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9년 6월 6일. 오딘, 신무우궁. 에리히 발렌슈타인.
신무우궁 남원에 있는 한 방에 다섯 명의 사내가 모였다. 제국군 3장관과 국무상서 리히텐라데 후작, 사법상서 루게 백작이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군인과 문관으로 나눠져 각자의 의자에 앉아 있다. 표정은 다들 한결 같이 엄격하다. 새벽부터 노인들의 엄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기운 빠지는군.
“루빈스키가 경에게 접촉해왔다?”
“예. 소관의 독단으로 루빈스키를 받아들었습니다. 사후승인이 됩니다만 허락해 주십시오.”
“아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맘에 두지 말게.”
리히텐라데 후작의 말에 다른 세 사람이 끄덕였다.
“하지만 보좌관이라니……. 그놈 참.”
“정말 그렇습니다.”
“루빈스키는 적당한 곳에서 처리해야 한다. 뭐, 놈도 조심하리라 생각하지만…….”
“예. 그렇게 하도록 수배하겠습니다.”
무서운 노인들이지. 처리를 명령하는 리히텐라데 후작도 그렇지만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세 사람. 뭐,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비난할 순 없다. 그다지 기쁜 일은 아니네. 점점 자신이 평범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든다.
군무상서가 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겨우 지구교와 페잔의 관계가 입증되었군. 발렌슈타인.”
“예. 단, 물증은 없습니다.”
“음.”
군무상서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다른 세 사람도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지구교의 성가신 점이다. 좀처럼 꼬리를 잡을 수 없다.
“9일 예정이었던 강제조사 말입니다만. 앞당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전 중에 준비를 갖추고 오후부터 행하기로…….”
“…….”
다들 날 봤다.
“루빈스키가 이쪽을 눈치 챈 이상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교가 그의 배신을 눈치 챌지도 모릅니다.”
“사령장관의 말이 맞겠죠. 지구교가 루빈스키를 어디까지 신용하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혹은 의심받고 있다는 생각이 있어 이쪽으로 배신한 걸지도 모릅니다.”
루게 백작이 내 위구심을 대변했다.
“그리고 루빈스키는 이쪽이 알프레트 벤델을, 지구교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지구교도 알고 있다고?”
슈타인호프가 고개를 갸웃했다.
“가능성은 제로가 아닙니다. 이쪽이 의심하고 있다곤 생각하고 있겠습니다만……. 정체를 잡고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다. 확증을 얻지 못했다. 그런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내 말에 다들 끄덕였다.
“하지만 가능하겠나? 시간이 없지만.”
이번엔 에렌베르크가 질문했다.
“9일로 예정되어 있던 강제조사를 앞당길 뿐입니다. 이미 소관과 루게 백작이 헌병대, 광역조사국에 가능한지 아닌지 타진했습니다.”
루게 백작, 페르너, 안스바흐, 밤중 2시 반에 호출을 받아 깜짝 놀랐었지. 하기야 이야기 내용에 더욱 더 놀랐지만. 페르너와 안스바흐 두 사람이 헌병대와 바움러에게 확인을 하고 가능하다는 회답이 있었던 것이 세시 반이다. 불쌍하게도 유스티나는 내가 침실에 돌아올 때까지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늙은이들에겐 아침 6시에 연락을 넣어 이 회의에 소집하도록 했지만, 노인들은 아침이 빠르다. 다들 일어나 있었지.
“가능한 거로군?”
나와 루게 백작이 리히텐라데 후작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후작이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에게 시선을 향했다. 두 사람이 끄덕였다. 그걸 보고 후작이 “좋겠지”라고 허가를 내렸다.
“잠시 동안 부자유할지도 모릅니다만 신변 경호를 엄중하게 해주십시오.”
“알고 있네. 하지만 그건 누구보다도 경에게 해야 할 말이겠지. 지구교는 경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루게 백작에게서도 들었어.”
“충분히 주의하겠습니다. 슈타인호프 원수. 하지만 상대방도 궁지에 몰리면 손에 닿는 대로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음.”
노인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지긋지긋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상대는 미치광이니까 말이야. 여차 하면 손에 잡히는 대로 덤비겠지. 성가신 놈들이다.
“그리고 원정 준비를 시작하려고 생각합니다. 빠르면 반년 뒤에는 페잔에서 소란이 발생합니다. 시기를 놓치지 말고 단숨에 페잔, 이제르론을 공략해야겠죠.”
리히텐라데 후작이 모두의 얼굴을 봤다. 거기에 응하여 다들 끄덕였다. 결정됐군.
“좋겠지. 그래서 그 외에 뭔가 있는가?”
리히텐라데 후작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회의가 끝난 뒤 루게 백작과 상의 끝에 헌병대와 광역조사국에는 루게 백작이 연락하게 됐다. 명령계통은 통일하는 편이 좋고 내가 광역조사국에 연락하면 벤델이 눈치 챌지도 모른다.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하다. 루게 백작도 내 생각에 동의했다. 꽤 믿음직스런 노인이다. 내 아버지와 친했다고 하지만 어떤 관계였을지……. 신경 쓰이는 점이군.
우주함대 사령부로 돌아가자 키슬링에게서 연락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아마도 페잔의 일이겠지. 딱 좋다. 이쪽도 연락하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그 자를 여기에 부를 필요가 있다. 발레리에게 부탁하고 나서 회의실로 가 키슬링에게 연락했다.
“에리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가. 귄터. 바움러 준장에게서 이야기는 들었나?”
“아아, 들었어. 루빈스키가 배신했다고? 예상외로군.”
“광신자들 소굴인 지구교와 루빈스키는 어울리지 않는 거지. 결렬은 당연한 일이었다. 뭐, 이쪽으로 배신한 건 조금 예상하지 않았지만.”
파고들 만한 틈이 있다고 본 걸까. 그렇다면 꽤나 얕보였군……. 처리하는 건 어려울지도 모른다. 일단 받아들이고 감시 하에 둘까……. 그 뒤에 병사하게 만든다. 악성 뇌졸중이라든지. 수술 미스는 자주 있는 일이다. 드물지도 않다. 의료 미스를 호소할 사람은 없겠지.
“그래서 페잔이지만. 어떻게 할 건가?”
“이 건은 나도 경과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루빈스키지만, 그는 아군이다. 행방을 쫓는 건 멈추지.”
“좋은 건가? 그걸로.”
의심쩍은 표정이다. 키슬링은 루빈스키를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딘가에서 처리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불쌍한 놈이로군. 루빈스키. 다들 널 죽이고 싶어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페잔에 소동을 일으키는 것이 먼저다. 여기서 탐색하면 이쪽을 경계해서 움직임이는 것이 느려질 가능성이 있어. 조사하는 건 소동이 일어나고 나서면 돼.”
“과연. 일단 소동인가. ……방심하게 만드는 일도 되겠군.”
“그렇지. 그를 배제하는 건 그 뒤다.”
키슬링이 끄덕이고 있다. 그리고 표정을 고쳤다.
“이쪽에도 보고할 일이 있다. 란즈베르크 백작에 대한 거다.”
“무슨 일 있었어?”
“후원자를 알아냈다. 알버트 베네딕트. 페잔 상인이지만 극히 평판이 나쁜 자다.”
알베르트 베네딕트? 원작에선 나오지 않았군. 어떤 놈이지? 이 녀석이 루빈스키와 엮여 있던 걸까?
“라트부르프 남작에게 들었지만 내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귀족과 얽혀 꽤나 악덕 벌이를 했다고 한다. 귀족의 몰락은 꽤나 아팠겠지.”
“그 자가 란즈베르크 백작과 연결되어 있다는 건가?”
악덕상인과 광대시인? 아무래도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면 란즈베르크 백작은 꼴 좋게 조종 당하고 있는 건가…….
“아니, 두 사람이 만난 건 내란이 끝나고 나서다. 내란 전에는 연결점이 없어. 이 건에 대해선 란즈베르크 백작의 옛 가신에게 확인했으니 틀림없겠지.”
“…….”
“알버트 베네딕트에 대해서 조사했지만, 전 페잔 자치령주, 아드리안 루빈스키와 밀접한 관계라는 소문이 있었다. 만일을 위해 볼테크 변무관에게 확인해봤어.”
“……그래서.”
화면에 비춘 키슬링이 웃음을 띠었다. 냉소 종류다.
“알버트 베네딕트는 확실하게 루빈스키와 연결되어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페잔 자치영주부와 말이야. 그는 페잔의 배후를 돕고 있었던 것 같아.”
“배후?”
키슬링이 끄덕였다.
“파괴공작이라든가 암살, 혹은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교섭이다. 그는 페잔의 비합법적인 활동 부분을 맡고 있었던 거다. 때론 귀족과 손을 잡고 비합법적인 일도 했다는군. 그것 자체가 귀족의 약점을 잡는 일이 된다.”
“……볼테크 변무관이 그렇게 대답한 건가?”
“떫은 표정으로 말이야. 그다지 밝히고 싶지 않은 일이겠지.”
“과연.”
과연 그렇군. 페잔의 어둠을 맡은 남자인가. 그런 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원작에서라면 루빈스키 옆에서 협력하고 있던 건 도미니크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신뢰관계에 있다곤 거짓말로도 말하기 힘든 상태다. 묘하다고는 생각했지만…….
페잔에서의 일을 통해 귀족들의 약점을 잡아 벌고 있었나. 산전수전의 만만찮은 자겠지. 란즈베르크가 조심스럽게 될만도 하다. 당연하지만 내가 하는 일을 좋지 않게 보고 있을 것이다. 돈줄이었던 귀족을 뭉갠 것이다. 제국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베네딕트와 현 자치령주 마틴 페이워드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
“우연일까?”
“…….”
“이쪽이 베네딕트에 대해서 조사하자 동시에 루빈스키가 경에게 연락해왔다.”
“우연이라고 생각하기 힘들군.”
아마도 지금도 두 사람은 연결되어 있겠지. 지구교가 의심하고 있는 흔적이 있다. 그리고 베니딕트의 존재를 탐지하여 거기에서 자신의 관여가 명백해졌다고 루빈스키는 생각했겠지. 그리고 내가 지구교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도 탐지했다. 뒤이어 자신이 포위당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기 전에 밴신을 결단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키슬링은 “대충 그런 걸지도 모르겠군.”이라고 끄덕였다.
“알버트 베네딕트를 주시해둬.”
“알겠다.”
혹은 루빈스키는 베네딕트와 란즈베르크 백작 두 사람을 소란에 이용하여 처리할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 땐 상황에 따라서 이쪽이 붙잡아야 한다. 루빈스키에게 최후를 가져다 줄 도구가 되겠지.
키슬링과 전화를 끝내고 회의실에서 나오니 발레리가 응접실에 왔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키슬링과 대화하는 도중 그 자가 온 것 같다. 꽤나 서둘러서 왔나 보지. 혹시 나에 대하여 어려워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응접실에선 샤프트 기술대장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게 했군요. 샤프트 대장.”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소관도 지금 막 온 참입니다.”
어조가 딱딱하군. 예전에 너무 겁을 줬나.
“부른 것은 대장에게 부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탁이라 하심은?”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고. 루빈스키가 실종된 이후, 샤프트에 대하여 페잔에서의 접촉은 없다고 키슬링에게서 보고를 받았다. 이번은 나쁜 이야기가 아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통상항행용 엔진을 붙였으면 합니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그걸 실행할 생각이십니까? ……그럼 이제르론 회랑에?”
“네. 그럴 생각입니다.”
샤프트가 신음 소리를 올렸다. 이제르론 요새 공략. 그걸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당연하지만 상상은 간다. 흥분하고 있는 거겠지.
“알겠습니다. 바로 작업에 착수하도록 하죠. 그럼 언제까지 끝내면 되겠습니까?”
“그렇군요. 10월 상순까지는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샤프트가 또 신음했다.
“10월입니까. 그럼 장착 작업에는 4개월이 주어진다는 말씀이시군요.”
“그 뒤 운용실험에 1개월. 최종조정기간으로 1개월.”
“과연.”
전부 합해 반년이다. 루빈스키의 페잔 소란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지만 충분히 시간에 맞출 수 있겠지.
“운용실험은 슈톡하우젠 제독이 행하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때 운용결과를 보고 최종조정을 행합니다. 괜찮습니까?”
“알겠습니다.”
“뭔가 질문은 있습니까?”
“아뇨. 딱히.”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샤프트는 뛰어오르듯이 방을 뛰쳐나갔다. 흥분하고 있는 거겠지. 이번에야말로 승진, 그런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뭐, 동맹군의 제국령 침공 때엔 페잔의 눈을 가리기 위해 승진시키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이번엔 그 부분도 평가해 줘야지. 2계급 특진은 무리겠지만 훈장 정도라면 내줘야겠지. 기술 장교로서 훈장이라면 기쁜 일일 것이다.
그날 오후, 광역조사국, 헌병대는 협력하여 오딘의 지구교단지부에 강제조사에 들어갔다. 지구교단은 극렬하게 저항, 총화기로 광역조사국, 헌병대를 공격했다. 광역조사국, 헌병대가 사살한 신자는 100명을 넘었다. 부상을 입은 뒤 사망한 신도, 자살한 신도를 넣으면 사망자는 150명을 넘는다. 체포한 신자는 60명을 넘었다.
교단지부장인 고드윈 대주교는 체포되기 전에 음독자살했다. 그에게서 정보를 얻을 순 없었지만 압수한 서류 안에서 지구교단이 장미정원에서, 퀸멜 남작 저택에서 날 암살하려고 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강제조사에 앞서 광역조사국 제6과에선 알프레트 벤델을 체포하려고 했지만 벤델은 격하게 저항, 최후엔 벤델도 음독자살했다. 벤델이 사용한 독은 고드윈 대주교가 자살에 쓴 독과 동일한 것이었다.
은하제국은 그 날 안에 지구교와 그 신자를 제국의 공적으로 선언, 지구토벌의 결정을 내렸다. 지구토벌지휘관은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상급대장이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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