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으로 나가자, 남자든 여자든 거의 모든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체육 수업은 1반과 2반 합동으로, 남녀별로 행해진다.


  아직 모두 모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운동장에 있는 학생은 모두 합쳐 60명 정도는 있는 걸까.

  키리오군도 야마토군도, 아, 소라군도 있다! 그런가. 소라군은 1반이었구나.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노골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하츠키 모모카씨!”


  그런 많은 학생들이 있는 와중, 난 모모카씨에게 딱하고 손가락을 세워 풀네임으로 외쳤다.

  오늘은 1회째 체육 수업. 종목은 체력 테스트다.


  “오늘 체력 테스트, 모모카씨에게 이기면, 꺅하는 소리가 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각오해주세요!”


  내 생전 체력 테스트 결과는


  (중학교 3학년 때)

  [50미터 달리기] 7.5초

  [악력] 45kg

  [공 던지기] 25m

  [제자리 멀리 뛰기] 200cm

  [장거리 달리기(1,500m)] 380초


  당연하지만 여자에게 질만한 수치가 아니다!

  이번에야말로 모모카씨에게 이겨서, “어머,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군요.”라고 웃어주는 거다!


  “꺅.”


  모모카씨는 주먹을 입가에 대고 귀여운 포즈로 웃으며 말했다.


  아니, 저기…….


  “제가 이기면 말해주세요.”

  “응. 알았어. 그럼 내가 이기면 검지와 엄지로 하트마크를 만들어서 ‘가슴 큥 빔’이라고 말해줘!”


  뭐뭐뭐, 뭐야 그거!!

  부, 부끄러운 것도 정도가 있지!

  아니, 괜찮다. 당연히 내가 이길 테니까! 절대로 질까보냐!


  ――――변명 정돈 들어주세요. 전 힘냈습니다.

  전력으로 달려서, 전력으로 뛰고, 전력으로 힘을 내고, 끝났을 때엔 지면에 양손과 무릎을 대고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힘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냐 하면.

  [50미터 달리기] 11.5초

  [악력] 16kg

  [공 던지기] 8m

  [제자리 멀리뛰기] 142cm

  [장거리 달리기(1,000m)] 360초


  그리고 모모카씨의 결과를 말하자면.

  [50미터 달리기] 6.7초

  [악력] 53kg

  [공 던지기] 28m

  [제자리 멀리뛰기] 310cm

  [장거리 달리기] 285초


  참패다.


  게다가 이 모모카씨의 수치, 설령 내가 생전의 몸이었다 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기록이 아닌데. 어떻게 된 일일까?

  소녀 만화 히로인이란 원래 이렇게 신체능력이 높은 걸까?

  소녀가 동경하는 여자란 이런 겁니까?

  연약하고 귀여운 소녀 (+덜렁이 속성이거나, +울보 속성)이 동경의 대상이 아닌 겁니까!?


  남자의 기록조차 뛰어넘는 여자라니, 여자라니이이이이!!


  “사-쿠-라-코♪ 약속, 잊지 않았지?”

  크으으으윽!


  모모카씨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얼굴을 엿보고 있다.

  난 단념하고 몸을 일으킨다. 해주면 되잖아.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없기다!


  모래 위에 정좌하고, 양 손으로 검지와 엄지로 하트마크를 만들어,

  “가, 가, 가, 가슴 큐웅 비임…….”


  “목소리가 작으니까 다시 한 번. 하트마크는 잘 보이게 좀 더 높게 올리고♪”


  너무해. 너무해!

  난 꺅하고 말하는 것만이 조건이었는데, 이래서야 괴롭히는 건 모모카씨다아아.


  뭔가, 나, “사람을 저주하려면 무덤 두 개”라는 격언을 몸으로 보이고 있지 않아!?

  눈물로 몸이 떨리는 것을 참으면서, 난 목소리를 끌어 올렸다.


  “가슘 큥 비임!!”


  “씹었다.” (폭소)

  “씹었네.” (폭소)

  “푸핫.” (누군가가 뿜었다)

  “귀여워!” (폭소)


  모모카씨는 실로 즐겁다는 듯이 폭소를 참고 있고, 언제부턴가 생긴 관객들에게서 폭소와 딴지가 날아온다.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서, 몸을 떨면서 고개를 숙여 긴 분홍색 머리카락에 숨어있자,


  “가슘 큥 비임!!”


  내 목소리가 재생되어 튕기듯이 몸을 일으킨다.

  소라군이 내게 스마트폰의 화면을 향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 흘러나오는 건 아까 전의 내 모습으로――.


  씨익하고 웃으며 소라군이 도망쳤다.


  “지지지지워주세요! 소라군!!”

  당황하며 뒤를 쫓아가며 외친다. 하지만, 도망치는 소라군과의 차이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더욱 멀어질 뿐이다.


  “소라―, 그 동영상, 나중에 내게도 보내줘―”


  모모카씨가 웃으면서 소라군에게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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