시하라!”
...
■ 클레멘츠 함대기함, 비프레스트. 알베르트 클레멘츠.
“반격명령이 나왔다.”
봐렌, 비텐펠트, 아이제나하의 얼굴에 대담한 미소가 떠오른다.
“겨우 서투른 댄스를 그만둘 수 있겠군.”
“서투른 댄스라도 출 수 있으니 다행이군. 이쪽은 계속 벽에 걸린 꽃 신세였다고.”
봐렌의 농담에 비텐펠트가 어설픈 농담으로 답한다. 그의 울분을 생각하니 무심코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기다리게 했군. 비텐펠트 제독. 이제부턴 경의 수고가 열쇠가 된다. 부탁하네.”
“맡겨두라고. 그럼, 시작할까?”
“음. 기대하도록 하지.”
그 말을 구령처럼, 세 명이 표정을 가다듬는다. 경례를 교환하고 화면이 끊어진다. 잘 되면 적을 포위섬멸할 수 있겠지. 요랑, 펜릴이 대신(大神), 오딘을 먹듯이…….
...
■ 동맹군 제3함대 기함, 쿠 훌린. 루페브르 중장.
전국은 급격히 변화했다. 이제까지 혼란하고 있던 적함대가 정연하게 반격해왔다.
“적함대 반격합니다!”
“당황하지마라. 공격을 계속하라.”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지시하며 전황을 확인한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가슴 속에 시커먼 불안이 웅성거린다. 우연인가, 아니면 이제까지의 혼란이 속임수였나……. 약해지지 마라. 적의 중앙이 그만큼 공격을 집중하고 있는 건, 양익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것이다…….
“적, 별동대. 외측으로부터 접근중!”
“제3분함대, 요격하라.”
이제까지 움직임이 없었던 적의 분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속임수였나…….
함교의 분위기가 방금 전과 전혀 달라진다. 참모도 오퍼레이터도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본다. 안되겠군. 진정해야 한다.
“뭘 당황하고 있나. 적의 마지막 발버둥이다. 진정해라!”
망설이지마라. 여기까지 들어온 거다. 적의 별동대는 제3분함대에 맡긴다. 적에 비하면 병력은 적지만, 막는 것뿐이라면 괜찮겠지. 그 사이에 정면을 돌파하여 적의 배후로 나간다. 사령부의 작전은 틀리지 않았다. 여기서 끝내면 되는 거다.
“적, 별동대. 제3분함대와 접촉했습니다.”
아무래도 진정한 것 같다. 괜찮다. 우리들은 이기고 있다.
“정면의 적에게 공격을 집중하라. 돌파하여 적의 배후로 나간다. 그걸로 우리들의 승리다.”
“제, 제3분함대. 눌리고 있습니다!”
진정했다고 생각한 건 한순간이었다. 적의 별동대는 압도적인 기세로 제3분함대를 공격하고 있다. 이대론 돌파하는 것도 시간 문제겠지.
어떻게 하나? 증원을 보낼까? 하지만 그래서야 정면의 적을 막을 수 없다. 결국 후퇴할 수밖에 없겠지. 제3분함대도 증원으로 나선 부대도 적 한 가운데에 고립하고 만다.
“정면의 적, 접근합니다!”
...
■ 동맹군 우주함대 총기함, 락슈미. 양 웬리.
“적 좌익, 우익, 반격합니다!”
“외측에서 별동대가 접근중!”
“중앙의 적, 공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황은 단숨에 바뀌었다. 오퍼레이터들의 보고에 긴장감이 깃든다. 도슨 제독도 얼굴이 굳어 적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적의 양익이 반격한 것이다. 이제까지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함대가 공격에 참가했다. 역시 속임수였나…….
제3, 제9함대는 별동대에 대응하기 위해 분함대를 보냈다. 괜찮겠다고 생각한 것도 한순간, 압도적인 기세로 적이 분쇄해 들어온다. 역시 그런 것인가……. 저 함대가 배후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은 이걸 위해서 준비한 부대이기 때문이다. 공격전용의 함대. 그렇다고 쳐도 어처구니 없는 기세다.
“도슨 제독. 제3, 제9함대는 후퇴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가. 지금 후퇴하면, 적의 공격을 조장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대로는 적의 별동대에 측면을 뚫립니다. 정면의 적과 연동하면 괴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보다도 다소의 출혈을 각오하고 후퇴하여, 함대를 재편성해야 합니다.”
나와 도슨 제독의 대화에 함교가 침묵에 싸인다. 알고 있다.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행하는 건 어렵다. 손해도 꽤 심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양익은 괴멸하고, 자유롭게 된 적은 이쪽을 포위섬멸하려 하겠지. 이쪽이 원호하고 싶어도 정면의 적에게 눌리고 있는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덧붙여 제3, 제9 양함대는 너무 적진 깊숙이 가있다…….
아군은 우익, 중앙, 좌익의 연계를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처음부터 이것이 노림수였던 것이다. 적은 이쪽이 우세에 있다고 속이고, 각개격파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양익은 지금 각개격파의 위기에 있다. 동맹군에 남은 시간은 짧다…….
“제독, 결단을!”
도슨 제독은 얼굴이 굳은 상태로 전황과 나를 교대로 본다.
빨리 결단하라고.
“……제3, 제9함대에 후퇴명령을 내려라…….”
떨림을 참는 듯한 목소리였다.
어떻게든 이걸로 각개격파의 위기는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포위섬멸의 위기는 남아 있다. 동맹군에게 있어선 길고 힘든 시간이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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