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9년 5월 10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안톤 페르너.
“소용 없어.”
“응?”
“보안서ㅇ도 광역조사국도 이 건에 대해선 관여할 수 없어.”
“……그런 건가.”
귄터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이런, 읽혔는가……. 최근 묘하게 날카로워졌다.
“이유는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부정부패에 관여되어 있는 성청이 문제다. 주로 운송, 공부, 자치……, 알겠지?”
“구 내무성인가…….”
내 대답에 귄터가 끄덕였다. 더 이상 웃고 있지 않다.
“보안성도 광역조사국도 구 내무성이다. 한통속이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어.”
“대체로 상상할 수 있군. 변경성역이겠지?”
“그것도 있지. 그들은 구 내무성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거기서 에리히에게 보안성도 광역조사국도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내무성은 다른 성청을 압도하는 거대성청이었다. 그런 만큼 유력귀족은 내무성과의 우호관계를 무엇보다도 중시했다. 그리고 내무성도 유력귀족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했다. 서로 협력하는 것으로 힘을 강하게 했다. 거기서 나온 불합리한 처우를 받은 것이 평민, 하급귀족, 그리고 변경 귀족들이었다. 에리히의 양친이 죽은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 좋은 예다.
“에리히는 변경성역 개발의 책임자니까 말이야. 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건가.”
귄터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이 아니야. 사태는 좀 더 심각하다. 확실히 변경성역 개발 건도 있지만, 본래라면 항의할 터인 루게 사법상서, 브룩도르프 보안상서도 동의하고 있어. 이 조사에는 보안성도 광역조사국도 관여하지 않는다. 아니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게 되고 있어…….”
귄터가 고개를 저었다. 사법성, 보안성에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지금 두 사람은 과거, 내무성 관활 하의 경찰조직에서 일어난 누명 사건, 부정 사건 등을 극비리에 조사하고 있어. 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평민들에게서 그런 요구가 올라오고 있는 거야. 수상쩍은 사건의 재조사를 행하여 명예회복, 보상을 행한다. 거기에 맞춰 부정에 관련된 직원도 처벌하려고 하고 있지만, 분명하게 말해서 심각하다. 부정부패 조사 같은 건 맡길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정신이 멍해졌다. 어떻게 생각해도 제대로 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농담, 이겠지.”
조심조심,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묻지만 귄터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보고 있자 귄터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보안성 내부 감찰, 사법성에서 사람을 보내어 재조사와 부정 적발을 행하게 되어 있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후 부정부패를 막는 데에는 효과가 있겠지……. 농담이라면 좋았겠지만 말이야. 안톤…….”
동감이다. 농담인 편이 좋았다. 그렇다 해도 내무성 관활 하의 경찰조직? 언젠가 우리 쪽에도 온다는 것인가……. 나나 안스바흐 준장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주변은……. 이런이런.
“내무성은 재무, 법무, 군무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행정을 한손에 쥐고 있었지. 경찰도 쥐고 있었으니 그럴 마음만 있으면 뭐라도 할 수 있었다. 부정을 저지르는 일도, 숨기는 일도……. 이걸로 부정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하면 믿을까? 부정을 저지르는 놈과 부정을 숨기는 놈, 현장은 어쨌든 상층부는 연결되어 있어. 모두 한통속이 되어 꿀을 빨고 있던 거지. 그게 내무성이다.”
귄터가 냉소를 띄우고 있다.
“내란 시, 내무성이 에리히를 적대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겠지. 평민의 권리 같은 걸 확대해 봐라. 부정을 저지르기 힘들어 진다. 꿀을 빨 수 없게 된다. 그런 거겠지.”
“……심한 이야기군.”
“심한 이야기다.”
귄터가 끄덕인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얼굴을 찡그린다. 그 뒤를 따르는 건 아니지만 나도 한 모금 마셨다. 역시 맛없다. 화두가 너무 심하다. 적어도 커피만이라도 맛있었다면.
“귄터. 맛없군.”
“아아, 맛없다.”
“한 잔 더 마시지, ……아직 늦지 않았어. 사령장관실에서 훔쳐올까…….”
“나쁘지 않군. 그거.”
서로를 돌아보며 웃는다. 웨이트리스를 불러 커피를 추가 주문했다.
“내란이 끝나고 내무성은 해체되어 몇 개의 성청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사람이 바뀐 건 아니야. 연결은 유지되어 있어. 하지만 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평민의 의식도 변한다. 지금까지처럼 부정부패 앞에 울기만 하지는 않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도 변하고 사람의 의식도 변했다.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놈은 좋겠지만…….”
“대응할 수 없는 녀석이 있다는 건가.”
“아아. 부정을 저지르는 일에 익숙해져버린 놈들이 말이야.”
귄터가 내게 시선을 향했다.
“이제 알겠지? 광역조사국도 보안성도 쓸 수 없는 이유가. 예전 연결에 의해 부정부패가 숨겨지고 말거야.”
“……보안성은 알겠다. 하지만 사회질서유지국은 광역조사국으로 이행할 때에 꽤 많은 사람들이 선별되었다고 들었어. 심각한 놈은 배제되었을 터인데…….”
사회질서유지국은 내란에 있어 가장 에리히를 적대했던 조직이다. 당연하지만 내란 뒤의 처벌은 엄격했다. 본래 사회질서유지국은 내무성 내부에서도 가장 힘있는 위치였다. 초대국장을 내무상서 에른스트 폰 팔스트롱 백작이 겸임한 걸 봐도 알 수 있다.
사회질서유지국의 국장을 거쳐 내무차관이 되는 것은 내무성 내부의 출세 코스 중 하나다. 본래라면 보안성 내부에 남을 터인 조직이었지만 이름까지 광역조사국으로 바뀌어 사법성으로 이관되었다. 게다가 그 때 당연하다는 듯이 인원도 감축되었다. 광역조사국은 사법성에선 이방인이다. 꽤나 냉대를 받고 있다.
“주위에선 그렇게 보고 있지 않아. 예전 인상이 너무 강하니까 말이야. 안톤. 사회질서유지국이 평민들을 탄압하기 위해서 루돌프 대제가 만든 조직이라는 걸 잊어선 곤란해.”
“과연.”
한 번 붙은 딱지를 떼어내는 건 쉽지 않다는 거로군. 말도 안 되는 곳으로 이동했다. 혹은 그렇기에 더더욱 에리히는 외부에서 나와 안스바하 준장을 들여보낸 건가……. 한숨이 나올 뻔했다. 웨이트리스가 새로운 커피를 가져왔다. 한 모금 마신다. 역시 맛없다. 귄터를 본다. 그가 날 보며 웃고 있다. 저도 모르게 이쪽도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가볍게 둘이서 웃은 뒤, 귄터가 말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이유는 부정부패에 군부가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뭐, 그렇겠지. 군부를 경찰이 조사하다니 무리다. 전쟁이 일어나게 돼. 그렇다고 해서 군부와 성청을 다른 조직이 조사하게 하는 건 비효율적이니까 말이야.”
귄터가 내 말에 끄덕이며 커피를 마셨다. 맛없단 표정을 짓고 있다.
“부정부패의 주력은 병참통괄부다.”
“정말인가?”
“아아.”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지금은 우수한 녀석들이 꽤나 배치되어 있지 않나? 부정부패도 꽤나 줄었다고 들었어.”
예전엔 낙오자들이 배치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에리히가 두각을 드러내면서 그것도 변했을 것이다. 조금씩이긴 하지만 사관후보생의 의식도 변하기 시작하여 병참통괄부를 배속처로 희망하는 우수한 생도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귄터가 쓴 표정으로 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그런 표정이다.
“거기에 쓸만한 녀석들이 배치된 건 최근 2, 3년 사이다. 사람 수도 적고 계급도 낮아. 병참통괄부 전체로 보자면 어처구니 없는 놈들이 훨씬 높고 많아.”
“과연. 그것도 그런가…….”
“변경성역 개발에는 병참통괄부를 활용한다고 에리히가 결정했어. 그 병참통괄부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다.”
“머리 아픈 이야기군.”
귄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처구니 없단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머리가 아파? 말도 안돼. 격노하고 있어.”
“…….”
“에리히가 병참통괄부에 있던 때엔 그를 두려워하여 눈에 띄는 부정부패는 없었어. 아주 없다곤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소란이 될 정도의 부정부패는 없었다. 그래서 에리히는 병참통괄부를 변경성역에 쓰는 데에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귄터가 고개를 젓고 있다.
“그런데 그가 병참통괄부에서 떠나자 부정부패가 늘어났어. 처음엔 조심스럽게 했지만 반란군과의 싸움, 그리고 내란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에리히가 오딘에 부재했다…….”
“찬스라고 본 거군.”
귄터가 끄덕였다.
“그 말대로야. 무서운 고양이가 사라져서 더러운 시궁쥐가 늘어난 거지. 병참통괄부 출신자로서 옛날 동료들이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변경성역 개발책임자로서 배신 당한 기분이겠지.”
“원래 그런 종류의 부정을 싫어하고 말이야.”
“아아. 그 부패를 일소하지 않는 한 변경성역 개발 같은 걸 해봐야 의미가 없어. 관료들의 부업을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단언하더군. 국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이야. 루게 사법상서, 브룩도르프 보안상서가 조사는 자신들이 하겠다고 말해도 납득하지 않았겠지.”
한숨이 나왔다. 이쪽이 지구교 때문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 오딘에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 해도…….
“화내고 있는가……. 조금 지쳐보였는데 말이야.”
“지치기도 했겠지.”
툭 던지는 듯한 어조였다.
“계속 싸워왔지. 새로운 제국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군인도, 개혁파 정치가들도 다들 녀석이 끌고 왔다. 누군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어. 단지 선두에 서서 끌고 온 거야. 그리고 지금 겨우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시작하고 있어. 이제 겨우다. 그런데도 주변에는 녀석의 발을 잡아당기는 놈들뿐……. 이걸로 편하게 쉴 수 있겠나?”
“……아니, 힘들겠지.”
속삭이는 듯한 어조지만 목소리엔 분노가 묻어있다. 귄터는 줄곳 에리히의 곁에 있었다. 나나 나이트하르트보다도 더욱 가까운 곳에서 에리히를 봐왔다. 그렇기에 느끼는 것도 있겠지.
“녀석이 말하더군. 국가로서의 제도, 체제가 피폐되어 있다고. 일그러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걸 시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인간 그 자체가 피폐되어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그건…….”
좋지 않군. 에리히가 인간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고 한다면 좋지 않다. 아니, 위험하다.
“귄터. 그 녀석, 절망하고 있나?”
“…….”
“위험하다고. 알고 있나? 에리히는 국가의 지도자라고. 그 지도자가 절망하면 통치에도 영향이 나올 수밖에 없어. 절망과 분노는 곧 국민에게 향하겠지. 에리히를 폭군으로 만들 생각인가!”
정신을 차리니 몸을 내밀고 숨죽이는 듯이 속삭이고 있었다.
“안심해도 좋아. 그렇겐 되지 않아.”
“하지만.”
“녀석에게 물어봤어. 절망하고 있냐고.”
“…….”
귄터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슬픈 건가, 아니면 괴로운 건가…….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하더군.”
“…….”
“자신은 지금까지 2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을 죽였다. 앞으로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나겠지. 되돌아갈 수도 도망칠 수도 내던질 수도 없다. 앞으로 나아가 은하를 통일하여 전쟁이 없는 세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라고 말이야…….”
“…….”
“그리고 이렇게도 말했다. 자신이 죽인 사람들은 절망을 안고 죽었다. 자신은 살아있다. 살아있는 한, 절망을 품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귄터…….”
슬픈 것도 아니다. 괴로운 것도 아니다. 단지 안타까운 것이다. 제국 최대의 실력자가 발버둥 치며, 괴로워하며, 그래도 간절하게 절망에서 눈을 돌려 희망을 보려고 하고 있다…….
“에리히를 보고 있으면 루돌프 대제에 대해서 생각했어. 대제의 충신, 에른스트 폰 팔스트롱 백작도 말이야.”
“무슨 말이야.”
내 질문에 귄터는 조금 어물거렸다. 시선을 피하며 생각하는 듯이 보인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마약, 범죄, 부정부패, 대제가 당면했던 문제는 지금 에리히가 상대하고 있는 문제와 같다.”
“과연. 그렇다면 경은 충신 에른스트 폰 팔스트롱 백작인가.”
내 말에는 비아냥이 어려있었겠지. 하지만 귄터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나를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제는 강권으로서 범죄를 박멸했다. 그 대제를 도운 것이 내무상서 팔스트롱 백작이었다. 그는 열악유전자 배제법이 제정되고 나서 사회질서유지국의 국장을 겸임하여 40억 명이나 되는 인간을 탄압했더.”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귄터가 날 봤다.
“어째서 그런 짓이 가능했다고 생각해? 출세욕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정신병자라서?”
“…….”
“경은 아까 전 에리히는 절망하고 있냐고 물었지.”
“그래.”
“에리히는 절망하고 있지 않아. 하지만 루돌프 대제는 인류의 어리석음에 절망했던 거라고 난 생각해.”
“…….”
“팔스트롱 백작은 내무상서였다. 당시 인류사회의 문제인 마약, 범죄, 부정부패의 박멸을 책임지고 있던 거야. 부정을 용서할 수 없는 진지하고 직무에 열심인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제의 오른팔이 되고 나서 그걸 박멸하면서 인류의 어리석음을, 거기에 절망하는 대제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던 건 그였을 것이다.”
“…….”
그리고 지금 에리히의 가장 가까이에서 인류의 어리석음을 보고 있는 건 귄터 키슬링…….
“은하제국의 황제가 제국신민의 어리석음에 절망하고 있다. 팔스트롱 백작은 대제에게 공감한 것이 아닐까? 대제 이상으로 인류의 어리석음에 절망하고, 그 어리석음을 증오했다. ……그는 출세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도 아니었어. 단지 대제와 마찬가지로 절망을 알고 말았던 거야…….”
“팔스트롱 백작이 테러로 죽은 뒤, 대제는 2만 명 이상의 인간을 용의자로서 처형했다. 너무한 이야기지. 하지만 대제에게 있어서 팔스트롱 백작은 신하가 아니었다고 생각해. 자신의 절망을 알아준 이해자였지. 대제에게 있어선 같은 절망을 알고 있는 동료였을 거다. 그런 동료가 어리석은 자들에게 죽었다…….”
“경의 말대로다. 혹시 에리히가 루돌프 대제가 되었다면, 나는 에른스트 폰 팔스트롱 백작이 됐겠지. 아무런 후회도 하지 않고 말이야. 그리고 몇억이나 되는 인간을 죽였을 것이 틀림없어.”
“귄터…….”
내 탄식에 귄터가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에리히는 루돌프 대제가 되지 않아. 그러니 나도 귄터 키슬링인 채로 있을 수 있다…….”
“…….”
“안톤, 나는 그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긍지와 기쁨에 찬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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