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8년 6월 15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른 거냐?”

  “잠깐 기다려줘. 레벨로. 이제 곧 아이란즈가 온다. 그가 자네들을 불러달라고 한 거야.”

  트류니히트의 말에 호안과 서로를 돌아봤다. 아이란즈의 용건인가. 그렇다면 지구교일까. 그러고 보니 뭔가를 발견했다고 했지만, 무슨 진전이 있었다는 건가…….


  “길어질 것 같나?”

  “그럴지도 몰라.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지.”

  “그렇다는군. 호안.”

  “과연. 기다려 주도록 할까.”

  셋이서 소파에 앉아 아이란즈 국방위원장을 기다린다. 서두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겠지. 두서 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이야기다.


  10분 정도 지나서 아이란즈가 트류니히트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달려온 것 같다. 조금 숨이 거칠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상관없네. 앉게나. 무슨 일인가.”

  트류니히트의 말에

  “조금 성가신 일이 판명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답하면서 아이란즈가 앉았다. 성가신 일? 트류니히트, 호안을 돌아봤다. 두 사람 모두 엄격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구교단의 압수물에서 명부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명부? 지구교 신도를 기록한 것인가? 그렇다면 대수확이로군.”

  지구교단이 얼마나 많은 신도를 품고 있는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걸 알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란즈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레벨로 위원장.”

  “아니다? 신도의 명부가 아닌 건가? 그럼 무슨 명부인가? 트류니히트도 호안도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기운이 빠진 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표정에서 아까 전까지 보이던 엄격함이 사라졌다.


  “확실히 체포하거나 사망한 신도의 이름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처음엔 신도 일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구교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 그리고 행방불명된 사람의 이름도 있었습니다. 아니, 어느 쪽인가 하면 지구교와 관계없는 사람의 이름이 더 많았습니다…….”

  “틀림없는가? 그건.”

  트류니히트가 질문하자 아이란즈가 끄덕였다.


  “틀림없습니다. 의장. 헌병대가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지구교와의 관계도 없을뿐더러 사이옥신 마약 반응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지구교와는 무관계라고밖에 판단할 수 없습니다.”

  “알 수 없군. 무슨 명부인가? 그건. 어쩌다가 거기에 있을 뿐인, 의미 없는 명부인 건가?”

  호안의 발언에 아이란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조사를 진행하며 그 명부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공통점인가. 아이란즈는 그 공통점을 문제시하고 있다…….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그 명부에 적혀 있는 전원이 어느 기업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혹은 소속되어 있었던 자들이었습니다. 호안 위원장.”

  트류니히트, 호안을 돌아봤다. 두 사람 모두 또다시 엄격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번엔 트류니히트가 호안을 대신하여 아이란즈에게 물었다.


  “어느 기업 그룹이라고 했지? 대체 어디인가?”

  “그것이, 플레어스타 그룹입니다.”

  플레어스타 그룹? 동맹에서도 꽤나 큰 기업 그룹이다. 병기, 가전, 금융, 화학, 물류, 갖가지 분야에 진출한 기업이다. 트류니히트가 날 보고 있다. 기분은 알겠다. 전의 그것이 보이기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우연이라고 생각하나?”

  트류니히트의 질문에 아이란즈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명부에 이름이 적힌 사람입니다만, 대부분이 독신자, 혹은 요즘 몇 년 사이에 결혼한 사람들이었습니다.”

  “…….”


  잠시 동안 침묵이 떨어졌다. 아이란즈가 우리들을 순서대로 돌아봤다.

  “저는 그 명부가 신자의 명부가 아니라 신자 후보자 일람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호안인가, 트류니히트인가…….


  “사이옥신 마약을 투여하면 당연합니다만 그 인격, 행동에 변화가 생깁니다. 그걸 알리지 않기 위해선…….”

  “가족과의 접점이 없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 최선인가…….”

  “네.”

  트류니히트가 나와 호안을 봤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이란즈 위원장의 생각을?”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

  내가 답하자 호안이 끄덕였다. 그걸 보고 트류니히트도 끄덕였다. 독신자를 중심으로 신자를 늘렸는가. 사실이라면 교활한 수법을 생각해냈다.


  “진실을 알고 싶군. 진실을……. 혹시 그것이 정말 후보자 리스트라면 누가 그걸 준비했는지 의문이 남아. 일개 기업이라면 모를까 그룹이라면…….”

  “그룹 내부에서도 그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되는군. 개인정보를 조사뿐만이 아니라 선별까지 한 거다.”

  트류니히트와 내 대화에 다른 두 사람도 끄덕였다.


  “전에 말했던 협력자의 말예일까? 레벨로,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능성은 있겠지. 페잔을 만든 인간의 말예가 지구교에 협력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아.”

  트류니히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이란즈에게 시선을 향했다. 엄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명부 작성자를 쫓아주게. 반드시 찾아야해.”

  “알겠습니다. 만일을 위해 사망한 교단신도들 중에 다른 기업 그룹과 연결점이 있는 자가 없는가, 헌병대가 지금 확인 중에 있습니다.”

  “그렇군. 하나라고 확정할 순 없지.”

  과연. 가능성은 있겠지. 후보자 명부는 하나만 있다곤 할 수 없다. 다른 명부는 폐기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행방불명된 자들입니다만, 혹은 이미 신도가 되어 지하로 숨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방치하면 테러 활동을 행할 위험성도 있겠죠. 헌병대가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음.”

  이쪽도 가능성은 있다. 본거지는 쳤지만, 아직 안심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주 희미하지만 지구와 페잔의 연결점이 보인 것 같다…….


...


제국력 489년 6월 16일. 오딘. 울리히 케슬러.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풍성하게 담배 연기가 코를 찔렀다. 가게 안은 뿌연 빛과 연기로 결코 시계가 좋다곤 할 수 없다. 당구를 치고 있는 손님은 딱히 많지 않다. 테이블도 몇 자리 비어 있다. 하지만 가게 안에 담배 연기는 조금도 약하지 않다. 군복에 냄새가 배이겠지. 여기에 온 다음날은 반드시 군복을 갈아입게 된다.


  마스터에게 시선을 향하자 상대방도 슬쩍 이쪽에 시선을 향했다. 희미하게 눈인사하며 끄덕인다. 아무래도 상대방이 먼저 온 것 같다. 이대로 천천히 안으로 향한다. 막다른 문을 열자 온화한 곡선을 그리는 나선계단이 나타난다. 1층은 풀 바지만, 2층은 싱글스 바다. 그리고 지하 1층이 창고고 그 아래는 아무 것도 없다는 걸로 되어 있다.


  문을 열고 나선계단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풀 바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2층 싱글스 바로 향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나는 계단을 오르지 않고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 1층의 창고, 도아에는 전자열쇠가 붙어있다. 이 전자열쇠의 암호번호를 알고 있는 건 몇몇 사람뿐이다. 어느 조직에 소속한 자, 황제의 검은 왼손이라 불리는 자들…….


  전자열쇠의 암호번호는 한 달에 한 번, 폐하의 지시를 받아 내가 변경한다. 변경 수속을 행하는 건 풀 바의 마스터. 당연하지만 그도 우리 조직의 구성원……. 아니, 2층 싱글스 바의 책임자도 조직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이 건물 자체, 황제의 검은 왼손이 가진 시설 중 하나다.


  암호번호를 누르고 열쇠를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똑바로 걸어 막다른 문을 열자 또 계단이 나온다. 단 이번엔 나선계단이 아니다. 아래로 내려갈 뿐인 일방통행 계단이다. 그 계단을 천천히 내려간다. 이 건물에는 없을 터인 지하 2층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하 2층. 막다른 골목이다. 그 아래엔 아무것도 없다. 철제의 중후한 문이 있지만, 자물쇠는 무엇 하나 붙어 있지 않다. 만일 부외자가 여기까지 와도 그 허술함에 사용되지 않고 있는 방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방 안에선 밖에 사람이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저 지하 1층의 전자열쇠를 해제한 시점에서 지하 2층에도 신호가 가기로 되어 있다. 아니, 그 전에 풀 바의 마스터는 내가 아래로 향했다는 것을 알렸을 것이다.


  두껍고 튼튼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방 안에는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키슬링이 앉아 날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게 했나?”

  “아뇨. 저도 5분 정도 전에 온 참입니다. 커피가 되기까지 앞으로 조금 더 걸리겠죠. 겨울이었다면 참기 힘든 참입니다.”

  “그렇겠군.”


  테이블 위의 커피 메이커에서 희미하게 커피 향기가 풍긴다. 제국제의 물건이 아니다. 페잔제의 물건이다. 일상품에선 제국은 페잔, 자유행성동맹에 미치지 못한다. 한심한 이야기다.


  키슬링의 정면에 앉았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키슬링이 입을 열었다.

  “성가신 놈들입니다.”

  “…….”

  “바렌 제독이 기함 샐러맨더에서 습격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동승하고 있던 광역조사국 인원이 제압했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이미 들었어. 확실히 성가신 놈들이군. 어느 사이에 함대에 침투했는지…….”

  하물며 침투한 곳이 기함, 샐러맨더다. 함대사령관들은 다들 지구교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혐오감을 품고 있다.


  “제압하던 와중, 광역조사국 인원이 한 명 사망했습니다.”

  “사망?”

  놀라며 내가 반문하자 키슬링이 끄덕였다.

  “나이프로 다리를 베였다고 합니다. 독이 묻어 있었다고 하더군요. 눈치 챈 시점에선 이미 늦었다든가. 페르너 준장에게서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듣지 못했군. 우주함대에선 조금도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네만…….”

  키슬링이 고개를 저었다.

  “광역조사국이 그 사실을 숨기고 보고했습니다.”

  “숨겼다?”

  이번엔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너가 숨긴 것이 아니다. 광역조사국이 숨겼다. 어떻게 된 일인가?


  “바렌 제독 암살은 미수로 저지한 이상, 지구 토벌에 관해선 문제없다. 굳이 보고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된 일입니다.”

  “말도 안 돼. 무슨 생각이냐. 광역조사국은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 비밀을 만들 생각인가!”

  키슬링이 무표정하게 날 보고 있다. 경은 그걸 그냥 보고 있었다는 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키슬링.


  “지구교 건에선 이미 광역조사국, 헌병대에서 꽤 많은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이 이상 사령장관에게 부담을 걸고 싶지 않다고…….”

  한숨이 나왔다.

  “끝까지 숨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경들은. 확실히 이 문제의 책임자는 사령장관이다. 예상 이상으로 사상자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 그렇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말할 수 없었다.


  “지구에 대한 잠입조사에 반대하는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을 안스바흐, 페르너 두 준장이 억지로 설득하는 식으로 행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령장관의 염려가 맞았죠. 조사원은 지구교의 앞잡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사태가 움직였다고는 하지만, 그걸로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그 건으로 광역조사국이 사령장관에게서 책망을 듣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렌 제독의 호위는 사령장관에게서 받은 의뢰였습니다. 그 건으로 사망자가 나왔다는 걸 알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얼마나 괴로워하실지…….”

  “……어쩔 수 없다. 정점에 선다는 건 그런 괴로움을 동반하는 일이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허락받지 못한다. 그 괴로움은 타인과 나누는 것도 할 수 없다. 정점에 사는 자의 괴로움이라는 건 그런 거다. 그렇기에 정점에 서는 자는 주위 사람에게 경외를 받는 것이다.


  “그들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

  “…….”

  “그러니 적어도 어떠한 전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겁니다. 실태를 숨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령장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고 싶다. 그것뿐입니다.”

  그러니 경은 보고도 넘어갔다는 건가…….


  “보고는 하는 거겠지.”

  “네.”

  “전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반드시.”

  “……알겠다. 나도 기다리지.”

  키슬링이 고개를 숙였다. 곤란한 녀석들이다.


  “키슬링 소장. 나도 경에게 전해야 할 일이 있다.”

  “예.”

  “며칠 전 폐하께서 말씀이 있으셨다. 이번 지구교 사건, 폐하께선 심히 마음이 아프시다고 한다.”

  “…….”


  “폐하께서 하명하신 일이다. 들어라.”

  “예. 삼가 받들겠습니다.”

  키슬링이 자세를 바로했다.

  “지구교, 페잔. 어느 쪽이든 골덴바움 왕조가 만든 오점이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 협력하여 이것을 반드시 없애라. 결코 그 존속을 허락해선 안 된다.”

  “예.”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지시를 내린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을 지키라는 말씀이 있었다. 알겠나?”

  “예. 반드시 어명을 받들겠습니다.”

  “음. 광역조사국과도 연계하여 반드시 그 임무를 다해라.”

  “예.”


  결국 커피를 마시는 일 없이 이야기는 끝났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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