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9년 5월 31일. 오딘, 신무우궁. 안톤 페르너.


  신무우궁 남원에 있는 한 일실. 어둠침침하고 음침한 방이지만 거기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세 남자가 마주하고 있다. 내가 한 명, 내 정면에 두 명……. 역시나 조금 하기 힘들다.

  “그래서, 어떤가? 페르너 과장보좌.”


  그 과장보좌라는 칭호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준장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지만 무리인가……. 상대방은 군인이 아니다. 사무상서 루게 백작, 내 상사다. 안경을 쓴 초로의 남자. 나는 아직 이 노백작이 소리 높여 웃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잿빛의 실무가. 그런 느낌이다.


  “알프레트 벤델. 그가 지구에서 돌아온 뒤 이미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지구교와의 접촉은 아직 확인할 수 없습니다.”

  노백작이 말없이 옆을 봤다. 하기 힘들겠지. 흥이라든가 쳇이라든가 혹은 눈으로 뭔가 반응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무표정하게 옆에 있는 에리히를 보고 있다. 누구와 닮았지. 누구일까.


  어이어이, 뭔가 말하라고. 에리히. 너까지 침묵하지 마. 내가 하기 힘들잖아. 애초에 너희들 두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다고. 루게 백작은 형식상, 나의 상사. 에리히는 사실상, 나의 상사. 안스바흐 준장이 나에게 이 일을 넘길만 하다.


  “페르너 준장. 그의 행동에 수상한 점은?”

  그거라고. 과장보좌보다 훨씬 좋다. 역시 경은 친구로군.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그가 사이옥신 마약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집중한다. 닮았지. 이 두 사람의 시선. 사실만을 알려고 하는 눈. 영리한 빛을 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변호사 자격을 지니고 있다. 법에 관여하는 인간이란 건 이런 눈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의 모발을 채취했습니다. 사이옥신 마약 상습자 특유의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끄덕였다. 증거를 보이라는 건가.


  “또 하나는 뭔가. 과장보좌.”

  “그는 광역조사국이 소유하는 개인정보 파일에 접속하려고 했습니다. 대상자는 에리히 발렌슈타인 우주함대 사령장관입니다. 파일에는 최고기밀로 지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그가 가진 접속허가등급으로는 관람할 수 없지만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접속을 시도한 모양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봤다.


  “그건 내가 대지구교 최종책임자라는 걸 알았다는 걸까?”

  “아뇨. 거기에 대해선 알 수 없습니다. 그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증거는 지금 현재 어디에도 없습니다.”

  에리히가 말없이 끄덕인다. 백작은 잠자코 보고 있다.


  광역조사국의 전신, 사회질서유지국이 수집한 에리히에 관한 자료는 막대한 양이었다. 그리고 최고기밀로 지정된 부분도 꽤나 있다. 나도 파일의 전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갱신이력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질서유지국은 제국력 483년 9월경부터 에리히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했다. 사이옥신 마약사건이 발각된 직후다. 그리고 그 당시부터 최고기밀 취급의 정보가 있다.


  그 이후 에리히의 정보는 매년 갱신되고 있다. 그 외에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정보를 모으고 있던 인간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백작뿐이었다. 백작의 파일도 꽤 많은 부분이 최고기밀로 지정되어 있다. 관람 가능한 자는 사법성에서도 상서, 차관, 그 외 몇몇 국장에 불과하다.


  “그 외에 내 파일에 접속하려고 한 인간은?”

  “없습니다. 파일에 접속하면 관람은 할 수 없어도 접속이력이 남습니다. 임무 이외에 접속하면 주변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정보관계의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일입니다.”

  내 대답에 에리히가 끄덕였다.


  “루게 백작의 파일은 어떤가?”

  “지금 현재 수상쩍은 접속이력은 없습니다.”

  “내가 목표인가…….”

  속삭이는 듯한 어조지만 불쾌감이나 혐오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게 되면 싫은 표정도 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것 같군. 경이 이 사건의 책임자라는 걸 알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하게 경이 목표다.”

  두 사람이 끄덕이고 있다. 흥분도 없으며 감정의 흔들림도 없다. 담담하게 사실만을 쌓아가고 있다. 하기 힘들구만.


  “헌병대에선 뭐라고 하던가?”

  “헌병대의 바움러 준장에게선 아무것도. 딱히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지구교가 감시를 눈치 챈 흔적은?”


  “지금 현재로선 그러한 흔적은 없습니다. ……조심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만…….”

  바움러 준장은 광역조사국의 의뢰를 받아 오딘의 지구교 지부를 감시하고 있다. 벌써 1주 이상이 되지만 항상 보고는 이상 없음이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에리히가 시선을 낮추고 의미를 생각하고 있다……. 시선을 올렸다.

  “……시험해 보지. 오늘에라도 알프레트 벤델에게 전해주길 바래. 내가 지구에 대한 건으로 듣고 싶은 것이 있다고. 지금은 바쁘기에 6월 10일에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경과 함께 만나기로 했다고.”


  서두르고 있군. 자신을 미끼로 삼는 것은 에리히의 버릇이다. 단지 그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알 수 없다.

  “그 때, 각하께서 본 건의 최고책임자라는 걸 전해도 괜찮겠습니까?”

  내 말에 루게 백작이 한쪽 눈썹을 희미하게 올렸다. 드디어 인간다운 반응을 봤다.


  “상관없어. 그러는 편이 확실해서 좋아. 지구교에 압력을 걸게 되는 일이 되겠지.”

  확실히 그 말이 맞다. 책임자가 루게 백작이라는 것과 에리히라는 것은 상대에 주는 충격이 전혀 다르다. 받는 압력도 꽤나 다르겠지.


  “움직임을 보이리라 생각하는가?”

  “네. 뭔가 움직임을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설마하고 생각하지만. 그가 폭발하여 경을 습격하길 기다린다고?”

  루게 백작이 희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이 노인의 감정은 눈썹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대발견이군.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접촉한 시점에서 유죄입니다. 전날 6월 9일에 그를 체포하여 교단을 강제조사합니다.”

  “꽤나 과격하군.”

  비아냥인가 생각했지만 꽤나 진지한 표정이다. 그런가. 오벨슈타인이다. 그와 어딘가 닮았다…….


  “이제 슬슬 기다리기만 하는 건 질렸습니다. 잠시 난폭하게 움직일까 생각합니다. 녀석들이 싫어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도록…….”

  “과연. 그것도 좋은가.”

  루게 백작이 끄덕인다. 그리고 내게 시선을 향했다.


  “어떤가? 페르너 과장보좌. 문제가 있을까?”

  “아뇨. 찬성입니다. 녀석들은 무척이나 신중하니까요. 난폭한 편이 의표를 찌를지도 모릅니다.”

  나도 이제 슬슬 움직이고 싶어졌다. 기다리는 건 성미에 맞지 않는다.


  “오딘이 움직이면 페잔에서도 움직임이 보이겠죠. 그리고 하이네센에서도 움직임이 보일 것입니다. 각각의 움직임이 새로운 사태를 발생한다. 막힌 물을 뒤섞어 보자고 생각합니다.”

  “알았다.”


  “리히텐라데 후작에겐 제가 말하겠습니다.”

  “음. 부탁할까.”

  “바움러 준장에겐 페르너 준장. 경이 말해줘.”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이만.”

  지시를 끝내고 에리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게 백작과 함께 에리히가 떠나는 걸 배웅한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직후였다. 루게 백작이 내게 말했다.


  “페르너 과장보좌. 아니, 페르너 준장이라고 부르는 편이 좋을까.”

  “……아, 아뇨.”

  “과장보좌라고 부를 때마다 희미하게 불편한 표정이 눈에 보인다. 아직 멀었군.”

  “…….”

  싫은 소리를 하는 노인장이다. 대체 무슨 용무냐.


  “그를 지키게. 죽게 놔두면 안 돼.”

  “…….”

  “부탁하지. 페르너 준장. ……그런 기분은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각하.”

  “그럼 나는 이걸로 실례하지.”

  그런 기분? 떠나가는 루게 백작을 망연하게 배웅했다.


...


제국력 489년 5월 31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신무우궁에서 우주함대 사령부로 돌아오자 이미 오후 3시 5분을 넘기고 있었다. 지각이다. 실수했군. 상대가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와 있습니까?”

  발레리에게 묻자 “응접실로 들어가셨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선에 이쪽을 책망하는 빛이 희미하게 있다. 일부러 늦은 거 아니라고.


  응접실로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 있는 인물이 일어나 경례를 했다. 이쪽도 답례를 돌려준다. 소파에 앉도록 권하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면목 없습니다. 앞선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나쁘게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아뇨. 그러한 일은 없습니다.”


  눈앞의 초로의 남자가 있다. 60세는 아직일 테지만 60세라고 해도 위화감은 없겠지. 인생에 지친 듯한 표정이고 몸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신품 정장을 입고 있을 테지만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다. 항상 자금에 곤란하고 있는 영세기업 사장, 그렇게 소개 받으면 납득하고 말 것 같다.


  “몸은 이제 괜찮으십니까?”

  “온정 덕분에 이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두터운 간호를 수배하여 주신 점,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목소리에 탁함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은 사실이겠지. 병원에서도 그런 보고를 받았다. 하기야 알코올을 입에 넣는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겠지만.


  아서 린치 소장. 엘 파실에서 민간인을 버리고 도주한 동맹의 지휘관. 양 웬리의 상관이기도 했다. 장래가 기대된 사관이기도 했지만 엘 파실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 원작에선 라인하르트의 모략 실행자로서 하이네센으로 돌아가 내란을 일으켰다. 마지막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그린힐 대장을 죽인 뒤 쿠데타를 일으킨 자들에게 죽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살아 있다…….


  “동맹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걸로 포로 교환 후, 제국에 망명을 희망했다. 그런 형태로 대응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계급은 제국군 소장이 됩니다. 어떻습니까?”

  “고맙습니다. 저와 같은 자에게 과분한 배려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동맹정부에게도 그렇게 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린치 소장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후에 대한 일입니다만. 희망이 있으십니까? 소장은 전선만이 아니라 데스크워크도 유능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양하지 않고 말씀하십시오.”

  안 되겠군. 린치가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나는 딱히 나쁘게 말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는 받아 들어주지 않는가…….


  “군인으로선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겠지요. 소관은 민간인을 버리고 도망친 비겁자니까요…….”

  쥐어 짜는 듯한 목소리다. 괴로웠겠지…….

  “그렇게 비하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

  역시 어려운가……, 별 수 없군.


  “그럼 제 일을 돕는 건 어떻습니까?”

  “각하의 일입니까.”

  “저는 지금 변경성역 개발의 책임자입니다. 그 일을 도와줬으면 합니다.”

  “…….”

  별로 끌리진 않나.


  “어딘가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꿈틀하고 린치의 어깨가 움직였다. 정곡인가.

  “하지만 그래선 또 알코올로 도망치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린치가 신음하고 있다. 몸이 작게 떨리고 있다. 스스로도 알고 있겠지. 그래도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 지옥이로군. 린치에게 있어서 살아간다는 건 지옥일지도 모른다.


  ‘그 때엔 죽어라. 지금 너에게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바보 놈들이……. 나는 그린힐의 명예를 지켜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살아서 재판을 받는 것보다, 녀석은 죽는 편이 좋겠지……. 후후후, 명예인가. 하찮군.’


  하찮다고 말하면서도 누구보다도 명예에 고집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누군가를 자신과 같은 자리에 떨구고 싶다고 생각했다. 혼자선 괴로우니까. 그리고 구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 괴로우니까……. 능력도 있고 출세도 했던 남자다. 긍지가 없었다곤 생각할 수 없다. 라인하르트의 수하가 되어 활동하면 도달하는 곳은 파멸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을 것이다. 원작의 린치는 어딘가에서 죽음을, 구원을 바라고 있었다. 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


  린치는 그렇게나 자신을 책망해야만 할까? 엘 파실의 린치는 불운했다고 난 생각한다. 혹시 같은 입장이 되었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린치와 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까. 민간인을 구하여 도망치는 일이 불가능한 이상, 차선의 책은 구원을 불러 민간인을 탈환하는 일이다. 봉쇄를 돌파하여 아군을 데리고 돌아온다. 이상한 발상이 아니다.


  혹시 양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린치는 돌파에 실패하여 민간인도 전부 포로가 되었다. 동맹군은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린치 소장은 아군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봉쇄를 돌파하려고 했다. 하지만 운이 없어 포로가 되었다…….’ 민간인을 죽게 내버려 뒀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다른 수가 있었냐는 말을 들으면 침묵할 수밖에 없겠지.


  양이 기적을 일으킨 덕분에 린치는 심한 비난을 받았다. 양을 책망할 생각은 없다. 그 상황에서 민간인을 구한 것은 분명 기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단지 영웅이라든가 천재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 가져오는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떻게 관여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바뀐다. 눈앞에서 괴로워하는 린치를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양도 라인하르트도 대체 몇 사람의 인생을 바꿨는지……. 그리고 나는 또 어떤지…….


  “제국의 변경성역에는 괴로워하는 사람, 곤란에 빠진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돕지 않겠습니까. 동맹시민과 제국신민의 차이는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사람을 구하는 일이 혹시 자신의 삶에 가치를 찾을 수 있게 하지 않겠습니까.”


  린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용서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까. 제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 있을 순 있지 않겠습니까.”

  “함께 있다…….”

  “네. 당신이 있기에 지금의 자신들이 있다. 그건 살아가기 위한 양분이 되지 않겠습니까.”


  “함께 있다…….”

  매달리는 듯한 눈이었다. 눈앞의 초로의 남자는 용서 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용서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 린치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을 타인이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린치에게 다른 구원을 제시하는 일이다.


  “나와 함께 변경성역 사람들을 돕지 않겠습니까.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네.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있는다…….”

  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하고 린치가 속삭였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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