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메일 교환.


  ○모모카씨의 메일

  “내일 도시락, 기대하고 있어!”


  ○나의 대답

  “괜찮아 (*´∀`*) 돈 받았으니까, 자신의 몫은 스스로 챙길 수 있습니다. 만들어 와도 안 먹을 거니까! ( *`ω´)


  내 도시락 때문에 모모카씨가 일찍 일어나는 것도 미안하고.“


  ○키리오군의 메일

  “내일, 쇠고기 스테이크의 찬합 도시락을 사쿠라코의 몫까지 가져갈 테니, 같이 먹자.”


  ○나의 대답

  “괜찮아 (*´∀`*) 스스로 사 갈 거니까, 도시락은 필요 없어. 신경 써줘서 고마워.”


  다음날 아침.


  응……?

  지금, 몇씨지?

  휴대폰, 어디……?


  어라? 언제나 침대 맡에 두고 있는 휴대폰이 어째서 이불 안에 있지? 딸칵하고 열고서――.


  거기에 표시되어 있는 “다시 알림. 7시 45분.”이라는 표시에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우와아아, 지, 지각!!


  단숨에 눈을 뜨고 후다다닥 계단을 내려와 부엌에 들어가서, “아버지가 밥을 먹었구나!”하고 기뻐하거나, 쓰레기통을 향해 빌어먹을 아저씨라고 외치며 한바탕 소란을 피운 뒤,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서둘러 얼굴을 씻고 이빨을 닦고 제복을 갈아입고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집을 뛰쳐나왔다.

  뒷골목을 빠져나가는 도중, 또 나에게 잡화점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어이, 빌어먹을 꼬맹이.”

  “네네네네!?”


  달리고 있던 기세 그대로 돌아봤기에, 긴 머리카락이 펄럭 뜨고서 내 몸에 사락사락 흐른다.

  언제나 투 사이드 업으로 묶고 있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었기에 빗기만 했다.


  “어제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거창하게 싸우던 것 같잖냐. 뺨, 부풀어 올랐다고. 이거 붙여 둬.”

  아저씨가 파스를 내게 내밀었다.


  “아…….”


  그런가. 나와 아버지가 어제 했던 싸움, 밖에서도 들렸던 건가…….


  “너 말이야. 술 마시고 있는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고. 괜히 달라붙는 건 그만 둬라. 다음엔 뺨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잖냐.”

  “……밥을 먹지 않는 게 걱정돼서, 무심코.”


  “그런가.”


  작게 자른 파스를 뺨에 붙여준 아저씨에게 감사하단 말을 하고, 나는 역까지의 길을 달려갔다.

  아침밥은 걸렀다곤 해도, 어제 과일 펀치까지 받은 덕분에 빈혈은 일어나지 않았다.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준 야마토군에게 감사하면서, 전철 손잡이를 잡고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좋은 아침, 사쿠라코.”


  아, 칸자키 신 선배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왠일로 건강하네. 이거.”


  포옥, 하고 내 머리 위에 도시락 보자기가 올라왔다.


  “에?”

  “오빠가 주는 도시락. 사쿠라코가 밥을 먹을 돈도 없어서, 당근을 날로 먹으며 굶주림을 버티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니까.”


  “누, 누구에게 들은 거에요!? 전혀 달라요! 당근은 제대로 당근 글라세로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대체 누가 그런 뿌리도 근거도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과장한 소문을 퍼뜨린 거야!?


  “그럼, 맨발로 꽃을 팔러 다닌다는 소문도 거짓말인가? 강가에서 잡초 먹었다는 소문도?”

  “어째서 그런 소문이…….”


  머리 위에 올라온 도시락을 신 선배에게 돌려준다.


  “일부러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편의점에서 사왔으니까 괜찮아요.”

  “그거, 내 직접 만든 요리. 모처럼 일찍 일어나서 만들었으니까 먹어줘. 두 사람 분량이나 먹을 수 없으니까.”

  “에!? 지, 직접 만든……!? 선배, 요리 할 줄 알아요?”


  선배는 “실은 프로급이다.”라고 웃었다. 대단해…….

  나, 밥 짓는 것 정도밖에 못하는데. 한심하다.


  “제대로 모모카에게 싸다귀는 날려줬어?”

  “에에!? 싸다귀?”


  이, 이번엔 무슨 이야기야!? 어째서 내가 모모카씨에게 싸다귀를 날려야 하는 거야!?

  신 선배가 내 뺨을 가리켰다.


  “그거, 모모카에게 맞은 거지? 그 녀석, 금방 폭력 휘두르니까.”

  “아니에요아네요! 모모카씨는 관계 없어요!”


  말도 안 되는 오해다!

  신 선배는 모모카씨와 러브러브 커플이 되지 않으면 곤란한데, 말도 안 된다.


  “모모카씨가 아니면 대체 누구야?”

  “그, 그건…….”

  “말하기 힘들다는 건 역시 모모카라는 거지?”


  그러니까 아닙니다!

  좋아. 여기선 제대로 말해두자.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라고 말하는 건 조금 부끄럽지만, 모모카씨가 당치도 않은 오해를 받는 것보단 낫다.


  “아, 아버지와 싸웠을 뿐이에요. 모모카씨가 폭력을 휘두를 리가 없잖아요! 모모카씨가 천사처럼 상냥하고 따뜻하고 웃음이 예쁘고 그리고 스타일이 좋은 최고의 여자라는 건 신 선배가 가장 잘 알잖아요? 소꿉친구에 항상 가까이에 있는 것이 당연할 정도입니다만, 더할 나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쵸, 신 선배!”


  “아, 미안. 너무 길어서 후반부는 흘려들었어.”


  흘리지마아아아아!!

  으그그극하고 선배의 옆얼굴을 노려보고 만다.

  선배는 곤란하단 듯한 웃음으로 말을 이었다.


  “양호실에서 겁 줘서 미안해. 상태가 나빠 보여서 데려다줬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어. 그것만은 믿어줘. 무리하게 모모카와 붙이려고 하지 않아도, 사쿠라코를 덮치거나 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

  아뿔싸. 여러 가지 일이 너무 많아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나, 양호실에서 오열해서 모모카씨가 신 선배를 오해하게 만든 채였어!


  “아아아아아”

  “아?”


  동요한 나머지 말이 헛나오고 만다.


  “아니에요! 그건 제가 나쁜……! 정말로 정말로 죄송합니다! 저, 저 때문에 모모카씨와도 싸우게 되어서, 아아아 어떻게 하지. 모모카씨에게 설명도 하지 않았어. 저저저전화.”

  허둥지둥하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나를, 선배가 “전철 안이니까 연락은 나중에.”라면서 살며시 말렸다.


  “그렇게 큰일이 아니니 괜찮다니까. 나와 모모카가 싸우는 거야 항상 있는 일이니까.”

  “그럴 수는 없어요! 모모카씨에게 엎드려 절하기든, 백팔배든, 이배이박수일배든 뭐라도 해서 사과하겠어요!”

  “모모카는 신도 부처도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모모카씨……!”


  마침 그때,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사쿠라가오카역에서 전철이 멈춰서, 나는 저도 모르게 모모카씨를 부르면서 문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조작하며 통화를 연결한다.


  “네에, 모모카입니다아. 사쿠라코가 전화해 주다니 기쁘네.”

  “모모카씨. 아니야, 오해야! 신 선배는 나를 덮친 게 아니라, 내가 전부 나쁜 거야! 내가 싫어하는 신 선배를 억지로……!”

  “무슨 일이야 사쿠라코? 아니라니, 어디의 무슨 이야기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팬티 다 보여준다든가, 옷을 벗었을 뿐이고.”


  “어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사쿠라코, 조금 진정하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말해도 좋을 내용이 아니게 됐어요.”

  “아!”


  역 앞의 작은 광장에 모모카씨가 있다!

  휴대폰을 한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저도 모르게 계단을 뛰어내려 모모카씨에게 달려들었다.


  “모모카씨! 들어주세요. 신 선배를 덮친 건 나야!”

  “팬티가 보여. 스커트도 짧은데 뛰어내리면 안 돼.”

  “아무 것도 모르는 신 선배를 억지로 덮쳐서.”

  “곰 아저씨 팬티가 다 보였었다고.”

  “내가 선배를 덮쳐버려서, 모모카씨와 신 선배 사이를 찢고 말아서…….”

  “색기란 눈 씻고 봐도 눈꼽 만큼도 없는 팬티가 적어도 10명 이상의 남자 눈에 보였다고! 완전 다 보였다니까!”

  “정말로 미안! 신 선배는 아무 것도 나쁘”

  “사람 말을 들어어어어!!!”


  모모카씨가 양손으로 내 몸을 뿌득뿌득 안아서 조르――조르며 들어 올렸다.

  “으갸악―”

  나와나와! 속이 나와! 내장적인 속이 나오고 있어!


  “기다려, 기다려 모모카씨! 사쿠라코, 얼굴에 상처가 있어!”

  모모카씨의 어깨 위에 손바닥이 올라왔다.

  키리오군이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