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짓하고 있냐. 이 바보 아들이이이!!”

  “꺅!”

  “우와아!?”


  갑자기 방 안으로 닥친 거대한 물체에 걷어 차여, 야마토군이 핀볼처럼 가볍게 책장에 충돌했다.


  “야, 야마토쨩!”

  “집 안에서 여자아이를 덮치다니 배짱 한 번 좋잖니. 야마토! 너무 허튼 짓을 했다간 길모퉁이 이토 동물병원에서 거세해 버릴 테니까 알아 두라고!! 괜찮니. 너. 미안하구나. 바보 아들이 무례한 짓을 해서……, 헌데 어머나. 이 무슨 귀여운 아가씨!”


  방 안으로 닥친 거대한 물체란, 야마토군의 어머니였다.

  야마토군의 키는 170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한층 더 크다. 일격으로 고등학생 남자를 가볍게 날려버리다니 대단한 각력이다.


  “너 이런 귀해 보이는 아이를 어디서 데려온 거야. 얼굴도 손도 쬐끄마네……, 내게 딸이 있었다면 분명 이런 아이일 게 틀림없어. 마치 햄스터 가구나. 너무 작아서, 아줌마 실수로 밟아버릴 것 같구나.”

  아주머니는 자신의 말에 아하하하, 하고 웃으면서 둥근 배를 통하고 두드렸다.


  “빌어먹을 할망구! 책장을 향해 걷어차지 말라고! 책이 상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변상해 달라고!”

  “기세가 좋잖니. 한 번 머리 부근을 꾹 눌러 줄까.”


  “저, 저기. 그, 그 쯤에서……! 저, 저를, 부디, 여기서 일하게 해주셨으면, 해서.”


  서로 노려보는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 싶어서, 나는 팔을 휙휙 저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뭐어? 너 같은 예쁜 아가씨가 우리 집에서 알바? 설마 야마토. 협박해서 데려온 건 아니겠지……!?”


  아주머니가 야마토군의 정수리를 붙잡고, 한 팔로 뿌득뿌득 들어 올린다.


  “아, 아주머님……! 아니에요! 저, 집이 가난해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라. 일하게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야마토쨩에겐 감사하고 있어서……!”


  “아아……. 그래서 일급으로 해달라는 거였구나. 너, 귀여운 얼굴인데도 고생하고 있네. 자, 앉으렴. 이것도 먹어도 되니까.”


  아주머니가 내민 예쁜 그릇을 받는다. 아, 안에는 무려, 찹쌀 경단이 들어간 과일 펀치!


  “우와아아아아.”


  그릇을 바라보며 기뻐하는 내게, 아주머님에게서 해방된 야마토군이 어지러진 제복을 고치면서 어이없단 듯이 말한다.


  “과일 펀치 정도에 얼마나 기쁜 거야. 눈 안에 하트마크가 보인다구요.”

  “장사꾼으로써 뭔가 해주는 보람이 있는 아이네. 배를 채우고 나서, 한 숨 쉬고 난 다음에 내려오렴. 이거 입고.”


  아주머님에게서 하얀 옷? 을 받고 나자, 아주머님은 바로 가게로 내려가고 말았다.

  나는 커다란 등을 배웅하고서, 말랑말랑한 찹쌀 경단을 입에 넣는다.


  우으으……! 달콤한 맛에 입안이 행복하다……!


  “남자였던 것 치고는 달콤한 것 좋아하나 보네요. 얼굴, 녹아내릴 것 같아요.”

  “맛있는 것은 달콤한 것도 매운 것도 다 좋아해! 전생에선 친구와 함께 바케츠 파르페 먹으러 가곤 했고.”

  “바케츠 파르페?”

  “4천엔 이상 하느 커다란 파르페. 남자 다섯 명이서 달려들어 도전했었어.”


  그리운 추억이다. 먹는 보람이 있어서 즐거웠지.


  “헤에. 남자친구들 많은가 보네요.”


  갑자기 목소리가 낮아져서 깜짝 놀라고 만다. 혹시, 화내고 있나?


  야마토쨩. 남자아이 몸에 들어가서 친구 만들지 못하게 된 걸까.

  ……그것도 그런가. 나도 여자친구 만들 마음이 들지 않고. 성전환의 폐해지.

  신님은 어째서 일부러 성전환을 하고 싶어하는 걸까. 괴롭힘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


  “생각해 보면, 그 아이돌군도 널 맘에 들어하는 것 같았지요. 너도 남자 세 명이서 사귀겠다고 했고. 의외로 남자 좋아한다든지 그런 겁니까?”

  “그런 거 없습니다! 나는 남자니까, 남자아이와 사귈 수 없다고 했잖아!? 신 선배나 키리오군, 소라군과 사귀어야 하는 건, 그게 만화의 스토리이기 때문일 뿐이고……. 하지만, 가능하면 나와 사귀지 않는 채로, 모모카씨와 사귀어 주는 게 이상적이지만.”


  “전 남친은 몇 명?”

  “그러니까, 없다고!”


  디저트까지 남기지 않고 받은 뒤, 식기를 부엌으로 가져가고서 나는 받은 옷에 팔을 넣었다.

  하얀 옷은 소매 앞치마였다.


  “와, 소매 앞치마라니 그립네. 초등학교 이후인가. 야마토쨩, 어울려?”

  “……제복을 완전히 가리고 있네요. 소매 앞치마만 입고 있는 것 같아.”


  확실히 빌려준 소매 앞치마가 워낙 커서, 내 허벅지 절반까지 내려왔다.

  머리를 절반 정도 올린 리본을 풀어서, 하나로 뭉쳐서 고쳐 묶는다.

  좋아. 완벽!


  “머리, 리본으로 나비 묶기 해서 묶으니 귀옆네.”

  칭찬해 준 야마토쨩을 보며 웃은 뒤, 나는 조심스레 식당 부엌으로 들어갔다.


  야마토쨩의 아버지인가? 중화 냄비를 휘두르고 있던 아주버님이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손을 멈추고 만다.


  “당신! 타고 있어.

  아주머님이 팡하고 커다란 소리를 내며 아주버님의 등을 때린다.


  “어이쿠, 그럼 안 되지. 이야, 엄마에게 듣기는 했지만, 진짜로 귀여운 아이 아니야. 아저씨 쑥쓰러워지네.”

  “멍청한 소리 하는 게 아니야. 사쿠라코양……이었지?”


  “아, 네. 레이센인 사쿠라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니깐. 우리 가게, 너무 봐서 지긋지긋한 홀아비 아저씨들만 오지 않는 가게니까.”


  “손님을 향해서 너무 봐서 지긋지긋하다는 건 좀 너무하네. 혹시, 거기 그 끝내주는 아가씨는 알바인가?”

  카운터에 앉은 아저씨가 날 향해 젓가락을 향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당황하며 인사했다.

  “어째서 너 같은 예쁜 아이가 이런 더러운 가게에서.”

  “더러운 가게라서 미안하구만. 매일처럼 들리는 입이 잘도 말해.”


  아주버님이 얼굴을 찡그리며 답한다.


  “이거 좋다. 통근하는 즐거움이 생겼구만.”

  “우리 손녀의 중학생 시절이 생각나는구먼.”

  “아가씨, 냉수 부탁해.”

  좌석에서까지 야유가 날라와서 허둥지둥하고 만다. 냉수? 라고 반응하려는 내 어깨에 아주머님이 손바닥을 올렸다.


  “냉수는 셀프라고! 물 놓은 데에서 스스로 따라 마셔! 알고 있잖아.”

  “젊은 아이가 따라줬으면 하는 거라고.”

  “끈질기네. 네 일은, 그렇지.”


  아주머님이 정중하게 내 일의 순서를 설명해줬다.


  손님이 들어왔으면 냉수를 내놓고 주문을 듣고, 아주버님에게 전하고, 요리를 손님에게 내놓고, 끝나면 식기를 챙겨서……라는 작업이 내 일이다.


  “귀여운 아이가 들어왔네. 할멈이 죽으면 나랑 재혼 안 할래?”


  몇십명째인가의 손님이, 내게 그렇게 말하며 엉덩이를 만졌다.

  우와아아, 아마도 80세 정도의 할아버지일 텐데 엉덩이를 만지다니, 에, 에로할범이다……!

  이런 사람, 실제로 있었구나……!

  태어나서 처음 보는 미지와의 조우에, 나는 잠시 동안 엉덩이를 만지게 놔두고 말았다.


  아주머님이 눈치를 채고, 찰싹하고 에로할범의 손을 쳐냈다.


  “잠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당신! 쫓겨나고 싶어?”

  “조금 정도는 괜찮잖은가. 할범의 소소한 장난이여.”

  “명백한 치한 아니야!”


  내가 원인으로 아주머님과 손님이 싸우게 되면 곤란하니까, 당황하며 사이에 끼어 든다.


  “감싸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엉덩이 만지는 것 정도는 괜찮으니까…….”


  아주머님이 엄청나게 곤란한 표정으로 날 봤다.


  “너, 그런 겉모습인데도 배짱이 좋네. 하지만 말이야. 괜찮다든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 가게에서 일한다고는 해도, 다른 집의 아가씨니까 변태 에로할범에게 내주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잖니. 다음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쟁반으로 머리를 때려버리렴. 옆으로가 아니라 아래로 내려쳐도 되니까. 자, 휘두르기 연습.”


  들은 대로 쟁반을 아래로 내려치는 연습을 한다.

  하지만, 손님상대로 폭력을 휘두를 근성은 없는데.



Posted by 추리닝백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