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나는 교실 뒤에 붙어 있는 거울을 들어다 보고, 투 사이드 업 머리모양을 확인했다.


  언제나 마찬가지, 레이센인 사쿠라코의 전투 스타일이다.

  이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만화 캐릭터는 강한 여자아이가 많으니까, 나도 뭔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다음이야말로 모모카씨에게 지지 않겠어!


  가슴 큥 빔의 동영상이 괜시리 반에 확산하고 있다는 건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쓰이지 않는다. 쓰이지 않는다면 쓰이지 않는다는 거다 신경 쓰면 지는 거다. 나.

  우우……, 하지만 역시 우울해지고 만다.


  그 뒤, 탈의실에서 스커트라는 걸 잊고 남자 시절처럼 체육복 바지를 벗고 말아, 쿠몬씨가 폭소하고 말았다.


  “아하하하하, 뭐야 그 팬티……! 곰돌이 모양, 진짜 쩔어, 배, 배가 아파,” 라며 사물함을 팡팡 때리면서.

  곰돌이 팬티가 뭐가 나쁘다는 거야! 귀엽잖아! 곰돌이 얼굴이 한 가운데에 커다랗게 그려진 팬티지만, 그렇게 이상한가? 나로선 잘 모르겠어. 정말.


  모모카씨까지 “사쿠라코는 여러 가지 의미로 초등학생 2학년이지……. 팬티도 그렇지만 멘탈이라든가 행동이라든가.” 라며 질렸단 투로 말했다.

  확실히 스커트가 있는데 팬티 차림이 된 나에게도 잘못은 있지만, 저학년은 너무하다고 항의하고 싶다.


  단숨에 주변 여자들도 주목하고 말았고.

  서둘러 입고 있던 블라우스를 당겨 감췄으니까, 다른 여자들에겐 팬티가 보이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하아…….”


  도시락을 가지고 교실을 나온다.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향하는 곳은 학생회실이다.

  보좌부 설명을 한다든가 만다든가로, 신 선배에게 불린 것이다.

  “사쿠라코, 그 도시락, 혹시 신의 도시락?”

  옆에 걷고 있던 모모카씨가 고개를 갸웃한다.


  “으, 응. 내가 빈곤하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전철에서 받아서…….”

  “제길, 신 그 녀석……. 내가 만든다고 말해뒀는데. 나도 사쿠라코 것까지 만들어왔는데…….”

  모모카씨가 양손으로 들고 있던 도시락……이 아니네. 찬합을 고쳐 잡으며 신음했다.


  “신, 나보다도 요리 잘한단 말이지. 이것도 사쿠라코가 먹어줬으면 하지만, 같이 먹으면 차이가 보이고 마니까……, 오늘은 혼자서 먹을게.”

  호, 혼자서!? 찬합에 들어간 그 양을!?


  “그런, 나도 먹게 해주면 기쁘겠는데. 여자아이가 만든 요리 먹어 본 적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나 대식가니까 이 정도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


  “나도 도시락 사오고 말았어.”

  뒤따라온 키리오군이, 보자기에 싸인 비싸 보이는 도시락을 내 도시락 위에 얹었다.

  어디에서 사온 건지, 도시락은 아직 따뜻하다.


  “………….”

  무척이나 호화로운, 고급스러워 보이는 도시락.


  “키리오군, 이거, 받아도 될까? 지금 먹는 게 아니라……, 집에 가져가고 싶은데.”

  “응. 그러도록 해. 사쿠라코를 위해서 준비한 거니까. 좋을 대로 해도 돼.”


  내 수제 요리도, 야마토군의 가게에서 나온 요리도 먹지 않은 아버지.

  이 비싸 보이는 도시락이라면 먹어줄지도 모른다.


  신 선배가 지정한 교실은, 평범한 교실과 전혀 달랐다.

  문 옆에는 문이 2개 달린 작은 냉장고가 놓여 있고, 냉장고 위에는 오븐렌지가 올라가 있다.

  식기창에는 다기나 식기가 있고, 거기에 무려 다다미에 테이블까지 있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되어 있었다.


  “오, 왔나. 앉도록 해.”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신 선배가 손짓했다.

  단차 앞에서 구두를 벗고 위에 올라간다.


  “할 이야기는 있지만, 밥 먹고 난 다음에 하도록 하지. 찻주전자와 찻잎도 있으니까 좋을대로 써도 돼.”


  “실례합니다.”

  문이 열리고, 야마토군과 소라군도 들어온다. 다 모인 참에 우리들은 도시락을 열었다.


  “우와아.”

  누, 눈부셔……. 다양하고 때깔 좋은 내용물에 깜짝 놀라고 만다.

  햄버그에 작은 반숙 달걀이 놓여있고, 오이는 꽃 모양? 이라고 해도 좋을까. 아름답게 계단 모양으로 잘려 있어서, 뼈 있는 튀김이 늘어서 있다.

  야채와 고기가 밸런스 좋게 들어있는 도시락이다.


  “대단해, 맛있어 보여……, 신 선배. 감사합니다잘먹겠습니다!”

  “입에 맞지 않으면 무리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말이야.”

  “맛있어……!”

  “사쿠라코는 가끔 사람 말을 듣지 않지.”


  가장 먼저 튀김을 집어 들고 육즙과 소스에 감동하고 만다.


  “크윽……. 신은 진짜, 요리 센스 좋단 말이지. 이것만은 솔직하게 패배를 인정하겠어.”


  모모카씨가 보자기를 풀고 찬합을 나열한다.


  치킨 튀김, 교자, 슈마이, 강낭콩과 당근의 고기말이, 미트볼.

  고기뿐이다!


  “오, 우리 집 할망구도 그런 도시락 만들지 않아입니다.”

  “너 말이야. 야채도 좀 먹으라고. 그런 식생활 하니까 가슴만 커지는 거야.”

  “성희롱 반대애.”

  “가슴이……! 커져……!”


  저도 모르고 반응하고 말았다.


  다섯 명의 시선이 내 가슴을 향한다.


  “그 꼬맹이 체형에 거유가 돼면 밸런스 나쁘니까 그대로가 좋지 않습니까? 그렇죠. 아이돌군.”

  “나는 여자아이의 신체적 특징에 대해서 이러저러 말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

  “아아? 뭔 착한 아이인 척 하는 거냐, 짜증나네요.”

  말릴 사이도 없이, 야마토군이 키리오군을 걷어찼다.


  “어이!”

  신 선배가 하드커버의 책으로 있는 힘껏 야마토군의 머리를 때린다.


  “뭐하는 거야!”

  “야마토군!” “화내지 마!”


  주먹을 쥔 야마토군을, 나와 신 선배가 동시에 멈춘다.


  “넌 부회장으로 임명된 거다. 이제부터 항상 사람들의 눈앞에 있다고 인식해둬. 절대로 폭력은 휘두르지 마. 오히려 말리는 편에 서라. 네 과거를 알고 있는 녀석들이 2학년 3학년에 있으니까 머리에 피가 올라가면 발밑이 무너지는 꼴이 될 거다.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 때는, 상대방이 먼저 휘둘렀을 경우뿐이다.”


  “식사중에 날뛰다니. 폭력남. 천박하다.”

  소라군이 짧으면서 심한 폭언을 내뱉는다.


  “때리면 안 된다면, 저런 종류의 빌어먹을 자식은 어떻게 보답하면 되는 겁니까?”

  야마토군이 이마에 핏줄을 세우면서 소라군을 지적했다.


  “입으로 보답해. 현대 일본에 살고 있는 거의 100%의 인간이 폭력 따위 휘두르지 않고도 살고 있다고. 자신이 이상하다는 걸 자각해라.”

  모모카씨가 소라군을 노려봤다.

  “소라도 입학식 날에 신을 걷어 차려고 했잖아? 네가 이오리군에게 천박하다고 말할 자격 없어.”


  신 선배는, 무기로 쓰고 있던 하드커버 책을 야마토군에게 건냈다.

  책 제목은 “원숭이라도 알 수 있는 올바른 경어독본”


  “경어가 엉망진창이니까 그걸로 다시 공부하라고. 다음에, 네가 먼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보면 용서 없이 정학이니까 기억해 두고.”

  “귀찮구만. 나, 학생회 역시 그만두겠어.”


  도시락을 잡고 일어서려는 야마토군에게, 나는 저도 모르게 몸으로 덮쳤다.


  “안돼. 야마토군! 폭력을 휘두르지 않으며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한 건 야마토군이잖아! 정학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억누르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테고, 수업료 면제도 있다면 학교 공부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지식도 얻을 수 있고. 그런 생활이 하고 싶었던 거잖아!”


  “……………….”


  “내가 곁에 있을 때엔 내가 절대로 말릴 테니까. 둘이서 힘내자.”


  야마토군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다다미에 다시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후우. 다행이다.


  모처럼, 역하렘 요원들이 모였는데. 흩어지면 또 작전을 재검토 해야 되니까 살았어.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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