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츠는 나 혼자 두는 것이 걱정됐나보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난 거절했다. 혼자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구의 곁에도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집에 돌아온 것은 밤 7시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식사는 도중에 끝냈다. 서로 아무말도 나누지 않고, 단지 담담히 요리를 먹었다.
"에리히, 난 이제 돌아갈게. 정말로 혼자 있어도 되겠어?"
"아저씨. 아빠와 엄마를 죽인 건 귀족이지?"
하인츠의 얼굴이 굳는다. 유체 안치소에선 하인츠도 경찰도 범인에 대해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범인이 잡혔다면 경찰은 가슴을 피고 그렇게 말하겠지. 범인을 알 수 없었다면 반드시 잡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알고 있지만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귀족. 그것도 꽤 높은 대귀족일 것이다.
"아저씨. 내겐 알 권리가 있을거야. 우리 아빠와 엄마에 대한 것이니까."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지친 표정으로 하인츠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칼 폰 리메스 남작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럭저럭 유복한 귀족이었다. 연령은 84세. 요즘 반년 정도 전부터 몸 상태가 안좋아서 침대에 누워있을 때가 많아졌다. 아들은 10년 전에 사망이라는 불효를 저질렀지만, 손자가 2명 있어 상속 걱정은 없었다. 장남인 테오도르는 가문을 잇기 위해 조부와 함께 살고 있고, 차남인 아우구스트는 군에 들어갔다. 장남은 가문을 잇고, 상속권이 없는 차남은 자신의 힘으로 사는 것은 귀족사회의 상식이기 때문에, 리메스 남작가도 극히 평범한 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개월 정도 전, 테오도르가 죽었다. 사고였다. 승마중에 장해를 뛰어넘는 중에 낙마. 목이 부러져 즉사였다. 노인에게 있어선 큰 충격이었겠지. 하지만 손자는 또 한 명 있다. 리메스 남작은 이젤론 요새에 배속되어 있던 차남 아우구스트에게 장례식에 출석하여 리메스 남작가를 이으라고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아우구스트는 기뻤다. 언제 전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군인보다는 남작가를 잇는 쪽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나도 그 기분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너무 기뻐했다. 연락을 받은 날 밤, 아우구스트는 주점에서 축배를 들었다. 주변에도 크게 축하해준 듯 하다. 하지만 같은 주점에 아우구스트와 사이가 안좋은 사람이 있었다.
그 남자는 아우구스트를 비꼬았다. "자신의 형이 죽은 것이 그렇게 기쁜가? 누가보면 경이 죽인건 줄 알겠군." 아우구스트는 의외였겠지. 그는 남작가를 잇는 것만을 기뻐했을 뿐이지, 형인 테오도르의 죽음을 기뻐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둘은 싸움을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꽤나 마셨었던 듯 하다. 주변이 말려도 부리치고 싸웠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아우구스트는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엔 숙취인가 하고 주변은 생각했지만, 저녁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방에 연락을 넣어도 반응이 없다. 걱정한 동료가 그의 방에 가니, 아우구스트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급성뇌출혈이었다. 리메스 남작가를 잇는다는 기쁨을 안은 채로 죽은 것이다. 행복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
1개월 간 가문을 이을 자가 모두 사라지고, 당주가 빈약한 노인이 된다면, 남작가의 계승을 노린 하이에나들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 경우 하이에나들이란 리메스 남작가의 친족이다. 리메스 남작에겐 여동생이 세 명 있었다. 각각 발데크 남작가, 콜비츠 자작가, 하일만 자작가에 시집가고 있었지만 모두 하이아네가 되었다. 음밀하고 참혹한 상속 쟁탈전이 발생한 것이다. 자신이 남작가를 손에 넣기 위해서 하인들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의 가문을 추천하게 한다. 다른 가문의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리메스 남작의 생각을 알기 위해 도청한다. 일기를 훔쳐서 본다. 리메스 남작가의 집사는 남작과 70년 이상 종주관계에 있었다. 주종이라기 보다는 친구에 가까웠겠지. 하인들을 심하게 감시하고, 남작가에 해가 된다고 보이면 용서없이 내쫓았다. 그리고 어느날, 시체가 발견되었다. 남작이 죽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탐욕 덕분이었다. 리메스 남작이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죽으면, 남작가의 재산은 3등분되어, 작위는 반환된다. 리메스 남작가는 그럭저럭 유복한 집이긴 했지만, 3분의 1로는 너무나도 양이 적었다. 그들은 전부를 원했다.
이런 상황은 리메스 남작에게 있어서 지옥이었겠지. 손자 두 명을 잃고, 친구인 집사까지 잃고, 주변엔 믿을 수 없는 하인들이 넘쳐난다. 그는 자신을 지옥에 떨어뜨린 친족을 저주하고, 복수를 맹세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는 작위 및 재산을 국가에 돌려주는 것 뿐이었다. 여기서 그의 양친이 등장한다. 그의 아버지는 리메스 남작가의 고문 변호사를 하고 있었다. 유력귀족의 고문 변호사 쯤 되면 그럭저럭 평가된다. 하인츠와 아버지의 법률 사무소가 그렇게까지 번성하고 있었던 것도 리메스 남작가와 마찬가지로 고문 변호사를 하고 있던 가문이 달리 몇 가문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하이에나들은 아버지에 대해 여러가지 뇌물을 주고 협력을 의뢰했지만, 아버지는 남작의 의향에 따라 뇌물에 상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도 리메스 남작이 죽지 않고 살아 있던 하나의 이유겠지. 고문 변호사가 뇌물에 눈이 돌아 멋대로 양자결연의 수속을 하는 일도 가능했을 것이다. 리메스 남작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남작은 아버지에게 전례성에 작위, 재산을 반환하는 수속을 해 달라고 의뢰했다. 물론 극비였다. 그리고 하이에나들이 눈치챘을 때엔 모든 수속이 끝났었다. 그들은 리메스 남작의 판단을 저주하고 자신들이 받을 상속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아버지를 증오했다. 평민 따위가 자신들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인가. 하고.
"그래서 아빠와 엄마를 죽인거야?"
"아마도. 아니, 틀림없을 거다."
"어느 가문이 한거야?"
"그건……모르겠다. 가장 수상한건 발테크 남작가라고 생각하지만……."
"어째서?"
"발테크 남작가는 작년 사업을 실패하고, 꽤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거기가 가장 리메스 남작가에 집착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니까.
에리히. 억울하겠지만, 복수는 그만둬라. 귀족을 적으로 돌리는 건 위험하다. 콘라트도 헬레네도 네 행복을 바라고 있겠지. 이런 말도 있어. 최고의 복수는 행복해지는 것이다. 라고. 알겠지?"
"……응. 고마워요. 아저씨."
"내일, 또 올게. 이제부터 어떻게 할 지 생각해보자."
"알았어. 이제부터 어떻게 할 지 말이지……."
하인츠는 안심한 표정을 하고 돌아갔다. 말하고 나서 안심한 것도 있겠지. 하인츠가 말한 대로,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녀석들을 몰락시키고,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로엔그람 체제가 세워지고, 문벌귀족들이 몰락하기 까지 앞으로 11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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