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전에 갑자기 회선이 단절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어쩌면 통신기 팔찌가 고장난 걸까.

  서, 설마 그럴 리가.

  아무리 그래도 신님이 주신 물건이다. 백엔샵에서 파는 볼펜도 아니고, 하루만에 못쓸 물건이 되다니 있을 수 없겠지!?


  아니라고 해주세요 신님!


  몸을 옆으로 하고 울상 지으며 팡팡 팔찌를 때리고 있자, 이오리 야마토군이 왜인지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저기”하고 내 어깨를 손끝으로 찔렀다.


  “진짜로……, 저 놈들하곤 아무런 관계도 아니니까,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무서워? 뭐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며 되묻고 만다.

  이오리군도 또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나를.”

  “별로 무섭지 않아.”


  그야 아까 전의 얼굴은 무서웠지만, 나를 향한 것도 아니니까.

  애초에 이오리군은 소녀만화 등장인물이다. 여자아이를 때리다니 생각하기 힘들다.

  소년만화라고 해도, 히로인에게 맞는 일은 있어도 히로인을 때리는 주인공은 없으니까.

  화나게 하지 말자는 생각은 들지만, 무섭거나 하지는 않다.


  “그런……가……. 다행입니다.”

  이오리군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고 세우고 있던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

  지금까지 계속 여자아이가 무서워했던 거겠지. 뭐 불량군이니까. 자업자득일 테니까 거기는 어쩔 수 없다.


  “괜찮아. 나, 보기엔 여자아이지만, 마음은 훌륭한 남자니까 무서워하거나 하지 않아. 너의 첫 여자사람친구가 되어주지.”

  어깨를 두드리며 그렇게 말하자, 뺨이 잡히고 늘어졌다.


  “아라라라” (아파파파)

  “왠지 빡칩니다.”

  “포력안대안대!” (폭력반대반대!)


  파닥파닥 손을 쳐서 떨어뜨린다.

  화가 났을까 하고 걱정했지만, 이오리군은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이상한 선배에게 인사 당한 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모모카씨에게도.”

  “말하지 않지만……, 어째서?”

  “저런 종류의 놈들하고 친구라고 보이기 싫은 겁니다. 저, 평범하고 진지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싶으니까.”


  헤에. 그런건가!

  “불량에서 개심한 거네. 훌륭하네.”

  “아니야! 애초부터 불량이 아니야! 눈매가 나쁘다느니 행동거지가 나쁘다느니 트집 잡지 시비 걸지, 덤벼드는 놈들 모두 반쯤 죽여놓는 사이에 불량이라느니 3대째 마피아라느니 양키라느니 야쿠자의 후계자라는 소리나 듣고……!”


  무척이나 울분이 쌓여 있었던 거겠지. 이오리군은 옥상 바닥을 주먹으로 때리면서 목소리를 짜냈다.

  “나, 평범하게 공부 좋아한다고! 중졸부터 가게를 뒤이으라고 시끄러운 부모를 필사적으로 설득해서 이 학교 진학 코스에 다니는 걸 허락받았어. 절대로 평온하게 졸업해서 대학까지 가주마……!”


  “고, 공부가, 좋아……!!?”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기 싫어서 싫으면서도 공부하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전혀 현실감이 없는 말에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퍼즐 같잖아? 수학은 그대로 게임처럼 풀 수 있으니까 재밌고, 한자도 문자의 성립까지의 역사가 풍부하니까, 숙어쯤 되면 예술이 아닌가 싶을 정도야. 영어에 있어선 이해할 수 있게 되기만 해도 여러 국가 녀석들하고 주고받을 수 있다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즐겁지만 말이야. 역사는 먼 옛날부터 쌓여 온 것들이 어떻게 굴러가고 어떻게 바뀌는지 흥미 깊고, 이상에 의해 세계가 전혀 다른 두 세력으로 분리하고 흘러가는 것도 엄청 흥미로워. 나라가 망하고 나라가 세워지는 걸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아무튼 이 학교 진학 코스는 편차치도 높고 교사진도 프로뿐이니까 수업 시작하는 것이 엄청 즐겁다고.”


  우와아아아, 알 수 없어. 내겐 그런 감성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도 특대생 대우라서 돈이 들지 않으니까 용서해준 거나 마찬가지야. 문제가 일어났다간 눈 깜짝한 사이에 퇴학당하고 맙니다. 그러니 저런 종류의 놈들하고 동류라고 보이기 싫다고입니다.”


  특대생이라니……성적우수자에게 수업료 전액면제……인.

  한 학년에 성적우수자 세 사람까지라고 입학 안내서에 써 있었다.

  세 사람에서 떨어지면 그 순간부터 수업료 면제도 박탈된다는 것도.


  “머, 머리 좋나 보네…….”

  “가난하니까, 공부밖에 할 일이 없었던 겁니다. 게임기, 아버지의 슈퍼 패미콤 밖에 없고. 고등학교에선 안경 쓰고 경어 써서, 수수하게, 평범하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정상적이고 평범한 인간으로 있고 싶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얼굴을 감추듯이 안경의 위치를 바꾸면서, 이오리군은 간원하듯이 말했다.

  “아까 전의 일. 못 본 걸로 해주세요. 나도 당신의 망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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