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5년 12월 21일. 오딘. 라인하르트 폰 뮈젤.


  뮈켄베르거 원수 저택은 군의 명문귀족답게 크기는 했지만 화려하진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중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사람이 저택을 만들지만, 동시에 저택이 사람을 만드는 일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다.


  오프레서, 뤼네부르크와 함께 방문을 고하자 젊은 여성이 응접실로 안내해줬다. 이목구비가 확연하고 섬세한 얼굴에 흑발과 녹안을 하고 있다. 행동을 보아하니 하인은 아니다. 딸로 보기엔 너무 젊지만, 손녀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겠지. 설마하고 생각하지만, 애인인가? 뤼네부르크도 꽤나 이상하단 표정을 짓고 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지금 아버님이 오시는 중이시니.”

  그 말에 딸이라고 알았다. 하지만, 딸? 그녀가 응접실을 나가자 오프레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유스티나다. 원수와는 혈연관계이긴 하지만, 원래는 켈트링 가문 사람이다. 잘 기억해라. 그리고 이후엔 그 사실에 접근하지 마.”

  켈트링 가문인가……. 일찍이 군무상서까지 배출한 군의 명문가라고 들었다. 뮈켄베르거 가문보다도 격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맹군에서 브루스 애쉬비가 나타났고, 켈트링 가문이 몰락했다. 몇 명의 사내가 애쉬비 앞에 쓰러지고, 그 이후 켈트링 가문은 다시 일어설 수 없었다.


  분명 뮈켄베르거 원수도 아버지를 애쉬비에게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뮈켄베르거 가문은 원수에 의해 훌륭히 다시 일어섰다. 과연, 원수에게 있어선 그녀는 단순한 친척일 뿐만은 아니겠지. 자칫 잘못하면 뮈켄베르거 가문도 같은 경우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오프레서가 거기에 접근하지 말라는 건 그런 말인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 뮈켄베르거 원수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일어서서 상호 경례를 하고 소파에 앉았다.

  “기다리게 했군.”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뮈켄베르거와 오프레서의 대화를 들으면서 뮈켄베르거의 모습을 봤다. 사임할 생각이겠지만, 그 사실이 원수의 겉모습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 것 같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위엄 넘치는 모습이다.


  “원수로 승진한 것, 축하하네.”

  낮고 온화한 어조였다. 입가엔 웃음이 있다.

  “감사합니다. 각하의 조언이 있으셨다고 군무상서, 통수본부총장에게서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슨. 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일세. 감사할 것도 없어.”


  오프레서가 뮈켄베르거 앞에서 정색하고 있는 것에 놀랐지만, 그 이야기 내용에도 놀랐다. 오프레서의 승진엔 뮈켄베르거의 조언이 있었다. 그리고 군무상서와 통합본부총장도 그걸 받아들었다.


  제국군 3장관이라고 한다면 이전엔 견원지간이라고 들었는데, 지금은 다른 것 같다. 사이옥신 마약 사건으로 협력체제를 세웠다고 들었는데, 원수 승진 문제까지 협력할 정도라니 꽤나 긴밀한 것 같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두 사람의 목숨도…….”

  오프레서의 말에 나와 뤼네부르크가 고개를 숙였다. 그 머리 위에서 뮈켄베르거의 쓴웃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갔다.


  “그런 이야기는 그만두지. 그것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니.”

  얼굴을 올려 원수를 봤다. 역시 쓴웃음 짓고 있다. 본심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고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원수 각하가 저희들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해준 건 사실입니다. 감사합니다.”

  뤼네부르크가 감사를 표하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나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들게. 그래서야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나와 뤼네부르크가 고개를 올리자 뮈켄베르거가 입을 열었다.


  “죄는 내게 있네. 폐하께서 그림멜스하우젠을 원정군에 참가시키라 명령하셨을 때 그걸 거절하지 못했지. 받아들었으면서 전쟁터에선 방해물이라고 내쫓았다. 어리석었지. 거기를 적에게 찔렸고……. 패전은 누구의 죄도 아니야. 이 뮈켄베르거의 죄인 거다.”

  원수가 굵은 한숨을 토했다.


  “그 패전 이후, 은밀히 장미 정원에서 폐하를 알현했다. 그림멜스하우젠 자작은 폐하께서 젊었을 때, 시종무관으로서 곁에 있었지. 무척이나 책망을 받으리라 각오했다. 죽음조차 각오했지…….”

  “하지만, 그건.”

  “삼가라, 뮈젤!”

  “…….”


  내가 불합리하다 말하려하자 오프레서가 낮은 목소리로 책망했다. 불경죄를 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나는 잠자코 고개를 숙였다. 실제로 입을 열면 황제에 대해 비평이 나왔겠지.


  “미안하다고 들었네. 용서하라고…….”

  “!”

  “자신의 고집 때문에 그대를 위험에 빠지게 했다. 300만이나 되는 장병을 죽게 했다. 용서하라고……. 폐하께선 울고 계셨네……. 너무나 송구하지만, 폐하를 원망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 때, 폐하는 내게 고개를 숙이셨네…….”


  전 인류의 지배자며 전 우주의 통치자, 천계를 아우르는 질서와 법칙의 수호자, 신성하며 불가침한 은하제국 황제, 그 황제가, 프리드리히 4세가 울면서 고개를 숙였다……. 뮈켄베르거는 뭔가를 참는 듯이 눈을 강하게 감고 있다.


  “누구보다도 폐하께서 그분 자신의 죄를 부끄러워하고 계셨네. 내가 벌을 받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지. 그런데 어떻게 내가 경들의 처벌을 그냥 두고 볼 수 있겠는가.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닐세…….”

  “…….”


  내 목숨은 뮈켄베르거가 구했다. 그 뮈켄베르거를 프리드리히 4세가 구했다. 다시 말해 내 목숨을 황제가 구한 거라는 건가……. 저 남자 때문에 살아남다니…….


  그는 자신의 죄를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난 어땠을까? 오프레서에게 그림멜스하우젠을 죽게 내버려뒀다고 듣기 전까지 짐작조차 못했다. 죄악감조차 느끼지 못했다. 난 대체 지금까지 뭘 생각하며 살았는가?


  뮈켄베르거가 눈을 떴다. 희미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는 듯이 보였다. 보고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아래를 내려봤다.


  “난 어리석었네. 그때,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서 그림멜스하우젠의 원정군 참가를 거절해야만 했지.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대패배를 맛보고 폐하까지 괴롭게 했다…….”

  “…….”


  “다시 한 번 전쟁할 것을 명받았을 때, 나는 생각했다. 폐하의 상냥함에 기대선 안 된다고. 내겐 우주함대 사령장관의, 아니 제국 군인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 싸움이 끝나면 군을 은퇴하겠다고…….”

  “각하…….”


  오프레서가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림멜스하우젠의 동행을 거절할 수 있었을까? 패전을 두고 뮈켄베르거처럼 자기 자신을 엄하게 심판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했다. 난 지금까지 뭘 생각하며 살았는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뭘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단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4세가 나태하고 범속한 인물이라면 난 뭔가? 아군을 죽게 내버려둔 비겁하고 수치를 모르는 놈이지 않은가.


  그가 범한 죄악에 어울리는 죽음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내게 어울리는 죽음이란 뭔가? 난 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자연스럽게 손이 로켓 펜던트를 쥐고 있었다.


  키르히아이스가 있었다면, 하고 생각하고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거다. 프리드리히 4세도, 뮈켄베르거도 괴로워하며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 그 답이 나와 뤼네부르크를 살렸다. 키르히아이스에게 의지하지 마라. 키르히아이스에게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지는 나 스스로 생각하는 거다…….


  “각하, 다음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정해졌습니까?”

  오프레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하며 고개를 들었다. 대체 얼마나 되는 시간이 지났을까……. 내 눈앞에서 고개를 젓는 뮈켄베르거의 모습이 보였다.


  “유감스럽지만 아직 정하지 못했다.”

  “메르카츠 제독으론 안 됩니까?”

  “음. 부사령장관이라면 좋겠지만, 사령장관쯤 되면 말이지. 조금 불안이 있다.”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정해지지 않았다? 메르카츠가 아니야? 능력, 인망 모두 메르카츠 이외의 적임자가 있다곤 생각할 수 없다. 어째선가?


  내 의문을 읽은 걸지도 모른다. 뮈켄베르거가 희미한 미소를 띠고 알려줬다.

  “1개 함대 지휘라면 나보다도 훌륭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대사령관과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다른 거다.”


  함대사령관과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다르다? 당연한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걸 굳이 말하는 의도가 뭐지? 생각하고 있자 뮈켄베르거가 내게 말했다.


  “경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나?”

  “네? 메르카츠 제독 말입니까?”

  “아니지. 에리히 발렌슈타인 말이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저쪽에선 경을 천재라고 평하고 있다고 하네만…….”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만만찮다고 생각했다. 방심할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그에게 느낀 공포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무서운 자입니다. 솔직히 몸이 떨릴 정도의 공포를 느낍니다. 대체 어디까지 이쪽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지…….”

  “…….”

  “그는 나를 간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는……. 잘은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런 답답함이 있습니다.”


  그렇다. 무서운 거다……. 그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뭐라 할 수 없는 불쾌감이다. 그리고 난 그에 대한 걸 거의 모른다. 나보다도 위에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는 날 이길 수 없다고 말하며, 날 천재라고 평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그의 속이 보이지 않는다…….


  “두려운가……, 그걸로 좋은 거다.”

  “?”

  “문제는 그 뒤다. 공포 앞에 움츠리는가. 아니면 공포를 참고 반격하는가……. 반격하고자 한다면 상대를 알아야만 하지. 움츠리면 죽을 뿐이다. 경은 어느 쪽인가?”


  뮈켄베르거가 날 보고 있다. 정신을 차리니 오프레서가, 뤼네부르크가 날 보고 있다.

  “……반격합니다.”


  “쉬운 일이 아닐세. 뼈가 울릴 정도의 공포에도 움츠리지 않고 참아야만 하지. 죽는 편이 좋다고 생각할 때도 있을 것이다. 참을 수 있겠는가?”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뮈켄베르거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뤼네부르크, 오프레서도 끄덕이고 있다. 생각하는 걸론 안 된다. 참을 수 있다. 참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겐 이길 수 없다…….

  “참을 수 있습니다.”


...


우주력 794년 12월 28일. 하이네센, 우주함대 총사령부. 미하마 사아야.


  올해도 슬슬 끝나갑니다. 하지만 동맹군은 아직 우주함대 사령장관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전임자, 로보스 원수가 그런 방식으로 해임 됐기에 후임자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내년이 되어서야 정해질 거라고 합니다. 올해 안에 결정될 일은 없을 거라고 합니다.


  우주함대 총사령부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100명 이상의 참모가 총사령부 참모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지금은 참모 몇 사람이 우주함대 유지운영을 위해 나날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 몇 사람 되지 않는 참모 중에 발렌슈타인 준장, 와이드본 준장, 양 준장이 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승진했습니다. 각자 철수작전, 그리고 그 지원작전에 공적이 있다고 하여 평가를 받은 겁니다.


  저와 바그다슈 중령도 승진했습니다. 지금은 미하마 소령과 바그다슈 대령입니다. 발렌슈타인 준장을 무사히 데려왔다, 그 걸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


  총알받이 정도밖에 할 수 없으리라 각오하고 갔는데 승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와이드본 준장과 양 준장도 살아서 돌아온 건 대단한 일이라고 말해줬습니다.


  발렌슈타인 준장은 준다는 건 받아두는 편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싱긋 웃으면서 최근 피부가 거칠어진 것 같으니 좋은 화장품을 사세요. 그 정도는 급료도 올라가겠죠라고 뒤를 이었습니다.


  괜한 참견입니다! 이래뵈도 신경 쓰고 있는 편입니다. 저는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서 좀처럼 맞는 화장품이 없습니다. 조금 환경이 바뀌거나 계절이 변할 때엔 꽤 고생합니다. 이제 날씨도 추워지고, 공기도 건조해지기 시작해서 큰일입니다.


  총사령부의 현재 최고책임자는 그린힐 참모장입니다. 그 다음에 오는 것이 발렌슈타인 준장, 와이드본 준장, 양 준장이 됩니다. 원래는 세 사람 보다도 상급자가 있었습니다만, 모두 총사령부에서 떠나갔습니다.


  언젠가 새로운 사령장관과 새로운 참모장이 정해질 겁니다. 총사령부의 참모는 그 시점에서 새로이 선발된다고 합니다. 발렌슈타인 준장, 와이드본 준장, 양 준장이 남아있는 건 승진했으니까 그 만큼 더 일을 하라는 거라고 합니다.


  아마 그게 맞는 거겠죠. 저와 바그다슈 대령도 남아있으니까요……. 그 외에도 10명 정도, 참모가 남아 있습니다. 모두 위관급입니다. 다시 말해 잡무계라는 겁니다만, 이게 꽤 큰일입니다.


  우주함대 전체의 결재서류, 연락문서가 오는 겁니다. 만만한 양이 아닙니다. 다들 매일 서류에 쫓기고 있습니다. 저를 보자면 이전에 후방근무에 있었던 경험을 사서 주로 보급관계 서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총사령부에서 세 사람의 준장 역할은 정해져있습니다. 문서 대부분은 사전에 발렌슈타인 준장이 확인하고 그린힐 참모장에게 전합니다. 다른 곳에서 연락, 질문 등에 관해선 와이드본 준장이 하고, 그리고 양 준장은 낮잠과 독서입니다.


  양 준장에게 사무처리 따윈 무리다. 발렌슈타인 준장과 와이드본 준장의 말입니다. 조금 심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양 준장은 불만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들은 대로 낮잠과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한 번 일에서 도움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만, 납득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세 준장의 책상은 거의 3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만, 발렌슈타인 준장 책상에는 서류가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와이드본 준장의 책상에도 다소 있습니다만, 양 준장의 책상에는 없습니다.


  와이드본 준장에 의하면 양 준장은 평시엔 쓸모가 없다고 합니다. “낮잠을 자는 게 녀석을 포함한 모두를 위해서다.”라고 말했습니다. 양 준장은 엘 파실에서 모든 근면함을 소모했다고 합니다.


  문을 열고 바그다슈 대령이 들어왔습니다. 조금 속보로 발렌슈타인 준장에게 다가갑니다. 와이드본 준장과 양 준장도 시선을 대령에게 향했습니다.


  “오프레서가 원수부를 열었습니다. 그 원수부에 뮈젤 소장, 뤼네부르크 소장, 키슬링 소령의 이름이 있습니다.”

  “…….”


  양 준장과 와이드본 준장이 서로를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와이드본 준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뮈젤 소장은 육전대 지휘관으로 옮긴다는 걸까?”

  “글세.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


  뮈젤 소장은 발렌슈타인 준장이 천재라 평한 인물입니다.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서도 이쪽의 작전을 간파했습니다. 성가신 상대입니다만, 그런 그가 육전대 지휘관이 된다……. 이쪽으로선 나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주함대 사령장관은 누구로 정해졌습니까?”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정하는 데에 분란이 있는 것 같군요.”

  “메르카츠 제독이 아닙니까?”

  “네.”


  발렌슈타인 준장과 바그다슈 대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준장은 뮈젤 소장의 처우보다도 다음 우주함대 사령장관 쪽에 관심이 있는가봅니다. 준장이 눈을 감고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눌렀습니다.


  오른쪽 어깨는 이제르론 요새에서 부상한 부위입니다. 그 이후 준장은 생각할 일이 있을 땐 눈을 감고 어깨를 누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마치 오래된 상처에게 상담하는 듯합니다.


  “메르카츠 제독은 순수한 무인입니다. 정치적인 행동 따윌 할 사람이 아닙니다. 군무상서 에렌베르크 원수, 통수본부총장 슈타인호프 원수에게 있어서도 쓰기 편한 상대일 겁니다.”

  “달리 반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바그다슈 대령의 질문에 준장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대령은 오른쪽 어깨를 누르는 걸 멈추고 답했습니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군사에 관해선 두 원수의 의견이 중시됩니다.”

  “그럼?”

  “……반대하고 있는 건 에렌베르크 원수, 슈타인호프 원수일지도 모릅니다.”

  의외의 말입니다. 모두 서로를 돌아봤습니다.


  “뮈켄베르거 원수는 위엄 넘치는 사령장관이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메르카츠 제독에겐 명백히 위엄이 부족하죠……. 함대사령관으로선 유능할지도 모릅니다. 부사령장관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테죠. 하지만 사령장관으로 하기엔 조금 불안하다……. 이건 제 상상입니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위엄”이라는 추상적인 것 때문에 제국은 사령장관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준장의 말대로라면 그런 것이 됩니다. 와이드본 준장과 양 준장도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어떻게 파악해야 좋을지 알지 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이 곤혹해나는 걸 어떻게 생각했는지, 준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계속했습니다.


  “동맹에도 위엄 넘치는 사령장관이 있었어요. 그가 지휘를 잡으면 반드시 이긴다고 주위가 확신했죠……. 브루스 애쉬비 원수…….”

  “과연, 그런 건가…….”

  바그다슈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주변에서도 끄덕이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국은 잠시 사령장관을 맡을 사람을 찾지 못하고 혼란 한다. 그렇게 봐도 좋을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찬스로군. 뮈젤 소장은 없고 제국군은 혼란. 공세를 걸 찬스다.”


  와이드본 준장이 흥분한 듯이 말했습니다. 다들 그 흥분에 동조하는 와중, 발렌슈타인 준장만이 냉정했습니다.


  “한 두 번은 이기겠죠. 그 뒤엔 최악일 겁니다만.”

  “?”

  “제국은 강력한 사령장관을 임명할 겁니다.”


  와이드본 준장과 양 준장이 서로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뮈켄베르거 원수가 복귀한다는 건가?”

  질문한 양 준장에게 발렌슈타인 준장이 웃음을 띠웠습니다.

  “아닙니다. 양 준장. 오프레서가 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된다. 그런 겁니다.”

  “!”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굳었습니다. 쿡쿡하고 준장이 웃는 소리만이 들렸습니다.

  “무, 무슨 소리야? 오프레서는 지상전이 주특기겠지. 우주함대 사령장관이라니…….”

  “총참모장에 라인하르트 폰 뮈젤을 두면 됩니다. 그래도 무리입니까? 와이드본 준장.”

  “…….”


  “하지만, 그런 일이.”

  “지상전이든 우주전이든 전쟁을 하는 건 다름없어요. 다른 뭔가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오프레서는 군인이라구요. 자신이 뭘 해야 할지는 알고 있죠.”

  “…….”

  준장이 웃음을 멈췄습니다.


  “적을 때려 부순다. 그걸 위해서 뮈젤 소장이 작전을 입안하게 하고, 각 함대사령관에게 그 작전을 실행하게 만든다.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


  방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준장이 하는 말은 알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준장, 주변의 제독들은 어떨까요? 얌전히 명령에 따를까요?”


  내 질문에 몇 사람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갑자기 육전부대 지휘관이 사령장관이 된다고 해도 제독들은 납득하지 못할 겁니다. 준장은 내 질문에 가볍게 끄덕였습니다.


  “따르지 않으면 해고하면 됩니다. 그리고 젊은 지휘관을 선발하면 되죠.”

  “젊은 지휘관?”

  “네. 지금 제국에는 진짜 실력자들이 대령에서 소장급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들을 선발해서 새로운 우주함대를 편성하면 되죠.”

  “…….”


  그렇게 말하고 준장은 이름을 나열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비텐펠트, 바렌, 뮐러, 루츠…….” 전부 열 명 정도는 되겠죠.


  “모두 극히 유능한 자들입니다.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정예 함대를 만들 수 있겠죠. 오프레서가 육전, 함대전, 그 양쪽의 최고사령관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뮈젤 소장이 있겠죠. 최악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고 준장은 또 눈을 감고 어깨를 문지르기 시작했습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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