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는 여자아이인데 어째서 이렇게 싸움을 좋아하는 걸까.


  성전환을 한 반동인 걸까.

  생각해 보면, 나도 평범한 여자아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잔뜩 하니까 사돈 남 말 할 처지는 아닌가. 신님과 연락을 취할 수 있다면 한 번 제대로 항의해 보자.


  아무튼 지금은 야마토가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휴우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도시락을 상대한다.

  햄버그 맛있어! 정말, 신 선배는 요리 잘 하시네.


  나는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마지막까지 남기는 파벌”에 속해있다.


  이번에 마지막까지 남기는 것은 굉장히 맛있었던 뼈 있는 튀김이다.

  그 맛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지면서 밥을 먹고 있으니――――돌연 튀김이 들어올려졌다.


  “앗!?”


  소라군이다.

  모모카씨는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소라군은 어째선지 단 빵을 먹고 있다.

  그런 소라군이, 내 튀김을 훔쳐 먹으려 한다.


  “튀김……!!”

  멈추지만 이미 늦었다. 눈 깜짝한 사이에 먹히고 만다.

  나는 순간적으로, 소라군이 손에 쥔 팥빵을 한줌 찢어 입에 넣었다.


  “훔쳐 먹지, 마.”

  “먼저 훔쳐 먹은 건 소라군이잖아.”


  “어이, 거기도. 초등학생 같은 싸움 하지 마.”

  신 선배가 나와 소라군의 시야를 막는 듯이 손을 흔든다.


  “두 사람 모두, 반찬 나눠줄 테니까 먹는 거 가지고 싸우면 안 돼.”

  모모카씨가 내게 도시락을 내밀었다. 그렇게나 많았던 반찬이 벌써 반쯤 사라졌다. 이 짧은 시간에 이만큼이나 먹은 건가. 대식가라고 한 건 날 신경 써서 한 말이 아니었구나.


  난 감사하게 슈마이를 받았다.

  “응……, 모모카씨. 굉장히 맛있어……!”

  “그래? 다행이야. 하나 더 먹어도 돼.”


  껍질도 속도 부드러운 데다가 육즙이 가득……! 모모카씨의 말에 감사히 두 개째에 젓가락을 향하자,


  “사쿠라, 싫어.”


  소라군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싫어.

  싫어.

  싫어――――!!?


  “어이, 너. 말이 심하잖아입니다.”

  “니노마에군. 말이 심해.”

  아연히 젓가락을 멈추고 만 나를 보고, 야마토군과 키리오군이 말하지만, 아니야. 쇼크를 받은 게 아니야!


  “얼마나 싫어!?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을 정도야? 역시 그렇겠지! 괜찮아. 이제부터 나, 소라군에게 말도 걸지 않을 테니까! 소라군도 날 무시해도 돼. 내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은 거지? 모모카씨. 자리 바꾸자!”


  나는 저도 모르게 엉거주춤해진 손을 붙잡고, 곁에 앉아 있던 모모카씨와 위치를 바꾼다.

  좋았어, 소라군! 이거, 아마도 내가 있는 대로 차였다는 거겠지? 싫어졌다는 거니까 같은 이야기겠지!?


  좋았어. 일단 한 사람. 여기부터 모모카씨와 소라군의 연애담 시작이다!


  “――――――”


  소라군이 긴 속눈썹의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 날 봤다.

  ……어째서 소라군이 쇼크 입은 표정을 짓는 걸까? 싫다고 한 건 소라군인데.


  “꼴 좋다.”

  야마토군이 켁, 하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소라군은 반론하지 못하고 잠자코 눈을 반쯤 감았다.


  “………….”

  “아, 이런, 진짜 기죽었네. 나도 말이 심했다. 미안해. 니노마에.”


  야마토군. 안심해도 돼. 소라군이 날 싫어하는 건 스토리대로의 흐름이니까.

  지금은 쇼크를 입은 것 같지만, 바로 “레이센인 사쿠라코”가 미워서 미워서 참을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소라가 나쁜 건 당연하지만. 사쿠라코도 조금 심하다고. 사쿠라코 같은 아이에게 ‘말도 걸지 않겠다’라고 들었다간, 이 오빠도 슬퍼서 울고 말 거야.”

  “에!? 신 선배도 날 싫어하게 됐나요!?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을 정”

  ““아니, 그건 이제 됐으니까.””

  키리오군까지 질렸다는 듯이 딴지를 걸고 말았다.


  식사 끝나고, 학생회 활동과 학생회 보좌부 활동내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내용은 많지만 요점이 정리되어 있어서 알기 쉬웠던 터에 짧은 시간에 끝났다.


  업무 연락 같은 이야기가 끝나고, 신 선배는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다른 멤버를 먼저 교실에 돌려보냈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나서, 신 선배는 “그럼,” 하고 말을 꺼낸다.


  “사쿠라코. 오늘 아침 학교에 신고가 있었어. 부모에게서 식비도 받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 아버지에게 식사를 권하다가 체벌을 받은 학생이 있다고. 이거, 사쿠라코 이야기지?”


  “우에!?”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앉아 있던 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등이 바로 서며 조금 뛰어 오르고 말았다.


  “교사회의 의제로 올라 와 문제가 되어, 내게도 정보가 돌아온 거야.”


  누, 누가 그런 신고를――이라고 생각하는 내 머리에, 걱정하는 표정을 지은 잡화점 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 아저씨일지도.

  괜한 짓을 하셨다. ……라고 생각하는 건 내 아집이겠지.


  나라도 맞은 것이 모모카씨나 키리오군이었다면 역시 걱정하게 될 테니까.


  “………….”


  “오빠, 사쿠라코의 아버님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말이야. 오늘 집 방문해도 좋을까?”


  “하, 하지만.”


  “오빠가 방문하는 게 싫다면, 사쿠라코의 담임 선생님이 가정방문하게 될 텐데. 그래도 좋아?”


  ‘신님 신님―! 뭔가 더 이상 영문 모를 일이 되어 버렸어요!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호출해 보지만 역시 대답이 없다. 이 몹쓸 신님! 몹쓸 팔찌!


  담임 선생님인가, 신 선배인가…….


  “이야기는 잘 들었어!”


  돌연 파앙! 하고 문이 열리며 모모카씨가 나타났다. 뒤에는 야마토군, 키리오군, 소라군도 있다.


  “모모카……. 훔쳐 들은 건가. 발소리 위장까지 해서.”

  “훔쳐 들은 게 아니야. 앉아 있으니 들렸는걸!”

  “오빠는 때때로 너가 진심으로 짜증날 때가 있어.”

  “나도 마찬가지야. 이런 밀실에 여자아이와 두 사람만 있으려고 하는 쪽이 이상한 거지. 네겐 양호실에서 있었던 전과도 있으니까, 상황을 보기 위해서 돌아오는 게 당연하잖아?”


  “그, 그러니까 그건 오해!” 설명하려 하는 내 입을 모모카씨가 막았다.


  “어느 쪽으로 할 거야. 사쿠라코. 신으로 할 거야? 아니면 선생님으로? 어느 쪽으로 하든, 나도 방문할 거지만 말이야.”

  “에? 어째서? 여자아이가 오다니 위험해! 아버지 술병으로 공격하거나 하니까.”

  “……그런 위험한 아버지와 함께 사쿠라코는 살고 있는 거야?”

  “나는……가족이니까.”


  게다가 속에 든 건 남자고. 원래부터 죽은 사람인걸.


  “폭력 휘두르려고 하면 막을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알코올 중독 아저씨. 우리 식당에도 오니까 취급에 익숙하고.”

  “응. 나도 멈출거야. ……사쿠라코. 상처 입은 이유. 제대로 말해줬으면 했어. 가족이니까 라는 건 가장 위험한 패턴이잖아.”


  우으.


  곤란하다. 아버지, 오늘 집에 없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신님에게 빌어 보지만, 신님이란 게 저거였단 말이지. 진짜 곤란하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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