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았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였다.


그 소식을 듣기 전 까지는…….


  "에리히 발렌슈타인."

  수업도 끝나고, 귀가하기 위해 복도를 걷고 있던 날 불러 세운 것은, 배크 교장의 목소리였다. 교장의 곁에는 본 적 없는 남자가 있었다. 40대 후반 정도인가. 나를 잠자코 바라보고 있다.

  "무슨 일 있나요? 교장 선생님."

  "아아, 그렇다네. 그, 진정하고 들어주기 바란다만……."


  교장은 말을 줄이고 곁에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도 함게 남자를 본다. 남자는 한 발 내 앞으로 걸음을 옮긴 후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에리히군이지? 난 자우릿슈 경부. 경찰에서 왔다. 자네의 양친이 돌아가셨다. 나와 함께 오길 바란다."

  "무슨 말 하는거에요? 아저씨. 거짓말은 그만둬요."

  "거짓말이 아니야. ……적어도 내가 경찰이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정장 안쪽 포켓에서 신분증명서를 꺼냈다.


  "나와 함께 오길 바란다. 괜찮겠지?"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단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나와 자우릿슈 경부)가 향한 곳은 감찰의병원이었다. 차 안에서 난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하지 못했다. 말했다간 양친이 죽은 것이 사실이 될 것 같아서 말하지 못했다. 절대 거짓말이다. 사람을 잘못 본거다. 반드시 그런거다.


  병원에 도착하고, 유체안치소로 끌려갔다. 안치소에는 이미 사람이 세 명 있었다. 두 명은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마도 경찰이겠지. 하지만 뒤의 한 명은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하인츠 게러. 아버지와 함게 법률사무소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하인츠 아저씨."

  "에리히, 왔는가. 콘라트와 헬레네가……."


  말을 잇지 못하며, 내 양 어깨에 손을 올린 하인츠의 눈은 새빨갰다. 거짓말이 아니구나. 내 가슴을 절망이 덮친다. 난 도움을 청하듯 방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몇 개의 침대를 이제와서 눈치챘다. 그 안의 두 개의 침대에 유체가 있었다. 유체에는 시트가 씌워져 있다. 나는 하인츠의 손을 놓고 유체를 향해 다가갔다.


  "에리히. 보지 말아라."


  날 말리려는 듯한 하인츠를 뿌리치고 시트를 뒤지었다. 아버지의 유체였다. 눈이 어질거렸다. 얼마동안 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니 또 하나의 유체 앞에 있었다. 난 시트를 뒤집었다. 어머니의 유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머니일리가 없다. 그럴리가 있을까보냐. ……어머니였다.


■ 하인트 게러


  에리히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헬레네의 유체를 보고 있었다. 말리지 않으면 안된다. 두 사람의 유체는 무참했다. 콘라트는 심한 폭력을 받아, 목이 부러져 있었다. 다른 곳에도 어깨나 손발,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가슴은 총으로 맞은 흔적이 있다. 헬레네도 심했다. 명백히 성적 폭력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옷이 찢어지고, 얼굴도 맞은 자국이 있다. 그리고 역시 가슴을 총으로 맞았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엔 공포와 절망으로 굳어있다. 에리히를 말리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그 전에 에리히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누가 그런거야. 누가 아빠와 엄마를 죽였어. 누가 죽인거야."


  묻고 나서 에리히는 조용히 뒤돌았다. 난 대답할 수 없었다. 몰랐기 때문이 아니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있구나? 아저씨."


  침착한,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런데도 내겐 에리히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어린아이인데도.


  "에리히. 침착해라."

  "누구야!"


  말을 잃은 나를 노려본 에리히는 이윽고 신음소리를 울리며 양 손으로 얼굴을 감샀다. 그리고 마루에 쓰러지더니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 바닥을 치며, 콘라트와 헬레네를 부르고, 범인을 향해 복수를 맹세했다. 통곡, 그리고 복수의 맹세.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단지 거기에 서 있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