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다시 씻고, 쟁반에 놓인 고기 정식을 조심조심 2층으로 옮긴 뒤, 야마토군과 앉은뱅이 식탁에서 마주앉는다.


  갓 구운 뜨끈뜨끈한 고기는 부드럽고 달콤짭짤한 소스가 일품이라, 오랜만에 먹는 쌀이 굉장히 달콤하게 느껴져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역시 하얀 밥은 맛있네! 반찬으로 나온 호화로운 두부 튀김도, 두부에까지 맛이 베어 밥이 술술 넘어갑니다!


  “우와아……! 굉장하네. 야마토군 네 요리.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네.”

  “……무척이나 굶었나 보군요…….”

  “된장국도 절임도 맛있어……!”


  “그래서, 당신의 걱정을 하나 해결해 주겠다는 이야기입니다만.”

  “응. 고민 해결됐어! 맛있는 밥을 먹고 힘이 돌아왔습니다.”

  “그게 아니라. 우리 집에서 알바하지 않겠습니까?”


  알바……!?


  “나, 고등학교에선 공부에 전념하고 싶으니까 가게 일을 도울 수 없다고 했더니, 양친이 꼭지가 돌았는지 알바 데리고 오라고 하는 겁니다. 시급 800엔에 식사 제공. 빈곤한 나머지 당근만 먹었다든가 했었지? 여기서 일하면, 밥도 먹을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으니까.”


  그, 그런가! 돈이 없으면 일하면 되는 거였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저 같은 모자란 사람이라도 좋다면, 부디, 부디, 일하게 해주세요……! 전력을 다해 성심성의, 업무를 다하겠습니다……!”

  “하나하나 야단스럽네. 조금 침착하라고――뭐, 됐어. 그럼 오늘 당장 이 뒤부터 부탁합니다. 돈은 일급으로 해주도록 이야기도 끝냈으니까.”

  “이, 일급으로 내주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죠?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없으면 곤란할테고.”

  “고마워……!”


  다행이다아아아, 이걸로 밥 걱정 할 필요가 없어졌어!!


  밥을 다 먹은 야마토군이 주전자에 전기포트의 뜨끈한 물을 내리면서 생각났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


  “하츠키 모모카. 좋은 여자네요. 역시 소녀만화 주인공이라고 해야할지……. 네가 머리끄댕이가 잡혔을 때, 굉장히 능숙하게 커버했고……. 나는 무립니다. 바로 머리에 피가 올라버리고 맙니다.”


  “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좋아졌어!? 사랑해!? 내 여자가 되라고 말하러 갈 거야!? 나, 모모카씨의 휴대폰 번호 알고 있어. 전화 걸어줄 테니까 고백할 거야!?”


  대단하다. 스토리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잖아!

  좋아. 야마토군. 너는 하면 할 수 있는 아이라고 믿고 있었어!!!


  “………….”

  “어, 어라? 고백하지 않는 거야?”


  “아니, 난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모모카씨보다 네가 더 좋고. 여자 손을 때리려고 했을 때, 막아줬었지? 굉장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

  “뭘 총 맞은 새 같은 표정을 짓는 거야.”

  “아니……, 잠깐 기다려.”


  나――다시 말해, 레이센인 사쿠라코는 이 만화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게다가 이오리 야마토군도 또한, 나와 사귀고 걷어 찬 뒤에 모모카씨와 맺어지는 역할을 담당한 등장인물이다.


  그러니까, 나, 그러니까 레이센인 사쿠라코를 좋아하게 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너한테 말했었지? 내 속은 극히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이라고.”

  “아아, 그 망상.”


  “망상이 아니야! 진실이야! 그만두자. 남자끼리 좋아한다니 추우니까!”

  “문제 없어요.”

  “있잖아! 엄청 많이! 적어도 나는 싫어! 남자와 사귀다니 절대로 무리!”


  “그러니까 문제 없다니까요. 그것도 그럴 것이, 나, 속은 평범한 여자 고등학생인 걸요. 정신을 차리니 눈매 더러운 불량으로 태어났을 뿐.”

  “에……!!?”


  그, 그런, 설마……!?

  하지만, 그 신님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야!

  그것도 그럴 것이 세기말 마쵸 대행진에 여자를 성전환 해서 보냈다고 했었다.

  야마토군이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성전환 당한 뒤 보내졌을 뿐인 피해자가 아니라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그……그런, 야마토군이 여자아이였다니……!!”

  “몸은 남자와 여자고, 속도 남자와 여자니까 내가 사쿠라코를 좋아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 없죠?”


  “우으……!?? 무, 문제 없는 건가……!? 하지만, 나, 남자에게 좋다는 말을 듣는 건 조금……!”

  “나, 속은 여자인데. 남자라고 정해 버리다니 너무해요.”

  “!!!!”


  확실히 그렇다!

  아무리 겉모습이 완전히 남자라고 해서, 야마토군을 남자라고 정해 버리다니, 나는 이 무슨 심한 짓을 해버린 것인가……!


  “미안해, 야마토쨩! 네가 말한 대로야. 나도, 겉모습이 여자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 여자라고 정해 버리면 슬픈데……, 자신이 당하면 싫은 일을 타인에게 하다니, 나, 남자로서 최악이야……! 사과해서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용서해주세요.”


  “아뇨. 용서할 수 없어요. 상처 입었습니다.”

  “으……! 어떻게 사과를 해야 좋을지……!!”

  “사과입니까……, 그럼.”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내 발을, 야마토쨩이 손으로 쓰다듬었다.


  “몸을 만지게 해주세요. 옛날 제 몸의 감촉, 잊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걸로 괜찮아? 간단한 일이야! 모쪼록 사양 말고.”

  몸은 어쨌든 둘 다 여자니까. 남자인 내가 사쿠라코를 만지는 것보다, 여자인 야마토쨩이 몸을 만지는 편이 완전히 자연스러운걸.


  “우와, 피부 새하얘. 인종이 다른 것 같네요.”

  확실히……, 야마토쨩의 피부는 탄 것도 아닌데도 겹쳐서 비교해 보면 색이 다른 것을 잘 알 수 있다.

  손바닥이 커서, 내 허벅지도 한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유감이었네. 내가 야마토쨩의 몸에 들어가고, 야마토쨩이 이 몸에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허벅지를 만지는 야마토쨩의 손에 손을 겹쳐서 쓰다듬었다.


  불쌍한 야마토쨩. 원래 어떤 여자아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커다란 손을 가진 남자의 몸 안에 들어가다니.

  그것도 이것도 전부, 그 일처리 대충하는 신님 때문이다.


  야마토쨩이 얼굴을 올리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 빙긋 웃었다. 그리고 안경을 벗고서 내 가슴을 쥐었다.

  우햐햐, 뭔가 근질근질 거린다.


  “쬐끄만 하네. 되게 부드럽지만.”


  야마토쨩이 웃는다. 그, 그건 너무하잖아! 아무리 여자아이 끼리라도 섬세함이 너무 없다. 사쿠라코가 불쌍하잖아!

  그렇게 화가 났지만 이상한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입을 열 수 없다.


  작은 가슴이라고 하는데도 손가락이 파고드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조금 무섭다.

  야마토쨩이 몸으로 덮쳐 와서, 그림자가 져서 몸 크기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게 되어 심장이 꾹하고 눌리는 느낌이 든다.


  몸에 힘을 주고 있을 셈인데도 멋대로 몸이 부들부들 거려서――――.



※야마토가 여자라고 하는 건, 당연히 거짓말입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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