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9년 6월 24일. 오딘, 우주함대 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눈앞 화면에는 듬직한 얼굴의 남자가 있다. 변함없이 남자답네. 바렌. 이혼남에 아이까지 있지만 인기 있겠지.

  “상황을 알려주세요.”

  “예. 현재 육전부대가 상륙하여 지구교 본부 정찰과 진로설정을 명령해두었습니다. 앞으로 4, 5일 정도로 끝나리라 생각합니다.”


  과연. 원작에선 콘라트 린저가 했던 일이다. 린저에겐 율리안, 포플란들의 협력이 있었지만 이번엔 그게 없다. 정찰대는 다소 고생할지도 모른다.

  “그 뒤의 예정은?”

  “한 곳을 빼고 각 출입구를 미사일 공격으로 차단한 뒤, 장갑척탄병을 투입할 생각입니다.”


  이것도 원작과 같다. 지하요새니까 말이야. 공략 방법은 아무래도 비슷하게 되겠지.

  “지금까지 요새 안의 인간이 도망쳤을 가능성은 있습니까?”

  바렌이 처음으로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저희들이 오고 나선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봉쇄를 돌파하여 도망친 우주선은 없었고, 그걸 시도한 우주선도 없습니다.”


  지구교를 토벌하자 결정한 것이 9일이다. 그로부터 2주나 지났다. 도망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뭐, 총대주교는 남았을지도 모른다. 드 빌리에는 어떨까? 도망쳤다고 한다면 도망처는 페잔일 것이다. 루빈스키가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어느 쪽이 이길지…….지지 말라고. 루빈스키.


  “바렌 제독. 장갑척탄병의 장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총화기, 토마호크, 크로스보우, 나이프입니다.”

  뭐, 표준적인 장비다.

  “최루탄과 섬광탄, 그리고 장거리음향장치를 준비할 수 있습니까?”

  “그건, 가능합니다만.”

  조금 의표를 찔렸나. 바렌은 망설이고 있다.


  “지구교는 신자에게 사이옥신 마약을 투여하여 세뇌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신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목숨을 던져 저항할 것입니다. 장갑척탄병도 그들을 제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죠.”

  “그럴지도 모릅니다.”

  바렌이 표정을 어둡게 한다. 희생이 커지는 걸 기뻐할 지휘관은 없다.


  “그러니 최루탄과 섬광탄, 장거리음향장치로 그들의 저항력을 깎아 내리고자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제압도 쉬워질 테지요.”

  “과연.”

  “아아, 그리고 방독 마스크도 준비하는 편이 좋겠죠. 지구교측도 비슷한 수단을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응. 좋은 느낌이다. 바렌도 응응하고 끄덕이고 있다. 최루탄은 눈물, 콧물, 기침. 섬광탄은 빛과 소리로 시각과 청각을 뺏는다. 장거리음향장치는 내이를 공격하여 평형감각을 뺏는다. 어느 것도 직접적인 살상능력은 없지만 전투력은 확실하게 뺏는다. 상대방의 전투력을 뺏고 제압하면 장갑척탄병에게 걸리는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다. 미치광이가 상대라면 육체면보단 정신면에서 스테미나가 깎이니까 말이야. 원작에선 꽤나 심한 상황이었다.


  “교시, 감사합니다. 시급히 준비하도록 하죠. 각하께서 신경써 주셨다는 걸 알면 병사들도 기뻐하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생각이 미쳤을 뿐입니다. 너무 과장하진 말아주세요.”

  아니 정말 너무 과장하지 말았으면 한다. 잘 될지 어떨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바렌은 고개를 저었다.


  “각하께서 항상 저희들을 생각하신다는 건 소관이 잘 알고 있습니다. 소관도 각하의 배려 덕분에 목숨을 잃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혹시 지구교도에게 죽었다면 이 함대는 말도 안 되는 혼란에 빠졌겠죠. 희생된 호위에 대하여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만, 각하의 배려에 의해 저희들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희생? 무슨 말이지?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아니, 일단 침착해라. 바렌은 임무수행중이다. 불안을 줘선 안 돼. 이 이야기를 들을 사람은 따로 있다.

  “바렌 제독.”

  “네.”

  “저는 지구교는 제국의 적입니다만, 동시에 인류의 적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그 근거지를 쳐부숴주세요.”

  “예. 반드시 기대에 응하겠습니다.”

  서로 경례하며 통신을 끊었다.


  발레리에게 페르너와 키슬링을 불러 달라 부탁하고 그동안 쌓인 결제 처리, 보고서 확인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읽은 것은 헌병대와 병참통괄부 감찰국에서 보낸 합동보고서였다. 헌병대와 감찰국은 부정부패에 관여한 군인을 수사하는 중이지만, 아무래도 거의 대부분이 상습범인 것 같다. 귀족들이 사라지기 전부터 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금액이 적었기에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겠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머리가 아프다고. 보급이나 병기제조부문은 부정부패가 일어나기 쉽다. 본래라면 감찰이 좀 더 엄하게 쥐어짜지 않으면 안 되지만 아무래도 힘이 약하다. 원래부터 미움을 받고 있는 부서였으니까 말이야. 전쟁과는 직접 관계가 없기 때문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강화해두는 편이 좋겠군. 수사능력도 있고 돈의 움직임도 아는 녀석을 감찰로서 배치한다. 감찰을 강화하고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억지력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에렌베르크, 슈타인호프에게 상담해야겠군.


  다음으로 읽은 것은 변경개발 보고서였다. 돈이 든다. 계획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써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개발을 멈춰라. 그게 무리라면 페이스를 늦춰라. 변경 귀족에게 맡기라는 거로군. 돈이 든다는 건 알고 있다고. 바보 자식들이. 그렇다고 해서 멈춰서 어쩌자는 거야. 아무 것도 변하지 않잖아.


  변경을 바꾸기 위해선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홋카이도를 봐라. 메이지부터 줄곳 투자하고 개발했기에 그만큼 발전한 거다. 눈앞의 일이 아니라 100년 뒤를 생각해! ……의식개혁이 필요하군. 관료들은 변경을 짐덩이로 생각하고 있다. 거기는 이제부터 발전할 보물산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뤼네부르크에게서 온 서류도 있다. 장갑척탄병에 의한 모의전투? 보러 오라고? 목적은 새로 개발한 신장갑복의 기능성 확인? 다시 말해 옛 장갑복과 새 장갑복의 모의전인가. 내게 효과를 확인하게 만들어서 신형 장갑복을 조기도입하려는 거겠지. 예산획득이 목적인가. 새로 부임한 장갑척탄병 총감으로서 실력을 보일 자리라는 거다. 본인은 지구교 토벌에 가고 싶어했지만, 부하에게 맡기라고 말하며 기각했으니까 말이야. 총감다운 일을 하기 시작했잖아. 뤼네부르크. 좋겠지. 보러 가볼까. 출병도 코앞에 닥쳤다. 새 장비의 피로연이 다음 원정이 될지도 모르겠군.


  30분 정도 서류를 보고 있자 페르너와 키슬링이 나타났다. 함께 만나서 온 것 같다. 두 사람을 응접실로 초대했다. 두 사람에겐 커피, 나에겐 차가운 물을. 두 사람이 맛있게 커피를 마셨다. 그러고 보면 여기의 커피는 꽤나 고급품이라고 했었지.


  “안톤. 지구교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질문하자 페르너는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유감이지만 그다지 좋은 보고는 없어. 일단 포로로 삼은 지구교 신도들이지만, 사회복귀는 무리다. 앞으로는 약물 의존증 치료라는 명목으로 감옥 안에서 넣어두는 수밖에 없어. 감옥에서 나오는 일은 없겠지. 그보다 밖으로 보내면 위험하다. 범죄가 일어나겠지.”


  이번엔 키슬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렇게 되나. 예전에 사이옥신 마약 적발에 관여한 적이 있다. 그때 환자 치료 상황도 확인했었다. 사이옥신 마약 치료 센터, 병원 같은 이름이지만 실제론 감옥이었다. 사이옥신 마약에 대한 의존이 심한 환자 대부분은 구속 상태에 있었다. 그리고 지구교 신도는 세뇌될 정도로 의존이 심하다…….


  “치료비도 만만찮겠지.”

  “귄터. 우리들은 그 일로 곤란해하고 있어.”

  뭐지? 묘한 말을 하는군. 페르너.

  “치료비를 낼 사람이 없는 거야. 독신이나 신변을 맡길 친척도 없는 사람들만 골라서 사이옥신 마약을 투여했으니까. 치료비는 정부가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한숨이 나왔다. 지구교 놈들은 정말 좋은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제멋대로 행동하고 뒤처리는 제국에게 맡기는가. 그 쓰레기 놈들. 신도를 방치하면 범죄를 저지른다. 그걸 막기 위해선 감금할 수밖에 없다. 루돌프라면 전부 죽였겠지. 마약에 중독된 열악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가장 심플하고 싼값인데다 후환도 없는 해결책이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없다. 아니, 지금의 제국은 그걸 해선 안 된다. 열악유전자 배제법과는 결별했으니까. 치료에 드는 비용은 언젠가 지구교에 청구한다. 놈들의 활동자금을 그대로 치료비로 해버리겠다. 바렌에게 돈줄이 될 물건이 없는지 찾게 하자. 싫어할까나.


  “일반적인, 사이옥신 마약을 투여하지 않은 신도들이지만, 다들 지구교의 진실을 알고 떨어지고 있어.”

  “……지구교 관련에서 처음으로 들은 긍정적인 보고로군.”

  페르너가 어깨를 움츠렸다. 안 되겠군. 꽤나 비아냥이 들어 있었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단, 만일을 위해 감시는 붙여 놨다. 다시 말해 광역조사국에게 있어서 부담은 줄어들지 않아.”

  기분이 나빠진다. 지긋지긋하다.


  “지하에 숨은 신도는 있을까?”

  내가 질문하자 페르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알 수 없어. 알 수 없는 이상 있다고 생각하고 탐색하고 있다. 광역조사국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건 그 놈들이 사이옥신 마약의 금단증세 때문에 폭발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또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되면 일반시민 중에 희생자가 나오게 된다.


  “광역조사국에서 지구에 잠입한 조사원이 두 명 있었지. 어떻게 됐어?”

  “연락은 없어.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런 거겠지.”

  페르너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다시 말해 그 두 사람은 지구교의 꼭두각시가 되었다고 확정했다는 거다. 지구교를 탄압하기 시작했지만 참혹한 상황이다. 도저히 승리라고 할 수 없다. 더욱 일찍 처 부숴야했다. 지구교의 무시무시함을 누구보다도 알고 있었는데……. 놈들을 가장 경시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니라 나인가. 우울해진다…….


  “그 두 사람에 대한 것, 바렌 제독에게 보고해둬. 지구교가 두 사람을 써서 제국군을 혼란에 빠지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

  “알았다. 바로 보고하지.”

  “그 외에는?”

  “지금 현재로선, 그 외에는 없어.”

  이 자식이. 아직도 숨길 작정인가?


  “안톤. 바렌 제독이 지구교도에게 습격 당했던 때에 희생자가 나왔다고 들었다. 정말인가?”

  안색이 변했군. 페르너. 키슬링도 변했다. 이 놈도 알고 있는데 숨겼군.

  “사실이라면 어째서 나에게 보고하지 않은 거지? 안톤, 귄터.”

  “…….”


  두 사람 모두 답하지 않는다. 알고 있다. 이놈들은 날 신경 쓰고 있는 거다. 보고하면 내가 괴로워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잠자코 있는 것은 내가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을 싫어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있으면 하지 말라고.

  “두 번 다시 하지 마. 나에게 그런 배려는 필요 없어. 알겠지?”

  두 사람이 끄덕였다.


  “미안하다. 숨길 생각은 아니었어. 바렌 제독에게서 뭔가 성과가 나온 것을 확인하고 난 다음에 보고하자고 생각했다.”

  페르너가 기가 죽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녀석에겐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다. 연기라고 생각하자. 그러지 않으면 이놈들이 한 짓을 인정하고 말 것 같다.


  “바보 같은 소릴 하지 마. 희생에 어울리는 성과가 나온 걸로 내가 납득하리라 생각했나? 희생이 나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안스바흐 준장에게도 그런 짓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줘.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번엔 제대로 처벌할 거야. 시급히 그 일의 보고서를 내놔.”

  두 사람이 끄덕였다.


  “귄터, 페잔에서 움직임은?”

  “지금으로선 없다.”

  “페잔에서 눈을 떼지 말아줘. 제국만이 아니야. 동맹에서도 지구교는 배척받고 있어. 그들이 도망칠 곳은 페잔밖에 없어. 페잔에는 루빈스키도 있으니까.”

  키슬링이 끄덕였다. 루빈스키는 반드시 지구교를 써서 소란을 일으킬 것이다.


  녀석들이 페잔에 집결하기까지 앞으로 한 달에서 한 달 반은 걸릴 것이다. 소란이 일어나기까지 거기서 더욱 한 달에서 한 달 반인가. 소란이 일어나는 것은 대략 9월에서 10월이 되겠군. 가이에스부르크 요새가 이동요새가 되는 것이 10월 상순. 출병 준비와 이동요새 운용실험과 최종조정으로 두 달. 출병은 12월인가 새해가 밝고 나서가 될 것이다. 스케줄은 문제없다. 때가 익어가기 시작하는군. 슬슬 통수본부와 조율에 들어갈까…….


...


제국력 489년 7월 1일. 오딘, 신무우궁, 장미정원. 프리드리히 4세.


  장미를 보고 있으니 “폐하”하고 배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국무상서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디보자, 언제부터 거기에 있던 건지……. 일어나라 말하니 국무상서는 한 번 인사하며 일어났다.

  “무슨 일인가?”

  “군부에서 보고가 올라왔기에 폐하께 전해드리고자 하여…….”

  “여기까지 왔다는 겐가.”

  “그렇사옵니다.”

  국무상서가 고개를 숙였다.


  “지구교에 대한 것인가?”

  “군부가 지구를 제압했다고 하옵니다.”

  “그런가. ……신도들은 강고하게 저항했겠지.”

  “자세히 듣지는 못했사옵니다.”

  국무상서는 시선을 내리고 있다. 말하지 않는 건가……. 오딘에서도 심한 피해가 나왔다. 근거지인 지구라면 더욱 더 그렇겠지.


  “지구교는 이제 끝인가? 반란군 영토에서도 탄압받고 있다 들었네만.”

  “아마도 페잔으로 도망치지 않을까 하고.”

  “그런가. 거기는 지금 반란군의 지배하에 있었지. 귀찮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저희들이 노리는 바이옵니다.”

  국무상서가 희미하게 웃었다. 노리는 바라. 다시 말해 페잔이 혼란에 빠지는 걸 바라고 있다는 건가.


  “출병이 있는가?”

  “그렇사옵니다. 아마도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대규모 출병이 있을까 하고.”

  “흠. 발렌슈타인이 그렇게 말했는가.”

  “군무상서, 통수본부총장도 입을 모았사옵니다.”

  군부의 총의인가. 우주통일. 드디어 그 날이 다가오는가…….


  “그럼 이 장미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

  “제도를 페잔으로 옮길 테지?”

  “황송하옵니다만, 그렇게 되리라 사료되옵니다.”

  국무상서가 또 고개를 숙였다.


  “좋은 의안이로세. 짐에게 불만은 없어. 뜻대로 하도록 하게.”

  “황송하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장미정원은 아깝기 그지없사옵니다.”

  국무상서가 장미정원을 둘러봤다.

  “신경 쓰지 말게. 장미 따위 어디에서라도 키울 수 있으니.”

  원래부터 좋아서 시작한 장미정원이 아니었다. 달리 할 일이 없기에 했을 뿐. 미련 따위 없다. 눈앞에서 활짝 핀 장미를 보면서 생각했다. 미련 따위 없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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