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7년 11월 23일. 슈무데 함대 기함, 앙그르보다. 에그몬트 슈무데.


  우리 함대는 11월 15일에 오딘을 출발하여 카스트로프 성계를 지나 마린도르프 성계로 향하고 있다. 순조로운 항해라고 해도 좋겠지.


  기함 앙그르보다. 대장으로 승진한 후 새롭게 내게 주어진 함대기함용 전함이다. 로키급 3번함이 된다. 덧붙여 2번함은 시귄. 클레멘츠 제독의 기함이다.


  당초 로키급은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로키라는 이름이 좋지 않았겠지. 뭐라 해도 대신 오딘과 싸워 신들을 멸망시킨 악마신이다. 모두가 경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샨타우 성역 회전 후엔 달라졌다. 우주함대의 총기함으로서 샨타우 성역 회전을 대승리로 이끈 함이다. 많은 제독이 로키급을 쓰게 되었다. 루크너, 린텔렌, 루데케도 그렇다.


  브륀힐트의 설계사상을 기초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써보면 기동성이 뛰어난 굉장히 좋은 함이다. 난 이 앙그르보다가 완전히 맘에 들었다. 앙그르보다. 신화에 등장하는 여자 거인. 로키의 아내로 헬, 요르문간드, 펜릴의 어미.


  “각하. 오딘의 우주함대사령부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알았다. 아링 소령. 스크린에 비추게.”

  스크린에는 얼굴색이 나쁘고 새치가 많은 사관이 나타났다. 그의 경례에 응답하며 기억을 더듬는다. 분명 이 남자는…….


  “로엔그람 백작 밑에서 사령관막료로 일하고 있습니다.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준장입니다.”

  “에그몬트 슈무데 대장이다. 무슨 용무인가? 오베르슈타인 준장.”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반란결기 선언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억양이 없는 평탄한 목소리다.

  “들었네.”

  “우주함대는 현재 혼란 상태에 있습니다.”

  “…….”


  담담한 어조를 듣고 있으니 내심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어딘지 모르게 반발감이 생기는 남자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반란을 일으킨 이상, 혼란은 시급히 수습되어야 합니다.”


  “…….”

  “우주함대는 부사령장관 로엔그람 백작과 힘을 합쳐 반란에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하의 생각은 어떠신지?”


  발렌슈타인 사령장관 암살. 그걸 듣고 움직이기 시작한 거겠지. 꽤나 듣고 있기 힘든 변명이다. 로엔그람 백작 밑에서 집결하여, 가 아니라 로엔그람 백작과 힘을 합쳐서 말인가……. 자칫 잘못하면 사령장관의 지휘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걸 두려워한 거겠지.


  그렇기에 미묘하게 돌려 말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로엔그람 백작은 그만큼이나 불안정한 입장에 있다. 그런 부분을 이 남자는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남자는 사령장관의 생사에 관해 확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저편에서 지혜를 짜내어 권한 거다. 이쪽도 나름대로의 대응을 보이지 않으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겠지.

  “반란에 대처해야 한다는 경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로엔그람 백작의 협력할 수 없다.”


  “그건 각하 혼자의 생각이십니까? 우리들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나, 루크너, 린텔렌, 루데케 제독이다.”

  “…….”

  “…….”


  잠시 침묵이 있었다. 오베르슈타인 준장은 느긋한 어조로 물었다.

  “어째서 협력하실 수 없으신 건가요.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들은 이미 우주함대 사령장관에게서 명령을 받았다. 사령장관에게서 다른 명령이 있을 때까진 현재 받고 있는 명령을 우선할 수밖에 없어. 알겠는가? 준장.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우주함대 사령장관뿐이다. 그게 이유다.”

  “…….”

  “…….”


  스크린을 통해 서로를 바라본다.

  “그 명령이란…….”

  “삼가하라. 준장.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은 극비임무다. 경이 관여할 필요는 없어.”

  “……알겠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음. 수고했네.”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오베르슈타인. 우리들 페잔 방면군은 사령장관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로엔그람 백작이 우리들을 마음대로 하려하다니. 월권행위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싶으면 백작 자신이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되어야 할 거다.


  “아링 소령. 루크너, 린텔렌, 루데케 제독 사이의 회선을 열어주게.”

  “예.”


  “총사령관 각하. 무슨 일 있습니까?”

  어딘지 악동 같은 어조로 루크너 제독이 물었다. “총사령관 각하”. 그 말이 아무래도 간지럽다. 루크너 제독은 그걸 알고 일부러 쓰고 있다.


  “오베르슈타인 준장에게서 통신이 있었다.”

  “오베르슈타인? 부사령장관의 막료로군.”

  “그래.”


  나와 루크너 제독의 대화에 린텔렌, 루데케 제독의 표정이 꽤나 엄해졌다.

  “그래서 그는 뭐라고?”

  “우주함대는 혼란에 빠져있다. 로엔그람 백작에게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지시에 따르라는 게 아니라 협력해달라는 부분이 애처롭군.”


  내 말에 모두가 각자의 표정으로 동의했다. 린텔렌 제독이 “잔재주를 부리는군.”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총사령관 각하는 뭐라 대답하셨는지?”

  “우리들은 사령장관의 명령으로 작전행동중이다.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사령장관뿐이라고 대답했어. 루크너 제독.”


  “과연. 그걸로 물러났습니까?”

  “그래. 그 모습을 보아하니 그들은 사령장관의 생사에 대해서 확증을 가지지 못한 것 같더군.”

  나와 린텔렌 제독의 대화에 루크너, 루데케 제독이 끄덕였다.


  “총사령관. 차라리 알려주는 게 어떻습니까?”

  “지금부터 말인가?”

  “예. 사령장관은 살아있다고. 만일의 경우엔 메르카츠 제독이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된다. 쓸데없는 걱정은 말라고.”


  루데케 제독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경은 신랄하구만.”

  “이런 때에 권력장악에 혈안이 되다니 불쾌할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린텔렌 제독.”


  “뭐, 루데케 제독의 마음은 알겠고 동감이지만……. 오딘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거 말이네만. 루크너 제독. 아마도 암살사건이 있었던 건 사실이겠지.”

  “…….”


  “하지만 그 암살 사건은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했다면 메르카츠 제독이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됐겠지. 그게 없는 걸 보면 부상은 입었지만 살아있다. 혹은…….”

  “혹은?”


  “죽은 척하고 있다. 그런 거겠지. 루크너 제독.”

  “과연. 있을 수 있군요. 사령장관이라면.”

  “뭐, 될 대로 되는 수밖에. 우리들 페잔 방면군은 당초의 예정대로 행동한다.”

  “예.”


  루크너, 린텔렌, 루데케 제독이 내게 경례한다. 살아있길 바란다. 절실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내란이 드디어 시작했다. 산 넘고 물 건너의 페잔, 반란군을 상대하기엔 우리들만으로 불안하다. 어떻게 해서든 사령장관의 힘이 필요하다.


...


우주력 487년 11월 23일. 우주함대사령부. 힐데가르드 폰 마린도르프.


  “그러니까 시급하게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로는 우주함대가 혼란에 빠질 뿐입니다. 반란 진압도 할 수 없습니다.”

  “…….”


  “각하!”

  “로엔그람 백작. 나는 경이 뭘 그렇게 초조해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군. 경은 대체 뭘 하고 싶은 건가?”

  “!”


  내 눈앞에서 로엔그람 백작과 군무상서 에렌베르크 원수가 TV전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위기감을 드러내며 호소하는 로엔그람 백작에 대해 에렌베르크 원수는 어떤 감명도 위기감도 없는 듯하다. 무척이나 태연한 모습이다.


  오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반란을 일으켰다. 제국 전토에 흐른 공작의 격문은 오딘의 우주함대사령부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발렌슈타인 원수 암살! 그 말에 제국을, 우주함대를 떨게 만들었다.


  사령장관의 생사를 알 수 없다. 연락을 취하려고 생각해 TV전화로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격문에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게 더욱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


  로엔그람 백작, 아니 오베르슈타인 준장의 곁에 키르히아이스 준장에게서 몇 번이나 연락이 있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막료들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이제 저녁이 되지만,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어 극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로엔그람 백작, 그리고 오베르슈타인 준장은 사령장관은 죽었던가 중상을 입어 군무를 맡을 수 없는 상태가 아닌지 생각하고 있다. 오늘 아침, 우주함대사령부 근처에 격파된 승용차가 있었다. 아마도 사령장관은 거기에 타고 있었다…….


  제국 상층부는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의 죽음, 혹은 중상을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영향을 생각하고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후임인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로엔그람 백작은 이대로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선수를 뺏길 뿐이고 효과적인 반격을 할 수 없다고 두려워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반란군도 이 혼란을 틈타게 된다. 반란을 진압하고 제국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이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되어 전권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만……. 현 상태에선 잘 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 해도, 키르히아이스 준장이 스파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 줄은……. 온화하고 느낌이 좋은 청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령장관 밑으로 간 건 사령장관을 살피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 그러한 요청은 일절 없다. 사령장관은 날 로엔그람 백작 밑으로 보낸 뒤엔, 복도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의 접촉밖에 하지 않는다. 온화한 표정으로 일은 익숙해졌냐고 질문하곤 했다.


  감사한 이야기다. 스파이 같은 흉내를 내면 일이 음참해지고 말겠지. 덕분에 난 뒤가 구린 구석 없이 여기서 일을 하고 있다.


  “반란 진압계획은 사령장관이 본대를 이끌고 소관이 별동대를 이끌게 되어있습니다. 각하. 이렇게 말하기엔 뭐하지만 사령장관의 안부를 알 수 없는 지금, 시급히 체제를 정돈하고 진압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나도 그 진압계획에 대해선 알고 있네. 수정할 필요는 없겠지.”

  “!”

  “별동대는 경이 지휘한다. 본대는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지휘. 혹 사령장관이 지휘를 잡을 수 없을 경우엔 메르카츠 제독이 지휘를 쥐면 된다.”


  “바보 같은. 그래서야.”

  “잠깐. 바보라고 했나? 로엔그람 백작.”

  “죄송합니다. 군무상서. 실언했습니다.”


  에렌베르크 원수는 불쾌하다는 듯이 흥하고 코를 울렸다.

  “상급자인 경이 별동대라는 것이 불만인 듯하지만. 샨타우 성역 회전에선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별동대를 지휘하고 경이 본대를 지휘했지. 바보 같은 소리가 아니야.”

  “…….”


  “지금에 와서 작전계획을 변경하면 오히려 우주함대에 혼란을 가져오겠지. 경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난 전혀 모르겠구만.”

  에렌베르크 원수는 불쾌한 표정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원수 각하.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내겐 상태불량으로 쉬겠다는 연락이 있었다. 경에겐 없었는가?”


  “아뇨. 소관에게도 그런 연락은 있었습니다만…….”

  “그럼 그런 거겠지. 걱정할 일은 없네.”

  에렌베르크 원수의 태도에 불안을 느낄만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사령장관은 살아있다……. 이 모습을 보면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말이 격해지려는 로엔그람 백작을 에렌베르크 원수가 끊었다. 어딘가 상대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어조였다.


  “로엔그람 백작. 경은 반역자를 믿는 건가? 아니면 믿고 싶은 건가? 저게 아군을 모으기 위한 모략이라고 어째서 생각하지 않는가.”

  “!”

  “난 바쁘다. 실례하도록 하지.”


  아무 것도 비추지 않게 된 스크린을 보면서 로엔그람 백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에렌베르크 원수는 로엔그람 백작이 발렌슈타인 원수의 안부 확인보다도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로엔그람 백작은 너무 조급해했다. 옛날의 내가 그랬다. 너무 조급한 나머지 재능에 휘둘렸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자신의 재능에 취했다. 보일 것은 재능이 아니라 각오. 그 말의 무거움을 지금만큼 느낄 때가 없다…….


  “각하. 슈무데 제독 말입니다만. 협력은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오베르슈타인 준장……. 어딘가 어두운 분위기를 가진 인물이다. 총명한 인물이긴 하지만, 그다지 친해지고 싶은 인물은 아니다.


  “그런가…….”

  “이미 사령장관의 명령이 그들에게 있었다고 합니다.”

  “훈련이 아닌 건가.”


  로엔그람 백작이 의심쩍은 목소리를 냈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작전이 움직이고 있다. 그게 불만일지도 모른다.

  “극비임무라고 했습니다. 그 이상은 뭐라고도…….”

  “…….”


  아마도 정치모략을 품은 작전이겠지. 로엔그람 백작 밑에 와서 알게 된 일이지만,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정보를 취사선택하여 로엔그람 백작에게 흘리고 있었다.


  순군사적인 작전에 관해선 거의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모략에 관해선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감추고 있다. 아버지는 그다지 말해주지 않았지만, 아버지와 대화를 나눠보면 그렇다고밖에 느낄 수 없다.


  “부사령장관 각하.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서 회의 개최 통지가 왔습니다.”

  “!”

  “각 함대사령관 이상의 자들은 17시에 제 57회의실로 모이라고 합니다.”

  뤼케 중위의 말에 사령부 사람들이 한 순간 중위를 응시했다. 그리고 시계를. 시각은 16시 30분. 회의 개최까지 30분 남았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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