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겨우 하루가 끝났다…….

  5교시, 6교시는 아무 일도 없이 끝났지만, 나는 완전히 축 늘어져서 교문을 나섰다.


  이제 나 지쳤어.


  오늘도 이벤트 실패했고, 모모카씨에게 야키소바 빵을 받아버렸고, 이오리군을 일반인이라고 착각하고 내가 남자라는 것, 이 세계가 만화 세계라는 것을 말해버렸고, 그 때부터 몇 번이나 신님을 불러도 팔찌가 반응하지 않게 됐고……!!


  축 늘어져서 터벅터벅 교문을 빠져 나온다.


  “사쿠라코, 내일은 뭐 먹고 싶어? 나, 도시락 만들어 올 테니까 같이 먹자.”

  옆을 걷고 있던 모모카씨가 웃는 얼굴로 내 얼굴을 훔쳐본다.


  그렇다. 거기에 심지어, 나는 모모카씨와 함께 하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그런…….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내일은 제대로 내 몫도 가져올 테니까.”

  “사양하지 마. 팔씨름으로 사쿠라코의 오른손을 복합골절! 및 근육박리! 와 인대손상! 을 입힌 사과니까.”

  “골절도 박리도 손상도 없어! 상처 하나도 없으니까!”

  “그랬던가?”

  “그렇다고! 봐!”


  모모카씨의 눈앞에 오른손을 펼치자 모모카씨가 쿡쿡 웃었다.

  나는 입술 끝을 앙다문 이상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의미불명한 트집이나 잡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도시락까지 만들어 주려고 하다니, 모모카씨는 정말 상냥한 사람이구나…….


  “그럼, 내일 또 봐. 사쿠라코. 만일에 치한을 만나면 바로 연락하는 거야.”

  “으, 응…….”


  내는 개찰구 안에서 모모카씨에게 손을 흔들었다.


  모모카씨는 입학식 날에는 친구들 집에 묵었기에 오우사키역에서 전철을 탔을 뿐이고, 평소엔 버스로 통학하고 있다.

  그런데도 역 안까지 나를 배웅해준 것이다.

  혼자 가도 괜찮다고 했는데. 걱정이라고 하며.

  처음엔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해서 큰일이었지만, 그건 어떻게든 사양할 수 있었다.


  나, 겉보기에는 작은 여자아이라도 속은 분명한 남자인데, 여자아이가 데려다 주다니 말도 안돼.


  자택이 있는 오우사키역은 여기, 사쿠라오카역에서 네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사쿠라오카역’에서 한 정거장 앞인 ‘사쿠라노키역’에서 내렸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상업시설이 나열하고 있는 통칭 ‘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다.


  넓은 역이라서 잘못 했다간 미아가 될 정도로 복잡하고, 오우사키역하고 두 정거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거리 전망까지 크게 다르다. 마치 대도시에 온 것 같다.

  자녀동반, 학생, 회사원으로 북적거리는 틈을 빠져나와, 내가 향한 곳은 강물이 흐르는 커다란 공원으로 둘러싸인 유리로 지어진 건물, 도서관.


  지도는 받았지만 필요 없었구나, 할 정도로 눈에 띄는 근대적인 건물이다.


  들어가서 바로 보이는 책을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가 나열되어 있는 층, 거기를 빠져나오자 단번에 책 향기가 풍겨 나왔다.


  몇 개나 설치되어 있는 긴 책상 한 구석에서 책을 몇 권이나 쌓아두고 읽고 있는 이오리군을 찾았다.


  운이 나쁘게도 나와 모모카씨는 입학 처음부터 청소당번이었던 것이다.

  이오리군은 학교종이 울자마자 교실을 나와 그대로 여기로 발을 향했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기에 어깨를 두드린다.


  “아, 미안. 이 아니다. 죄송합니다.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그거, 전부 빌릴 거야?”

  “응.”


  이오리군은 짧게 대답하고 두꺼운 책을 다섯 권이나 끌어 안는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대출 자동수속을 끝내고 도서관을 나왔다.


  “그럼, 내 집으로 가죠.”


  그렇다. 오늘, 나는 이오리군의 집에 실례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내 고민 중 하나를 해결해준다는 것 같다.


  이오리군의 집은 잡화점이나 식당이 몇 개나 있는 오래되었지만 활기찬 거리에 있었다.


  “오오오오! 대단해. 맛있어 보여……!!”


  쇼윈도에 장식되어 있는 구운 생선이나 카레의 샘플에 내 공복이 반응하고 만다.

  가게 이름은 ‘야마토정’. 투명한 문으로 안을 살펴보니 가게는 성황이고, 아직 저녁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 자리가 채워져 있었다.


  “이쪽.”

  손을 흔들어 부르기에 가게 옆의 좁은 통로를 빠져나와 뒤쪽 현관에서 이오리군의 집에 실례한다.


  생선이나 고기를 굽는 냄새가 풍겨와서 더더욱 배가 고파지고 만다. 나, 이 냄새만으로 하루 세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하얀 밥조차 먹은 적이 없다……. 배가 고프다…….


  “엄마. 다녀왔어.”

  “아, 어서와. 짐 놓고 손 씻고 돌아오렴.”


  가게에서 대답을 한 거겠지. 어머니의 목소리는 멀고,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인사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90도에 가까운 급격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간다.

  야마토군의 방은 2층 끝이고, 앉은뱅이 식탁이나 책장, 서랍장과 학습책상만 있는 살풍경한 방이었다.


  짐을 놓고, 한 층 아래로 내려가 손을 씻고――――.


  “밥, 여기에 둘 테니까! 조심해서 가져가!”

  또 2층으로 돌아가려고 한 나였지만, 이오리군 손에 잡혀서 부엌에 실례했다.


  거거거거, 거기에는, 맛있어 보이는, 고고, 고, 고기 정식이 두 개……!!


  “어머머마ㅜ아어ㅇ”

  “사람 말로.”


  “어, 어째서!? 호, 혹시라도, 이거.”

  “사쿠라코씨와, 제 밥입니다.”

  “나, 돈 없다고 했잖아! 시, 실례했습니다. 밥을 쓸모없게 해서 죄송합니다.”

  “돈은 필요 없다니까. 내가 배가 고파서 저녁밥을 일찍 준비해줬을 뿐이니까. 아무튼, 너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 먹으면서 이야기 하죠.”

  “하, 하지만…….”


  “괜스리 그러지 말라고. 친구 집에서 밥 먹는 게 특이한 일도 아니잖아?”


  ――――――――!!!


  난 크게 숨을 삼키고, 저도 모르게 마루에 정좌하고 말았다.


  “하, 하얀 밥이라니 오랜만입니다! 괴, 굉장히 감사합니다……!!”

  “뭘 절하고 자빠진 겁니까! 손 씻은 것이 말짱 도루묵 아닙니까! 잠깐, 이리 와서 손 다시 씻으라고!”


  분노한 이오리에게 팔이 잡혀, 싱크대에 밀어졌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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