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6년 8월 2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응접실로 들어가니 몇 명의 남자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결코 호의적인 시선은 아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모두 여섯 명. 이상하군. 분명 리텐하임 후작 저택에 들어온 건 일곱 명이었을 터다. 한 명 부족해.


  힐데스하임 백작, 헬더 자작, 세츨러 자작, 라트부르흐 남작, 하우징거 남작, 카르나프 남작……. 과연. 하일만 자작이 사라졌다. 나와는 만나기 괴롭다는 건가. 리메스 남작가에 대한 일이 있으니까 말이지. 리텐하임 후작을 통해서 날 설득하려고 한 건 그 이유도 있었나…….


  내가 자리에 앉자 바로 뒤에 페르너와 안스바하 준장이 섰다. 슈트라이트는 입구 근처에 서 있다.

  “기다리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리텐하임 후작부인, 후작가의 프로이라인이 놀러오셔서. 그 상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섯 명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와 리텐하임 후작가의 친밀함을 재확인했겠지. 생각해보면 이 녀석들에게 있어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와 리텐하임 후작가가 친한 건 좋지 않은 사태인 거다. 적대하여 반발하고 있기에 자신들의 가치가 오른다. 아군이 되어드리겠습니다. 하고 은혜를 입히는 것이 가능하다…….


  무슨 용무냐고 묻지 않는다. 저쪽이 먼저 뭐라고 말하기 전까지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 어색하게 여섯 명이 앉아있다. 그 안에는 명백히 초조해하는 녀석도 있다. 벼락출세한 신 공작은 자신들의 기분이라도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유감이군. 난 네 녀석들과 말도 섞고 싶지 않다. 멍청하긴.


  헛기침을 하고 힐데스하임 백작이 입을 열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코르프트 자작에 대한 일입니다만…….”

  “그 모반자가 왜요?”

  일부러 찌르듯이 말하자 힐데스하임 백작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여섯 명이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이 녀석들, 대체 여기에 뭐하러 왔나? 아까 전부터 서로를 돌아보고 있을 뿐인데.

  “아, 그. 대공 각하는…….”

  “대공은 리텐하임 후작부인과 차를 즐기고 계십니다. 힐데스하임 백작. 그게 무슨 문제라도?”


  또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과연. 내가 아니라 대공과 말하고 싶다는 건가. 녀석들에게 있어서 난 말하기 힘든 존재인 거다. 귀족으로서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이해를 구할 수 없다. 극히 이단적인 존재로 보이겠지. 교섭 상대로는 최악이다.


  “코르프트 자작의 건에 관해선 제가 모든 걸 맡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기 전에도 아버님께선 당신에게 사양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힐데스하임 백작. 저로는 불만입니까?”

  “…….”


  침묵이냐. 힐데스하임. 다른 다섯 명에게 차례대로 시선을 향하지만, 모두 시선을 피했다. 너희들 무례하지 않아? 이런 녀석들을 위해서 나는 즐거운 티타임을 포기한 건가? 점점 머리에 피가 오르기 시작했다. 침착해라. 팔을 두드리며 진정하는 거다…….


...


제국력 486년 8월 2일.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안톤 페르너.


  위험하다. 에리히가 팔 툭툭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은 저걸로 분노를 참고 있다고 하지만, 저게 나오면 세 번 중 한 번은 폭발한다. 전혀 참고 있는 게 아니다. 저건 점화 오분 전의 신호라고 보는 편이 좋다. ……이런, 점점 팔을 두드리는 속도가 느려진다. 위험한 징후다.


  응접실은 조용하게 변해 에리히가 팔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린다. 테이블 위에는 단 것을 뒀지만 에리히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효과 없나……. 새로운 수를 생각해둬야겠군. 그렇다 해도 이 녀석들 뭐하러 온 거냐? 이대로 침묵하고 있을 생각인가?


  평소엔 에리히를 벼락출세한 평민이라든가, 발렌슈타인이라든가 숨어서 말하는 주제에 본인 앞에선 이건가……. 뭐, 여러 가지 있으니까 말이지. 리텐하임 후작 저택에서의 일이라든가, 흑진주 홀에서의 일이라든가……. 상대가 누구든지 에리히는 용서가 없다. 그런 면을 보면 확실히 무섭다는 건 안다. 알다 못해 너무나도 믿음직하다. 엘리자베트님의 신랑으로 에리히를 고른 건 정답이다.


  이상한 분위기를 참지 못한 건가. 힐데스하임 백작이 우물쭈물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코르프트 자작에 대한 일입니다만. 출입을 금지하고 일절의 관계를 끊는다는 건 조금 극단적이지 않습니까? 코르프트 자작가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게 있어서도 가까운 일족일 겁니다. 공작의 일족으로서…….”


  마지막까지 백작은 이야기할 수 없었다.

  “힐데스하임 백작.”

  “예.”

  에리히가 팔을 두드리는 걸 멈췄다.


  “코르프트 자작은 반역이라고 봐도 좋을 행동을 한 겁니다. 그 건을 백작은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군요.”

  차가운 목소리다. 그리고 엄격한 시선이다. 힐데스하임 백작은 거기에 참지 못하겠단 듯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코르프트 자작이 아니라 코르프트 자작가인가……. 그리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 개인이 아니라 가문의 문제로 하여 양자인 에리히가 멋대로 정해도 좋은 건가하고 묻고 싶었던 거겠지만……. 고식적이군. 말이 되지 않는다.


  “코, 코르프트 자작은 본심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무심코 흥분하여 어리석은 걸 말하고 말았다고.”

  이번엔 하우징거 남작이다. 어리석은 녀석. 조금 더 생각하고 나서 말을 해라.


  “저는 그레이저 의사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코르프트 자작의 행동은 변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비천한 의사가 하는 말 따위.”

  “말을 삼가세요! 하우징거 남작. 그레이저 의사는 궁정의입니다. 그걸 비천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엄격한 갈책에 이번엔 하우징거 남작이 고개를 떨궜다. 안 되겠군. 말이 통하질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돌아가라.


  “아무래도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상황을 모르는 것 같군요.”

  “…….”

  에리히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돌아봤다. 그들의 표정엔 명백한 불안이 있었다.


  “코르프트 자작은 반역자로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 그 때문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 리텐하임 후작가는 관계를 끊었다. 그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가 코르프트 자작을 고발하면 코르프트 자작은 반역자로서 처단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레이저 의사와 제가 증인입니다. 충분할 정도겠죠.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코르프트 자작에 대한 최소한의 온정입니다.”


  에리히의 말에 모두가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에리히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하지 못한 거겠지. 조금은 머리를 쓰라고.

  “본가가 정부에 고발하기 전에 코르프트 자작은 자수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걸 이야기하고 자비를 구해야 했죠. 그렇게 했으면 정상참작할 여지도 있었을 텐데…….”

  “…….”


  에리히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불쌍하단 표정으로 여섯 사람을 봤다.

  “코르프트 자작은 어리석게도 도당을 꾸며 반란을 진행하려했다. 일단 자신에 대한 혐의를 흐리기 위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와 리텐하임 후작가과의 관계를 본래대로 돌리려고 했다.”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여섯 사람이 에리히를 보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그건 오해입니다. 저희들은 코르프트 자작의 반역에 가담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그를 불쌍하다고 생각하여…….”

  황급하게 힐데스하임 백작이 변명했다. 다른 다섯 사람도 입을 모아 힐데스하임 백작을 따라 변명한다.


  “유감이군요.”

  “…….”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당신들은 코르프트 자작과 한패입니다. 반역자로군요.”

  “그런.”

  한심한 소리를 내지 말라고. 헬더 자작.


  “아까 전에 말했습니다만. 정부도 이미 코르프트 자작에 대한 일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그의, 그리고 당신들의 행동이 정부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

  “안스바하 준장.”

  “예.”

  “경이 보기에 이 여섯 사람은 어떻게 보입니까?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안스바하 준장이 한 순간만 여섯 사람을 봤다. 모두 바지끄댕이라도 잡는 듯한 표정이다.


  “반역자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지만?”

  “반역자라 보여도 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나왔다. 능숙하네. 안스바하 준장. 한 번 희망을 주고서 다음에 절망을 주는가……. 과연 근본이 나쁘다. 그 부하에 그 주군인가.


  “당신들이 살아날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코르프트 자작을 설득하여 자수하게 하는 겁니다. 그건 코르프트 자작을 구하는 것이기도 하겠죠. 서둘러야겠군요.”

  “…….”

  바보같은 여섯 명이 아연한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유감이군. 어차피 너희들은 에리히의 적이 아니다. 얌전히 그 바보를 자수하도록 설득해라. 그게 너희들을 위해서다. 한숨이 나왔다…….


...


제국력 486년 8월 12일. 오딘, 신무우궁. 에리히 폰 브라운슈바이크.


  “수고가 많구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국무상서 집무실을 방문하니 리히텐라데 후작이 웃음을 띠며 마중했다. 소파에 앉기를 권하고 자신이 직접 음료수를 준비해줬다. 홍차다. 코코아가 아닌 건 유감이지만, 커피에 비하면 훨씬 낫다. 하지만 이 노인이 웃음을 띠고 있다니 불길하군.


  “설마 저 녀석들만이 아니라 저까지 조서를 써야 할 줄이야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말게. 리텐하임 후작도 조사에 응한 거다. 하기야 후작은 조서를 쓰는 건 두 번째지만.”

  그렇게 말하고 리히텐라데 후작이 소리 높여 웃었다. 나도 웃지 않을 수 없다. 그 조서엔 나도 관여되어 있다.


  8월 2일에 행해진 나와 힐데스하임 백작들의 회합 후에 사태는 급격히 움직였다. 힐데스하임 백작들은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이해했겠지. 그 뒤의 움직임은 총알 같았다. 싫어하는 코르프트 자작을 설득하여 자수하게 만들었다.


  소문에 의하면 힐데스하임 백작들은 블라스터를 코르프트 자작의 머리에 겨누고 자수를 강요했다고 한다. 코르프트 자작은 울면서 자수하겠다 말했다고 들었다. 꽤나 과격하군.


  코르프트 자작의 자수를 받은 정부는 신중하게 조사를 시작했다. 그레이저 의사, 저 바보 귀족들, 리텐하임 후작, 그리고 나……. 단, 베네뮌데 후작부인은 조사를 받지 않았다.


  정부는 이 사건의 원흉이 그녀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녀의 불만이 이 사건을 일으켰다. 하지만 후작부인은 황제의 총애를 받았던 여성이며, 그녀의 불만이 황제의 총애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부주의하게 그녀를 조사하면 황제의 위신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거기서 주변을 조사할 것을 우선하여 증거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겐 그 증거를 찔러대며 유무를 묻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현재 그녀의 행동은 제한되고 있다. 저택 주변을 경비라는 명목으로 경찰이 둘러싸고 있어 출입은 엄격히 제한되고 있고, 후작부인 본인의 외출도 허락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근신, 아니 감금이나 마찬가지겠지.


  “조사는 끝입니까?”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끄덕였다.

  “슬슬 끝이지. 다들 조사에 극히 협력적이라서 말이야. 누군가가 엄청 협박한 것 같다.”

  이상한 눈으로 날 보지 말라고. 후작의 시선을 무시하고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문제는 이 다음이군요. 처분을 어떻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내 질문에 리히텐라데 후작은 왼손으로 뺨을 쓰다듬었다.

  “음. 그게 말일세. 폐하의 마음을 생각하면 사형이라는 건 가능하면 피하고 싶네.”

  뭐, 그렇겠지. 지금은 어쨌든 일찍이 아이를 낳게 할 정도로 사랑한 여성인 것이다. 사형이라니 잠자리가 좋지 않겠지. 하물며 원인이 황제가 그녀를 버린 데에 있는 거다.


  “그럼 작위, 영지의 박탈?”

  리히텐라데 후작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것도 무리다. 오래 지나지 않아 길거리에서 비참하게 죽겠지. 그럴 바에야 차라리 명예로운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 좋을 게야.”

  “그렇군요.”


  궁중에서밖에 살 수 없는가……. 귀족은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빈약하고 취약하다. 귀족이 아니게 된 순간 약자로 전락한다. 그들이 귀족인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거기에 집착하는 건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겠군…….


  “뭐, 증거를 내밀며 다음엔 용서하지 않겠다고 침을 박아둘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영지 중 일부를 진상하게 만든다. 금후, 후작부인은 24시간 감시하에 두게 되겠지. 폐하에게도 이해를 구하겠네.”

  뭐, 대충 그렇게 되겠지.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은 처분이군.

  “그럼 코르프트 자작도 사형은 없습니까?”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끄덕였다.


  “부인을 사형할 수 없는 이상, 자작도 사형은 할 수 없네. 본래라면 사형이지만. 본인이 반성하고 자수했다는 점. 조사에 협력했다는 점으로 죄를 감면한다. 뭐, 근신 외에 영지의 일부를 진상하게 한다. 그 정도가 적당한 선이겠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코르프트 자작가와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내 말에 리히텐라데 후작이 끄덕였다.

  “과연. 그게 좋겠지. 어떤 처벌보다도 엄한 느낌이 들 터다. 경, 좋은 생각을 했구먼.”

  유감이군. 노인. 저 바보의 얼굴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게 진짜 이유다.


  “폐하께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들 사이에서 이번 일을 확인해두고 싶네. 오늘 밤, 경의 저택에서 회합을 가지지. 리텐하임 후작에게도 전해주게나.”

  “그건 상관없습니다만…….”

  내가 말을 흐리자 리히텐라데 후작은 의심쩍은 표정을 보였다.


  “뮈젤 대장은 어떻게 합니까?”

  “결과만 전하면 되겠지.”

  리히텐라데 후작이 얼굴을 찡그렸다. 역시 이 노인, 라인하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그를 아군으로 삼고 싶습니다만.”

  “흠.”

  “다행히 명목은 있습니다. 백작부인에 대한 질투가 원인이니까요.”

  “과연……. 좋겠지. 그러게나.”

  그렇게 말하고 리히텐라데 후작은 묘한 눈으로 날 봤다.


  “경, 대공과 닮았군.”

  “예?”

  “적이 될 인간을 아군으로 삼는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꽤나 강하군. 적으로 돌리면 만만찮겠네.”

  후작이 웃었다. 과연. 그런 의미인가. 한 순간 무슨 일인가 전혀 알지 못했다.


  “대공이 감탄하고 있더군. 저 시끄러운 녀석들을 훌륭하게 닥치도록 만들었다고……. 꽤나 좋은 아들노릇 아닌가? 발렌슈타인.”

  괜한 참견이다. 좋아서 양자가 된 게 아니라고. 날 양자로 한 건 너희들이잖아? 이 음모 할아범.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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