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캡짱씨는 하츠키――모모카씨에게 무슨 짓을 당한 겁니까?”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만다.


  “무슨 짓을 당했다니?”

  “헛스윙만 하고 있습니다만, 모모카씨를 괴롭히고 싶은 거죠? 원한이 있다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진심으로 미워하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무슨 짓이라도 당했나 해서.”


  “아, 아니야! 아무 짓도 당하지 않았어! 모모카씨는 나 같은 이상한 사람에게도 야키소바빵을 주는 좋은 사람인걸.”

  나는 옥상 울타리에 등을 대고, 다리를 뻗고 앉아 있다.

  허벅지 위에 올려둔 먹다 남은 야키소바빵을 살짝 만진다.


  “그럼, 어째서 그렇게 시비를 거는 거지?”


  아.

  안경군의 경어가 무너졌다.

  아까 전에 교실에서 대화했을 때도 평범하게 대화했었는데, 어째서 갑자기 경어였던 걸까?


  앗!

  설마 나를 무서워하고 있는 건가!?

  그런가. 이제야 겨우, 나, 악역으로서 이 세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받는 존재가 되기 시작한 거야!


  이 안경군. 명백히 엑스트라 느낌이 나는 걸.

  못생겼다는 건 아니지만, 평범한 느낌이고, 머리카락도 그냥 씻었다는 느낌의 스트레이트고. 무엇보다 흑발이고.

  평범군에게 라면 이야기해도 좋을까.


  혼자서 힘내는 것도 피곤해졌고.


  “………….”


  내 눈앞에는 여자아이들의 그룹이 있었다.

  작은 도시락통을 손에 들고 즐겁게 소란을 피우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더욱 그 너머 넓은 마을 풍경을 보면서, 나는 툭하고 말을 흘렸다.


  “이 세계는 모모카씨가 주역인 만화 세계야.”


  안경군은 “뭐어?”하고 곤혹스런 목소리를 올렸다.


  “그리고 나는, 모모카씨를 괴롭히는 음험한 악역. 그렇게 스토리가 정해져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모모카씨를 괴롭히지 않으면 안 돼.”


  “뭐야 그거.”

  “나의 망상.”


  씩, 하고 웃으며 답하자. 안경군은 곤란하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한 바람이 불고, 안경군의 스트레이트 흑발과 나의 핑크색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내 진짜 모습은 여기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던 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남자야. 머리 위에 화분이 떨어져서 고등학교 입학식 전날에 죽었지만.”

  “평범한 남자??”


  “응. 죽은 후, 조금만 더 있으면 천국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 이상한 신님에게 잡혀서, 이 세계에서 악역을 하라고 날려 보내진 거야. 생전의 내 양친, 내가 죽기 전 2개월 먼저 사고로 죽었으니까……, 천국에 가면 만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안경군은 곤란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텅 빈 도시락통을 닫으면서 말했다.

  “괴롭히는 네가 악역이라는 건, 스토리는 괴롭히는 만화인 겁니까?”


  “아니야. 소녀 만화. 모모카씨가 여러 남자들과 사랑하고, 역하렘을 만드는 스토리야. 내가 읽은 적은 없으니까 자세하겐 모르지만……. 일단 내가 그 남자들과 사귀고, 그러고 나서 그 남자들이 나를 호되게 차고, 모모카씨와 연인이 된다는 이야기 같아.”

  덧붙여 야한 짓도 해야만 하는 것 같지만, 그건……숨겨두자. 안경군이 질릴 것이 눈에 뻔하고.


  “진짠가. 엄청 재미없어 보이네. 아니, 재미없어 보이네요.”

  “실제로 재미없었다고 생각해. 연재 중단된 만화라고 하니까……, 저기, 무리해서 내게 경어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반 친구고. 나, 너를 괴롭히거나 하지 않으니까.”


  안경군은 표정을 찡그리고, 또 후두부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곤란할 때의 버릇인 것 같다.

  “무리해서 쓰고 있는 건 맞지만……. 내 사정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보다도, 협력해 드릴까요?”

  “에!? 지, 진짜!? 괜찮아!?”


  정말로 무리해서 쓰고 있는 것 같아서, 군데군데 경어가 이상하지만, 거길 찌르는 것보다 먼저 몸이 나서고 만다.

  “모모카씨와 누구를 붙이면 되는 건가요?”

  “에, 학생회장인 칸자키 신 선배, 신입생 인사했던 니노마에 소라군, 그리고, 아이돌인 타카나시 키리오군――”


  휴대폰 착신 멜로디가 들린다.

  “잠깐 죄송합니다.”


  안경군이 휴대폰을 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안경군의 어머니인 걸까.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 나왔다.


  “야마토! 너 오늘은 제대로 돌아오는 거겠지!?”


  내가 모모카씨와 붙여야 하는 사람은, 칸자키 신 선배, 신입생 인사를 한 니노마에 소라군, 그리고, 아이돌인 타카나시 키리오군, 그리고.


  불량인――――이오리――――,


  “시끄럽네. 목소리 넘 크다고. 돌아간다니까. 고등학교는 제대로 다닌다고 했잖아. 경어도 쓰고 있고, 아, 진짜 짜증난다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이야기하는 도중에 미안……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학생회장과 귀국자녀와 아이돌인가. 과연 소녀 만화. 상대방 스펙 쩌네, 로군요.”


  안경군이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웃었다.


  마지막 한 사람은, 불량, 이오리, 야마토, 군.


  “………….”


  나는 뻘뻘 땀을 흘리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인 내 시야에 더러운 실내화가 몇 개인가 눈에 들어왔다. 감색과 검붉은색. 2학년과 3학년이다.

  이 학교는, 체육복과 실내화의 색이 학년에 따라서 다르다.

  그렇다곤 해도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새로 산다는 것이 아니라, 입학했을 때의 색이 그대로 올라가는 거다.

  지금 3학년이 감색, 2학년이 검붉은색, 그리고 우리들 1학년이 녹색.

  내년, 지금의 3학년이 졸업하면, 다음 1학년의 색은 감색이다. 세 가지 색이 루프한다.


  그러니 실내화만으로도, 그것이 몇 학년인지 알 수 있는 거다.

  조심조심 고개를 들자, 가장 좋은 장소를 차지하고 있던 드레드, 빡빡이, 장발 불량의 면면이 등 뒤에 손을 대고 서 있었다.


  “““이오리씨. 입학 축하드립니다!!”””


  학교 안을 울릴 정도의 낮은 목소리에, 나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안경군은 안경을 벗고, 위협하는 듯한 얼굴로 선배들을 노려봤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평범군이라고 생각했던 얼굴이었는데, 좌우로 찢어진 눈과 삼백안 눈동자를 꺼내고 보니 사람을 2, 30명은 죽인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의 박력이 있었다.


  히이, 하고 거친 불량들이 한 발 물러난다.


  “꺼져. 이제 나는 너희들하곤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두 번 다시 말 걸지 마.”


  지옥에서 울리는 듯한, 등줄기가 얼어 붙을 듯한 목소리에 선배들이 새끼거미가 흩어지듯이 도망갔다.


  “――아, 저건, 그, 친척 형과 친구라서 말이야. 장난삼아서 저러는 거야. 잊어주세요.”


  진짜 그림자 캡짱이 내 옆에……아니, 그림자 캡짱은 아무래도 좋아!!

  그보다도, 이 사람이 이오리군이었다니 어떻게 하면 좋아……!!!


  ‘신님, 큰일이야! 또 저질렀어……!!’

  팔찌에 손을 대고 불러 봐도, 돌아오는 건 허망한 침묵뿐이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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