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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체육복이 들어있는 백을 한 손에 들고, 침울한 채로 흔들흔들 복도를 걷고 있었다.


  모모카씨와 키리오군, 그리고 소라군만을 학생회 보좌부에 입부하게 하려고 생각했는데, 말이 부족했던 탓에 내가 보좌부 부장으로 임명되고 마는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여자 한 명, 남자 가득한 부활에 모모카씨와 역하렘군들의 급접근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래서야 내가 해충이야…….


  아니, 잠깐만 기다려.

  이건 새로운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내 일을 하나하나 전부 모모카씨에게 떠넘겨서, “이 정도 서류도 할 수 없는 거야? 이 계집이!” 같은 느낌으로 매도하면 분명 다들, 날 벌레 보듯이 싫어해져서 모모카씨를 구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다! 나 대단해! 진짜 나쁜 년이다!


  다음 시간은 체육.

  나는 탈의실로 향하고 있다.

  체육은 원래부터 가장 좋아했던 수업이었고, 침울한 기분을 바로 잡고 내 앞을 걷고 있는 교복들을 따라가자, 돌연히 목덜미를 잡혔다.


  “사쿠라코 어디 가는 거야? 여자 탈의실은 이쪽이야.”

  “에.”


  무의식적으로 남자들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어떻게 하지?

  여, 여자 탈의실에 들어가다니 그런!

  아니, 하지만 난 레이센인 사쿠라코다. 겉으로 보기엔 완전무결한 여자다. 남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다니 할 수 없다. 당연히, 갈아입을 장소는 여자 탈의실이겠지.


  흐갸아아아악, 죄, 죄악감이……!!


  뭔가 여장하고 훔쳐보러 몰래 들어가려 하는 범죄자의 기분이 되고 만다.

  모모카씨도 다른 여자들도 날 여자아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더욱 경우가 좋지 않다.


  하지만 이 학교는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것도 교실에서 갈아입는 것도 교칙으로 금지되어 있고…….

  아니, 하지만,


  “빨리 하지 않으면 늦을 거야.”


  문 앞에서 중얼중얼 생각에 빠져 있자, 모모카씨에게 팔을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도 없이 여자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우와아아, 치한이다! 나, 치한! 경찰 아저씨, 훔쳐보는 사람이 여기에!


  저도 모르게 자기 자신을 싱고하고 싶어졌지만, 고등학생 1학년에 체포되고 싶진 않기에 탈의 광경을 보지 않으려고 아래를 내려다 보며 안으로 들어간다.


  비어있는 사물함을 두 개 발견하고, 나와 모모카씨는 서로 나란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사쿠라코, 왜 그래? 귀가 빨간데?”

  내버려 두세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숙인 채로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낸다.


  “혹시 부끄러운 거야? 보이고 싶지 않은 거라도 숨기고 있다든가아?”

  “흥야!”

  둥, 하고 뒤에서 뭔가가 부딪쳐서, 저도 모르게 몸을 작게 말고 비명을 지르고 만다.

  코에 걸린단 말이지. 이 목소리는.


  “쿠몬씨. 사쿠라코를 괴롭히면 안 된다고 말했잖아요?”

  모모카씨가 내 등을 덮친 몸을 떨어뜨려 준다.

  내게 부딪친 건 야마토군에게서 안경을 벗긴 여자, 쿠몬씨였다.

  “괴롭히는 거 아냐. 이렇게 몰래몰래 하는 걸 보면 오히려 신경 쓰이는걸.”


  그, 그, 런가. 분명 이래서야 내가 치한이라고 자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황하며 몸을 일으키니, 어중간하게 단추를 푼 모모카씨의 가슴이! 가슴 계곡이 눈앞에! 들어오고 말았다.

  계, 계곡! 대단하다고, 모모카씨! 역시 몸매 좋다! 대단한 박력이다!


  계곡을 보는 건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시선이 향하고 만다.


  그러고 나서 문뜩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고, 자신의 가슴 주변을 양손으로 만져본다.





  평평평평평평.


  흠.

  쇄골 → 배 → 쇄골로 기세 좋게 왕복하고 있는데, 아무런 장해물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몸이라면 야마토에게 가슴 작다고 들어도 당연하겠지――라고 납득하고 있자, 푸훗, 하는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쿠몬씨와 모모카씨였다.

  모모카씨는 뒤를 돌아보고 어깨를 떨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지만, 쿠몬씨는 폭소하며 내 어깨를 때렸다.


  “사쿠라코, 괜찮아! 괜찮아! 분명 금방 커질 거라고!”

  “으, 응.”


  옷이나 빨리 갈아 입자.

  난 가디건과 블라우스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역시나 아직 조금 춥다. 어째서 탈의실에는 난방이 없는 걸까. 창작 세계니까 온냉방 완비 정도 해줘도 좋을 텐데――.


  “우햐.”


  캐미솔만 입은 상태가 된 내 어깨에 차가운 손바닥이 닿았다. 또 쿠몬씨였다.


  “사쿠라코, 브라 안 했어? 빈유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지 않아?”

  “빈유인데 필요해?”

  서랍장 안에 브라는 없었으니까, 작은 사람은 입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빈유라도 필요한 게 당연하잖아!”

  “빈유라고 해서 브라 없이라니 안돼!”

  “치한이라도 만나면 어쩌려는 거야!? 빈유라도 맨가슴을 누가 만지는 건 엄청 싫다고! 적어도 돈 지불하라고 쓰레기 놈들!”


  내가 붙임머리 운운하며 얽혔던, 히가시하라씨, 키타하라씨, 난바라씨가 입을 모아 말하는 터에 빈유가 게슈탈트 붕괴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가난한 거야, 내 가슴은.


  “사쿠라코는 꽤 대담하네. 아까 전까지 새빨개져 있길래, 부끄럼쟁이라고 생각했는데. 블라우스 벗어버리고.”

  에?


  키타하라씨의 말에 눈치챘지만, 주변에서 속옷 차림인 여자는 없었다.

  캐미솔만 입은 건 나뿐이다.


  다른 여자들은 모두, 중간까지 블라우스를 벗고, 머리에서 입은 체육복에 재주 좋게 팔을 넣어 속옷차림을 보이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아차! 남자 시절엔 상반신 다 벗고 갈아입었으니까 무심코 그대로의 감각으로 갈아입고 말았다.

  여자들은 자신의 몸을 보이는 걸 부끄러워 한다는 걸 잊고 있었어.

  다른 여자들의 나신을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에 의식이 전부 향하고 있었다.


  아직 입학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고, 주변에는 모르는 아이들뿐이니까, 맨몸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는 의식도 있겠지만, 추우니까 바로 갈아입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서둘러 나도 체육복을 입는다.


  “나, 싸고 귀여운 속옷집 알고 있어. 함께 갈까? 스포츠 브라도 캐미솔 브라도 귀여운 거 잔뜩 있으니까 보기만 해도 즐겁고. 내 취향의 브라 착용해 준다면 선물해 줄게.”


  모모카씨가 놀리는 것처럼 케헤케헤하고 웃는다.


  나, 빈곤하니까 속옷 살 돈 따위 없다.

  모모카씨는 내게 속옷을 선물해주기 위해서, 내가 사양하지 않도록 성희롱 아저씨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걸 알기에 슬퍼진다.


  난 모모카씨를 괴롭히지 않으면 안 되는데――――.


  역시, 안 된다!


  이 이상 모모카씨와 친해지면 안 된다!

  나는 이 세계에서 제대로 악역으로서,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사고로 죽은 나의 친부모님은 어디 기댈 데도 없는 고아였다.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양친의 무덤을 관리해줄 사람이 없다.

  그야 두 사람은 보험금을 남겨줬고, 무슨 일이 있었을 때에 변호사님이 모든 관리를 해주기로 이야기가 끝났기에, 나 혼자 남았어도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있다면, 전 재산을 절에 기부하여 무덤 관리를 부탁하도록 내가 변호사님에게 부탁도 했다.

  그래도 역시, 돌아가고 싶어!


  바퀴벌레로 환생하는 것도 절대로 싫고!!!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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