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양친의 장례식 준비. 어제는 장례식이었다. 난 거의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장례식은 모두 하인츠를 중심으로 한 법률 사무소 사람들이 행했다. 제국과 동맹이 전쟁을 시작한 이래 150년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모두, 장례식엔 익숙하다. 양친의 관이 묘 아래로 들어갈 때엔 눈물이 나왔다.
내가 장래에 대해서 하인츠와 대화를 나눈 것은 장례식 이후, 내 집에서 였다. 하인츠의 아내, 엘리자벳도 함께였다.
"조기졸업하고, 사관학교에 편입 시험을 보려고해."
"조기졸업? 에리히의 성적이라면 힘들지는 않겠지만, 군인이 된다고?"
"응."
조기졸업이라는 건, 단위를 취득하고 반년 먼저 졸업하는 제도다. 전쟁에 의해 인적 자원 부족이 만성적인 지금, 사회로 나가는 인적 자원을 보급하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빨리 학생이라는 예비 전력을 내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들어가는 곳도 거기에 대응한다. 사관학교의 편입 시험 제도다. 반년 먼저 졸업한 학생을 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신입생은 반년 전에 입학하고 있지만, 반년 정도라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편입시험을 받는 것은 반년 먼저 졸업한 학생이다. 딱 좋다. 이 제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에리히. 넌 아직 아이다. 사관학교에 들어가는 건 그만둬라."
"그래요. 에리히. 하인츠가 하는 말 대로야. 사관학교는 무리야. 그보다 우리들과 함께 살지 않겠어?"
"너만 좋다면, 우리들의 아들이 되어줬으면 하지만."
"미안, 아저씨. 아주머니. 하지만 결심했으니까."
"에리히. 그건 복수를 위해서인가?"
"아니야. 아저씨.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잠시동안 말이 오갔지만, 결국 내 의견이 통했다.
"알았다. 에리히.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하거라. 단, 반드시 행복해져라."
"응. 고마워. 아저씨."
"아쉽네. 모처럼 자랑할 수 있는 아들이 생길거라 생각했는데."
"미안. 아주머니."
그 뒤, 난 하인츠에게 사관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천장을 부탁했다. 사관학교의 편입시험을 받기 위해선, 단지 성적이 좋기만 해서는 안된다. 본인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물의 아들, 혹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물에게서 받은 추천장이 있어야 한다. 내 경우엔 아버지가 변호사고, 귀족의 고문 변호사도 하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일을 위해서라도 준비해두고 싶다. 하인츠는 쾌히 승락했다.
지금 있는 집은 셋집으로 쓰기로 했다. 수속, 관리는 하인츠가 해주기로 했다. 물론 거기에 대한 대가도 내기로 했다. 하인츠는 처음엔 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내가 공적으로 부탁하고 싶다고 말하며 억지로 넘겼다. 일단 마친 뒤, 하인츠가 지긋이 말을 꺼냈다.
"에리히. 부탁할 게 있는데."
"뭔데?"
"응. 리메스 남작이 너와 만나고 싶다고 말하시더군. 어때? 만나주지 않겠어?"
"리메스 남작인가……. 좋아. 만나도."
"에리히 발렌슈타인입니다."
"어서오게나. 에리히. 칼 폰 리메스다. 이런 모습이라서 미안하군. 좀 더 이쪽으로 오게."
날 반긴 것은 침대에 누어있던 노인이었다. 지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대에게 미안하군. 설마 녀석들이 그런 짓까지 할 줄이야. 전례성에 수속만 끝난다면 녀석들도 포기할거라 생각했지만. 정말로 미안하네. 용서해주게."
리메스 남작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남작 각하는 괜찮으신가요?"
"내가 죽는다면, 전례성에서 검시관이 온다. 사체에 이상이 발견되면 당연히 조사가 시작된다. 맨 처음 의심당하는 건 녀석들이야. 그건 녀석들도 알고 있다. 배가 아파도 아무짓도 할 수 없어. 오히려 뭔가 해주면 좋았을 것을. 난 이제 늙어서 앞으로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게 되면 콘라트도 헬레네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미안하네."
"각하. 하인들은 믿을 수 있습니까?"
하인츠가 물으니, 남작은 천장을 보면서
"이제 이 집 하인들에게 흥미를 가지는 사람은 없다네.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관심도 없어지니까."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자네는 정말 헬레네와 닮았구만. 꼭 닮았다. 자주 자랑스런 아들이라고 말했었지."
"어머니와 친하셨나요? 일 외에도."
"친했다네. 딸이었으니까."
"딸?"
난 얼빠진 소리를 내며 남작을 봤다. 그리고 하인츠를. 하인츠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거짓말이 아니라네. 이걸 보게나."
노인은 오래된 사진을 꺼냈다. 사진에는 남녀들이 찍혀 있었다. 남성은 40~50대 정도. 여성은 20~30대 정도인가. 부녀인가하고 생각했지만, 여성의 팔에는 아기가 안겨 있었다.
그리고 남성은 아마도 리메스 남작이겠지. 약 30년에서 40년 전의 사진이다. 그리고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은 어머니와 많이 닮았다. 할머니인가? 할머니인 프레이아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을 테지만……. 난 또다시 하인츠와 얼굴을 마주봤다. 대체 어찌된 일인가? 리메스 남작은 내 할아버지였던 건가?
"나와 프레이아는 40년 전에 만났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여 태어난 것이 헬레네였다."
"어째서 헬레네를 남작가의 영애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건가요?"
"프레이아가 그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부친이 남겨준 유산이 있었고, 헬레네를 키우는 데 어려움도 없었다. 거기에 그녀는 귀족을 싫어했지."
"귀족을? 하지만 각하도 귀족이잖습니까?"
"하인츠.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귀족인 줄 몰랐다네. 뭐, 나도 신분을 숨기고 있었고. 당시의 난 아내를 잃은 홀몸이었으니까. 그녀와 결혼하리라 생각했지만, 그녀가 귀족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고민했다네. 마치 첫사랑 같았어. 그래도 결심하고 신분을 밝힌 뒤 결혼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더군. 나중에 굉장히 불평했다네. 귀족은 역시 믿을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하는 남작의 얼굴에는 아까전의 지친 표정은 찾을 수 없었다. 즐거운, 과거를 그리워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와 결국 결혼은 할 수 없었다네. 그대를 사랑하고 있긴 하지만, 결혼은 할 수 없다고 들어서 말일세. 아무래도 그녀의 친구가 귀족의 아내였던 듯 하네. 하지만 그녀는 귀족 사회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남편도 그녀를 충분히 돕지 못해, 마지막에 끔찍한 결과가 되었다고 하더군."
"끔직한 결과라면?"
그렇게 내가 말하니, 남작은 슬프다는 듯이 말했다.
"자살했다고 들었네."
우리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귀족과 평민 사이엔 당연하게도 벽이 있다. 귀족이 평민을 깔보는 이상으로, 평민이 귀족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그 벽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 것인지.
"헬레네를 리메스 남작가의 딸로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혹시 그랬다면 에리히도 죽었을지도 모르니까."
"아버지는 알고 있었나요?"
"물론이네. 리메스 남작가의 고문 변호사를 하고 있던 것에 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네. 난 실제로, 그의 성실함, 능력을 평가하고 고문 변호사로 고용했지만. 두 사람 모두 자주 자네에 대해서 즐겁게 이야기 해 주었네. 행복하다는 걸 알고 기뻣다네."
"프레이아씨에 대해선 주변에선 몰랐던건가요?"
"알고 있던 건 게오하르트 뿐이었다네."
내가 눈으로 하인츠에게 물어보니,
"죽은 집사다."
하고 답했다.
"에리히. 이걸 받아주게나."
그가 내놓은 것은 페잔에 본사가 있는 대은행의 카드였다.
"받을 수 없어요. 그런걸로 사죄받고 싶지 않아요."
"에리히!"
질책하는 하인츠를 손을 들어 진정시키고, 남작은 내게 계속 말했다.
"아니야. 에리히. 이건 사죄가 아니라네. 너의 행복을 위해 내놓은 것이니까. 리메스 남작가의 재산은 모두 제국에 반환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정도, 미련을 남겨도 좋겠지."
"……감사합니다. 소중히 쓰겠습니다."
"아아. 그리고 이것도 받아두게나."
그는 사진을 내놓았다.
"에리히.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라고 불러주지 않겠나?"
"예. 할아버지. 오늘은 만나서 기뻤습니다."
"고마우이. 이제 다시 널 만날 일은 없을거야. 만나서 좋았다네. 넌 나의 자랑스런 손자다. 발하라에 가서 콘라트와 헬레네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린 것을 자랑할 수 있겠어."
코 끝이 찡했다. 남작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 남작도 마찬가지겠지. 남작은 나를 끌어 안고, 내 머리에 뺨을 비볐다. 잠시동안, 숨을 쉬는 소리만이 방 안을 울렸다.
우리들은 리메스 남작가에서 나왔다. 어디까지나 죽은 고문 변호사의 관계자로서. 리메스 남작이 죽은 것은 그 뒤 1주일 뒤였다. 장례식에 나온 것은 나와 게러 부처 외 몇명 뿐. 리메스 남작가의 친족은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다. 조용히 쓸쓸한 장례식이었다.
조부로부터 받은 카드에는 20만 제국 마르크가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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