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력 795년 9월 26일. 제1특설함대 기함, 하소르. 요펜 폰 렘샤이트.


  “전쟁을 멈추고 싶다…….”

  “네. 그렇게 말했지요.”

  “으음.”

  화면 너머에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신음소리를 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떠있다.


  “상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지만, 새삼 경에게 들으니 신음하지 않을 수 없군. 전쟁을 멈추고 싶다인가……. 그것도 저 두 사람이 생각했다…….”

  다시 신음소리를 울렸다. 확실히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신음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조금 신기하기는 하군요.”

  “음. 하지만 나쁜 이야기는 아니야.”

  “그 말씀은?”

  내가 질문하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씨익하고 웃음을 띠웠다. 어딘가 사람이 나빠 보이는 느낌의 웃음이다.


  “렘샤이트 백작. 나와 리텐하임 후작은 개혁을 실시하려고 생각하고 있네. 아니, 준비하고 있지.”

  “정말입니까?”

  “음.”


  이번엔 이쪽이 신음소리를 울렸다. 아무래도 요즘 최근, 우주는 예상 외의 일만 일어나고 있다. 무척이나 진정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세상이 불안정해졌다는 걸지도 모른다. 혹은 시간의 흐름이 너무 빠른 건가……. 그렇다면 그 시간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인간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 인간은 어떻게 될지…….


  “이제는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되었네. 제국의 상황은 그 정도로 악화되어 있어. 주저하는 건 허락되지 않아. 그것이 나와 리텐하임 후작의 생각이다. 그건 폐하께도 말하였고 이해를 얻고 있어.”

  “폐하께서도 같은 생각이시다!”

  “음.”

  놀라는 나에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끄덕였다.


  “반란군 안에, 게다가 가장 강경파일 터인 군부 내부에 전쟁을 멈추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 나쁘지 않아. 아니, 든든하다 해도 좋을 정도다. 의외의 장소에서 아군을 찾은 기분이다.”

  이제 공작은 웃고 있지 않다. 굉장히 진지한 표정이다. 그만큼 상황은 심각하다는 것인가…….


  개혁을 행한다. 폐하께서도 그것을 지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칙명이라는 형태로 반대를 억누른다는 거겠지.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로 깊게 개혁을 행할 것인가. 그에 따라선 칙명이라 해도 반대할 귀족들이 나타나겠지. 그 부분을 공작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마침 잘 됐군. 경에게 전해두지. 내일 제국은 국내 개혁을 행할 것을 선언할 것일세.”

  “그럴수가…….”

  “선언 중에는 직접세, 간접세의 삭감, 더욱이 재판제도에 대한 재검토에 대해서도 다루게 되어 있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생각하고 계십니까?”

  조심스럽게 묻는 어조가 됐다. 잠시동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지긋이 날 보고 있었다.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 걸지도 모른다.


  “……귀족들의 직접세 징수에 제동을 걸 걸세. 정부가 상한을 설정하여 그걸 넘은 징수를 행할 경우 엄벌을 처한다. 혹은 수입이 일정액 이상에 달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세금 징수를 금지한다. 그리고 세금을 징수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 일정 수준 이상인 귀족령에 대해선 그 시정권을 정지하여 일시적으로 정부의 직할령으로 한다.”

  “…….”

  꽤나 엄격하다……. 귀족들의 반발은 당연하겠지.


  “또한 재판에 대해선 귀족령의 평민들에게도 제국정부에 공소권을 인정한다. 일단은 이 정도로군.”

  “…….”

  다시 말해 귀족들이 자의적으로 영민들을 처벌할 것을 규제한다는 건가. 세금과 재판. 어느 쪽이든 정치의 근원에 관여하는 부분이다. 이걸 제한한다는 것은 귀족의 권력을 축소한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내년 1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개혁은 그걸로 끝이 아니야. 그 이후로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지. 그 부분에 대해선 지금 개혁파의 자들에게 안건을 다듬게 하고 있어. 이걸로 어떻게든 평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되겠지. 평민들도 희망이 있는 동안은 폭발하지 않을 것이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경은 불만인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살피는 듯이 이쪽을 보고 있다. 어디 보자, 불만인가? 지금도 영지에서 떨어져 경영 같은 건 타인에게 맡긴 상태다. 상관 없다면 상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저는 상관 없습니다만, 다른 귀족들의 반발을 부르겠죠. 잘 되겠습니까?”

  저도 모르게 조심스러운 어조가 되었다.


  “잘 되게 만들어야지. 불만을 토하는 자는 잘라 버린다.”

  “…….”

  “손을 쓸 것을 망설이고 있다간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일이 될 걸세. 제국이 살아남기 위해선 불필요한 것을 잘라버리고 변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느긋한 어조였다.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듯한 어조다. 귀족을 잘라버린다는 것인가……. 루돌프가 남긴 어둠의 유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발렌슈타인과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루돌프 폰 골덴바움 체제의 종언…….”

  “……뭐라 했는가? 렘샤이트 백작.”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나 보다.

  “아, 아뇨…….”

  “왜 그러나?”

  “……발렌슈타인이 말했습니다. 이후, 제국에선 루돌프 대제가 만든 정치체제가 종언할 것이라고…….”


  갈책을 받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뭔가 의표를 찔린 듯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별 수 없이 말을 계속했다.

  “그의 생각으로는 50년 정도 전부터 루돌프 대제가 만든 정치체제의 종언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귀족을 중심으로…….”

  “그런가. 그렇겠군. 그 자라면 그렇게 말하겠지.”

  “…….”

  말을 끊겼다. 묘한 말이다. 공작은 혼자서 납득하고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안다는 걸까?


  “은하연방의 종언과 제국의 성립이라는 책이 있지. 20년 전에 페잔에서 쓰여진 책이다.”

  “……그것이 무슨.”

  “그 책을 읽고 생각했네. 도움이 되지 않는 귀족 따위 멸망하는 편이 좋다고…….”

  “!”


  망연하게 화면을 보고 있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우습다는 듯이 웃었다.

  “발렌슈타인도 그 책을 읽었네. 사관후보생 시절에 말이야.”

  “……설마.”

  “그 자에 대해서 알고 싶어 읽은 것이야. ……통치자는 우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우수한 통치자를 만들어 낼 계급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그것이 귀족……. 루돌프 대제의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는 그 우수해야 할 통치자를 귀족은 낳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귀족에겐 존재가치는 없다. 귀족 계급 따위 백해무익할 뿐이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 나를 보며 공작은 이번엔 큭큭하고 웃음을 참고 있다.


  “이해하네. 발렌슈타인. 경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슨 마음이었는지. 잘 알겠어. 나도 같은 마음이다. ……그야말로 종언. 그 말대로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홍소라고 해도 좋을 웃음 소리를 올리고 있다. 같은 책을 읽었다. 같은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있다…….


  “이 무슨 아이러니한 이야기인가. 원래라면 그 자가 해야 할 일을 내가 하고 있으니.”

  묘한 말이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힐끔하고 공작이 날 봤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지금도 우습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 자는 리메스 남작의 손자인 것이다. 모친이 남작과 평민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던 거지.”

  “!”

  그럼 그 리메스 남작의 상속사건으로 죽은 변호사 부부는 리메스 남작의 딸 부부였던 것인가. 발렌슈타인은 그 사건에서 양친을 잃고, 그 직후 조부를 잃었다…….


  “어느 귀족이 발렌슈타인에게 리메스 남작가를 재흥하게 만들려고 했으나…….”

  “……재흥.”

  “사관학교를 졸업하여 제문에 합격한 발렌슈타인은 리메스 남작으로서 제국의 정치를 짊어져야 한다……. 그 귀족은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 그렇게 되었다면 리메스 남작이 개혁을 행했을 것이야. 나 따위는 잘라버렸을지도 모르지……. 역설적이지 않은가?”

  “…….”

  그렇게 말하고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또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잠자코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루돌프 폰 골덴바움 체제의 종언인가……. 좋겠지. 이 몸이 끝내주지. 하지만 제국의 종언으로는 만들지 않겠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공작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다. 내가 아니다. 발렌슈타인에게 말하고 있다…….


  “렘샤이트 백작.”

  “예.”

  “내일 이후, 트류니히트 위원장, 혹은 시틀레 원수와 연락을 취해주지 않겠나. 이번 개혁 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확인해줬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아마도 어떠한 반응이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을 분석하여 상대방이 얼마나 진심인지도 볼 수 있겠지.


  “그리고 발렌슈타인에게 내가 그 책을 읽었다고 전해주게.”

  “괜찮겠습니까?”

  그리 좋은 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보고하면 발렌슈타인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경계할지도 모른다.

  “상관없네. 그러는 편이 재밌겠지.”

  “…….”

  재밌다.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페잔의 고등변무관이네만, 마린돌프 백작을 임명하게 되었네.”

  “마린돌프 백작이…….”

  나쁜 인사는 아니다. 성실하며 상식을 아는 자다. 하지만 계략에는 취약하겠지. 그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페잔은 앞으로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 안에서 마린돌프 백작의 역량이 시험받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클롭슈톡 후작의 반란이네만. 슬슬 진압될 것 같네. 늦어도 이번 달 안에는 진압될 것이라고 리텐하임 후작에게서 보고가 있었네.”

  “그럴수가.”

  언젠가는 진압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귀족들이 돌아오다니…….


  “뮈젤 제독의 지구진압도 슬슬 시작될 테지. 시작 되면 그렇게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거야. 그쪽도 이번 달 안에는 정리 되겠지.”

  “…….”

  귀족들도 돌아오지만 군대도 돌아온다는 건가……. 그런가. 개혁 실시 선언은 거기에 맞췄다는 것인가.


  먼저 기정사실을 만들어 두자는 거로군. 그렇다면 귀족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칠 것인지. 군대의 힘을 배경으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그것을 어떻게 억누를지……. 앞으로가 진정한 싸움이겠지. 격렬한 응수가 오갈 것이다. 나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바빠지겠군.”

  브라운슈바이크가 심각한 표정으로 토했다.


  통신을 끝내고 발렌슈타인을 찾았다. 함교에서 지휘관석에 앉아 코코아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가가자 상대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음. 지금 끝났다.”

  “그렇습니까.”


  그것뿐이다. 발렌슈타인은 코코아를 마시는 일에 전념하며 이쪽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시선을 향하는 일도 없었다. 왠지 모르게 신경이 곤두섰다. 다행히 주변엔 아무도 없다. 둘뿐이었다.

  “경은 리메스 남작의 손자라고 하더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들었습니까?”

  “……그렇다.”


  태연하다. 변함없이 시선을 향하는 일도 없고 코코아를 마시는 일을 멈추지도 않는다. 변화가 있다고 한다면 답하기까지 미묘한 간격이 있었던 것뿐이었다.

  “단 한 번 만났었습니다. 양친이 죽은 직후입니다. 손자로서 만난 것이 아닙니다. 죽은 변호사가 남긴 아들로서 만났습니다. 그 때였지요. 피가 이어져 있다는 걸 안 것은. ……장례식에도 참가했었습니다. 변호사의 아들로 말이죠. 쓸쓸한 장례식이었습니다. 리메스 남작가의 친족은 아무도 없었지요…….”

  친족이면서 친족으로서 참가할 수 없었다…….


  “……남작을 원망하고 있는가?”

  발렌슈타인이 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남작의 마지막 부탁은 저에게 할아버지라 불러줬으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정말로 기뻐하셨죠.”

  담담하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일 같다. 하지만 이야기 내용은 애절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물어선 안 됐다고 후회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께서 경에게 전해달라고 한 것이 있네.”

  “…….”

  “은하연방의 종언과 제국의 성립.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읽었다고 하더군. 경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읽었다고 했다.”


  발렌슈타인이 이쪽을 재밌는 걸 찾은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겨우 표정에 반응이 나타났다.

  “그걸 읽었습니까. 제국 귀족, 여제 부군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읽을 책은 아닌데요…….”

  “…….”


  “그 책은 루돌프 대제에 대해서 교묘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국의 통치체제를 아닌척하며 비난하고 있죠. 재밌었습니다. 내용 그 자체는 당연한 것을 적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집필, 독서도 있나 생각했습니다.”

  기분이 좋아보인다. 코코아를 마시면서 웃음을 띠우고 있다.


  “공작이 말했다. 지금의 정치체제는 끝내겠다고……. 하지만 제국의 종언으론 만들지 않겠다고.”

  발렌슈타인이 희미하게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쿡하고 웃음을 흘렸다.

  “……과연. 개혁을 실시할 생각입니까. 하지만 잘 될지 어떨지……. 귀족들은 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내란이 일어나겠지요.”

  “…….”


  “제국이 움직입니까……. 그렇다면 동맹도 움직이게 되겠지요. 작은 파도 하나가 만파가 되리니. 헌데 어떻게 될지…….”

  그렇게 말하고 발렌슈타인은 코코아를 한 모금 마셨다. 확실히 발렌슈타인의 말대로다. 이제부터 우주는 모든 것이 격렬하게 움직이겠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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