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일어날까? 난 펼쳐놓았던 교과서를 닫고 가방에 넣었다. 그럼, 오늘은 뭘 읽을까. 하고 생각하니 교내 방송이 들려왔다.


  "병참과 전공의 발렌슈타인 후보생. 교장실까지 출두하십시오. 반복합니다. 병참과 전공의 발렌슈타인 후보생. 교장실까지 출두하십시오. 이상."


  어디, 뭔가 했던가? 반년 전 사관학교에 편입시험에 합격하고, 사관 후보생이 된 이래 문제를 일으킨 기억은 없다. 저번주에 기말시험도 끝났고, 병참과에선 3등. 전교에선 31등이라는 성적을 얻었다. 전교생 총 5,120명에서 31등이다. 굉장히 진지하고 손이 가지 않는 생도라고 자신하고 있다. 조금 병약한 점을 빼면. 특별히 짐작가는 데가 없었지만, 노이라트 교장을 기다리게 하는 건 위험하겠지. 상대는 중장 각하인 것이다. 난 도서관을 나와 서둘러 교장실을 향했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후보생. 들어갑니다."

  "발렌슈타인 후보생인가. 이리로 오게나."


  노이라트 교장은 책상에서 불렀다. 곁에는 클레멘트 중령이 있다. 전략, 전술을 담당하는 교관이다. 학생의 평가도 꽤 좋다. 재밌고 기억하기 쉽다는 것이다. 자주 슈타텐 대령과 비교되고 있다. 나중에, 미터마이어에 이론쟁이라 불리는 슈타텐과 말이다. 성격도 밝고, 그 점에서도 음침한 슈타텐과 다르다. 클레멘트 중령이 있다면 괜찮겠지. 교장의 기분도 나빠보이지 않는다.


  "그럼, 발렌슈타인 후보생. 저번 진로 조사에 의하면 병참과를 전공하겠다고 적었지만, 정말인가? 자네의 성적이라면 전략과를 택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가. 클레멘트 중령."

  "예. 각하가 말씀하시는 대롭니다. 발렌슈타인 후보생. 자네는 전략, 전술에 대한 이해력,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성적도 뛰어나네. 어째서 전략과를 택하지 않는 건가?"


  과연. 그런 건가. 귀찮군……. 보통 사관학교에 입학할 때는 전공할 학과를 두개 고른다. 제 1지망, 제 2지망을 전략과, 전사과, 공전과, 육전과, 기술과, 병참과, 항해과, 정보과 등에서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성적이 좋은 순부터 희망하는 학과에 들어간다. 당연하지만 이미 희망하는 학과의 정원이 다 차면, 그 이외 선택되지 못한 학과에 분산된다. 그런데 편입시험을 받은 사람, 예를 들면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냐면, 그걸 모두 병참과에 집어 넣는다. 이유는 병참과가 다른 학과에 비해서 편하니까다. 병참과 이외엔 레포트나 시뮬레이션, 실기 등으로 시간을 뺏기거나 체력을 소모한다. 반년 늦어 들어왔으니까, 편한 병참과에 들여보낸다. 빨리 따라잡아라. 라는 것이다. 대신, 그 년도 마지막으로 보는 기말시험에서 성적이 통지된 후, 내년도 전공할 학과를 고른다. 이것이 1년에서 3년까지 계속된다. 다시말해 4년간 학생 생활 안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전공학과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거의 모든 학생이 1학년이 끝날 때엔 전공을 고르고 있다.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둘째치고.


  "병참과가 나쁘단 건 아니지만, 아깝다고 생각했기에 말일세. 나도 각하도 자네의 재능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네."

  "음. 클레멘트 중령이 말하는 대로다."


  그들의 말도 당연하다. 각 전문 학과 안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당연히 전략과다. 거의 모든 지휘관, 참모는 전략과 출신이다. 다시말해 엘리트 코스인 것이다. 거기에 전사과가 이어지고, 공전과, 육전과가 된다. 전사과에서 지휘관, 참모가 될 가능성은 전략가의 바로 아래다. 그리고 공전과, 육전과는 실전부대로서 옛날부터 인기가 많다. 실전부대인 이상, 무공을 세우면 승진할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 매니악한 인간(장인 기질, 오타쿠라고 말해도 좋다)에게 뿌리 깊은 인기를 가지고 있는 곳이 기술과, 항해과, 정보과다. 병참과를 고르는 인간은 거의 없다. 수수하고, 무공을 세울 기회도 없다. 당연히 승진도 늦기 때문이다. 희망하는 학과에 들어가지 못한 인간이 들어간다고 해도 좋다. 병참과는 낙제생이 들어가는 곳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보급은 전쟁의 기본, 보급을 경시하면 죽는다고?


  "감사합니다. 각하. 클레멘트 중령. 하지만 저는 역시 병참과로 나가려고 합니다."

  "어째서인가? 발렌슈타인 후보생."

  "전략과를 선택하면 장래엔 참모나 지휘관이 됩니다. 당연히 전투지휘를 하게 됩니다만, 저는 몸이 약하기에 장시간의 전투지휘를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혹여 주변에 민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래서 병참과를 고른건가?"

  "예. 병참과라면 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나는 될 수 있는대로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두 사람도 내 말 중에 '국가의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말에 감동한 듯 하다. 시종일관 고개를 종으로 흔들거나 횡으로 흔들고 있다. 덧붙여 몸이 약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사관학교에 들어와서 두 번정도 빈혈로 강의를 쉬고 있다.


  "그런가. 유감스럽군. 중령."

  "예. 각하. 발렌슈타인 후보생. 병참과에 진급해도 시뮬레이션은 쉬지마라. 군인인 이상. 어디에서 전투에 말려들지 모른다. 실력을 쌓아두거라. 알겠나?"

  "예. 충고 감사합니다. 중령."


  교장실에서 해방된 후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용케 두 사람을 설득할 수 있었기에 내 마음은 가벼웠다. 내가 병참과를 고른 것은 몸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전략과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나는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에 협력하여 문벌귀족을 쓰러뜨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무엇이 가능할까? 지금은 제국력 477년. 그리고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원수가 되는 것이 제국력 487년이다.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 거기다가 사관학교에서 4년 소비하니 실제론 6년이다. 6년으로 어디까지 출세할 수 있을까? 전략과를 선택해도 잘해야 소령인가 중령이겠지. 물론 나이트하르트 뮬러 같이 6년으로 중장까지 출세한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그와 같이 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는 정말로 능령과 운에 축복받은 것이겠지. 덧붙여 나이트하르트 뮬러, 안톤 페르너, 균터 키슬링 3명은 지금 사관학교의 1학년으로 나와는 동기생이 된다. 세 명 모두 전략고에 소속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병참과인 나와 그들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


  말을 돌리자. 6년간으로 출세할 수 없을 것 같다면, 다른 문제가 되는 것은 살아남을 수 있을가다. 이 점에서도 전략과는 그다지 높게 평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전략과에는 바보가 많기 때문이다. 엘리트 코스이면서도 바보가 많다는 건 모순이긴 하지만, 이 경우 모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략과에는 고관자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관자제들, 다시말해 귀족이나 고급군인의 바보 아들을 위해서 준비한 특등석이다. 이것들은 원래라면 낙오하여 사관학교에서 방출되도 이상하지 않지만, 유력자의 아들이라는 것으로 보호되고 만다. 뒷끝이 나쁜 건 이런 바보들이 상급 지휘부 및 지휘관, 참모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평민출신, 하급귀족 출신의 진정한 엘리트는 하급지휘부, 최전선의 지휘관, 참모가 되고 만다. 아마도 나도 여기에 배속되겠지. 여기서 뭐가 일어날런지. '상급 사령부가 범한 전략적 미스를 하급 사령부가 전술적인 성공으로 모면하려고 한다.", 가 된다. 모면하면 좋겠지만, 실제론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은 몇몇 역사적 사실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급 사령부는 괴멸이다, 전멸이다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국군이 강하게 되는 것은 라인하르트가 실력주의를 펼 때부터라고 해도 좋다. 지금 현재로는 신분제도가 제국군을 깊게 파고들고 있다. 제국이 자유행성동맹에 점령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이젤론 요새 덕분이다.


  제 2의 이유는 로엔그람 원수부에는 실전지휘관은 풍부하지만, 후방지원을 특기로 하는 인간이 적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원작을 보자면 오벨슈타인 곁에 페르너, 구스만 정도밖에 없다. 후방지원의 달인이 좀 더 있어도 되겠지.

  제 3의 이유는 병참과가 한산하기 때문이다. 난 이 4년간 자격증을 될 수 잇는 한 따려고 한다. 왜냐하면 리프슈타트 전역이 종결하면 군을 은퇴하려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프슈타인 전역 4년 후에는 우주가 통일된다. 우주가 통일 도니다면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조금 역사를 바라보면 이해된다. 군축이다. 상비군만큼 정부를 압박하는 것도 없다. 병사, 물자, 금은 금대로 단지 소비할 뿐이다. 생산성따위 전무라고 해도 좋다. 적이 있는 동안은 참고 유지할 수 밖에 없지만, 적이 없어지면 소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군의 발언력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문관들은 군축을 요구하겠지. 원작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사후의 제국에서 최중요 문제는 군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사회에서 노동력을 공유하고 생산을 활성화한다는 의미에서도 철저하게 행해야함이 틀림없다. 덧붙여 고대 로마 제국에선 초대 황제 아우구스트가 군축을 했지만, 50만병을 17만으로 줄였다고 한다. 3분의 1로 줄인 것이다.


  이제부터 앞으로, 군은 성장산업이 아니다. 정리해고의 바람이 불고, 승진도 무공이 없는 이상 늦어진다. 빨리 결심하고, 민간으로 전직하는 쪽이 좋겠지. 그를 위한 자격증 취득이다.


  그런 걸 생각하며 도서관에 돌아오니, 거기엔 선객이 있었다. 그다지 만나고 싶은 녀석이다. 관여하고 싶지 않기에 방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하니,


  "여어, 발렌슈타인 후보생이지? 너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어."


  라고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액일인 듯 하다. 산 넘어 산인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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