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어, 어떻게 된 거야. 사쿠라코!? 뺨의 그 상처! 미안, 아프지 않았어?”

  뺨은 완전 멀쩡합니다. 주로 내장적인 부분이 괴로웠습니다.

  “멀쩡해. 그렇게 아프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폭력은 위험해. 한 번 시작되면 멈추기도 힘들고 더 심해지니까. 누구에게 맞았어?”


  차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이번엔 소라군이다.

  소라군은 소녀 같은 귀여운 얼굴에 분노와, 어딘가 괴로워 보이는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모모카씨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 두 사람도 함께 있었나.


  “……신경써 줘서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해결할 수 있다면, 맞기 전에 해결할 수 있었을 터. 사쿠라에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할 자격, 없어.”


  그, 그런 말을 들으면, 반론할 여지도 없습니다만.


  신 선배에게는 말한 일이긴 하지만, 아버지에게 맞았다고 말하는 건 역시 부끄럽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만다.

  거기, 저기.

  걱정하는 모모카씨와 키리오군, 질문해 오는 소라군.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침묵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자, 뒤에서 “사쿠라코씨”라고 이름으로 불렸다.


  이번에는 야마토군이었다.

  내가 뒤를 돌아보자 동시에 부드러웠던 야마토군의 표정이 굳었다. 시선은 물론 내 뺨의 상처로 향하고 있다.


  예상치 못하게, “피치 매직”의 주요 등장인물이 전원 집합했다!

  하필이면, 내가 상처를 입은 이런 날에.

  “시, 신님 도와줘―!!”

  나는 당황하며 팔찌에 손을 대고 신님을 불러보지만, 신님에게서의 대답은 없었다.


  “얼굴, 누구에게 맞은 겁니까?”

  야마토군이 신 선배, 소라군, 키리오군을 돌아가면서 가리켰다.

  우와아아아! 최악의 착각을 하고 있어!!


  “아무도 때리지 않았어! 다들 상냥하고 좋은 사람들이야!”


  내 목소리 따위 들리지도 않는 듯이, 야마토군은 안경을 벗고 바지 뒷주머니에 넣는다.

  완전히 싸움질 할 태세다!


  “누구, 너.”

  응전할 생각 만만하단 모습으로 소라군이 한 발 나섰다.


  자, 잠깐 기다려.

  너희들은 모모카씨의 연인이 될 사람들이라고.

  싸움 같은 거 해선 안 돼!

  모모카씨를 사이좋게 나눠 가질 사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모모카씨를 나눠 가지다니 무섭다. 모모카씨를 분해해서 각자 가져가는 스플래터 광경을 상상하고 말았다.)


  “아, 아니라니까! 이 상처는――――”


  어떻게 말을 꾸며야 할지 멈칫하고 있는 내 머리에, 삐리릿하고 신의 계시가 내려왔다.

  만화에서도 몇 번이나 봤잖아! 이런 장면에 가장 적절한 설득방법!


  “그래! 넘어졌어! 계단에서 얼굴부터 꽈당하고! 아야야, 아팠지 참!”


  “……” “……” “……”


  침묵이 가득 찼다.

  그런데다가,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소라군과 야마토군이 노려보는 바람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한 발 물러서고 만다.

  너무 어설퍼서 아무도 설득하지 못한 내 변명을 거들어 준 것은 신 선배였다.


  “사쿠라코가 왜 상처를 입었는지는 내가 들었어. 대응도 할 테니까 오빠에게 맡겨 두라고. 너희들도, 타인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말 하나나 둘 정도는 있겠지? 억지로 들으려고 하지 말라고.”


  날 노려보고 있던 소라군과 야마토군이 놀란 표정으로 신 선배를 본다.


  “……저 녀석에게는 말했는데도, 나에게는 말할 수 없다는 겁니까?”

  “사쿠라.”


  야마토군과 소라군이 추궁하지만, 나는 단지, 미안, 하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소라군은 쇼크 입은 표정으로――.


  “사쿠라는 바보!”

  그렇게 외치고 달려가고 말았다.

  “넌 초딩이냐! 바보라고 하는 쪽이 바보라고. 소라!”

  “시끄러 돼지!”

  소라군의 등을 향해 모모카씨가 외치자, 소라군은 뒤돌아 모모카씨를 욕했다.


  “죽고 싶은가 보네. 저 빌어먹을 꼬맹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모모카씨는 뿌드득하고 관절을 울렸지만, 도망치는 소라군을 쫓는 일 없이 날 뒤돌아 봤다.


  “사쿠라코, 나에게도 말할 수 없어?”

  모모카씨의 표정이 너무 슬퍼보인 나머지, 말이 막히고 만다.

  “그만 해. 모모카. 사쿠라코는 내게도 스스로 말한 게 아니야. 유도심문으로 들은 거라고.”


  에!?

  그, 그런가. 모모카씨에게 맞은 거지, 라고 한 그거, 유도심문이었던 건가.

  모모카씨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우으. 신 선배에게 당했다.


  “……그래. 알았어. 말하고 싶지 않다면 묻지 않겠지만, 우리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아줘. 사쿠라코가 아프면 나도 슬퍼. 말해도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되면, 반드시 말해.”

  “으…….”

  “대답할 땐 응♪이겠지?”

  “……응. 미안.”


  학교로 걸어가기 시작한 내 곁에는 모모카씨, 반대편에는 키리오군이 섰다.

  키리오군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어차피 또, 누군가를 위해서 상처입은 거겠지? 그런 작은 몸으로 매일 그런 상처를 만들면, 걱정 때문에 잠도 잘 수 없다고.”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야.”

  단순한 부자 싸움인걸.


  날 좋은 아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키리오군에게 뭐라고 대답할깨 착각하고 있자, 뒤에서 따라오는 야마토군과 신 선배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딱 좋다. 오빠가 말이야. 너와 이야기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지. 이오리 야마토군. 나, 옛날, 아주 약간이지만 밤놀이 했던 때가 있어서 말이야. 네 소문도 들었다는 거지 이게. 무기 가진 남자 10명 상대라도 맨손으로 이겼다며? 대단하네. 오빠 존경할 것 같아. 그래서 붙은 별명도 알고 있어. 분명, 대량파괴병기의 야마토군이었나?”

  “뭐어!?”

  야마토군이 기성을 올리다가 목에 소리가 막혀 엄청난 기세로 기침한다.


  “너 이자식, 그거 착각입니다. 나, 평범한 일반인이고, 싸움 따위 조금도 했던 적 없고. 그런 부끄러운 별명이 붙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혹시 붙인 녀석이 있다면 진짜로 반쯤 죽여버릴 거고.”

  야마토군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분노 때문인지 동요 때문인지, 목소리가 완전히 떨리고 있다. 거기다가, 말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흉흉한 것들이라 자기 스스로 파괴병기라고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응응. 실제로, 그렇게 말한 녀석은 두들겨 맞아서 병원행이었다고 들었어. 너, 오늘부터 학생회 부회장이야. 오빠의 보좌 부탁해.”

  “뭐어!? 뭐야 그거!”

  “학생회 임원은 전교생 튜표로 결정되지만, 학생회 부회장과 학생회 보좌부라는 건 학생회 회장이 정할 수 있다고. 대량파괴병기군이 입학한다고 들었을 때부터 모쪼록 부탁하자고 생각했다는 거지―”

  “그 별명 지껄이지 말라고입니다. 그보다 나, 집 가난해서 성적 떨어지면 학비 나오지 않게 되니까, 괜한 일 할 여유 없고.”

  “괜찮다니까. 학생회 부원은 학비면제되니까 말이야. 덧붙여, 중요서류만 놓여 있는 제2도서실 출입도 자유롭게 할 수 있거나 말거나.”

  “에.”

  “고서에 흥미 없습니까아?”

  “……………………”


  야마토군은 긴 침묵을 가지고서,


  “뭐, 1년 정도라면 어울려 줘도 괜찮습니다.”


  라고 꺾였다.


  학생회 보좌부라는 건 뭘까!!?

  학생회 보좌를 하는 부활 같은 것일까??

  거, 거기에 모모카씨와 키리오군, 그리고 소라군도 입부하면, 나머진 자동적으로 모모카씨의 역하렘이 결성되는 건 아닐까!?

  모모카씨, 미인이고 스타일도 좋고, 같이 부활에서 힘내다 보면 끌릴 수밖에 없겠지! 분명!


  이 전개라면, 내가 괜한 짓을 하지 않아도 다들 모모카씨를 좋아해줄 것이 틀림없어!


  마치 새카만 구름 아래, 한줄기 빛이 비춘 듯한 기분이다.

  분명 이것이 최초이자 최후의 찬스다!


  “신 선배!”

  “응?”


  “학생회 보좌부에, 모모카씨와 소라군, 그리고 키리오군을 입부하게 해주세요!”


  내 돌직구 요청에 모모카씨와 키리오군이 “에.”하고 놀랐다.


  “그거 좋네.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하고 싶을 정도야.”


  해냈다아아!

  학생회가 나오는 만화는 인기가 있으니까, 이 전개로 가면 연재 중단이 아니라 완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전2권 정도로!

  이 세계(만화)의 신님(작가)도 이걸로 만족할 것이 틀림없어!

  “피치 매직”(완)이네. 분명!


  “응. 그럼, 입후보해준 사쿠라코가 부장이고, 모모카가 부부장, 키리오군과 소라가 보좌야.”


  신 선배가 “이야, 다행이야.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아서 말이야.”라고 웃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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